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코리안 할리우드 (3)
“쿨럭!”
오정수는 사레가 들려, 자신도 모르게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쿨럭!”
한 번 들린 사레는 쉬이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오정수는 MC가 가져온 물을 두 컵이나 연거푸 마시고 나서야 겨우 기침을 멈추었다.
물론 눈과 코로 눈물과 콧물이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녹방이었다면 편집이라도 했겠지만, 생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은 전 국민에게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게다가 방송 시간도 골든타임인 8시.
오정수는 속으로 쌍욕을 하면서도 손수건 너머로 표정 관리를 하려 애쓰며 잠시 뒤, 손수건을 내렸다.
“크흠! 죄송합니다. 갑자기 사레가 들려서…….”
“자, 오정수 회장님도 안정된 것 같습니다. 최윤기 군, 혹시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신가요?”
MC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없습니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정수가 마이크를 잡을 차례가 되었다.
‘젠장, 애매하군.’
방금 윤기가 한 말은 ‘각하의 잘못이냐’라고 물은 것.
여기서 뭐라고 답을 하든지 간에 함정을 밟는 상황이라, 오정수는 피가 마르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곁눈질을 통해 페이퍼를 바라보아도 이러한 물음에 대한 예상 답변은 없었고, 이는 비서진들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천하의 쓸모없는 놈들!’
결국, 오정수는 자신의 능력껏 토론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했다.
“각하께서 판단을 잘못 내리셨다는 발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각하께서는 평등한 기회를 주신 것이지요.”
나름대로 잘 갈무리했다는 생각에 만족한 오정수의 표정이 조금 풀어지며,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평등한 기회를 토대로 국가에 위기를 가져다주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와이케이 백화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당연히 고가의 외제품입니다. 이러한 외제품이 하나 팔릴 때마다 밖으로 유출되는 외화의 양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이에 대한 최윤기 군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MC의 자연스러운 진행으로 다시 윤기의 차례가 되었다.
“그러니까, ‘외화 유출이 와이케이 백화점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것이지요?”
비록 토론이라고는 하지만, 윤기가 물었기 때문에 오정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묻겠습니다.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요?”
“예?”
예상치 못한 질문에 오정수는 다소 당황했다.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들이 누구일지 물었습니다.”
“그거야……, 돈…… 있는 사람들 아닐까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니 솔직한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윤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네, 맞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 그렇다면 와이케이 백화점의 외화 유출이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돈이 있는 사람들이 평상시에 국산품을 애용해 왔다는 전제가 필요하겠군요?”
윤기는 일부러 의문문으로 말을 끝냈고, 오정수는 바로 덫에 걸려들었다.
“바로 그것입니다! 와이케이 백화점이 아니었으면 그들의 돈이 한국에 풀렸겠지요.”
“그렇군요.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순순히 인정하는 윤기의 태도에 오정수는 무언가 불길함을 느꼈지만, 뭐라 말하기도 전에 윤기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드리는 질문입니다만, 오정수 회장님과 가족들은 평소 국산품을 애용하십니까?”
절대 아니라고 답해서는 안 되는 질문.
그렇기에 오정수는 짐짓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그래야만 하지요. 그게 애국 아니겠습니까?”
패널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오정수의 모습에 패널 참가자들이 ‘오오’ 하는 소리로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하지만, 윤기는 그러한 추임새를 단번에 깨부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우리 와이케이 백화점에는 오정수 회장님을 비롯한 회장님 일가의 소비를 기록해 놓은 문건이 있습니다. 동의하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회장님 일가의 대 와이케이 백화점 소비를 국민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데 어떠신가요?”
“컥!”
순간, 오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켰다.
아예 토론 전부터 ‘대 오정수’ 발언을 준비해 온 와이케이의 모습.
정말, 상상도 못 한 질문이었기에 오정수는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불안에 떨었다.
‘어쩌지? 어떻게 하면 좋지?’
이러한 불안에 휩싸인 모습은 당연히 TV를 통해 중계되었고, TV를 보던 국민들은 화면에 초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정수는 시원한 답변을 기대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그건……, 개인의 프라이버시이기 때문에…….”
“어째서죠? 공개하신다면 국산품을 애용하는 오정수 회장님의 멋진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실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에……, 그건…….”
결국, 오정수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방법을 택했다.
“쿨럭! 쿨럭! 쿨럭! 쿨럭!”
짐짓 사레에 들린 척, 다시 말을 중단한 오정수는 느릿느릿하게 한숨까지 쉬어 가며 분위기를 뭉갰다.
하지만, 오정수의 계획은 반만 성공했다.
상대가 화제를 바꿔주기를 원했지만, 윤기는 조용히 기다리기만 했으니까.
‘젠장, 어쩔 수 없지.’
오정수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국산 기업들은 너무나도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국산품을 이용해 주어야 살아날 텐데, 덮어 두고 외제품만 이용하고 있으니 산업이 살아날 리가 없지요. 기업이 살아야 국민이 산다. 이것이야말로 낙수효과가 아니겠습니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하다 보니, 2010년대에나 나올 법한 용어가 오정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오정수 회장님의 말씀을 정리하자면, 국산품 애용 운동은 국내 기업을 활성화시킨다는 말씀이시군요?”
“예, 바로 그겁니다!”
화제가 전환되었다는 생각에 오정수의 얼굴이 밝아졌지만, 애초에 화제가 변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 부분도 이상하군요. 국민이 국산품을 애용하면, 국내 기업이 활성화된다? 이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겁니까?”
