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서열 정비
응?>
단음으로 반문하는 최덕배를 향해, 윤기는 모처럼의 친절을 베풀었다.
“할아버지는 지금 돈으로 밀어붙여서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거잖아요.”
그렇지?>
“그게 등신이 아니면 뭐예요.”
아니, 그러니까, 왜.>
“상식적으로, 돈으로 밀어붙여서 성공 못 시킬 사업은 없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순익을 내느냐, 순손실을 내느냐는 다른 문제잖아요. 예를 들어서, 제가 1천억 투자해서 한동안 어떤 업계의 1등을 한다고 해 봐요. 그런데, 이후에 1천억을 다시 뽑아낼 수 있을까요?”
아아, 무슨 의미인지 이해는 간다.>
“제가 돈보다는 명예를 더 우선하는 쪽인 것은 사실이지만, 대놓고 손해 볼 자리를 명예 때문에 뛰어들지는 않아요. 1조가 있다고 해서 대충 생활할 수는 없다는 얘기죠.”
으음, 사실 나도 일반인이기 때문에 1조라는 금액 때문에 흥분했지 뭐냐. 솔직히 조선 시대 때 지금 1조랑 맞먹는 엽전이 나한테 있었다면, 나는 아예 일을 안 했을걸?>
솔직한 최덕배의 말에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아마 노가다 생활을 할 때 로또에 당첨되었으면 그런 인생을 살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지금의 저는 달라요. 확고한 목표가 있지요. ‘최고의 부자’가 아니라,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게 목표니까요. 나중에 ‘저 새끼는 돈빨로 사업했어’라는 소리만큼은 듣고 싶지 않아요.”
에휴, 세상 참 힘들게 산다.>
순간 윤기는 모처럼 대추를 꺼내고, 바로 절을 올렸다.
절 두 번 반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2초.
덕분에 최덕배는 눈물을 흘리며 대추를 꼭꼭 씹어 삼켜야 했다.
그것도 건대추를.
으흐흐흑, 임마, 농담도 못 하냐?>
“방금은 제 이름을 걸고 확신하건대, 농담이 아니었어요.”
꼬맹이가 눈치만 빨라서는…….>
“리필해 드릴까요?”
아냐! 아냐! 내가 잘못했어!>
최덕배를 향해 썩소를 지어 준 윤기는 바깥 대문이 열리는 것을 보고는 거실 소파에서 일어섰다.
“자, 또 일할 시간이네요.”
* * *
그동안 대부분 세 명이 자리를 잡았던 서재이자 회의실.
그러나 평소와 달리, 꽤 많은 사람들로 복작거리고 있었다.
“이야, 내가 5위야?”
대놓고 말하는 페르난데즈의 말에 자리에 앉은 모두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회의실 내부 긴 테이블에 놓인 각자의 명패.
그 명패는 윤기의 상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을 향해 서열을 나타내듯 놓여 있었다.
서열 2위의 와이케이 백화점 사장 류근태.
서열 3위의 와이케이 호텔 사장 최철규.
서열 4위의 신상 그룹 회장 강석호.
서열 5위의 와이케이 백화점 수석 디자이너 페르난데즈.
서열 6위의 와이케이 삼강 사장 김정선.
서열 7위의 세가의 사장 나카야마.
서열 8위의 재팬 코모디티 사장 정동윤.
서열 9위의 와이케이 법무팀장 조청우까지.
총 9명 중, 나카야마만이 일본에서의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8명이 각자 배정된 자리에 앉아 윤기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뭐야, 아직 통성명도 안 했어요?”
서재 문을 열고 들어오며 한 윤기의 말에 모두가 다시 멋쩍은 표정을 지었고, 이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지 말고, 다들 통성명 좀 해요.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니까 한 번 보고, 한 번 들으면 다 기억할 테니 적당한 자기소개를 한 명씩 해 보자구요.”
