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터졌다 (5)
류근태가 말했던 3주의 데드라인이 불과 4일 남은 상황.
그동안에도 와이케이 백화점의 물류 기사들은 꾸준히 대오를 이탈했다.
2배의 연봉.
솔직히 너무나 매력적인 제안이었기에 또다시 반수가 조금 넘는 인원이 이탈했고, 이는 결국 와이케이 백화점의 물류에 제동을 걸었다.
당장 하락한 매출만 60퍼센트.
대충 아무나 데려다가 운전을 시킨다는 안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취급하는 물품의 특성상 그러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곧바로 퇴짜를 맞았다.
“하, 인원은 반이 빠졌는데, 매출은 그 이상이 빠지네.”
창고에서 일하던 직원 중 한 명이 종이컵에 든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내뱉었다.
“별수 없잖아. 인원이 빠진 만큼 계속 여기저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다 보니 남은 인원이 더 많이 동원되어야 하고, 그것 때문에 퍼지는 인원도 생겼으니까.”
“옘병, 차라리 나도 옮길까?”
“얌마, 넌 창고나 정리하는 인원이잖아. 신상 그룹에서 데려가는 건 화물차 운전기사들이라고.”
“면허 따면 되잖아. 시펄.”
“에라이 또라이 자식아 그때까지 이 상황이 퍽이나 이어지겠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직을 생각하는 직원의 물음에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 보이는 직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이야 연봉 2배 준다고 꼬시지만, 그 2배가 계속 이어질 거 같냐. 딱 봐도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 엿 먹으라고 신상 그룹이 저런 짓 하는 건데, 이 일 마무리 되는 순간 끝이야. 미쳤다고 연봉을 계속 주겠냐?”
“그런가…….”
“너 여기 들어와서 잘 곳도 생기고, 이런저런 저축 상담도 잘 받고 있잖아. 신상 그룹 가면 그럴 일 있을 거 같냐? 눈에 보이는 월급은 적어도 난 여기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그래도 두 밴데…….”
“어휴, 네 알아서 해라. 난 일이나 하러 갈 테니까.”
“야, 같이 가!”
그래도 와이케이 백화점에 남아 있는 사람들 중, 아직 방금과 같이 똘똘한 경우도 남아 있기는 했다.
물론, 결정을 못 내린 미적지근한 녀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리고 마침내, 4일이 더 지나자 류근태가 약속했던 지원군들이 도착했다.
* * *
와이케이 백화점의 새벽.
마석일 실장은 본 백화점 근처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이야, 살다 보니 내가 백인이랑 흑인에게 지시를 다 내릴 때가 생기네.”
눈앞에 서 있는 꽤 많은 숫자의 백인들과 흑인들의 모습.
간혹 아시아계도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흑인과 백인이었다.
“이미 기본적인 교육은 다 시켰으니, 그냥 일하라고 지시만 내리시면 됩니다.”
한국어가 가능한 백인 인솔자의 말에 마석일이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뒤, 이들은 각자 배정받은 트럭에 올라타 항구를 비롯한 담당 지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마석일은 류근태가 출근할 시간에 맞춰 사장실로 향했다.
“미군이 우리를 지원해 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습니다.”
혀를 내두르는 마석일의 모습에 류근태가 씩 웃음을 지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직 미군이지.”
“아,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마석일.
실제로 이번에 지원군으로 온 인원들은 전원 전직 미군이었다.
그것도 주한 미군에서 일하던, 차량 관련 특기자들.
3주 전을 기준으로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던 자들도 있었고, 신변 정리를 위해 한국에 잠시 남았던 자들도 있었으며, 미국에 돌아가 있던 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콜슨 전 준장의 제안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며 와이케이 백화점에 취직했다.
정확히 말하면 윤기가 미국에 운영하는 농장으로의 취직.
다만, 농장으로 취직을 하기 전에 한동안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운송업을 하게 된 것이다.
“사장님이 왜 무리한 보너스를 수용하지 않았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요.”
“그렇지. 당장 보너스를 올려 주면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은 치킨 게임이야. 우리가 두 배를 올리면, 저쪽은 세 배를 올리겠지. 치킨 게임으로는 이겨 봤자 결국 상처뿐인 승리야. 승리라고 부를 수가 없다는 거지.”
