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권력자의 실상 (3)
“가, 강행?”
조금 뜻밖의 해결책이었기에 최철재의 음색이 떨렸다.
하지만, 윤기는 그런 최철재를 향해 환한 미소로 신뢰감을 주었다.
“네, 강행이요. 잘 생각해 봐요. 허청원은 권력자예요. 맞죠?”
“그렇지……?”
“그런 권력자가 자기가 의도한 일을 접을 거 같아요?”
“안…… 접겠지?”
“네, 맞아요. 그러면, 허청원이 자기 일을 포기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강행……? 아니, 강행은 아닌데……. 어떻게 하면 포기하게 할 수 있지? 아! JD에게 청탁을 넣으면 되나?”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강한 2인자는 1인자에게 자주 대드는 법이죠. JD에게 청탁을 넣는 정도로는 일이 무마되기 힘들어요. 물론, JD에게 ‘엄청난’ 청탁을 넣는다면야 강제로 해결되겠지만, JD에게 그 정도의 투자 가치는 없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큰일 날 윤기의 말에 최철재조차도 깜짝 놀랐지만, 윤기를 향한 신뢰감이 당황하는 것을 막았다.
“JD에게 청탁을 넣는 것도 아니면……? 난 도저히 모르겠어.”
윤기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힘이 더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수밖에 없죠. 저는 정아의 연예계 진출을 포기할 생각이 없고, 허청원은 손녀의 연예계 진출, 아니 자신의 대권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요. 그렇다면? 이 싸움은 피할 수 없다는 얘기죠. 허청원과 우리의 대결. 이기면 삼우가 살아남고, 지면 삼우가 망하는, 그런 싸움이에요.”
그야말로 심각한 말이었지만, 윤기의 환한 미소에 최철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5공화국 3명의 공작 중 하나인 허청원.
5공화국의 신진 명문 귀족, 삼우.
둘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 *
최기현.
현재 그룹 순위 100위를 왔다 갔다 하는 삼우의 회장.
하지만, 현재 최기현의 위상은 국내 5대 그룹 회장들에 밀리지 않았다.
물론, 삼우가 잘 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와이케이 그룹 덕분.
물론, 대외적으로 와이케이 그룹의 실질적인 조종자가 최기현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 아무리 그래도 삼우의 맏손자가 와이케이를 일궈냈을 리가 없지.]상속세를 확실히 피하기 위해 이러한 방법을 썼다는 게 그나마 설득력을 얻고 있었고, 최기현이라는 연막은 윤기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거액의 기부.
이로 인해서 최기현은 JD와의 친분을 확실히 쌓을 수 있었고, 이는 경제계 인사들 사이에서 꽤 큰 영향력을 낼 힘을 가져다주었다.
“회장님, 회장님도 전경회에 들어오시는 건 어떻습니까? 전국 경영인 회합 말입니다.”
국내 재계 순위 30위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만 모인 오늘의 연회에 최기현 역시 참여했다.
물론, 특별 참여로.
참가자 중 한 명이 최기현에게 넌지시 친목회의 가입을 요청했지만, 최기현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저는 그런 모임에 나가기에는 너무 늙었습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런 모임을 모르고 살았더니 적응이 잘 안 되어서 말이죠. 제가 아니어도 나라의 경제는 여러분들이 잘 살리고 있으니, 저는 그저 가끔 이런 자리에나 나와서 여러분들의 고견을 경청하겠습니다.”
최기현이 이러한 특별모임에 조금씩 불리게 된 계기는 이처럼 언제나 겸손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재계 사이에서 삼우나 와이케이를 향한 인식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어마어마한 경쟁자니까.
하지만, 그걸 떠나서 최기현은 언제나 겸손한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나고 있었다.
물론, 그들이 이러한 모임의 주류는 아니었지만.
다른 재벌가들과 핏줄을 잘 섞지 않는 삼우는 주류 재벌가들 입장에서 눈엣가시였기 때문에 극소수 특이 케이스를 제외하면, 최기현과 친분을 쌓고자 하는 건 비주류 재벌이었다.
물론, 비주류 재벌이란 말 자체가 조금 어폐가 있기는 하지만.
“응? 저기 외교부장관님 비서 아니야?”
