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대한늬우스? (3)
그러자 마침내 MEV 전체의 조명이 켜지며, 입구 쪽에서 걸어들어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비치기 시작했다.
“와……, 장난 아니네…….”
인상이 날카로워서 평상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주는, 최기현의 사남 최철준이 딸들의 손을 잡고 들어오며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요. 이거 진짜……. 와이케이 백화점이 고급스럽다면, 여기는 진짜 ‘활기차다’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것 같아요.”
최기현의 오남인 최철재의 감탄.
윤기 덕분에 군 생활을 매우 편하게 한 최철재는 현재 가수의 꿈을 접고 연예기획사를 운영하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물론, 결혼은 이미 한 상태.
아들과 딸의 손을 각각 잡고, 팔이 모자라 남은 딸 한 명은 최철재 아내의 등에 업혀 있었다.
“어때요. 다들 마음에 드세요?”
누구의 말인데 고개를 저을 수 있을까.
거기에, 굳이 윤기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두가 실내 인테리어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주변을 바라보기에 급급한 상황이었다.
‘역시 페르난데즈는 우수하다니까.’
페르난데즈의 감독하에 리안나가 지휘하여, 파이크와 애런이 비명을 지르며 완성한 인테리어.
기존의 극장이 낡은 느낌에 다소 어두운 느낌을 주었다면, MEV는 정반대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형!”
반갑다는 듯이 윤기를 향해 달려오는 중학생 또래의 아이.
바로 최철규의 아들인 최인기였다.
JSD와 윤기를 이어 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기는 아직도 윤기와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지금 만남에서도 윤기를 향해 아주 우호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잘 지냈어?”
“당연하지. 형이 너무 바빠서 자주 못 보는 게 아쉽다니까.”
“그냥 부담 없이 놀러와. 내가 있는 곳이야 뻔하잖아?”
하지만 인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빠가 혼내서 안 돼.”
“얌마, 내가 언제!”
최철규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지만, 인기는 아버지인 최철규를 향해 썩소를 지으며 윤기에게 미주알고주알 다 떠들기 시작했다.
“내가 형한테 놀러 간다고 하면 형 일에 방해된다고 아주…….”
적당히 인기의 말을 들어준 윤기는 인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이에 만족한 인기는 씨익 웃다가 이내 아버지의 옆으로 돌아갔다.
‘다들 왔구나.’
최 씨 가문의 직계는 일단 다 모였다고 보면 된다.
최기현의 아들과 딸,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와 자식들까지.
수십을 우습게 넘어가는 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오늘 하루 먼저 MEV를 개장한 것이다.
“얘들아, 이리 와!”
윤기의 말에 사촌 동생 모두가 윤기를 향해 달려와 안겼다.
주변 사람들에게 후한 윤기인 만큼 사촌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있었는데, 특히 사춘기인 여자 사촌들조차도 윤기의 외모 덕분인지 사춘기의 심리를 내비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저길 봐.”
윤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오락실.
80년대 특유의 어두컴컴한 오락실이 아니라, 밝게, 그리고 오픈형으로 꾸며진 오락실에서 무수히 많은 최신형 오락기들이 윤기의 사촌 동생들을 유혹했다.
[[[[[와아아아아!!]]]]]그야말로 백병전을 하기 위해 돌격하는 보병처럼, 게임을 좋아하는 사촌 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오락실로 뛰어갔고, 일부 부모가 말리려고도 했지만, 그 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니, 재, 쟤들이, 참…….”
“흠! 흠! 윤기야, 미안하다. 애들이 아직 어려서…….”
일부 어른들의 사과에 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이번에는 오락실과 반대쪽을 가리켰다.
“얘들아, 저길 봐.”
게임에 관심이 없어 남아 있던 사촌 동생들의 시선이 윤기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고, 이내 모두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었다.
“가지고 싶은 만큼 다 가져. 오늘은 이 오빠가 다 사 줄 테니까.”
윤기가 가리킨 곳은 다름 아닌 팬시점.
액세서리를 비롯한 각종 선물을 취급하는 곳이었는데,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촌들을 유혹하기에는 아주 차고도 넘치는 곳이었다.
[[[[[꺄아아아악!!]]]]]너무 좋아 기절할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팬시점을 향해 뛰어가는 사촌 동생들의 모습.
