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할리우드 (4)
미래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정보를 활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가령, 지진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지 알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2년 뒤에 지진이 일어난다고 사람들에게 말하면, 누가 믿어 줄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명한 지질학자가 되어 조언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귀담아듣지 않을 것이다.
상업적으로 쓰는 것 역시 마찬가지.
지금처럼 윤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영화 이름.
‘터미네이터’를 콜린에게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제작자를 소개해 달라고 했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단 하나의 영화도 그런 문제가 생길 텐데, 윤기가 여러 개의 흥행할 영화를 미리 지목하면서 정보를 알려 달라고 했다면?
그럼, 아예 할리우드가 폭발했을 것이다.
이후 모든 행동과 발언이 의심을 받게 되었을 것이고, 다른 기업들이 연합해서 최윤기라는 존재의 발을 묶다 못해 아예 잘라 버리겠지.
그렇기에 윤기는 영화 제목을 콕 집어서 묻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틀을 원했다.
이런 경우, 선구안이 좀 많이 뛰어난 인물로 보이지, 미래를 아는 것만 같은 요주의 인물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아, 이거? 나도 정말 재밌게 봤지. 특히 2편은 어우……. 그런데 이거 1편이 조만간 개봉하냐?>
“저번에 비디오 대여점들을 좀 둘러봤는데 없더라구요. 그리고 혹시나 해서 국내에 개봉한 외화 목록을 체크해 봤는데, 역시 없었어요. 그렇다는 건, 제작 중이거나 미국에만 개봉 중이라는 건데, 역시 아직 제작 중이었네요.”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짓는 윤기를 바라보며 최덕배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래를 안다고 해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거 같아. 대부분의 녀석들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너 같은 실천력을 가질 수는 없겠지. 대부분 열심히 산다고 다짐만 하고 일단은 TV를 켜거나, 로또 번호를 기억하려고 애쓰거나, 몇 푼 안 되는 돈을 자신이 아는 유망한 기업의 주식에 집어넣고, ‘이 정도면 됐어’ 하면서 만족하겠지.>
지극히 현실적인 최덕배의 말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로 돌아가면 비트코인을 산다는 녀석들이 있어요. 그 녀석들이 예를 들어, 저처럼 68년에 다시 태어난다고 가정해도 별로 행복하진 못할 거예요. 비트코인은 2010년대 초반이 확실히 지나야 시세가 많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최고점에 도달하려면 지금을 기준으로 최소 4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죠. 심지어 아직은 비트코인 자체가 없어요.”
사실상 인생의 절반이군.>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인생의 절반을 손해 보는 거죠. 다시 사는 동안 새로운 불행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어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역사의 본류가 아니라 지류일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할 거고요.”
하긴, 다른 코인이 비트코인의 자리를 꿰찰 수도 있겠지.>
“그래서 제가 투자를 단기, 중기, 장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누는 거예요. 그런데 이것도 어디까지나 제가 금수저라서 가능한 거지, 그대로 흙수저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그러지도 못했겠죠. 당장 싸구려 음식들로만 식비를 해결해도 월급이 싹 날아갈 텐데, 어디 저축을 해요. 그래서 제가 지금의 인생에 감사하고 열심히 살려는 거구요.”
그래서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만약 네가 태생적으로 게으른 녀석이었어 봐. 지금쯤 나는 알타리무에 찬밥으로 제사상을 받았겠지?>
“호오……?”
윤기가 악동다운 표정을 짓자, 최덕배가 당황한 표정으로 외쳤다.
야! 지금, 설마 그런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 지금은 아무 잘못도 한 거 없다?>
정말로 다급한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요. 저도 그 정도로 배은망덕한 녀석은 아니니까요. 지금까지 제가 재미로 대추 먹인 적은 없잖아요?”
만약 그랬으면, 내가 네 옆에 없었겠지.>
“그래서 저도 항상 감사해요. 제 옆에 계속 계셔 주신다는 건, 저를 좋게 봐주신다는 거니까요.”
앤드류와 리안나의 관계처럼 항상 티격태격하지만, 윤기와 최덕배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서로에게 감사하고 있었다.