류근태가 눈치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명패에 쓰여 있는 대로, 와이케이 백화점의 사장인 류근태라고 합니다. 평상시에 회장님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일을 겸임하고 있습니다.”
최철규 역시 빠르게 배턴을 이어받았다.
“저는 와이케이 호텔의 사장 최철규라고 합니다. 사실, 호텔 관리보다는 류 비서와 함께 혹은 별도로 회장님의 지시를 수행하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이어진 강석호의 소개 차례.
강석호는 약간 고민하다가 모두를 향해 깊게 허리를 숙였다.
“제가 이 자리에 앉아도 될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분께 정말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신상 그룹의 회장 강석호라고 합니다. 비록 아버지가 와이케이에 피해를 주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와이케이에 헌신할 생각입니다. 저를 신상 그룹의 회장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동료이자 전우로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짝짝짝!
짝짝짝짝짝짝짝짝!
윤기가 손뼉을 치자, 모두가 눈치 빠르게 손뼉을 쳤고, 이에 강석호의 서열 4위 내정은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어……, 그러면 내 차롄가? 저는 페르난데즈라고 합니다. 한국어를 배울 인생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저기 계신 회장님 덕분에 아주 유창한 수준까지 말하게 됐죠. 백인이지만, 어……, 김치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평상시에는 그냥 죽어라 그림만 그리고 있으니까, 혹시 자식들 방학 숙제 같은 거 있으시면 가져오세요. 아주 환상적으로 그려 드릴 테니까요.”
분위기를 확 환기하는 페르난데즈의 소개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이번에는 윤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솔선해서 가볍게 손뼉을 쳤다.
어디까지나 가볍게.
“저는 와이케이 삼강의 사장을 맡은 김정선이라고 합니다. 솔직히, 줄을 먼저 서서 이 정도 자리에 앉게 된 것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그저 여러분에게 보조를 맞추며 함께 가겠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김정선.
특히 옛날보다 비교도 안 되는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김정선의 입가에는 시종일관 여유와 함께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지고 있었다.
“저는 일본에 있는 와이케이의 자회사인 재팬 코모디티의 사장을 맡고 있는 정동윤이라고 합니다. 원래는 세스의 장남인 박기수의 측근이었는데, 회장님께서 불러주셔서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에 오시게 되면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제가 맛집은 다 알려 드리겠습니다.”
페르난데즈에 이은 유쾌한 소개.
하지만 압권은 뭐니 뭐니 해도 조청우였다.
“……저 여기서 나가면 안 돼요? 부담스러워서 죽을 것 같아요…….”
자신은 감히 이곳에 있을 사람이 못 된다는 사실상의 백기 선언.
하지만 워낙 순박한 표정과 함께 진심이 담겨 있었기에 모두가 어깨의 힘을 풀고 웃을 수 있었다.
“에이, 고모부도 그 자리에 있어도 돼요. 고모부만큼 우리 와이케이의 이런저런 부분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그런……가요? 그런데 저한테 큰일을 맡기시면 백 퍼센트 빵꾸 날 거라서……요…….”
“고모부, 그냥 말씀 편히 하세요. 혈족이라는 게 왜 좋은 거겠어요? 다른 분들도 작은아버지나 고모부가 저한테 편히 말씀하시는 것에 대해서 불만 없으시죠?”
어느 안전이라고 불만을 말하겠는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따라 확실한 서열과 층이 잡혔다.
범접할 수 없는 측근의 위치인 류근태와 최철규.
지닌 바 세력이 매우 강대한데도 스스로 몸을 굽히고 들어온 강석호.
대외적으로 와이케이의 이미지 중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 명예 서열에 가까운 페르난데즈.
스스로 서열 싸움에 관심이 없다고 표방한 김정선과 자리에 없는 나카야마, 그리고 정동윤.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굉장히 부담스러워하는 조청우.
이렇게 층이 나뉘었다는 것을 이 안에 있는 모두가 확실히 인식했다.
