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대한늬우스? (2)
낙지 사업?>
최덕배의 말에, 윤기는 순간 웃음을 터뜨릴 뻔한 것을 간신히 참으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주변에서는 이러한 윤기의 행동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빛나는 영상을 보고는 이내 납득하며 다들 다시 영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대머리라는 단어가 금지였던 JD 집권기.
‘대한늬우스’를 보며 웃음을 참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그리 드문 일까지는 아니었다.
‘그럴 리가 있나요. 그게 아니라, 대한늬우스를 이용할 방법이 생각나서 그래요.’
뭔데?>
‘조만간 알게 될 거예요.’
궁금해서 환장할 것 같은 최덕배를 뒤로한 채, 윤기는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 *
아무리 JSD와 친하다 하더라도, JSD와 함께 있을 때, 상석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JD뿐.
이것은 신군부가 들어선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변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는 윤기의 할아버지인 최기현 역시 마찬가지.
유전의 소유자이자 와이케이의 소유자이며, JSD와 매우 친분이 있는 ‘윤기’의 할아버지라 할지라도 JSD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 필요는 분명히 있었다.
JSD가 자폭을 선택할 경우, 윤기의 행보에 지장이 생길 것은 분명하니까.
그래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JSD의 심기가 불편하면 와이케이와 삼우가 망하는 것까지도 가능했지만, 이제는 좀 많이 귀찮은 수준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최기현은 자존심 때문에 큰 이익을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최기현은 냉철한 경영인이었으니까.
상인에게 있어서 모든 판단의 근거는 돈이지, 자존심이 아니다.
“이번 일은 정말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매스컴 쪽만 너무 신경 쓰다 보니 경호실장님에게 사전 보고를 하는 걸 잊었습니다.”
이미 윤기를 통해서 오해가 풀렸기에, JSD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허허 웃으며 커피잔을 집어 들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눈치가 없었다는 것을 윤기 선생과 대화하고 느꼈습니다. 삼우에서는 이참에, 확실히 윤기 선생을 후계자로 지목하실 생각이시군요?”
최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사실, 장남인 철호가 물려받아야 정상이겠지만, 철호 녀석이 워낙 뇌까지 근육인 체질이지 않습니까? 아, 혹시 철호 녀석을 보신 적이 있던가요?”
실제로 최철호를 본 적이 있었기에 JSD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류근태 사장님의 결혼식에서 윤기 선생의 부모님을 본 적이 있지요. 그때 봤을 땐, 정말 몸이 대단하다고 느꼈었는데, 아무래도 경영 쪽에는 적성이 별로 안 맞았나 봅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철민이 녀석한테 물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철규 녀석은 야심이 없어서 물려받을 생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저런…….”
“철준이 녀석은 인상이 사나워서 기업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좋지 않고, 철재 녀석은 아직도 딴따라에 빠져 있으니, 결국 남는 것은 윤기 녀석 하나지 뭡니까.”
“어중간한 아들들한테 맡기느니, 확실한 손자에게 맡기겠다는 생각이시군요.”
최기현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이야 윤기가 어리지만, 제가 한 15년 정도 더 살아 있으면 기업을 물려받아도 큰 걱정은 없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좋으신 생각이십니다. 삼우가 왜 와이케이 백화점을 삼우의 자본으로 세우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다 이유가 있으셨군요.”
“나중에 상속 관련해서 윤기가 가장 힘이 세야 별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요.”
이미 의혹이 풀린 상태였지만, 최기현에게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추가로 들은 JSD의 표정은 더욱 온화해졌다.
“그래서 회장님이 류근태 사장님을 윤기 선생 옆에 붙여 준 거로군요.”
“예. 과외 선생으로 같이 쓸 겸, 겸사겸사 붙인 거지요. 비서실에 있을 때부터 똘똘했던 녀석이라 바로 낙점했습니다.”
이후로 적당한 잡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분위기를 파악하던 최기현은 슬슬 상황이 되었구나 싶었기에 오늘 방문한 목적을 꺼냈다.