이렇듯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을 때, 갑자기 호텔 TV에서 최덕배가 좋아할 만한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TV 앞으로 곧장 후다닥 달려가는 최덕배의 모습.
“아이고야…….”
이마를 짚는 윤기였지만, 저런 최덕배였기에 지금까지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 * *
제임스 카메론.
터미네이터의 감독.
201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 감독이지만, 30살 이전의 행보는 매우 처참했다.
내놓는 것마다 망작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까?
오죽하면 ‘피라냐’라는 영화는 아직도 제임스 카메론의 흑역사를 희화화하는 장치로 쓰인다.
피라냐 인형을 던져 가며 찍은 일종의 괴수 영화.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의 인생은 터미네이터를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터미네이터의 히트에 이은 람보 2와 에일리언 2의 성공.
특히, 터미네이터 2와 타이타닉의 성공은 제임스 카메론을 ‘제작비 무한 이용권’을 가진 감독으로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1984년인 지금은, 어디까지나 미국 나이로 30살인 감독.
물론, 자신의 악몽을 근거로 한 터미네이터의 시나리오가 워낙 좋아 다시 기회를 잡고 있었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감독일 뿐이었다.
그런 그가, 오늘 윤기를 만나게 되었다.
미래에 잠시 배우자가 될, 터미네이터의 제작자 게일 앤 허드와 함께.
“투자를 하고 싶으시다고 들었는데, 정보는 어디서 얻으신 거죠?”
밝은 갈색의 단발이 인상적인 게일 앤 허드가 특유의 깊은 눈으로 다소 공격적인 눈빛을 지으며 말해오자, 윤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그렇게 공격적으로 나오실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저는 그저 투자만 하고 싶을 뿐입니다. 작품에 영향을 끼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러니까 정보를 어디서 얻으셨는지 묻고 있는 거예요.”
재차 이어진 물음에 윤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할리우드에서 이 정도 정보도 알아내지 못할 거라면, 투자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죠. 그리고 자신의 정보원을 밝히는 무능한 사령관이 있나요?”
결국은 밝힐 수 없다는 확언을 한 윤기의 말에 제임스 카메론은, 그리고 게일 앤 허드는 끄응 하는 신음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한쪽은 다음 세기 최고의 감독이 될 인물이고, 다른 한쪽은 다음 세기 최고의 제작자가 될 인물.
지금 둘의 나이는 30대 초반이었지만, 그리고 이 둘은 현대 영화 역사상 최고의 업적을 남길 콤비이기도 했지만, 그나마 지금이었기에 윤기가 치고 들어갈 여유가 있었다.
[내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한 모든 권리를 1달러에 넘길 테니 나를 감독으로 써 주시오.]제임스 카메론의 간절한 조건으로 시작된 터미네이터의 촬영.
이 터미네이터는 놀랍게도 640만 달러라는 저예산으로 촬영되었는데, 이 시대 물가로 고작해야 53억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의 물가로 치환해도 200억이 되지 않는 금액.
2003년을 기준으로 할리우드 영화의 평균 제작비용은 한화로 1,192억.
1984년의 시대 가치로 변환하면 대략 490억 정도였다.
물론, 할리우드 영화의 제작비가 예전에도 1억 불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터미네이터가 시대에 비추어 봐도 저예산 영화인 것은 분명한 사실.
이러한 제작비의 문제는 제임스 카메론이 투자를 받기에 성과가 마땅히 없는, 아니 망작만 만든 감독이라는 점과 제작자인 게일 앤 허드의 나이에 따른 경력 문제가 한몫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둘의 침묵을 깨기 위해 이 부분을 찌르며 들어가기로 했다.
“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당연하지요. 열심히 찍고 계신 작품의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갔으니 말이죠.”
일단 서두를 던졌지만, 당연히 둘의 반응은 딱히 없었다.
솔직히 이 자리가 마련된 것도 ‘투자’라는 단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정보를 알아챈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떤 투자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호기심.
윤기가 1조 원의 유전을 가진 소유자라는 사실도 이 둘의 침묵을 깨긴 힘들었다.
