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적의 적 (1)
“살아생전에 이런 호사를 누릴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구나.”
캘리포니아의 다소 따가운 햇볕.
하지만, 그 햇볕은 고용인들이 최기현에게 발라 준 썬 오일에 의해 부드럽게 바뀌었다.
“그러니까 오래 사세요. 이런 호사는 오래 살면서 누려야 가치가 있는 거잖아요?”
거스터에게 선물한 캘리포니아의 대저택.
그곳에서 최기현과 윤기가 풀장에 해변 의자를 두고 눕듯이 앉아 계절과 무관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를 보장하는 캘리포니아의 피서 최적화 기후.
덕분에 최기현은 즐거운 마음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풀장에서 헤엄치고 있는 자신의 핏줄들을 바라보았다.
[꺄하하하하하!] [누나, 가만 안 둬!] [얘들아, 너무 가운데로는 가면 안 돼!]시간에 여유가 있는 최씨 일가를 죄다 데리고 온 대저택 피서.
심지어 전용기를 대여해서 캘리포니아까지 날아왔기 때문에, 윤기의 친척들은 그야말로 ‘돈의 힘’이 무엇인지 전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삼우 그룹의 힘으로는 이러한 호사가 절대적으로 불가능했겠지.”
최기현은 쓴웃음을 지으면서도 파인애플과 탄산이 톡톡 튀는 칵테일을 빨대로 가볍게 빨아들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삼우니까 이러한 호사가 가능했던 거죠.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제가 이런 행보를 하는 게 불가능했을 테니까요.”
“녀석, 말만이라도 고맙구나.”
최기현은 촉촉해진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핏줄 중에서도 최고의 복덩이.
어렸을 때부터 떡잎은 알아봤었지만, 이 정도까지 가문을 번성시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저는 세계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게 꿈이에요.]어릴 때, 윤기가 자신에게 했던 말.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손주의 선언을 체감할수록 최기현은 윤기에게 자신의 꿈을 이입했다.
‘그래, 예전에도 윤기 녀석에게 말했지만, 삼우가 중요한 게 아니야. 가문이 중요한 거지.’
다소 성장이 지지부진한 삼우는 더 이상 걱정조차 되지 않았다.
윤기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할아버지, 미국으로 피서 한번 가시죠?]1984년의 늦가을.
예전이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피서를 즐길 수 있는 것도 전부 손자인 윤기를 믿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다면 오랫동안 윤기 녀석의 행보를 보고 싶구나.’
최기현이 조금은 아쉬움이 담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도도도도 하는 소리가 둘의 근처에서 들려왔다.
“오빠아-!”
윤기의 동생 정아의 목소리.
정아는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윤기의 옆을 비집고 들어와 윤기의 팔을 붙잡았다.
“다른 애들이랑 안 놀아도 괜찮아?”
윤기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서는 정아가 편히 앉을 공간을 만들어 주었지만, 정아는 오히려 떨어지기 싫다는 듯 윤기에게 조금 더 달라붙었다.
“오빠랑 있는 게 더 좋아!”
그야말로, 듣기 좋은 소리.
윤기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정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정아는 그런 윤기의 손길이 기분 좋은 듯 더욱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손녀를 뺏긴 기분이라니까?”
약간 아쉬우면서도 진한 미소를 짓는 최기현의 말에 윤기가 쓴웃음을 지었다.
“정아야, 할아버지한테 갈래?”
“싫어!”
단호하게 거절하는 정아의 말에 솔직히 데미지가 없을 수는 없는 노릇.
최기현이 ‘윽’ 하는 소리와 함께 조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윤기가 빠르게 말문을 열었다.
“정아는 할아버지가 싫어?”
“아니, 좋아! 오빠 다음다음으로 좋아!”
그래도 내년이면 국민학생이 되기 때문에 이제 말을 꽤 잘하는 정아의 모습.
하지만, 정아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귀여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고 있는 듯, 일부러 4~5살 정도 되는 아이처럼 천진하게 굴었다.
“다음다음……? 두 번째는 누구지?”
할아버지의 말에 정아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엄마!”
“그럼, 네 번째는?”
“아빠!”