이번에는 오정수도 자신이 있었다.
“단순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국내 기업이 살아나면, 당연히 국내 기업은 양질의 제품을 출시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국민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겠지요.”
“그렇다면, 그 예시를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예?”
다시금 지어지는 오정수의 뜨악한 표정. 하지만 윤기는 멈추지 않았다.
“예시를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이 국산품을 애용하면 해당 기업이 양질의 제품을 만든다. 당연히 예시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 그, 그건 아직 우리 국민들이…….”
윤기는 일부러 오정수의 말을 끊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산품을 애용하지 않는 나쁜 국민들이다?”
“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습니까?!”
깜짝 놀라 외치는 오정수를 향해 윤기가 짐짓 순수한 표정과 함께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시지 않았습니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국산품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이죠. 제 말이 틀렸습니까?”
“그, 그건…….”
빼도 박도 못한 외통수에 걸린 오정수에게, 퇴로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국산품 애용은 오히려 기업의 불성실을 가져옵니다. 당장 스크린쿼터를 생각해 보십시오.”
윤기는 1920년대의 국산품 애용 운동을 거론할까 하다가, 이것이 자칫 JD의 심기를 거스를 우려가 있기에 일부러 스크린쿼터를 예로 들었다.
국산품 애용 운동 자체를 비판하게 될 경우, 때에 따라 JD의 심기를 거스를 가능성이 생긴다.
하지만 P가 만든 스크린쿼터를 비판한다면, 이를 폐지한 JD를 간접적으로 칭찬하는 효과를 가져오기에 이는 윤기에게 있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이었다.
“스크린쿼터를 통해 만들어진 국산 영화들의 수준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게 영화라는 호칭에 어울리는 수준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각하께서 선구안을 가지고 스크린쿼터를 폐지해 주신 이후로, 우리 MEV가 만든 설록 옹주야말로 영화라는 이름을 달기 아깝지 않을 것입니다.”
JD을 향한 우호적인 발언, 설록 옹주를 향한 직접적인 광고, 반박하는 순간 JD를 욕하는 것이 되게 만들기.
그야말로 일석삼조의 발언에 오정수는 그야말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실제로 오정수 사단이 만든 영화는 그야말로 불쏘시개 수준.
결국, 오정수는 토론 시간 내내 윤기에게 시종일관 얻어맞으며 토론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돈이 많다는 것은 결코 지식적으로 뛰어난 게 아닌데 이를 착각하는 부자들이 너무나 많단 말이야?’
토론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리무진에서 윤기는 잠시 생각했다.
노가다 시절.
돈이 있는 사람의 말이라면 공신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정말로 멍청한 일이었다.
그저 돈 때문에 신뢰성이 느껴지는 착각.
실제로 오늘 오정수와 토론을 하면서 돈이 가져다주는 허상이 얼마나 큰지 새삼 또 느끼게 되었다.
‘어쨌거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확실히 성공했어.’
사실, 이러한 토론은 몇 달 전에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때가 무르익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몇 달 전에 이러한 토론을 했다면 토론 자체가 주목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금은 MEV와 와이케이, 그리고 설록 옹주에 엄청난 국민적 관심이 갖춰져 있는 상황에서 오정수가 추태를 보였다.
당연히 수백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TV를 봤을 것이고, 자신이 오정수를 말로 후드려 패는 모습이 똑똑하게 각인되었을 터.
실제로 다음 날, 오정수가 지금까지 돈을 쏟아부으면서 시행했던 모든 흑색선전이 실패로 돌아갔고, 오히려 와이케이의 위상이 예전 그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좋아, 그러면 이제 마지막 단계를 시행할 때네.’
서재의 아침.
매실 하나를 입안에 넣은 윤기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지어졌다.
진짜, 그거 왜 먹는지 모르겠다니까…….>
* * *
사실 윤기가 마음만 먹었으면 진작에 오정수를 처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이유가 있었기에 오정수를 즉각 처단하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오정수의 ‘드러난 배경’이 너무 볼품없었다는 것.
금산 철강이라는 배경은 와이케이에 도전하기 너무나 작은 회사였다.
그렇다면 왜 도전하는 걸까?
최철준과 대화할 때도 약간은 거론이 되었지만, 윤기는 오정수의 진짜 배경을 알고 싶었다.
하지만, 오정수가 자신의 배경을 쉽게 드러낼 리가 없으니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윤기는 오정수의 행동을 기다렸다.
상대가 무언가 행동을 한다면 판단의 근거 역시 마련될 테니까.
이러한 방침 덕분에 오히려 윤기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카운터란 자고로 리스크가 큰 만큼 이득도 큰 법.
만약 오정수를 초반에 처단했다면?
MEV가 이 정도로 조명을 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당장 MEV 2호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입안 중이었고, 경기권에는 MEV의 지점으로 들어오고 싶다는 극장 주인들이 나타나고 있을 정도로의 MEV 광풍.
더불어서 설록 옹주에 이은 두 번째 한국 영화도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을 터뜨리면서 MEV에 들어오고자 하는 감독들의 문의가 빗발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과육을 모두 맛본 윤기가 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과실의 씨앗을 버리는 일이었다.
만약 쓸 만한 씨앗이라면 자신의 품이라는 밭에 심겠지.
하지만 감히 자신을 공격해 온 씨앗이었기에 윤기는 가차 없이 소각장에 버리는 길을 택했다.
“아, 메이슨 국장님? 다른 게 아니라, 출처 불명의 자금을 쓰고 있는 인물이 있어서 그런데, 혹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