“그때는 제가 마음이 급해서 너무 근시안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솔직히 우리가 선택지로 고를 수가 없던 것뿐이지, 아예 무감각한 선택지는 아니었으니까.”
배려심 넘치는 류근태의 말에 마석일은 미소를 짓다가 이내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혹시 상대가 그 미군들을 대상으로도 금권 공세를 취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건 쉽지 않을 거야.”
“네?”
류근태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전직 미군들은 미국인을 기준으로 임금을 받고 있거든.”
“예. 저도 거기까지는 이해가 갔습니다. 임금을 올려서 한국인을 고용하면 이후에도 꾸준히 고임금을 유지해야 하지만, 미국인을 파견 형식으로 쓰고, 추후 미국으로 보내는 거라면 불협화음이 적을 테니까요.”
“잘 이해했네. 그러면 그다음 단계도 별로 어렵지 않아. 그 미군들은 기본적으로 콜슨 님에게 존경심을 가지고 있거든.”
“아!”
“충성심이 있는 사람들은 단순히 돈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데려갈 수는 없지. 데려가려면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높은 보수를 책정해야 할 텐데, 우리가 전직 미군들을 고용하는 것과 신상 그룹이 그들을 고용하는 것은 완전히 달라. 만약 그들이 미군들을 5배의 연봉으로 데려간다? 그럼, 지금까지 데려간 트럭 운전사들이 가만히 있을까?”
“확실히 이해가 됐습니다.”
“물론, 우리 쪽도 다른 운전사들의 사기를 생각하긴 해야지. 단기적으로 새로 온 전직 미군들의 월급과 운전사들의 월급을 기준으로 절반에 달하는 금액을 매달 보너스로 지급한다고 해. 그 정도면 아마 대부분 납득할 거야.”
“묘안이십니다. 출혈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성공했네요.”
“그렇지.”
실제로 전직 미군들의 투입 이후, 와이케이 백화점의 물류 안정은 빠르게 이루어졌고, 이는 강장환과 김성필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 * *
“이런 빌어먹을!”
강장환의 말에 김성필 역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염병할, 이를 어쩌지? 통하지를 않잖아.”
“삼우 그룹뿐만 아니라, 아예 전역한 미군들까지 동원할 줄은 정말 몰랐어. 게다가 그놈들은 회유도 안 먹히니 그게 가장 큰 문제야.”
강장환의 고민에 김성필이 미간을 찡그리며 물었다.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
“없으면 만들어야지. 이미 물류 쪽에서 와이케이를 압박하는 건 불가능해졌어. 아마, 다른 물류 기사들을 빼내 봤자, 와이케이는 그 빈자리를 전부 미군으로 채울 거야. 미국 본토에도 미군 출신 미국인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실제로 와이케이 백화점은 미국에 있던 전직 미군을 미군기를 타고 공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이 사실상 전혀 들지 않았다.
끽해야 미군의 운송을 담당하는 미군 담당자에게 약간 두둑한 보상을 제시한 것 정도?
그러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물류 기사 확보를 통한 치킨 레이스는 와이케이 백화점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지. 원래대로라면 나는 이 물류 기사 경쟁을 통해서 윤기라는 녀석을 끌어내리려고 했어.”
“아, 그런 쪽으로 생각한 거였어?”
김성필이 생각한 것은 삼우그룹을 통한 와이케이 백화점의 파멸.
반면, 강장환이 생각한 것은 와이케이 백화점에 압박을 넣어 윤기가 직접 보호망 밖으로 나오길 기대했던 것이다. 길고 긴 치킨 레이스보다는 상대가 항복해 주는 게 빠르니까.
특히 그 과정에서 윤기라는 녀석이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스스로 무언가 신체적인 페널티를 받겠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베스트.
하지만 상황은 강장환이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신사적인 방법이 통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지. 지금부터는 전력으로 가야겠어.”
김성필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든든하기 그지없는 강장환이었지만, 가족과 측근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 * *
“아니, 회장님.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십니까?”
측근들만 모인 자리에서 나온 강장환의 폭탄선언에 측근들 모두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들 놀라. 내가 백화점을 두 개쯤 짓겠다는 게 그렇게 신기해?”
강장환의 아버지 대에서부터 신상 그룹을 모셔 온 조윤태 이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이를 꽤 먹어 머리에도 서릿발이 끼기 시작한 모습.
