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머니 파워? (2)
순간, 조윤태는 쌍욕을 던지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았다.
“아니, 진심이십니까? 1조입니다! 1조! 이 자금력을 어떻게 이깁니까!”
피를 토하는 듯한 조윤태의 외침에 강장환이 맞받아 외쳤다.
“1조가 어때서! 우리는 3조야!”
‘야 이 개새끼야!!’
정말 속마음을 내뱉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로 신상 그룹의 자산 총액이 3조가 맞기는 했다.
하지만 그 3조가 당장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3조가 아니라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 3조가 현금이라고 하더라도, 그중 1조를 떼어내서 치킨 게임에 투자한다면?
망한다.
무조건 망한다.
애초에 자산 총액이라는 것은 회사의 규모를 말하는 거지, 대충 떼었다 붙였다 하는 마법의 숫자가 아니었으니까.
“정신 나가셨습니까?”
최대한 순화해서 말을 내뱉었지만, 강장환의 분노를 사기에는 충분한 발언이었기에 강장환은 바로 고함을 질렀다.
“겨우 1조가 무서워서 발을 빼? 1조면 20위 안에도 못 들어! 우리는 8위야! 8위!”
“한쪽은 개인이 1조를 가진 거고, 우리는 그룹 전체가 3조인 겁니다.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 눈을 가리십니까?”
조윤태는, 생각 같아서는 김성필을 깎아내리고 싶었지만, 아직은 참았다.
“조 이사. 네 말대로 유전을 발견했다고 하자. 그런데 그게 바로 1조가 되나? 아니잖아! 석유를 꺼내고 그걸 팔려면 또 시간이 필요하고, 한 번에 그렇게 팔지도 못해. 단기 투자금이 1조라는 소리가 절대 아닌데, 왜 그렇게 사서 걱정을 하는 거야!”
“회장님, 도대체 왜 이러십니까.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3조지, 그중에서 당장 운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입니까? 저는 10분지 1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액수도 못 된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도대체……, 전대 회장님께서 분명 말씀하셨을 겁니다. 가만히만 있어도 성장하게끔 기반을 닦아 놨다고. 그런데 왜 회장님은 그깟 국회의원……, 크악!”
말을 하던 조윤태는 코를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것은 바로 추가로 날아온 재떨이 때문.
플라스틱 재떨이였기에 뼈가 박살 나는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지만, 약간은 무게가 있는 것이었던지라 조윤태의 코피를 터뜨리기에는 충분한 수준이었다.
바닥에 투두둑 떨어지는 두 개의 물방울.
이윽고 이 물방울은 수십, 수백 개가 되어 바닥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가! 나가라고!”
역린이 건드려진 강장환은 그야말로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을 조윤태를 향해 던졌고, 결국, 조윤태는 회장실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왜 전대 회장님은 저딴 녀석에게 그룹을 물려주셔서는……!’
사실 조윤태는 전대 회장이 서거하기 전, 그룹을 아들이 아닌 손자에게 물려주는 것을 건의했었다.
이유는 당연히 성격.
조윤태는 젊은 시절의 강장환이 사고 치는 모습을 옆에서 봐 온 전대 회장의 측근이었기에, 신상 그룹의 미래를 걱정했다.
처음에는 차라리 딸에게 그룹을 물려주는 것이 어떻냐고 건의했지만, 하마터면 이사직에서 쫓겨날 뻔했고, 이후에는 손자에게 물려주는 것이 어떻냐고 건의했었다.
이 건의를 했을 때는 전대 회장도 나이를 상당히 먹었기 때문에, 전대 회장은 화를 내는 대신 병상에서 조윤태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자네가 장환이를 보필해 주게. 그래도 내 아들이 아닌가……?]사실상 전대 회장의 유언이나 다름없는 말을 떠올린 조윤태는 씁쓸한 기분을 느꼈지만, 애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빌어먹을, 도대체 강 사장님은 어디에 계시는 거야. 출국 기록은 없다고 하던데……. 그분을 찾아야 해, 그분을 찾지 못하면 신상 그룹은 망하고 말 거야.’
회장실 앞 여비서에게 휴지를 받아 코를 대충 막은 조윤태는 복도에 핏방울을 후드득 떨구며 황급히 몸을 옮기기 시작했다.
갈비뼈에 금이 갔는지 욱신거리는 가슴, 코에서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피.
하지만, 이런 고통을 참아 가며 움직였음에도, 조윤태는 강석호가 유폐된 곳을 찾아내지 못했다.
* * *
드넓은 평야가 보이는 미국 땅.
