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터졌다 (2)
병원 1인실.
그곳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붕대를 감고 있는 데다가, 양팔과 양다리를 천장에 묶인 끈을 통해 고정한 김종수의 모습이 있었다.
심지어 이빨도 여러 개가 으스러져 음식물을 호스를 통해 삽입해야 하는 상황.
이 꼴을 본 김종수의 아버지 김성필은 당연히 난리가 났다.
“종수야! 아이고, 내 아들!”
학생 주임의 연락을 받기가 무섭게 병원으로 뛰어왔는데, 눈앞에 드러난 아들의 꼴이 그야말로 죽는 게 나을 정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철썩-!
“억!”
김성필은 전후 사정을 물어보는 것조차 생략하고, 곧장 학생 주임의 뺨을 후려갈겼다.
어찌나 세게 갈겼는지, 학생 주임의 치아 하나가 입에서 톡 튀어나와 데구루루 굴렀지만, 김성필은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으르렁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으으윽…….”
생니가 그대로 뽑힌 덕분에 학생 주임은 고통에 겨워 몸을 웅크렸고,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느라 답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성필에게 있어서 학생 주임의 고통은 전혀 알 바가 아니었다.
“말하라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평소라면 이미지에 신경을 쓴답시고 이러한 일은 정말 ‘조심해서’ 했겠지만, 아들의 꼴을 본 김성필에게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말하라고!”
김성필의 오른발이 학생 주임의 옆구리에 찍혔고, 덕분에 학생 주임의 몸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아예 학생 주임이 자지러졌다.
“제,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병실 밖에서 눈치만 보고 있던 교감이 이러다간 사람 잡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황급히 뛰어와 빠르게 본론부터 꺼냈다.
조금이라도 말을 꺼내는 게 늦었다가는 자신도 학생 주임처럼 될 것 같았으니까.
“1학년에 최윤기라는 학생이 있는데, 그 학생이 종수 군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최윤기? 와이케이 백화점의 바지 소유자인 그 최윤기?”
국회의원인 만큼 권력의 중추와 나름 가까운 김성필이었기에, 윤기의 이름만으로도 대략적인 신분을 알고 있었고, 교감 역시 그것을 확인해 주었다.
“그, 그렇습니다.”
“그 새끼가 왜 내 아들을 때려! 서로 반도 다를 거 아냐!”
“그게…….”
잠시 말을 고민하던 교감은 김성필이 손이 허공으로 올라가기가 무섭게 다시 빠르게 말을 이었다.
“다른 학생들 말로는 종수가 윤기의 친구인 김진수 군을 괴롭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윤기가 복수한 거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더욱 자세한 정황을 현재 다른 교사들이 파악 중에 있으며, 김성필 의원님의 의중에 따라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습니다!”
빠르게 말을 이은 덕분에 김성필의 팔은 내려갔지만, 대신 고함이 터져 나왔다.
“경찰에 신고해야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우리 종수가 다른 사람을 괴롭히긴 누굴 괴롭혀! 파리 한 마리도 제대로 못 죽이는 녀석인데!”
아버지만 봐도 아들을 안다고, 김종수의 인품은 수많은 학생들이 알고 있었지만, 김성필은 그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신고하겠습니다!”
교감은 혹여나 김성필에게 또 꼬투리가 잡힐세라 부리나케 병실 밖으로 뛰쳐나갔고, 경찰에 윤기가 한 일을 신고했다.
한 가지 특별한 사실을 같이 첨부해서.
* * *
원래대로라면 ‘심기 경호’라고 해서 JD의 주변을 떠나지 않는 JSD였지만, 오늘은 이례적으로 잠시 자리를 비워 자택으로 잠시 복귀했다.
그 이유는 바로 윤기 때문.
하지만, JSD의 표정은 화가 난 기색이 전혀 없이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허허 웃는 모습, 그리고 윤기를 바라보는 눈길에는 친근감만이 가득했다.
“허허, 어울리지 않게 대형 사고를 쳤어.”
“죄송합니다. 제가 이런 쪽에 있어서는 정말 이성적인 제어가 잘 안 돼서, 저도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윤기의 장점이자 단점.
그것은 혈족 혹은 그에 준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서 피해를 입으면 눈이 돌아간다는 점이었다.
힘이 있을 때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인망을 얻는 확실한 장점이었지만, 힘이 없을 때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었다.
그나마 윤기는 꾸준히 힘과 인맥을 기름으로써 단점을 상쇄하고 있었기에, 이번 일의 경우도 일단은 JSD를 통해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듯 보였다.
“하하하, 사나이라면 응당 그런 면모도 있어야지. 자신이 생각하기에 소중한 사람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바라만 보고 있으면 쓰나? 윤기 선생한테 그 진수라는 소년이 소중한 사람인 것처럼, 나에게 있어서는 윤기 선생 역시 소중하지. 이야기를 듣자 하니, 그 김종수라는 녀석이 애초부터 질이 좀 나쁘다면서?”
“네. 어릴 때부터 박대찬이라는 녀석을 비롯한 덩치 큰 애들을 끌고 다니면서 일진 노릇을 했다고 합니다.”
“쯧쯧쯧, 아주 못 쓸 녀석이구만. 뭐, 덕분에 상대하기는 편하겠지만 말이야.”
여기까지 말하던 JSD가 은근히 윤기를 향해 말했다.
“윤기 선생도 이제 다 컸으니까 말하는 건데, 그 녀석은 아주 멍청한 녀석이야. 그리고 괘씸한 녀석이지.”
윤기가 경청하는 태도를 보이자, JSD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티가 나는 짓거리를 한다면 결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지. 만약 티가 나는 짓거리를 할 거라면 그 모든 것을 억누를 수 있는 힘과 지략이 있어야 해. 그런데 그 녀석은 힘이 부족해서 윤기 선생에게 당했고, 지략이 부족해서 주변에 티가 났지. 그런 녀석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어.”
