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자금의 출처 (1)
당연한 말이지만, CIA는 각 나라에 지부가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윤기의 호출에 지부장이 출석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메이슨은 몸소 한국으로 입국해서는 윤기의 집에 찾아왔다.
“오랜만입니다.”
지난번의 일 때문인지 메이슨은 상당히 호의적인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칫하다간 거스터에게 불호령을 받을 수도 있었던 사건.
하지만, 윤기는 오히려 메이슨을 보듬어 주었고, 메이슨은 그 일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 경건한 자세로 윤기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러게요. 되게 바쁘신 분이라 다른 분을 보내실 줄 알았는데, 직접 오실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이거, 조금 감동해도 되는 부분인가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저야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씨익 웃는 메이슨의 턱에는 면도한 지 조금 시간이 지난 건지, 자라다 만 수염들이 몇 가닥 나 있었지만, 오히려 윤기는 그 점을 높이 샀다.
최대한 빨리 이곳에 왔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제가 국장님에게 전화를 드린 건, 유선으로 말씀드린 것처럼 출처 불명의 자금을 쓰고 있는 인물이 있어서예요.”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만, 저희 CIA가 아니라 안기부에 연락하시는 것이 더 빠르고 확실하지 않았을까요? 이런 말을 하기는 뭣하지만, 현재 한국의 안기부는 그 수단에 있어서 CIA보다 더 가리지 않기 때문에, 효과는 더욱 탁월할 겁니다.”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 생각을 하긴 했었죠. 그런데, 느낌상 출처 불명의 자금이 한국의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더라구요.”
“외국계 자본이라는 말씀이신가요?”
다시 고개를 끄덕이는 윤기.
“네. 한국계 자본이면 100퍼센트 안기부가 냄새를 맡았을 거예요. 왜냐하면, 현재 와이케이에 맞선다는 것은 여러모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 최소한 JSD 쪽에서 ‘요새 어딘가가 와이케이에 맞서고 있다’라는 언질 정도는 줬을 텐데, 이번에는 그런 것도 없구요.”
대한 그룹 때의 일을 떠올린 윤기의 말에 메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확실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
마침내 원하는 말이 나오자 윤기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금산 철강 혹은 오정수 회장이 현재 쓰고 있는 자금의 출처가 어느 쪽인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 * *
윤기의 추측은 정확했다.
금산 철강 오정수 회장의 자금줄.
아니, ‘사회적 지위를 배제한 오정수’의 자금줄은 한국계 자본이 아니었다.
애초에 와이케이보다 확실히 앞선다고 할 수 있는 기업들이 와이케이에 대적하려 한다면, 본인들이 직접 대적하거나 더 똘똘한 인물을 쓰지, 굳이 오정수를 쓸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지원을 해 주십시오. 가능성이 있습니다.”
천장의 불빛만이 약하게 퍼지고 있는 다소 어두운 봉고차 내부.
그곳에서 오정수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를 향해 연신 굽신거리고 있었다.
60대 초반 정도나 되었을까?
언뜻 보면 한국인으로 추정되지만, 확신은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의 사내.
가르마를 5 대 5로 나눈 60대 사내는 자신에게 사정하는 오정수를 향해 미간을 찡그린 모습을 보여 주었다.
“이미 충분한 지원을 해 드렸다고 생각합니다만? 분명 저희는 철강 쪽을 장악하시라고 크게 지원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지금 돈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자면……, 도대체 뭐 하자는 겁니까?”
나이와 어울리지 않는 허스키한 목소리.
하지만, 오정수는 이미 여러 번 사내를 만나 왔기 때문에, 사내의 겉모습이나 목소리에 있어선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전부 철강 장악을 위한 일이라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그게 왜 철강 사업을 위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단 얘기입니다.”
MEV를 방해하기 위해 한국 영화계와 극장에 돈을 쓸어 넣는 행위.
그 행위가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인지, 사내는 진심으로 의아함을 품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오정수에게 자율권을 주었지만, 이제는 오정수라는 패를 버려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말이다.
“와이케이는 아주 똑똑한 녀석들입니다. 그 녀석들이 계열사 10개를 가져갔다는 것은 그 10개와 관련된 사업에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그것을 토대로 추론하면, 제가 다음번에 철강 회사를 접수할 일이 생긴다 하더라도 와이케이가 또다시 빼앗아갈 것입니다.”
틀렸지만, 어느 정도의 합리성은 가진 추론이었기에, 사내는 오정수의 말에 조금 더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시려고 하는 겁니까?”