선선한 공기가 시원한 장소에서 윤기는 메릴의 어깨에 오른팔을 두르며 왼팔로는 평야를 가리켰다.
“메릴, 저 평야에 있는 매우 아름다운 대저택이 보여?”
전혀 보이지 않는 대저택.
말 그대로 평야밖에 없는 곳에서 하는 윤기의 말에 메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택은커녕 개미집도 안 보이는데……?”
“왜냐하면, 이제 곧 생길 예정이거든. 메릴, 이제 저곳에는 우리가 미국에 있을 때의 보금자리가 생길 거야. 아주 아름다운 대저택이.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의 가족들도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게 되겠지. 할아버님이 군대에서 가졌던 개인용 제트기, 수많은 고용인까지 전부 그 저택에 들어가게 될 테고.”
“윤…….”
“만약 직접 짓는 저택이 싫다면, 이미 지어진 저택을 사도 되겠지? 원하는 저택이 있다면 마음껏 선택해. 메릴이 살고 싶은 곳이라면 나는 어디든지 좋으니까.”
메릴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윤기에게 안겼고, 윤기 역시 그런 메릴을 안으며 메릴의 체취를 느꼈다.
아따, 그림 좋다.>
분위기를 확 깨는 최덕배의 말.
‘일 안 해요?’
나도 할아버지 아니냐? 나도 좀 사랑해라, 이놈아!>
‘아니, 다른 할아버지들은 할아버지처럼 그런 주책맞은 표현은 안 해요.’
그 정도는 네가 이해해야지. 아무튼, 존슨이 한국에 있는데 내가 뭐 하러 직접 일을 하겠어.>
‘꺼벙이는요?’
너희 집에 컴퓨터 한 대 들여놨잖아.>
마뜩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를 보던 최덕배가 자화자찬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가 바로 이 시대의 인터넷 아니냐? 한국에서 미국까지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캬-!>
일단 틀린 말은 없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어떻게 하면 최덕배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까 하고 고심에 빠져 있었는데, 마침 최덕배가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참, 지금 강장환에 대한 이사들의 불만이 정말 상당해. 특히, 조윤태 이사던가? 그 녀석은 가능하면 강장환의 아들 강석호로 회장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고.>
방금까지의 짜증을 말끔히 날려 보낼 수 있는 정보.
‘강장환이 강석호를 유폐시켰었죠?’
그래, 맞아.>
좋은 생각이 난 윤기의 고개가 조용히 위아래로 흔들어졌고, 그 느낌에 메릴이 의아한 듯 말했다.
“윤, 울어?”
* * *
그룹의 주요 인물들을 모은 회의.
그곳에서 강장환은 자신의 부하이자 직원들을 향해 다시 한번 공표했다.
“우리 신상 그룹의 계획은 변함이 없다. 와이케이 백화점을 끌어내리고 우리가 그 자리를 먹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신상 그룹이 올해부터 가져야 할 목표다.”
힘 있는 강장환의 말에 부하들 모두가 손뼉을 쳤다.
강장환이 김성필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은 소수만이 알고 있는 상황.
그렇기에, 이들은 모두 강장환이 혜안과 계획이 있기에 이번 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와이케이 백화점이 가진 군부 특혜, 이 모든 것을 우리가 가져오고, 더 나아가 우리가 대한민국 1위 기업, 1등 재벌이 된다. 그리고 자네들도 1등 재벌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을 거야!”
[[[우와아아아!!!]]]마치 우레와 같은 함성, 그리고 박수가 터지고, 강장환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을 바라보았다.
‘봤냐, 성필아? 내가 이 정도다. 무슨 일이 있어도 네 자식 복수는 내가 해 준다.’
와이케이의 최윤기라는 녀석이 친구 성필이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
그리고 자근자근 짓밟히는 모습까지 그려지던 강장환의 도화지는 갑자기 열린 문에 의해 확 구겨졌다.
“서, 석호야. 네가 어떻게……?”
회의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아들 강석호의 모습.
그 강석호의 옆에 있는 인물의 모습을 확인한 강장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네 놈이냐?”
코뼈가 주저앉아 코에 거즈와 치료용 테이프 등으로 치료를 받은 조윤태의 모습.
그리고 가슴 쪽에도 붕대를 감고 있는 듯, 와이셔츠 안쪽으로 붕대가 보였다.
“예, 접니다. 그룹이 망하는 꼴은 더 이상 못 보겠습니다.”
뼈에 금이 간 고통에도 조윤태는 가슴을 쫙 펴며 강장환을 향해 말했다.
“그룹이 망하다니! 그룹이 망하는 꼴이라니! 어디가 망했다는 거냐!”