더불어서 윤기가 혈족에 대한 일종의 특혜를 인정했는데, 이것은 혈족 특혜가 아니라 혹시라도 파벌이 생겼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라는 것을 이해할 정도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비상했다.
물론, 조청우는 머리가 비상해도 몰랐지만.
“으으……, 윤기야. 나는 굳이 말 안 해도 되는 거지? 그냥 듣기만 할게.”
“물론이죠.”
조청우는 살았다는 표정으로 테이블 위에 놓인 매실을 집어 먹기 시작했고, 모두가 그런 조청우를 마치 천진한 동생이나 조카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윤기를 향해 눈을 돌렸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류근태의 말로 시작된 모두의 축하 언사.
윤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이렇게 됐네요.”
1조의 유전.
이를 계기로, 와이케이 백화점을 포함한 윤기 소유의 모든 기업은 사실상의 회장이 윤기라는 것을 인정했다.
외출할 때 반드시 따라나서는 경호원의 숫자가 늘어났고, 언론이나 여론 구분 없이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비성실세’ 역할을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물론, 아예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매스컴만큼은 차라리 ‘그게 맞다’라고 아예 공표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당연히 ‘정보’.
금융 실명제가 도입되기 전이라고는 하나, 소유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대한 정보가 더는 군부와의 인맥으로도 백 퍼센트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선택한 일이었다.
“그래도 조금 시원하지 않으십니까? 경우에 따라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되셨으니까요.”
미소를 짓고 있는 류근태의 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원섭섭하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바쁘지만 조용한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바쁘고 시끄러운 삶을 살아야 할 테니까요.”
“아마 저희도 더 시끄러워질 것 같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미성년자 밑에서 일하는 기분이 어떻냐고 물어올 테니까요.”
“어떤가요?”
장난기 섞인 윤기의 말에 류근태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공자의 기분을 알 것 같습니다. 나이와 상관없이 뛰어난 자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그 기분을 말입니다.”
“뭐, 제가 공자의 반열에 들 일은 절대로 없겠지만, 적어도 여러분이 자괴감을 느끼지 않게는 할 테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거예요.”
“자괴감이라뇨. 저는 회장님 옆에 있으면서 단 한 번도 자괴감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미소로 답변을 해 준 윤기는 사담을 끝내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자, 오늘은 모두에게 면식을 두게 하려는 의도가 있어서 불렀어요. 자리에 없는 세가의 나카야마 사장은 추후에 안면을 익히기로 해요. 물론, 오늘 안 왔다고 따돌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모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윤기는 만족스러운 듯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유전이 발견되었다고 해서, 시추에서 실질적인 채굴 그리고 판매까지 이루어지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요. 그렇다는 것은 아직 와이케이가 전자나 중공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죠.”
“신상 그룹이 도움을 드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강석호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좋은 방법도 아니에요. 강 비서야 저한테 진심으로 숙였지만, 아직 관계가 대외적으로 공표된 것은 아니니까요. 저와 신상 그룹의 공조는 아직 오픈하지 않는 게 좋아요.”
“아니면 기술 이전을 해 드리는 것은 어떨까요?”
“신상 그룹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겠죠. 사실, 지금 신상 그룹의 주식이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대단한 거예요. 백화점 계획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다가 철회했는데도 폭락은 하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여기에서 갑자기 삼우나 와이케이에 이유 없는 기술 이전을 한다? 아마 반 토막이 날 거예요. 삼우의 주식은 오르겠지만, 그만큼 신상의 주식이 떨어지니, 우리의 힘이 궁극적으로는 약화되겠죠.”
“으음……,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한테는 힘이죠. 아무튼, 단숨에 1천억에 가까운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기술 쪽에 있어서는 순식간에 강자가 되기 힘들어요. 그리고 사실 기술 쪽에 대해서는 이미 안배를 해 둔 부분이 있긴 한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류 비서한테 물어보시고, 오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따로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잠시 류 비서를 향했다가 다시 윤기에게로 향했고, 집중을 확인한 윤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제가 집중할 사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