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대한늬우스? (1)
미성년자가 어른을 가지고 논다.
이것만큼 불쾌한 일을 찾는 것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JSD는 매스컴을 통해 발표된 윤기의 행보에 대해 심히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것은 JD 역시 마찬가지.
다만, 와이케이의 미니 백화점을 통해 얻는 금액과 더불어서 윤기가 거스터의 손녀사위라는 점이 JD와 JSD의 폭주를 아슬아슬하게 막고 있었다.
만약 건수만 잡힌다면 바로 무언가 치고 들어올 상황이랄까?
그렇기에, 곧 찾아올 윤기를 기다리고 있는 JSD의 심기는 영 좋지 못했다.
검지로 소파의 팔걸이를 탁탁탁 두드리고 있는 일종의 불안 증세.
하지만, JSD는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상석에 앉아 윤기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경호실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윤기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JSD는 경직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앉지.”
“감사합니다.”
차 한잔조차 나오지 않는 경직된 분위기.
침묵이 이어지자 윤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몰라서 묻는 건가?”
곧바로 튀어나오는 JSD의 살벌한 반문에 윤기는 더더욱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혹시 애들 성적이 떨어졌나요?”
마침내 JSD가 소파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정말 모르는 거야, 모르는 척을 하는 거야?! 7년 가까이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척할 셈이야?”
“제가 JSD 님을 가지고 놀았다고요……? 아니, 어떻게 제가 그럴 수가 있나요. 제가 JSD 님을 얼마나 높게 보고 있는데요.”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이런 JSD의 모습을 본다면 바로 무릎을 꿇어야 한다.
하지만, 윤기는 일부러 친근함과 더불어 정말 모르겠다는 천진난만한 태도로 이러한 JSD의 태도를 흘렸다.
“이런, 썩을! 와이케이 백화점을 비롯해서, 현재 너의 모든 사업체가 사실 전부 너의 계획이었다는 게 매스컴에 드러났어. 그렇다는 건, 애초에 최 사장이 너에게 부탁해서 애들 과외를 해 준답시고 접근한 것부터, 전부 네가 지휘했다는 것 아니야? 나를 가지고 논 거 아니냐고!”
마침내 JSD의 입에서 원하던 말이 흘러나오자, 윤기는 바로 전략을 이어 나갔다.
“아, 그것 때문에 그러셨어요?”
“그거 때문이라니! 네 녀석이 거스터 님을 등에 업고 ‘우리’를 우습게 보는 모양…….”
“그거, 할아버지가 언론 플레이를 하자고 하셨던 거였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오해를 드린 것 같네요.”
“……뭐?”
다소 당황한 음색을 내뱉는 JSD를 향해 윤기가 짐짓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거짓말이에요. 제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사람들이 안 믿을 거라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분명 통할 거라고 하시더라니까요?”
“……?”
JSD의 얼굴에 드러난 의아함이 더욱 증폭되자, 윤기는 좀 더 천진하게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얼마 전에 유전을 발견했잖아요.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기회라고 하시면서 저를 띄워야 할 때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갑자기 와이케이 백화점을 비롯한 모든 공적이 제가 한 것이 되어 버렸어요. 저야 뭐, 할아버지가 시키시니까 그대로 따른 것이지만, 솔직히 얼떨떨하긴 하죠.”
“……그러니까, 그게 전부 가짜 소문을 퍼뜨린 거라고?”
“맞아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씀을 드릴 걸 그랬네요. 저는 ‘설마 이걸 믿는 사람이 있겠어?’라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거든요. 정말 죄송해요.”
순수한 쓴웃음을 짓는 윤기의 모습에 JSD는 굉장히 허탈한 표정과 함께 소파에 등을 완전히 묻었다.
“허……, 그러니까 전부 띄워 주기였다, 그 말이지? 띄워 주기……, 허…….”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상식적으로, 10살짜리가 와이케이 백화점을 세웠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윤기의 측근들조차도 옆에서 직접 봐서 믿은 것이고, 그나마 강석호는 안 봤음에도 믿었지만, 뛰어난 지능과 추론에 힘입어 최기현을 통해 진실을 파악했기에 믿은 것이었다.