대답은 조윤태가 아니라 아들인 강석호가 했다.
한동안 유폐되었던지라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눈빛만큼은 형형한 것이 아버지를 압도할 정도였다.
“당연히 망하겠지요! 우리가 계속해서 와이케이와 경쟁을 하다가는요!”
“우리가 이긴다고 하지 않았느냐!”
아버지의 말에 강석호는 고개를 돌리더니 회의실에 있는 아버지의 부하이자 자신의 세력도 일부 섞여 있는 집단을 바라보았다.
“여러분,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주인 최윤기 군이 1조에 달하는 유전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겠지요?”
이미 온갖 신문이 떠들고 있는 내용.
그렇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에는 강장환이 난리를 쳤다.
“우리는 3조야! 우리는 3조라고!”
“자산 총액이 3조라는 말 아닙니까! 와이케이 백화점이랑 싸우려고 어떤 사업을 매각하실 겁니까? 그리고 매각할 때 그 값을 제대로 받을 거라 생각하시는 겁니까?”
“닥쳐! 닥치라고!”
반쯤 이성을 잃은 강장환의 태도에도 강석호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다들 와이케이를 우습게 보는 것 같은데, 이걸 보십시오.”
강석호의 말에 조윤태의 부하들이 사람들을 향해 일종의 보고서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와이케이의 자산 총액은 이미 100대 그룹 안에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물론 그 자산의 대부분이 명품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100대 그룹과 비교하면 저평가받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이긴다고 하는 것 아니냐!”
강석호는 옆에서 소리치는 강장환을 무시하고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와이케이의 무서운 저력은 다름 아닌 순이익입니다. 순이익만큼은 국내 20위 안에 들어올 수 있을 수준이죠. 그것도 비상장 회사가요. 반면 우리 신상 그룹의 순이익은? 분명 와이케이보다 높기는 하지만,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준이 전혀 되지 못합니다.”
보고서 내용을 읽은 사람들의 표정이 점차 굳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와이케이에 관한 정보는 아는 사람만 아는 일종의 오픈형 금기.
하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와이케이 백화점이라는 곳이 건실했던 것이다.
“확실히 와이케이 백화점의 현금 보유량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비상장 회사인 만큼 극한까지 이어지는 배당, 그리고 끊임없는 재투자 덕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최근 신상 그룹은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물류 기사들을 빼내어서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 내용 역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대부분이 와이케이를 제압하기 위해 선공을 한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이 정보를 토대로 다시 생각해 본 결과, 대부분은 밝았던 미래가 갑자기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지지는 않는다.”
갑자기 나온 강석호의 뜬금없는 표현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은 반면, 강장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래, 우리는 지지 않는다니까?”
“이 생각은 와이케이 역시 했을 겁니다. 와이케이와 삼우의 힘을 합치면 신상 그룹에 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싸움이 시작되면 막심한 피해를 보겠죠. 그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두 개의 거대 집단이 손해를 불사하고 싸운다? 거의 부도에 가까운 피해가 생길 겁니다.”
“이놈이!!”
마침내 강장환이 거품을 물며 아들인 강석호를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강석호의 경호원들이 강장환을 제압했고, 강장환은 그대로 밖으로 끌려나갔다.
“이놈들아! 내가 누군 줄 알아? 놔라! 놓으라고!”
“삼우와 와이케이가 힘을 합치면 둘 다 망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와이케이의 실소유주의 명의로 1조 원짜리 유전이 생겼습니다. 그럼 누가 이길까요?”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울이 그려졌고, 그 저울의 무게추가 와이케이 쪽으로 확실히 기울었다.
“이제 다들 이해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저는 저번에 회장실을 방문하고서부터 지금까지 아버지에 의해 유폐되었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던 아버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이케이와 싸우려 했습니다. 바로 우정 때문에 말이죠……!”
분노로 몸을 떠는 강석호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 역시 심각하게 굳었다.
“조만간 주주 총회와 이사회를 소집하여 아버지를 경질하겠습니다. 비록 제가 경질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당신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바랍니다.”
말을 끝으로 강석호는 회의실을 나섰고, 남은 사람들만이 서로 수군거리며 신상 그룹의 앞날을 불안하게 점치기 시작했다.
* * *
회장 강석호.
주주 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강장환은 결국 회장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했다.
대신 자리에 앉은 것은 당연히 강석호.
강석호는 자신의 새로운 최측근이 된 조윤태 이사와 회장실에서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 이사의 집 우편함에 들어 있었다는 그 쪽지. 그게 아니었으면 우리 신상 그룹은 파멸했겠죠.”