어지간하면 서로 좋은 것을 가지겠다며 싸울 법도 한데, 그 상황을 윤기가 예견한 덕분에 사촌들 모두가 똑같은 물건을 열두 광주리만큼 가지고도 재고가 남을 정도였다.
“오빠, 나 이것들, 학교 친구들 가져다줘도 돼?”
사촌 여동생 중 한 명이 혓바닥을 살짝 쏙 내밀며 애교스럽게 말하자, 윤기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저기에 있는 것들 다 가져도 되니까, 마음껏 가져가.”
“꺄악, 오빠, 최고!”
사촌 여동생은 윤기를 와락 끌어안더니 뺨에 뽀뽀까지 했고, 다시 팬시점을 향해 뛰어갔다.
“야! 그거 내가 찜해 놨다고!!”
이러한 모습은 오락실로 뛰어간 사촌 동생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지간한 서울 오락실에서도 보기 힘든, 미국과 일본에서 직수입한 게임기가 가득했기에, 사촌 동생들은 그야말로 게임기의 버튼을 두드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투타타타타타타-!
마치 총소리에 버금가는 버튼 연타 소리.
“엇흠! 엇흠!”
“크흠!”
오락실로 뛰어간 사촌들의 부모건, 팬시점으로 뛰어간 사촌들의 부모건, 너나 할 것 없이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고, 윤기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쉽지 않은 일을 꼭 한 번은 선물해 주고 싶었거든요. 어른분들은 식당으로 가셔서 식사하셔도 좋아요. 특별히 와이케이 호텔에서 총주방장을 비롯한 유능한 조리사들을 데려왔거든요. 그리고…….”
윤기는 술을 좋아하는 최철준을 향해 다가간 뒤, 가볍게 귓속말을 했다.
“오오……!”
사나운 눈매가 트레이드마크인 최철준의 눈에 미소가 걸릴 정도의 소식.
그것은 바로, 한 잔에 직장인 월급은 우습게 날아가는 술들을 식당에 다양하게 준비해 두었다는 소식이었다.
“철규 형! 우리 한잔하자! 형수님도 오세요!”
어른들마저 대부분 사라진 상황 속에서, 서종오가 쭈뼛거리며 윤기에게 다가왔다.
예전, 윤기의 아버지인 최철호의 뒷담만 하지 않았어도 법무 관련으로 윤기에게 등용되었을 현 지방검찰청 부장 검사.
아내인 최시라에게 등짝을 맞으며 ‘왜 그랬냐’는 소리를 몇 년이나 들었기에, 오늘을 기회 삼아 눈물의 청탁이라도 해 볼 요령이 분명했다.
“고모부.”
하지만 말을 먼저 건 것은 윤기였다.
“으, 응?”
느닷없긴 하지만, 윤기가 자신에게 말을 먼저 걸었다는 사실에 작은 희망을 품은 서종오가 반색을 하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즐거운 날에 일 이야기하기 있어요, 없어요?”
동시에, 최시라가 서종오의 등짝을 풀 파워로 후려쳤다.
고등학교 시절 배구부 활동을 했던 최시라였기에 그 위력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덕분에 서종오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닿지 않는 등을 향해 손을 마구 보낼 뿐이었다.
“그나저나, 오늘 와선 안 되는 사람들이 입구 쪽에서 기웃거리고 있더라구요. 고모는 아시죠?”
윤기에 말에 최시라가 다시 자신의 남편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았다.
“고모부, 누누이 말씀드리는데, 쓸데없는 일 하지 마세요. 저는 사촌 동생들을 차별대우하고 싶지 않거든요. 아니, 친하게 지낼 사람이 따로 있지, 라인 타는 실력이 참 예술이시네요.”
이 말에 기겁을 한 것은 서종오가 아니라 오히려 최시라였다.
“윤기야! 앞으로는 절대 그, 그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이어지는 등짝 스매싱.
“크헉! 커헉! 악! 여, 여보! 크헉! 제발, 그! 커헉! 그만!”
한 번이 아니라 연타로 이어지는 등짝 스매싱은 주변에 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마치 팡팡 디스코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도 구경해 볼까요?”
최시라와 서종오를 제외하면, 아직 자리에 남아 있는 건 최기현과 최철호, 박연지와 최정아.
