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자금의 출처 (2)
[[[다 때려 부숴!!!]]]선두에 선 30대 후반 ‘중령’의 외침에,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오정수와 김판석이 있는 극장 향해 뛰어오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두두-!
지축을 울리는 군홧발 소리.
군인들은 손에 하나 같이 쇠파이프나 금속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었는데, 수백 명의 군인이 극장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다.
“이, 이봐요. 뭐, 뭐 하는 겁…… 크에에에엑!!”
자신의 밥줄을 때려 부순다는 소리에 없는 용기를 쥐어짠 김판석이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군인들의 군홧발이었다.
김판석을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군인들의 진로를 가로막은 덕분에 그대로 넘어져 뛰는 군인들의 군홧발에 짓밟히게 된 것이다.
이를 본 오정수가 혼비백산할 것은 당연한 일.
그렇기에 오정수는 아직도 밟히고 있는 김판석을 뒤로한 채, 황급히 자리를 이탈하려 했다.
[저기, 오정수 회장이 있다! 무조건 붙잡아!]멀리서 들려오는 소령의 외침에 오정수는 그야말로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아니, 나를 붙잡는다고? 왜?’
약 1초 동안의 사고 정지.
그리고 2초가 되었을 때, 오정수는 군인들이 자신을 왜 잡으려고 하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들켰구나!’
오정수가 자신의 차를 향해 뛰는 것과 군인들이 극장을 깨부수는 소리가 들린 것은 거의 동시였다.
귀를 향해 들려오는 살벌한 파열음, 그리고 중간중간 피처링을 해주는 김판석의 비명.
하지만, 이를 전혀 신경 쓸 수 없을 정도로 오정수는 혼비백산한 상황이었다.
“이익! 이이익!”
마치 공포영화처럼 오정수는 차 열쇠를 놓쳤고, 이 덕분에 차에 타는 것이 조금 늦어졌다.
심지어 운전석에 올라타고서도 시동을 걸 때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이로 인해 군인들이 차량을 둘러쌀 시간을 주고야 말았다.
[내려, 새끼야!]말과 함께 차 앞 유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쇠파이프.
‘깡’ 하는 소리와 함께 쇠파이프가 튕겨 나가기는 했지만, ‘으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차 앞 유리에 쩍 하고 금이 간 것 역시 눈에 보이는 현실이었다.
“으, 으아악!”
오정수는 황급히 액셀을 밟았고, 덕분에 쇠파이프로 앞 유리를 깨고 있던 군인은 가속도의 법칙에 의해 보닛 위를 굴러 차 뒤쪽으로 흐르듯 떨어져 내렸다.
부아아앙-!
매섭게 울리는 오정수의 도주 소리.
[잡아! 놓치면 다 뒈질줄 알아!!]필사적으로 도망치려는 자와 필사적으로 잡으려는 자들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 *
오정수는 살아남았다.
절대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오정수의 도피.
하지만, 오정수는 무수히 많은 군인들의 추격을 뚫고 도망치는 데 성공했고, 동시에 류쳔과 접촉하기 위해 미리 접선 장소로 향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존재하지 않는 80년대.
류쳔과의 접선 방식은 장소와 시각을 미리 지정하고, 약속 시각까지 오지 않을 경우, 다음 장소로 바꾸는 방식이었다.
어찌 보면 조잡하지만, 정부의 감시가 느슨한 인사에게는 그야말로 효율적인 방법.
그렇기에 오정수는 접선 장소로 미리 가서 며칠간 대기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인위적인 행운이 따랐기에 가능했던 일.
오정수 본인은 몰랐지만, 오정수가 탈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윤기가 휘하 인원들을 죄다 동원해서 오정수의 탈출 루트를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대놓고 개입을 한 것이 아니라, 오정수의 차가 지나간 후 갑자기 트럭이 지나간다든가 하는 식으로의 간접적인 개입이었기에, 군인들도 운이 없음을 한탄할 뿐 정황을 의심하지는 못했다.
그 결과, 한적한 교외를 달리는 오정수의 차량은 무난히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푸싯-!