“으음, 윤기야. 네 애비가 좀 슬퍼하겠다.”
“그럼, 제가 아버지를 제일 좋아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야말로 공평한 처사였지만, 불공평을 느낀 사람도 있을 수밖에 없다.
“으아아아아아앙!”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대성통곡을 하는 정아의 모습.
그러자 윤기는 조금 당황한 모습을 보이며 황급히 정아를 향해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오빠는 정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그러자 정아는 순식간에 울음을 그치고는 약간 의심스럽다는 표정과 함께 윤기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러엄.”
다시 윤기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정아는 자신이 언제 울었냐는 듯 헤헤거리며 웃었다.
분명 눈물이 흘렀고, 눈물 자국이 있었음에도 순식간에 바뀌는 페이스는, 천하의 윤기라 할지라도 조금 놀랄 정도였다.
‘정아, 나중에 연예인 하면 장난 아니겠는데? 아역 배우 쪽으로 밀어 볼까?’
그렇지 않아도 넷째 작은아버지가 연예기획사를 경영 중이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윤기였다.
“남매끼리 사이가 그렇게 좋은 것을 보니, 나중이 걱정되는구만. 우리 정아는 오빠가 나중에 결혼하면 어떻게 하려나?”
짐짓 장난기를 섞은 할아버지의 말에 정아는 강하게 고개를 도리질쳤다.
“아니야! 내가 오빠랑 결혼할 거야!”
여동생들이 어린 시절에 오빠들을 향해 한 번쯤은 하곤 하는 말.
하지만 최기현은 장난기가 조금 발동한 듯, 한발 더 나아갔다.
“메릴 언니가 윤기랑 결혼할 건데도?”
순간 정아의 얼굴에 굉장한 고심이 어렸다.
메릴.
메릴은 정아를 그야말로 끔찍하게 아꼈다.
비록 한국에 온 시간의 대부분을 윤기랑 보내기는 하지만, 정아와 시간을 보낼 기회가 생기면 그야말로 자신의 동생, 아니 딸처럼 대하는 수준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정아는 굉장한 혼란에 빠졌다.
“우리 정아, 메릴 언니가 슬퍼하면 좋겠어?”
최기현의 막타.
덕분에 정아는 정말로 울음을 터뜨렸다.
“우와아아아아앙!!”
그야말로 대성통곡.
이번에는 연기가 아니라는 것이 진짜로 느껴졌기에,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박연지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제는 거의 40대가 다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흰색 비키니를 입은 박연지의 모습.
비치 샌들 소리를 타다다닥 내며 달려온 박연지는 황급히 정아를 안았다.
“아버님, 또 정아 놀리셨죠?”
한숨을 내쉬며 흘겨보는 며느리의 시선에 최기현은 선글라스 너머로 시선을 조금 돌렸다.
“아니, 그게……. 음……, 재밌잖냐.”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러다가 아버님이 4등 된다구요.”
“에이, 설마…….”
“보여 드려요? 정아야, 할아버지가 몇 번째로 좋아?”
울고 있던 와중에도 엄마의 말에 정아는 할아버지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 [할아버지가 제일 싫어!!]“커헉!”
최기현은 그야말로 피를 토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지만, 연지는 정아를 안고는 저택 안에 총총걸음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길래 적당히 하시지 그러셨어요.”
혀를 끌끌 차는 손자의 모습에, 최기현은 양손 검지를 서로 맞대고는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니……, 나이 먹으니까 이런 거 말고 재미가 없는 건 너도 알 거 아니냐…….”
그럼, 내가 인정하는 각이지. 인정? 어, 인정.>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 조상님이 있다는 것을 알면, 최기현이 얼마나 좋아할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기현이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은 불가능했다.
“……뭐, 정아가 저런 걸 마음에 오래 담아 두는 애도 아니니, 저녁쯤 되면 괜찮을 거예요. 그나저나, 금산 철강 관련해서는 어떻게 됐나요?”
* * *
윤기와 최기현이 앉은 자리는 순식간에 가문의 행보를 결정하는 중요 토의장이 되었다.
주변에는 가문의 핏줄들이 가득한 상황.