이들은 모두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
“그래, 우리 정아!”
윤기는 이제 7살인 정아에게 목말을 태워 주었고, 이에 신난 정아는 헤헤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오늘은 우리 정아가 가자는 대로 갈게. 어디로 갈까?”
“저기!”
한쪽을 가리키는 정아의 손가락.
“자, 정아 공주님. 비행기가 이륙합니다~~~!”
정아를 목말 태운 채로 뛰어가는 윤기의 모습.
사이 좋은 남매를 바라보는 부모와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따뜻한 미소가 번지다 못해 넘치고 있었다.
* * *
JSD의 앞에서는 한국 영화 2,500원, 외국 영화 3,000원을 거론했지만, MEV는 그것보다 요금을 1,000원 더 올려 받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왜냐하면, 시설이 너무 쩔어 줬으니까.
그냥 영화만 보러 갈 생각을 해야 하는 여타 극장과 달리, MEV 안에는 다 있었다.
영화관, 오락실, 팬시점, 여기에 식당과 사진관과 서점까지.
데이트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MEV에만 오면 전부 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딱히 불만 없이 표를 구매했고, 입장할 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한일보를 건네받았다.
마치 ‘이걸 왜 주는 거지?’라고 생각하는 듯한 모습.
하지만, 자리에 앉고 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대한늬우스를 안 틀어도 되는 거야?]대한늬우스 관련한 사항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렇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이따가 영화관 주인 안기부 가겠네’라고 킥킥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일부 관객들의 생각.
관객들 대부분은 그야말로 대만족을 했다.
[대한늬우스를 안 봐도 되는구나!!]상식적으로 놀러 왔는데 대한늬우스를 보는 게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물론, 60년대라면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었다.
대한늬우스 같은 영상이라도 신기한 세대였으니까.
하지만 80년대 중반을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텔레비전은 더는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었기에 대한늬우스는 ‘아, 짜증 나’라는 생각을 유발하는 영상일 뿐이었다.
심지어 오늘 상영되는 영화는 무려 ‘터미네이터’.
원래 제작비의 5배를 추가로 쓸어 넣은 결과, 영화의 퀄리티는 물론이고 개봉 시기까지 앞당겨질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한늬우스의 삭제!
지금까지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최고 수준의 외국 영화!
영화를 보고 나서 즐길 다양한 시설!
MEV는 개점일 이후 사람이 점점 늘어나더니, 5일 차가 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폭발’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MEV의 규모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으니까.
2010년대를 기준으로 해도 전국 영화관 규모 최상위권에 안착할 수 있을 만한 수준.
이러한 규모의 공사가 빨리 이루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윤기가 미리 땅을 선점해두었던 것과 대부분이 단층공사였던 덕분이었다.
마치 놀이공원 같은 배치.
덕분에 사람이 늘어났음에도 시설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각 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돈을 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진다고 해서 무전취식 같은 게 일어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와! 진짜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를 볼 수 있다니!”
영화 관람을 마친 류근태의 탄성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에요. 정말……, 조만간 또 봐야겠어요. 밤에 전세 내서 같이 볼래요? 류 비서의 가족들도 데리고 말이죠.”
“저야 환영입니다!”
좋아하는 류근태를 바라보던 윤기가 조금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번에 류 비서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에이, 가족 모임에 저 같은 녀석이 끼어서 쓰겠습니까. 그날은 회장님 일가의 모임으로 끝나는 게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류 비서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동으로 폭발하는 듯한 류근태의 표정.
하지만, 그래도 류근태는 고개를 저었다.
“저를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자리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서로서로 배려하는 훈훈한 군신 관계.
윤기는 류근태의 어깨를 두드려 준 후, 자리를 떠나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윤기가 자리를 잡은 것은 다름 아닌 서재.
이미 서재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상 그룹의 회장 강석호가 자리에서 일어났고, 윤기는 그런 강석호에게 미소로 화답하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가 무언가 일을 할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오는 동안 흥분이 되더군요.”
이러한 강석호의 말에 화답하듯 윤기가 환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정말 어려운 지시를 할 생각이에요.”
“무엇입니까? 무엇이든지 할 자신이 있습니다.”
윤기는 미소를 더욱 짙게 만들며 입을 열었다.
“JD의 심기를 거스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