이런 상황인데 JSD가 진실에 도달할 가능성은 그야말로 제로.
그렇기에 JSD는 연신 헛웃음을 터뜨렸다. 특히, 윤기가 평소와 달리 어투를 다소 낮추며 천진한 스탠스를 취한 것도 크게 한몫했다.
“이것 참……. 내가 윤기 선생한테 못 할 짓을 했군.”
솔직한 사과.
그렇기에 윤기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솔직히 저라도 기분 나빴을걸요? 저보다 어린애한테 속았다고 생각하면 누구라도 기분이 나쁘겠죠. 오히려 미리 말씀 안 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야. 내 잘못인걸. 이번 일은 내 다른 방법으로 보상하도록 하지.”
윤기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휴, 보상이라니요. 지금까지 받은 은혜가 얼마나 많은데요. 저는 지금처럼 경호실장님이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야말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아부.
그렇기에 JSD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윤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미국에 가서 한 사업은 잘되었는지 모르겠군. 어떤가?”
“염려해 주신 덕분에 정말 잘 되었습니다. 추후 오픈할 극장에서 상영할 외화들을 독점 계약하는 데 성공했죠. 저야, 할아버지가 시키시는 대로 하는 거지만요.”
“오……, 정말 다행이군. 다른 사업들은?”
“일본에서는 제네시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국내에서는 방금 말한 극장 신축 사업을 진행 중에 있어요. 물론 와이케이 백화점을 비롯한 기존 사업들도 있지만, 신규 사업은 이 정도예요.”
“흐음, 나에게 그런 것을 말해도 되는가?”
“그만큼 경호실장님을 믿기 때문이죠. 저는 경호실장님을 그 누구보다도 신뢰하고 있으니까요.”
윤기의 립 서비스에 다소 우울했던 JSD의 표정이 감동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또다시 우울감으로 물드는 JSD의 표정에 윤기가 짐짓 의아한 음색을 담아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어째 우울해 보이셔서요.”
“아, 그게…….”
JSD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윤기 선생이나 최 회장님은 이제 내가 아니라 각하를 직접 만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야.”
“예?”
윤기는 일부러 듣지 못한 것처럼 되물었고, 이에 따라 JSD의 입이 바로 다시 열렸다.
“다른 게 아니라, 자네는 이미 한국에서는 최상위권 자산가야. 더군다나 미국과 일본에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지. 미국의 전 4성 장군의 손녀사위이기도 하고 말이야. 내가 아무리 경호실장 일을 하고는 있다지만, 자네하고는 급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단호한 윤기의 대답에 JSD가 살짝 숙였던 고개를 들어 윤기와 시선을 맞추었다.
“응……?”
“저는 앉는 자리가 바뀌었다고 해서 사람을 바꿔 대접하지 않아요. 저는 처음 JSD 님을 봤을 때부터 ‘이 분은 믿을 수 있다’라는 생각을 했죠. JSD 님은 그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저를 버리실 분이 아닙니다.”
“만약 그 생각이 틀렸다면?”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단호한 윤기의 말에 JSD는 다시금 대단히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자신을 인정해 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세상에 단 한 명이었다.
아니,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JD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JSD는 이제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JSD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문.
이것이 10년 뒤 YS가 정권을 잡을 때, 어떤 스노우볼을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윤기 선생, 자네가 나를 그렇게 믿어 주는 만큼, 나 역시 자네를 믿겠어. 그리고……, 절대 자네의 믿음을 내가 배반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이미 지금까지 행동으로 보여 주셨죠.”
그야말로 100점짜리 대답에 JSD는 환한 미소를 지었고, 윤기 역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사람을 요리하니, 다른 사람들이 안 따를 수가 없겠지.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혀를 내두르는 최덕배를 옆에 둔 채, 윤기와 JSD는 한동안 즐거이 담소를 나누었고, 잠시 권력 상층부에 퍼졌던 윤기에 대한 불신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말끔히 해소되었다.