“처음에는 와이케이의 브랜드 가치를 안 좋게 만들어서 추후 ‘부실기업 관리’ 때 와이케이가 추가 불하받지 못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여론 인식이 너무나 안 좋은 기업이라면, JD도 쉽게 기업을 불하해 주진 못할 테니까요.”
“근데 처음은 지나간 것 같습니다만?”
오정수는 침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한국 영화계가 이리도 능력이 없을 줄은……. 그래서 조만간 개봉될 외화에 승부수를 걸어보려고 합니다. 외화를 통해 여론의 관심을 이쪽으로 다시 돌리고, 다시 흑색선전을 하는 거지요.”
“또 말입니까?”
“또 해야 의미가 있는 겁니다.”
오정수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거지요.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지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게 그냥 놔두라고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철강 분야 하나쯤은 와이케이도 포기하게 되겠지요.”
합리성은 있었지만, 그 밀도가 낮았다.
하지만, 사내는 이러한 오정수라도 믿어야 한다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정말 낙관적인 발상이군요. 분명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낮지도 않은 것 같기는 합니다만…….”
만약, 이곳이 사내의 홈그라운드였다면 이런 애매한 패에 배팅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사내 입장에서 완벽한 어웨이그라운드.
그렇기에, 사내는 오정수에게 다시 한번 걸어볼 수밖에 없었다.
이유가 어쨌든, 오정수만 한 인물을 다시 포섭하는 것은 지금까지 쓴 것 이상의 시간과 돈이 필요한 작업이었으니까.
“두 달 드리겠습니다. 만약, 두 달 안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살벌한 눈빛으로 변한 사내의 모습에 오정수가 소름을 느끼며 고개를 황급히 끄덕였다.
“무, 물론입니다. 저도 허투루 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살짝 떨리기까지 하는 목소리.
오정수 역시 이들이 어떤 자들인지 알기에 나름대로 목숨을 걸고 일하는 중이긴 했다.
단지, 전략을 잘못 세웠을 뿐.
“좋아요. 그럼, 다시 잘해 봅시다.”
사내는 오정수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오정수는 그런 사내의 손을 맞잡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정수의 대답을 들은 사내는 자신의 옆좌석의 시트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시트 안쪽에 빼곡히 들어가 있는 돈다발이 오정수를 놀라게 했다.
차량의 내부를 개조해서 안에 돈을 가득 채운 개조 차량.
차의 크기를 생각해 본다면, 그 돈의 액수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이들이 시킨 일만 열심히 하면 억만장자가 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 수 있어……!’
JD에게 쾌척한 돈만 수십억이고, 외화 수입과 한국 영화계에 쓴 돈까지 합치면 수백억이 가볍게 넘어갔지만, 아직도 이들의 자본력은 여유롭다 못해 한가롭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명심하세요. 두 달입니다.”
사내는 말을 끝으로 차에서 내렸고, 오정수는 스스로 운전대를 잡았다.
하지만, 이들은 몰랐다.
이들이 차 안에 있을 때, 근처에서 ‘찰칵’ 하는 묘한 소리가 났다는 사실을.
* * *
“아니, 뭐야?!”
집무실에서 벌떡 일어나는 JD의 모습.
어찌나 놀랐는지, 의자가 뒤로 넘어갔지만 신경조차 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충격적이지만 사실입니다. 금산 철강의 오정수 회장이 중국의 대남 정보부 부장인 ‘류쳔’과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되었습니다.”
“어디서 들은 정보야, 빨리 말해!”
일부 사람들은 2000년대 이전의 중국이 국제적으로 조용히 지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대외적으로, 국제적으로 발언을 하는 것만 따져서 활동량을 판단해선 안 된다.
중국이 한국의 조선소 인재들을 빼가는 것이 정말 2010년대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을까?
아니다.
애초에 중국이란 나라는 중국이라는 이름을 달기 전부터 한반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행사하려고 해 왔다.
당장 1950년대에 중공군의 참전만 봐도 알 수 있는 일.
그런 만큼, 이 시기에도 ‘들키지 않았거나’, ‘국가기밀이라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뿐’이지, 스파이 활동은 아주 활발했다.
당장 한국이라고 해서 다른 나라에 스파이를 안 보낼 이유가 있을까?
“제가 안기부를 통해 CIA에게서 직접 받은 정보입니다. CIA가 중국 스파이 관련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가 한국으로 막대한 금액이 흘러 들어간 것을 포착했고, 최근 오정수 회장과 금산 철강의 재화 지출에서 낌새를 느꼈다고 합니다. 기존 금산 철강의 규모를 생각하면 둘 사이의 관계성, 그리고 정보의 신뢰성은 상당히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CIA가 오정수 회장을 굳이 모함할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최근 JD는 오정수 회장이 성금을 많이 낸다는 이유만으로도 편애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중국의 고정간첩이었다니.