갑자기 타이어에서 바람 빠지며 차량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시작.
얼마 지나지 않아 4개의 타이어 전부에서 공기가 빠져나갔고, 오정수는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만약 뒤에서 누군가가 추격을 해 오고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액셀을 유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 오정수에게 안심을 유도했다.
끼익-!
겨우 세운 차.
차에서 내린 오정수는 타이어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빌어먹을……. 여기 도로가 엉망인 모양이군.”
2010년대야, 어지간한 곳에 도로가 쫙 깔려 있는 데다가 타이어 성능도 좋기 때문에 펑크가 나는 일이 적었다.
하지만, 80년대는 비포장도로가 많은 데다가, 사실상 도로라고 이름을 부르기도 뭣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곳이 많았기에 타이어 펑크는 비일비재한 일이었다.
이 시대를 거친 사람들이 타이어 교체 방법을 괜히 잘 아는 것이 아니다.
‘어쩔 수 없지. 걸어가는 수밖에.’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여기서 접선 장소까지는 걸어서 대충 한나절 거리.
근처에 인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디 도와달라고 할 방법도 없었고, 혼자 도망을 치던 와중이었기 때문에 심부름 보낼 기사도 없었다.
남은 방법은 류쳔과 접선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뿐.
그렇기에 오정수는 짜증 가득한 표정으로 흙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 순간.
탕-!
약한 파열음과 함께 오정수의 엉덩이에 주사기 하나가 꽂혔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마취총.
물론, 용량 조절을 했기에 죽는 일은 없었지만, 오정수는 순식간에 마취되어 기절까지 해 버렸다.
부스럭부스럭.
그제야 근처 수풀에서 일어나는 저격수들.
그리고 똑같이 위장용 의상을 입은 윤기와 콜슨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 녀석은 그냥 한국 군인들한테 잡히게 놔둬도 되지 않았냐?”
콜슨의 말에 윤기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잡히면, 류쳔이 접선 장소에 나타날 이유가 사라지니까요.”
놀랍게도 윤기는 류쳔의 이름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최덕배.
윤기는 토론회에서 최덕배를 오정수와 접촉시켰고, 오정수의 뒷배가 누구인지 알아낼 것을 부탁했다.
덕분에 토론회 이후 류쳔과 오정수가 접촉할 때, 최덕배는 류쳔과 접촉할 수 있었고, 여러 가지 사항들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그렇기야 하겠네.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저 녀석을 감금? 아니면 JD나 JSD에게 넘겨줄 생각이야? 저 녀석이 우리가 잡았다는 것을 눈치 못 채게 잡아달라고 해서 저격마취총으로 잡긴 했는데, 다 이유가 있을 것 아니냐?”
윤기는 미소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오정수가 그냥 다른 재벌의 끄나풀이었다면 JSD에게 넘겼겠죠. 아니, 그 전에 JD가 이 정도로 화를 내지도 않았겠지만요.”
“중국의 스파이라서?”
“오정수는 사실상 끄나풀이지, 스파이가 아니죠. 지금 당장 제가 중국과 맞서 싸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 그렇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어요. 오정수는 다른 용도로 쓰겠지만요.”
“그럼, 방금 내가 말한 대로 JD나 JSD에게 넘겨줄 거냐?”
윤기는 진지함과 미소가 반씩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N에게 넘겨줄 생각이에요.”
* * *
윤기가 메릴과 함께 2개월을 보냈던 별장.
그곳에선 윤기와 N이 접선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부유층들이 접대를 위해 만나는 요정을 이용할 수도 있었다.
그런 곳은 이용자들이 방을 나서는 것까지도 철저하게 순번을 지키게 해서 비밀을 유지하는 곳이니까.
하지만 주차된 차량, 혹은 출입문을 통한 정보 유출을 우려했기에, 윤기는 아예 자신의 별장으로 N을 초대한 것이다.
심지어 N을 직접 만났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짓는 윤기를 향해 N이 조금은 딱딱한 웃음을 지으며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렇게 나를 따로 초대할 줄은 몰랐는데 무슨 일로 부른 거지?”
대외적으로 와이케이 백화점의 실소유주는 윤기.