“경호실장님, 혹시 제가 제안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안이요? 물론이지요. 들어드릴 수 있는 일이라면 최대한 들어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오해를 한 일도 있으니까요.”
가드를 아예 내린 JSD를 향해 최기현이 내민 제안은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혹시, 대한늬우스를 폐지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대한늬우스를 폐지한다고요? 으음……, 그건 각하께서 별로 좋아하시지 않을 텐데요?”
다소 난감해하는 JSD를 향해 최기현은 다시, 은근히 속삭이듯 말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예전이야, 가정에 TV나 라디오가 없어서 대한늬우스가 효과를 본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요새 TV나 라디오가 없는 가정이 어디 있겠습니까. TV만 켜면 각하가 화면에 보이는 시절이니, 대한늬우스의 효용은 많이 떨어지지 않았을까요?”
“흐음, 하지만 대한늬우스는 영화 시작 전에 반드시 보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걸 감수할 만한 제안이 있으신지요?”
“그렇습니다. 대한늬우스 대신에 대한일보를 만드는 겁니다.”
“대한일보요?”
최기현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기에 JSD는 약간 어벙한 어투로 반문했다.
“예. 대한늬우스에 들어갈 내용을 신문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표를 사면 반드시 대한일보를 사게 만드는 거죠.”
“그렇게 된다면, 국민들이 오히려 불만을 가질 겁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는지, 최기현이 회심의 미소와 함께 빠르게 입을 열었다.
“당연히 돈을 직접 내고 사게 한다면 불만을 품게 되겠죠. 하지만, 푯값에 신문값을 포함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푯값에 신문값을 포함한다고요……?”
“그렇습니다. 지금 서울에 있는 극장들의 푯값은 한국 영화가 2,500원이고, 외국 영화가 3,000원인데, 여기에 200원씩 마진을 붙이는 겁니다.”
“가격이 올라도 괜찮을까요?”
최기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단호한 표정과 함께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걱정 마십시오. 이번에 저희가 건설하고 있는 영화관은 200원 정도 더 비싸도 사람들이 충분히 찾아올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전혀 문제가 없어요.”
“흐음…….”
그럴듯하다고 생각한 JSD였지만, 아직 뭔가 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받아들이기를 주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신문 한 부에 200원으로 잡고, 한 달 관객으로 100만 명만 잡아도 2억입니다. 이게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는 거죠.”
돈이라는 지표가 나오자 JSD는 ‘끌린다’라는 말을 표정으로 보여 주고 있었다.
“100만 관객이 가능할까요?”
“괜찮은 영화 하나가 서울에 있는 10개 극장에서 얼추 20만 관객을 동원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짓는 극장의 스크린은 무려 20개지요. 100만? 오히려 우습게 넘지 않겠습니까?”
수치를 근거로 한 설득력 있는 최기현의 말에, JSD가 턱을 쓰다듬으며 매력적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제 손자가 대한일보의 제작을 경호실장님에게 맡기고 싶다고 했습니다.”
“저에게요?”
드디어, 최기현은 쐐기를 박았다.
“그렇습니다. 대한일보의 판매를 통한 마진은 당연히 각하께 드려야겠죠. 하지만, 그 제작은 JSD 님에게 맡긴다. 그것이 윤기의 부탁입니다. 유통 마진은 각하께, 제작 마진은 경호실장님께. 윤기가 꼭 좀 이렇게 부탁한다고 저에게 신신당부하더군요.”
제작 마진은 유통 마진보다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다고 하더라도 한 달에 100만 부가 꾸준히 팔린다면?
어차피 내용 작성은 부하들에게 시키면 될 일이니, 친척을 바지사장으로 앉혀 놓으면 장차 상당한 이익이 되리라는 것은 JSD 역시 알 수 있었다.
“흠! 흠! 제가 그런 대우를 받아도 되겠습니까?”
이미 얼굴로는 ‘꼭 하고 싶다’라고 말하고 있는 JSD였지만, 최기현은 그 표정을 짐짓 모르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윤기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우리 가문이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경호실장님 덕분이니, 우리도 전력을 다해 경호실장님을 모셔야 한다고 말이죠. 윤기가 틈만 나면 JSD 님 칭찬을 그렇게 합니다. ‘군주에게 가장 필요한 인재상을 꼽는다면 단연 경호실장님이다’라면서 말이죠.”