JD의 얼굴은 시뻘게져서, 그야말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오죽하면 빨갛게 변한 머리가 문어 모양 비엔나소시지 같아졌을까.
“CIA가 아닌 네 생각은 어떻지?”
“아직 압수 수색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오정수 회장이 쓴 돈을 생각하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습니다. 각하의 재단에 성금을 낸 것까지는 그래도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인데, 최근에 엄청난 금액을 사용했더군요.”
“어디다?”
JD는 화를 꾹꾹 눌러 참느라 최대한 간단하게만 말하고 있었다.
더불어서 JSD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기에, 최대한 JD가 정상적인 상황에서 보고를 받을 수 있게끔 성량을 유지하며 말을 이었다.
“국내 영화계와 극장, 그리고 외화 수입에 쓴 금액을 모두 추정하면 수백억이 가볍게 넘는다는 CIA의 정보입니다. 혹시 몰라서 미국에 주재하는 안기부 요원들에게 확인하라고 지시한 결과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관련 배급 계약에 오정수가 많이 끼어 있더군요.”
“이런 빌어먹을 새끼들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발을 들이밀어? 그리고 금산 철강의 그 개새끼는 감히 중국놈들한테 붙어먹어서 나라를 팔아먹으려고 했다는 거지?”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이런, 씨X!”
진노한 JD가 집무실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하고 내리쳤다.
그러자 꽤 큰 소음과 진동이 집무실을 지배했고, 이것을 시작으로 JD는 집무실의 모든 물건을 발로 차거나 던짐으로써 간신히 분을 삭였다.
“야!”
하지만 완전히 삭여진 것이 아니기에, JSD를 향해 내려진 첫 마디는 다름 아닌 한 글자였다.
“예!”
전혀 개의치 않고 부복하는 JSD의 모습.
그에 걸맞게, JD는 가장 확실한 명령을 내렸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외국에 영합한 부유층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JSD의 손에 넘겨졌다.
* * *
‘드디어 반격의 시작이구나!’
외화 간판이 걸려 있는 극장의 모습을 보며 오정수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벽 동안 10개의 극장을 모두 돌아다닌 결과 상태는 전부 양호.
이제 10시부터 10개의 극장이 모두 이 외화를 개봉하기 시작한다면 능히 MEV에 위협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오정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회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런 영화를 가져오시다뇨.”
옆에서 손을 비비는 김판석의 태도는 그야말로 아첨꾼이 따로 없었지만, 오정수는 그런 김판석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다 김 사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협조 덕분이지. 앞으로 괜찮은 외화만 공급해 줄 테니까 나만 믿고 상영해!”
어느새 반말을 하는 오정수였지만, 김판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더더욱 손을 비볐다.
“어유, 물론이죠. 저뿐만 아니라, 저희는 모두 회장님을 따를 겁니다. 한국 영화는 죄다 쓰레기예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토불이 같은 표현을 썼었지만, 이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돈이 되는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는 사실에, 김판석의 머릿속 동산에는 그저 꽃이 잔뜩 만개하기 시작했을 뿐이었다.
더불어서 머릿속 동산에 꽃이 핀 것은 오정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좋은 영화들에 재투자하지 않았다니. 와이케이도 투자력이 뭔가 이상한 거 같다니까?’
가져온 외화를 극장 주인들끼리 먼저 관람해 본 결과, 그야말로 끝내줬다.
전직 미군 특수부대원이 테러범들을 화끈하게 진압하는 영화.
나이를 먹은 자신이 봐도 재밌는데, 젊은 사람들은 오죽할까.
그렇기에 오정수는 더더욱 자신감을 가졌다.
‘이번 외화 성적을 토대로 더 많은 활동 자금을 달라고 요청해야겠어. 이왕 이렇게 된 거, MEV를 좀 더 확실하게 괴롭히는 것도 괜찮잖아?’
그야말로 장밋빛 미래를 꿈꾸던 오정수의 귓가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쇳덩어리를 바닥에 질질 끄는 듯한 소리.
그렇기에 오정수는 소리의 근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응……? 어……? 뭐, 뭐야?”
당황한 오정수의 말에 김판석 역시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으헉!”
덩달아 비명을 지르는 김판석.
둘의 눈에 보인 것은 다름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