‘당연한 일이지. 내가 얼마를 투자할지를 얘기해야, 그때부터 저 둘의 얼굴이 바뀔 테니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를 하지 않은 윤기는, 이 둘에게 있어서 그냥 ‘나쁜 놈’ 정도로밖에 표현이 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두 분이 말씀이 없으시니, 본론만 말하고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겠습니다. 먼저 저는 스토리에 있어선 그 어떠한 제약도 가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살짝 제안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투자금을 전액 지불한 후에 할 것이니, 투자금을 가지고 사람을 가지고 노는 일은 절대로 없겠죠.”
윤기는 제임스 카메론의 굳어졌던 눈썹이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은 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저는 터미네이터의 속편 역시 기대하고 있습니다. 터미네이터가 당연히 성공할 거라 생각한단 얘기죠. 제가 투자로서 바라는 것은 터미네이터 속편에 관한 권리, 그리고 그 속편의 제작에도 게일 앤 허드, 당신의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 맡아야겠지요. 터미네이터의 내용을 들었을 때, 저는 정말……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악한 노가다 숙소에서 주말에 비디오를 빌려 보았던 터미네이터.
그때의 전율을 그대로 담아 말한 윤기의 모습은 터미네이터를 향한 진실된 모습이었고, 마침내 둘의 침묵을 깨는 데 성공했다.
“도대체 얼마를 투자하시려는 생각이시죠……?”
게일 앤 허드의 조심스러운 물음.
그러자 윤기의 옆에 서 있던 차필규가 지금까지 조용히 들고 있던 자루의 끈을 풀었다.
“설마 우리를 저기에 담아가려는 건 아니죠?”
제임스 카메론의 우려 섞인 말에 차필규가 웃으며 자루를 거꾸로 들었다.
투두두두두둑!
바닥에 쏟아지는 100달러로만 이루어진 돈다발.
대략 800만 원짜리 돈다발이 그야말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ㅇㅁㅇ]]입을 떡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두 사람의 모습.
“도, 도, 도, 도대체 얼마입니까?”
제임스 카메론의 말에 윤기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2,500만 달러입니다.”
“흐억!”
게일 앤 허드가 헛바람을 삼키는 소리를 시작으로, 제임스 카메론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수북하게 쌓인 돈다발을 집어 들었다.
“이, 이걸 개인 투자로……?”
“저는 농장 내의 석유 발견으로 거부가 되었죠. 그래서 저는 이번엔 영화계의 석유로 더 부자가 되고 싶네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 게일 앤 허드 제작자님. 두 분은 제가 보기에 영화계의 석유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1달러를 주면서 힘내라고 한다면 그냥 기분이 좋은 정도에서 끝난다.
피해망상이 심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짜증을 내며 돈을 구겨 주머니에 넣겠지.
하지만, 윤기의 훤칠한 외모와 유려한 말솜씨, 그리고 당장 눈앞에서 쏟아졌던 100달러 묶음 2,500개의 돈다발.
이 세 가지가 어우러져 제임스 카메론과 게일 앤 허드의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투자자님, 여기로 앉으시죠.”
지금까지 비어 있던 소파의 상석.
상석을 비워 두기엔 너무 큰 액수였다.
* * *
2,500만 달러는 1984년을 기준으로 대략 200억 원.
분명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지만, 현재의 윤기는 이러한 돈을 융통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명확한 담보인 유전이 있었으니까.
게다가 이미 세가에 60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와이케이 백화점 차원에서 투자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것은 윤기에게 있어서 크게 신선한 시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 규모가 회사의 투자에서 개인의 투자로 바뀐 것이 엄청난 차이점이기는 하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입이 찢어지려고 하는 거 봤냐?>
“CG에 바를 돈이 무진장 늘어났는데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죠. 저도 사실 지금 기분 엄청 좋아요.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리마스터 작품을 보는 거잖아요?”
기존 제작비의 5배의 제작비가 투자된 오리지널 영화.
이 사실에 윤기는 전율을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200억짜리 취미라……, 대단하군.>
윤기의 미소가 더 진해지고 있을 때, 갑자기 호텔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회장님, 저 콜린입니다!]자연스럽게 확립된 윤기와 콜린의 관계. 덕분에 윤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데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요?”
[이건 진짜 특급 정보인데, 우리보다 마피아 머니가 먼저 할리우드에 들어오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