특히 얼굴의 팔자주름의 골이 깊어지며, 이번 강장환의 말에 대한 반박을 표정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솔직히 위치라도 괜찮으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와이케이 백화점의 본점과 2호 예정 지점의 지척에 짓겠다니. 이건 그야말로 미친 짓입니다.”
“뭐? 미친 짓? 너 지금 말 다 했어?!”
친구이자 생명의 은인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경제적인 감각이 마비된 강장환의 앞에서, 경제적인 논리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이사들에게는 통했기에 다른 이사들이 조윤태 이사를 지원 사격하기 시작했다.
“맞습니다. 이건, 무리입니다.”
“회장님, 재고해 주십시오. 우리 신상 그룹은 와이케이처럼 명품을 조달할 능력이 없습니다.”
“우리가 백화점을 세우면 권력자들에게 미움을 살 가능성이 있습니다. 피해야 합니다.”
하지만 강장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언제 이렇게 다 새가슴이 됐어? 우리 대 신상 그룹이 그깟 와이케이 백화점 하나 이기지 못해서야 되겠어?”
“와이케이 백화점뿐만이 아닙니다. 와이케이 백화점 뒤에는 삼우 그룹이 버티고 있습니다.”
조윤태 이사의 말에 강장환은 그저 콧방귀만 뀌었다.
“흥! 그깟 삼우 그룹, 우리하고 규모의 차이를 생각하면 비빌 수조차 없을 텐데?”
“사내 유보금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우리가 삼우 그룹과 전력으로 부딪친다면, 우리도 반드시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 투자의 방향을 정하는 건 나야. 네가 감히 내가 하려는 일에 토를 달아?”
“토를 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 회장님께서는 이성적인 투자 판단을 하고 계시지 못합니다.”
“시끄러워! 내가 한다면 하는 거야! 그깟 와이케이 백화점도 이기지 못해서 어떻게 앞으로 헤쳐나가겠다는 거야?”
“회장님! 다시 생각하십시오. 만약 이 자리에 도련님이 계셨어도 반대하셨을 겁니다!”
이사들은 현재 강석호가 유폐된 상황이라는 것을 몰랐기에, 강석호를 예시로 회장을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강장환의 아집을 불러 왔다. 왜냐하면, 강석호를 유폐한 것이 바로 강장환이었으니까.
“이런 개새끼. 네가 감히 날 가르치려 들어? 내가 내 아들보다 못하다는 것이냐?”
“그게 아니라…….”
“시끄러워! 내가 세운다면 세우는 거야! 더 이상 토 달지 마!”
일방적인 선포.
하지만, 현시점에서 측근들이 강장환의 고집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 * *
[신상 그룹, 와이케이 백화점의 뒤를 이어 백화점 건설 선언!]수많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
아예 대놓고 머니 파워를 보여 주겠다는 신상 그룹의 선전포고에 윤기는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런 방식으로 나오면 100퍼센트 신상 그룹의 재계 서열이 떨어질 텐데?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친구를 돕겠다고?’
새삼 강장환과 김성필의 우정을 느낀 윤기는 여러 의미로 혀를 내둘렀다.
물론, 자신 역시 소중한 사람이 피해를 입으면 이 정도 수준의 초강수는 우습게 둘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이러한 초강수를 두자 솔직히 놀란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팔기에는 버려야 하는 미래가 너무 크고, 그렇다고 세가의 주식을 팔기에는 제네시스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려.’
이 외에도 와이케이 삼강이나 와이케이 호텔의 판매도 생각해 봤지만, 그런 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봤자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에 윤기는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삼우 그룹의 명운을 나에게 맡겨 달라고 할아버지에게 딜을 해야 하나?’
아무리 신상 그룹이라 하더라도, 멀쩡한 계열사까지 매각하며 몰아붙이지는 않을 터.
그 정도라면, 삼우 그룹에서 총력을 다한다면 어떻게든 맞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할아버지에게 전화해 보자. 나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할아버지와 통화하는 게 낫겠지.’
그때.
갑자기 방에 둔 전화기가 울리자, 윤기는 본능적으로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네, 여보세요?”
[윤기야, 터졌다!]할아버지는 할아버지지만 조금은 다른.
외할아버지 콜슨이 난데없이 터졌다는 소식을 알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