하지만 윤기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유출되지 않은 가문의 상황.
그것은 최씨 가문의 사람들이 대부분 입이 무겁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입이 무겁지 않거나 위험한 자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이번 가족 여행에서 전부 배제되었다.
당연히 배제되어야 할 가족 하나와 서종오.
첫째 고모인 최시라는 남편이 자신의 오빠를 욕했다는 사실을 듣고는 윤기의 차별 대우를 인정했고, 자신과 자식이라도 한 발 걸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다른 최씨 가문 사람들이야, 말할 것도 없이 윤기의 이런 화끈한 대우에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고 있었다.
덕분에 이런 곳에서 대화를 나누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이다.
물론, 애초에 가까운 곳으로 접근하는 사람도 전혀 없고 말이다.
“JD가 말하길, 금산 철강의 오정수 회장이 꽤 불만을 터뜨렸다고 하더라. 신상 철강만큼은 꼭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다나? 하지만, JSD의 요청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우리 쪽으로 다 돌렸다고 하더라고.”
“다른 것도 아니고, 콕 집어서 신상 철강을요?”
“그래. 애초에 금산 철강도 철강 회사잖아. 그러니까 철강을 달라고 한 것 아닐까?”
“흐음…….”
윤기는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이번에 우리가 인수한 계열사는 10개. 그중에서 철강 회사가 철강 회사를 달라고 떼를 쓴다? 단순히 몸집 불리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딱히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추가적인 근거는 없었다.
“금산 철강이 다른 목적이 있다면 분명 새로운 태도를 취하겠죠. 잠시 관망하고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지 각이 잡힐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렇긴 하구나. 그나저나, 이번에 터미네이터로 벌어들인 수익이 얼마냐? 장난 아니라고 듣기는 했는데.”
터미네이터 1은 한국에서만 120만 관객을 동원했고, 월드 박스오피스로는 현재 2억 달러를 넘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원래대로라면 8천만 달러를 벌었어야 할 터미네이터 1.
하지만, 윤기의 2,500만 달러 투자로 수익금은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는 대략 2억5천만 달러.
영화는 극장과 배급사가 수익을 대략 반으로 나누고, 거기에서 제작비를 제한 뒤, 투자자들이 60퍼센트를 가져간다.
투자자들 중에서 윤기의 지분은 70퍼센트.
따라서, 윤기는 터미네이터 1로 대략 4천만 달러를 벌었다.
“한화로 330억 정도 번 것 같아요.”
“히야……, 대단하구만. 영화 하나로?”
“한국은 배급사가 와이케이라서 실질 수익은 조금 더 높지만, 월드 박스오피스에 비하면 푼돈이라서 계산에서 제외한 거예요.”
“하긴, 아직 한국 관객은 그리 많지 않으니까. 근데 진짜 외국은 영화 시장이 크구만. 네가 다른 영화들도 투자했다고 하니, 그것들이 가져올 수익도 장난 아니겠지?”
기대가 가득한 최기현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지금도 할리우드에 계속 투자하고 있어요.”
소수의 사람이지만, 서서히 윤기를 ‘투자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제작자들까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오죽하면, 자기들 영화에 제발 투자해달라며 찾아오는 제작자들까지 생기는 형국이었다.
윤기가 투자하는 영화는 성공한다는 미신 아닌 미신이 생겼으니까.
“그리고 보니, 대한일보 판매량은 어때요?”
윤기의 말을 들은 최기현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 * *
MEV의 대한일보 판매량은 월 100만 부를 확실하게 넘고 있었다.
20개의 대형 스크린.
덕분에 서울에 있는 나머지 10개의 개봉관은 그야말로 환장할 지경이었다.
1980년대에 서울에 있던 영화 개봉관은 10개.
이들의 스크린을 합쳐도 30개가 넘지 못했다.
그런데 MEV에 있는 스크린만 20개인 데다가, 자체적인 쇼핑 환경도 갖추었기 때문에 관객들 대부분이 MEV로 몰리고 있는 형국이었다.
개봉관의 주인들이 대책을 세우려고 모이는 것은 당연한 상황.
그런데, 이들의 모임에 금산 철강의 회장, 오정수가 포함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