* * *
윤기는 다시 한번 극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메릴이 없는 방문.
현재 짓고 있는 신축 극장이 아닌, 그냥 번화가에 있는 평범한 극장을 둘러보고 있던 윤기를 향해 최덕배가 물었다.
JSD를 너무 띄워 준 거 아니냐?>
저번 JSD와 윤기의 대화를 들으며, 다소 과하다는 생각을 한 최덕배의 말에 윤기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JSD는 그 정도의 가치가 있어요.’
피곤하지 않아?>
‘하지만 그만큼 대가가 오잖아요? 애초에 다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만 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게 멍청한 거죠.’
흐음, 확실히 그렇긴 하지.>
‘사회성이라는 건, 자신의 피곤함을 대가로 돌아오는 법이에요. 저한테 피해가 오지 않는 일이라면 상대가 듣기 좋은 말을 해 주는 게 베스트죠. 자기는 남한테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면서, 정작 자기는 팩트 운운하면서 쓴소리만 쏟아내는 사람은 결코 주변에 사람이 꼬이지 않아요.’
너무 정확하게 표현하니까 할 말이 없어지네. 하긴, ‘나는 왜 이렇게 인생이 힘들까?’라는 한탄에 ‘네가 인생이 힘든 이유는 말이야’라고 대답하는 순간 지뢰를 밟은 셈이긴 하지.>
윤기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바로 그런 셈이죠. 저는 JSD와, 적어도 지금은 척을 질 이유가 전혀 없어요.’
지금은?>
‘네. 그리고 미래에도 딱히 척을 질 이유는 없죠. 정확히는 JSD가 전혀 모르게 엿을 먹일 생각이지만요.’
어떻게?>
최덕배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음을 던졌다.
‘어떻게를 답하기에는 너무 먼 미래니까 조금만 알려 드릴게요. 그냥 JSD는 감방에 보내고, JD가 사면되는 미래가 없게 만들 생각이에요.’
그게 가능하겠어?>
‘저와 JSD의 대화를 보고도 불가능하리라 생각하세요?’
곰곰이 생각하던 최덕배는 ‘과연’이라는 혼잣말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궁금증이 모두 풀려서 후련한 듯, 윤기의 주변을 부드럽게 유영하기 시작했다.
‘신경 쓰여요.’
난 지금 네가 대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
‘사 올까요?’
순식간에 움직임을 멈춘 최덕배는 조용히 윤기의 옆에 시립하듯이 부유하기 시작했고, 윤기는 픽 웃으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경호원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없으면 허전해요.’
불편하다는 것도 경험하지 못한 애들이나 하는 거지, 밤에 잘 때 불 꺼 달라고 시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는 충분한 거야.>
윤기는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그런 경험은 없지 않아요?’
간접 경험은 많이 했지. 재벌가에서도 누나가 동생한테 불 좀 꺼 달라고 하는 일은 흔했다고?>
적당히 시시덕거리고 있을 때, 드디어 스크린에 화면이 띄워지며 이 시대 극장의 필수 요소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대한늬우스]윤기가 저번에 메릴에게 가볍게 설명해 주기도 했었던 것.
해방 이후부터 1994년까지 극장에서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상영했던 영상으로, 낮았던 TV 보급률과 높았던 문맹률로 인해 국가 소식을 알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만들었던 영상이다.
물론,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정치가들이 그냥 놓칠 리는 없는 법.
대한늬우스는 정권 찬양의 목적으로도 상당수 쓰였기에 정권을 잡은 자들이 상당히 신경을 썼던 영상이기도 했다.
지금 윤기가 보고 있는 영상 역시 마찬가지.
여러 의미로 빛나는 JD의 모습을 영웅스럽게 표현한 영상을 윤기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고 있자, 최덕배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야, 돌았냐? 저게 재밌어?>
그러자 윤기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제가 미쳤어요? 그게 아니라, 좋은 생각이 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