마침내 JSD는 표정 관리를 포기했다.
입이 귀에까지 걸린 JSD의 모습은 흡사 어린아이와 같았고, 이를 본 최기현은 혀를 내둘렀다.
‘내 손자지만 정말 무서워. 대한민국 사람 중에 JSD의 이런 표정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JD조차도 보지 못했을 거야. 윤기가 이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네. 아니, 나 보라고 나를 보낸 건가?’
거의 한 30초 정도나 이어진 JSD의 헤벌쭉한 표정.
겨우 정신을 차린 JSD가 머쓱한 표정과 함께 다시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죄송합니다. 제가 자리가 어디인지도 잊고, 잠시 정신줄을 놓았군요.”
“아닙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고려해 주실 것 같아서 기분이 다 좋더군요.”
실제로도 최기현은 지금 이 자리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대한민국 그 어떤 재벌도 보지 못한 이인자의 표정을 자신만 봤으니까.
‘이 맛에 윤기 할아버지 한다니까.’
속으로 씨익 웃고 있는 최기현을 향해 JSD가 다시 입을 열었다.
“대한일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제가 각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아니, 반드시 통과되도록 하겠습니다.”
한번 결정하면 저돌적으로 행동하는 JSD의 확언.
최기현은 JSD와 굳게 악수를 한 번 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대한늬우스의 폐지는 대한일보를 사입하는 극장에 한정해서 허가되었다.
더불어, 신문 제작소의 사장은 JSD의 친척이 운영하게 되었고, 신문사는 JD의 친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낙점되었다.
유통 마진과 제작 마진.
둘을 사이좋게 나누게 된 JD와 JSD의 관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고, 오히려 둘을 나눠 먹는다는 게 끈끈한 관계를 보여 주는 듯했다.
하지만, 윤기는 둘의 관계를 계속 그렇게 둘 생각이 없었다.
네가 나중에 알게 될 거라고 해서 그냥 지켜만 보고 있긴 하는데, 정말 뭔가 있는 거냐? 지금 상황만 보면 그 두 녀석 배만 채워 주는 거 같은데?>
최덕배의 말에 윤기는 약간의 힌트는 주어도 되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원래 사이가 좋을 때는 나눠 먹는 게 별문제가 안 돼요. 하지만,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한없이 삐거덕거리게 되죠. 1년 안에 JD와 JSD의 관계가 묘하게 어그러지기 시작할 거예요.”
하지만, JSD의 힘이 떨어지면 우리에게 좋을 것이 없잖아?>
“그러니까 완급 조절을 잘해야죠. JSD는 YS가 집권하기 전까지는 몰락하면 안 돼요. 물론, N이 집권하면 권력을 잃기야 하겠지만, JSD가 완전히 몰락하는 건 YS의 집권 때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조만간 JD가 JSD의 ‘충성심’ 그 자체를 의심하는 상황이 찾아온다는 거지?>
아원급제를 한 명석한 두뇌답게, 최덕배는 윤기가 한 말의 맥점을 잘 찾아냈고, 윤기는 가볍게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요.”
흐음, 도대체 무슨 일을 계기로 그걸 터뜨리려고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미있겠는데? JD와 JSD의 사이가 어그러진다니 말이야.>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그나저나, 시간 참 빠르네. 유통 마진이니, 제작 마진이니 할 때가 엊그제 같은 데 6개월도 더 지났잖아. 벌써 가을이라니. 네 옆에 있으면 시간이 정말 빨리 간다고 느껴.>
“재밌어서 그래요.”
그건 도저히 부정할 수가 없지.>
17살의 가을.
내일 오픈하기로 되어있는 MEV(Movie. Entertainment. Village: 영화와 즐길 거리의 마을)의 조명들이 확 켜지며, 중앙에 서 있는 윤기에게 마치 스포트라이트가 비치듯, 주위가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어서 오세요!”
윤기는 MEV의 입구를 향해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