“그렇습니다. 누가 두고 간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쪽지에 적힌 강석호의 유폐 위치.
임시찬이 두고 간 쪽지로 인해 신상 그룹은 파멸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어디까지나 느낌이지만, 나는 그 쪽지를 누가 두고 간 것인지 알 것 같아요.”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강석호는 대답하는 대신 조윤태를 바라보았다.
“조 이사님.”
“네, 회장님.”
조윤태는 이미 강석호에게 거의 전전대 회장과 같은 예우를 하고 있었다.
그만큼 강석호의 혜안을 믿는다는 의미.
강석호 역시 그것을 알기 때문에, 조윤태에게 솔직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조 이사님이 생각하시기에, 이번에 우리 신상 그룹이 터뜨린 일에 대해서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까?”
별로 생각하기 싫은,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당을 해야 할 강장환의 과오에 조윤태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뭔가 대가를 치러야겠지요……. 와이케이는 기본적으로 권력의 최상위층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입니다. 우리 신상은 그런 와이케이에 직접적인 공격을 가했습니다. 다행히도 안기부에 갈 일은 없겠지만, 분명 상대의 반격이 있을 겁니다.”
“무엇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
“가장 최악은 반공으로 몰이하면서 신상의 해외 업체에 대한 신상의 모든 지점을 철수하게 하는 겁니다.”
강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와이케이는 그럴 힘을 가진 집단이죠. 우리가 싸움을 계속하지 않으면, 와이케이는 명분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싸움을 계속하게 되면 신상이 망하는 것은 필연이구요.”
조윤태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은행들의 대출 요구입니다. 만약, 은행들이 신상의 채무를 반환하라고 일시에 일어나면 우리 신상은 그대로 부도가 날 수밖에 없겠죠. 아, 생각해 보니 이게 최악이군요.”
순간, 조윤태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그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제가 얼마 전에 알아본 게 있는데, ‘부실 기업 관리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채무를 이용해서 기업을 공중분해 할 거라고 하더군요.”
“허억……!”
조윤태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자신도 모르게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 시대 기업들의 채무는 500퍼센트에 달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빚잔치였다.
일단 대출을 받아서 사업체를 늘린다.
은행 이자율이 높다는 건, 무슨 사업을 해도 어지간하면 성공한다는 소리.
그런 만큼 의외로 망하는 기업들도 많았다.
돈이 더 필요한데 대출 불가 판정을 받거나, 돈을 갚아야 하는데 사업체들만 잔뜩 있어서 현금이 없는 경우 때문에 말이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엄청난 일을 벌이신 거예요. 하다못해 공정한 경쟁을 했다면 와이케이에 명분이 없었겠죠. 하지만, 신상은 와이케이의 기사들에게 바람을 넣어서 강제로 빼 왔고, 이는 와이케이가 칼자루를 쥘 명분이 되었죠. 조윤태 이사라면 경쟁 기업을 공중분해 할 기회가 왔는데 그냥 넘어가겠어요? 저라도 권력자에게 입김을 불어 넣을 테죠.”
“으윽…….”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조윤태는 몸을 부르르 떨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심에 잠기기 시작했다.
“조 이사님.”
“앗, 예.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하느라…….”
조윤태의 대답에 강석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한 가지 의견을 듣고 싶은 게 있어요.”
“무엇입니까?”
“조 이사님이 만약 삼우 그룹의 회장이었다면, 재계 100위 시절을 기준으로 10년 안에 10위권으로 올려놓을 자신이 있으세요?”
조윤태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저는 그럴 능력도 없고, 주변 경쟁자들이 다 비슷한 능력의 소유자들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당장, 전전대 회장님만 하더라도 그 정도의 상승은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저는 가능할까요?”
조윤태는 잠시 생각하다가, 죄송하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힘들……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그런 솔직한 답변이 좋은 거죠. 자, 그러면 질문의 요체로 들어가죠. 조 이사님, 신상이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망조의 길로 들어가는 것과 우리보다 능력이 확실히 뛰어난 누군가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죠?”
드디어 조윤태는 강석호의 의도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회장님의 위신이…….”
강석호는 적당한 타이밍에 조윤태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그룹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는 것보다야 낫죠. 그리고 제 추측이 맞다면, 의외로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어요.”
“버려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으신 건가요?”
“제가 ‘그 사람’의 측근들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말이죠. 충성을 바치는 자는 확실히 대우한다……. 적어도 전 그렇게 판단하고 있어요.”
강석호는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라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이케이……, 아니, 삼우 그룹 회장님의 본가로 갈 준비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