검지를 까딱이며 ‘쯧쯧쯧쯧’ 소리를 내는 JSD의 말은 이 시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80년대의 실상.
2010년대의 매스컴에서 말하는, 점점 심해지는 재벌가 자제들의 망나니짓.
그게 과연 정말일까?
80년대의 재벌들은 서민들을 일절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살았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서민들에 의한 정보 확산이 쉬운 2010년대와 달리, 80년대는 서민이 정보를 확산시키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나쁜 짓을 저질러도 힘이 있는 자는 소문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피해자에게 푼돈 몇 푼 쥐여주면서 강제로 합의서를 쓰게 하는 일도 쉬웠다.
주먹을 쓰던 무식한 일진의 트렌드가 머리를 쓰는 부잣집 일진으로 변했다?
그런 일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다. 그저 알려지지 않았을 뿐, 주먹을 쓰는 일진은 언제나 부잣집 일진의 부하였다.
그리고, 이런 의미에서 JSD는 김종수를 평가절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덤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도 지지 못했다.
이는 JSD의 입장에서 꽤 싫어하는 인간의 추태.
그렇기에 JSD는 윤기를 도와주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
“아무튼, 윤기 선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국회의원? 그저 웃음만 나오는군.”
실제로, 웃음을 터뜨린 JSD는 아예 김성필을 만나 보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 * *
“아니, 저를 이따위로 대접해도 되는 겁니까?!”
김성필은 길길이 날뛰면서 눈앞에 있는 JSD의 보좌관을 바라보았다.
40대 초반의 마른 체형에 뾰족한 턱, 그리고 사각 뿔테 안경.
그야말로 깐깐하기 그지없는 이 보좌관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김성필을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 보십시오!”
“경호실장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시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김성필의 국회의원 사무실.
그곳 응접 소파에 앉아 공손히 다리를 모으고 있는 것과 달리, 보좌관은 정말로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순간 칼날이 등을 한 번 훑고 지나간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은 김성필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고, 이내 다시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보좌관의 말이 먼저 이어졌다.
“아드님인 김종수 군이 김진수 군을 괴롭힌 것은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우리 종수가 그랬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
보좌관은 조용히 자신의 안경 가운데 부분을 검지로 밀어 올려 다시 콧날에 고정한 뒤 답했다.
“윤기 군이 종수 군을 때렸다는 증거도 없지요.”
“뭐, 뭐요?”
잠시 얼을 타던 김성필은 이내 다시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증거가 없다니! 우리 종수가 지금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 게 증거 아닙니까!”
“그래도 그게 윤기 군이 일을 저질렀단 증거가 되지는 못하지요. 김성필 의원님이 그 이유를 더 잘 아실 것 아닙니까?”
“그게 무, 무슨!”
자식과 관련된 일이라 눈이 돌아간 김성필이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할 리가 없었다.
결국, 흘러나오는 보좌관의 한숨.
“하아.”
“감히 누구 앞에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김성필을 향해 보좌관이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한 그룹처럼 되고 싶습니까?”
보좌관의 말끝에는 마치 ‘비례대표 국회의원 주제에’라는 말꼬리가 달려 있기라도 한 듯, 말 한마디가 김성필의 심장을 찔러 왔다.
“자신의 권력을 과신하지 마십시오. 이 정도로 말했으면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리라 믿습니다. 당신은 우. 수. 한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니까요.”
보좌관은 말을 끝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음에 찾아올 사람은 제가 아닐 겁니다.”
나가기 전 보좌관이 남긴 마지막 말.
김성필은 닫힌 사무실의 문을 바라보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가, 감히……! 감히……!’
지독하게 밀려오는 패배자의 분노.
지금까지 언제나 승리자, 그리고 가해자의 자리에만 서 있었던 김성필이었기에 그 분노는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그 분노도 수 시간이 지나자 결국에는 차가운 불꽃으로 바뀌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보좌관의 말대로 자신이 JSD의 경고를 무시하고 직접 손을 댄다면, 자신은 십중팔구 남영동에 끌려갈 것이 확실했다.
이미 직선 의원들도 끌려간다는 소문이 도는 판국인데, 한낱 비례대표인 자신은 오죽할까.
물론 비례대표라도 국회의원의 직함으로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지만, ‘진짜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 녀석이라면 반드시 나를 도와주겠지. 오랜만에 연기 좀 제대로 해야겠어.’
이를 빠드득 간 김성필은 곧바로 자신의 죽마고우를 찾아갔다.
* * *
“장환아! 제발 도와줘라!”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숙이는 김성필의 행동에 강장환이 깜짝 놀라며 친구의 몸을 일으켰다.
“성필아, 무슨 일이냐. 네가 눈물까지 흘리고. 어?”
“내 아들이……, 내 아들이…….”
국내 재계 서열 8위인 신상 그룹의 회장실.
김성필은 죽마고우이자 사돈의 사무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아들인 김종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니, 뭐야? 종수가 그런 일을 당했다고?!”
전혀 모르고 있었던 터라, 강장환의 분노 역시 하늘을 찌를 듯했다.
“그래. 어떻게든 복수를 하려고 했는데, 복수하는 순간 큰일 날 줄 알라고 JSD의 보좌관이 나한테 경고를 하더라.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아들 녀석의 복수를 할 방법이 없어. 부탁해……, 제발 좀 도와줘…….”
무릎까지 꿇어 가며 자신의 무릎을 붙잡는 친구의 모습에 강장환은 머리끝까지 분노했고,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널 돕지 않으면 누가 널 돕겠냐. 나만 믿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윤기라는 녀석에게 직격타를 날려 버릴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