하지만, 윤기는 어디까지나 미성년이고, 뒤에서 실제로 조종하는 것은 최기현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N과 윤기의 관계는 잘 쳐줘야 삼촌과 조카 정도의 관계였고, 실질적으로는 이웃집 아저씨와 옆집 학생 정도라고 보는 게 맞았다.
아직은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요정에서 자리를 마련해야 했는데,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드려야 해서 이렇게 오시게 했습니다. 그 점, 사과드립니다.”
“사과까지야……, 그런데 회장님은……?”
N은 당연히 최기현이 자신과 약속을 잡은 것이라 생각했고, 별장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르마를 탄 머리에 작은 눈과 큰 코, 그리고 얇은 입술.
약간 순해 보이면서도 고집이 있어 보이는 외모가 그의 성격을 고스란히 방증하는 듯했다.
실제로 N은 JD와 달리 차분하고 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으니까.
“오늘 의원님을 초대한 것은 할아버지가 아니라 저입니다.”
“응……?”
N은 작년까지 한직으로 분류되는 장관직을 담당하다가 1985년인 지금, 전국구 의원에 당선되어 민정당 대표위원을 역임하는 중이었다.
한 마디로 여당의 대표 위원.
실세 중의 실세지만, JD가 운영하는 5공화국에서 N의 신세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금도 TV에 나오는 것을 JD가 거의 허락하지 않는 상황일 정도니까.
분명 막역지우이긴 하지만, 이 시대의 실세인 ‘3허’, 그리고 JSD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N이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초라하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실제로 N이 JD의 후계자로 평가되기는 하지만, 이는 3허와 JSD가 대통령 선거에 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JD가 상왕이 되기 위해 N을 후계자로 낙점했다는 현대적 분석이 존재했다.
물론, 윤기가 이렇게 자세한 정황을 알아서 N을 초대한 것은 아니다.
윤기가 아는 것은 어디까지나 N은 JD의 후계자라는 것, 그리고 나머지는 현재 상황을 통한 자신의 판단뿐이다.
“윤기 군이 나를 직접 초대했다고……?”
상석에 앉은 N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이상하겠지. 자기에게 할 부탁이라면 JSD에게 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을 테니까.’
윤기의 생각처럼 N은 약간의 혼란에 빠져 있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때를 놓치지 않고, N이라는 물고기에게 큼직한 미끼를 곧바로 투척했다.
“현재 오정수는 제가 잡아두고 있습니다.”
“뭐, 뭣?”
N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오정수는 JD가 반드시 잡아 오라고 강력하게 명령을 내린 특급 수배범.
그런 인물을 잡았는데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N은 멍청이가 아니었고, 더불어서 남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기에 조심스럽게 물음으로써 윤기의 말을 유도했다.
“그걸 왜 지금 나에게 이야기하는 건가?”
자리에 앉아 억지로라도 차분하게 말하는 N의 모습.
하지만, 윤기 역시 N의 말에 대답해 주기보다는 팽팽한 줄타기에 돌입했다.
“제가 왜 이 말을 의원님에게 드리는지 혹시 아십니까?”
이는 명백한 시험.
그렇기에 N은 불편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거나 말은 끝까지 들어 보기로 했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이 N을 이날, 이때까지 올려준 원동력이었으니까.
“나도 그게 궁금하군……. 오정수를 잡았다면 응당 JD나 JSD에게 바치는 것이 보통 아닌가? 그런데 굳이 나한테 그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솔직히 난 모르겠군.”
N의 머리에 떠오른 생각.
그것은 윤기가 자신에게 줄을 대려고 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런데 이것은 당연히 각하.
이미 JSD와의 연줄을 꽉 잡고 있는 와이케이 측에서 자신에게 줄을 댈 이유를 도무지 생각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장관 출신에 여당 대표라고 하더라도 자신은 3인자, 아니 5인자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
상황이 이런데 왜 자신에게 줄을 대겠는가?
하지만, 그렇기에 윤기의 말은 N의 상상을 부숴 버렸다.
“저는 오정수의 신변을 N 님에게 넘길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