모임이 있는 연회장에 나타난 허청원의 비서를 본 한 명의 말에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
“아, 여기 계셨군요. 회장님, 장관님께서 잠시 뵙자고 하십니다.”
외교부장관의 개인적인 호출.
긍정적인 의미로 본다면 권력의 중추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자고 요청을 한다는 것이었고, 부정적인 의미로 본다면 표적이 되었다는 말이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자리에 있는 회장들의 공통적인 생각.
하지만, 최기현은 이유를 묻기보다는 비서를 따라 곧장 연회장을 떠났다.
왜냐하면, 이미 이유를 알고 있었으니까.
* * *
허청원은 최기현을 초대했음에도, 최철재와 만날 때처럼 상석에 앉았다.
물론, JSD나 JD도 상석에 앉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JD는 국가의 1인자, 그리고 JSD는 지금까지의 의례였기에 그런 것일 뿐, 허청원이 처음부터 앉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유가 어쨌든 최기현은 JD와 JSD를 든든한 인맥으로 두고 있는 상황이니까.
하지만, 허청원도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오늘은 목적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장관님께서 이렇게 저를 불러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3인용 소파에 앉은 최기현이 가볍게 허리를 숙였고, 허청원은 그런 최기현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영광이라니요. 그동안 부를 기회가 많았던 것 같은데, 공사가 다망하여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그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아닙니다. 나랏일을 하시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요. 오늘을 계기로 장관님과 돈독한 관계를 맺고자 합니다.”
최기현은 와이케이 백화점에서 가져온 명품 시계 하나를 허청원에게 내밀었다.
이 시대, 권력자를 만날 때 으레 있어야 하는 일.
실제로 무언가 강력한 청탁을 하기 위해서는 금두꺼비 하나 정도는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결코 허언이 아니었다.
오늘 최기현이 준비한 시계의 가격은 무려 3억.
2010년대의 물가로 10억에 가까운, 와이케이 백화점이 보유한 최고가 시계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는 전부 윤기가 의도한 바였다.
“어유,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런 걸 받자고 부른 자리가 아닙니다.”
딱 봐도 엄청난 가격을 자랑할 것 같은 시계에 허청원은 욕심이 났지만, 일단은 거절했다.
오늘은 이런 걸 받아서는 안 되는 자리였으니까.
“아닙니다. 받아 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편합니다.”
최기현이 다시 권하자, 허청원은 다시 거절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이걸 받고자 부른 자리가 아닙니다.”
그렇게 몇 차례, 결국 최기현이 졌지만 이겼다.
“그렇게까지 거절하시다니……, 제가 준비한 게 변변치 않은 것 같아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음에 다시 더 좋은 것으로 준비하겠습니다.”
최기현이 시계를 자신이 데려온 비서에게 넘기자, 허청원은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중에 더 좋은 것’을 가져오겠다는 최기현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물론, 최기현이 다시 이런 걸 가져오는 일은 없겠지만.
[할아버지, 어차피 안 받을 거니까 비싼 거로 가져가세요.]윤기의 선견지명에 감탄한 최기현은 속으로 허청원을 비웃으면서도 속내를 감추며 다시 입을 열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저를 급하게 찾으시는 것 같던데, 혹시 제가 도움을 드려야 할 만한 문제라도 생기신 것인지 감히 여쭈어보아도 되겠습니까?”
그야말로 극존칭.
속마음과 전혀 다른 말이었지만, 허청원은 이러한 최기현의 태도에 일이 쉽게 풀릴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바로 이야기를 해도 되겠어.’
허청원은 최철재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방법을 취했다.
“아, 혹시 다섯째 아드님에게 이야기를 들으신 것이 없으십니까?”
“예? 철재 녀석 말입니까? 철재라면……, 설마……, 이 녀석이……!!”
최기현은 짐짓 화난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자리에서 일어날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자, 자, 고정하십시오.”
겉으로는 화난 최기현을 말리는 듯했지만, 허청원의 속내는 아주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어제 최철재와 대화할 때는 답답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눈앞의 최기현은 눈치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이 방금의 대화로 드러났으니까.
만약 최기현이 최철재와 똑같다면?
‘들은 것이 없는데요?’라는 말만 했을 것이다.
물론, 허청원은 지금 최기현의 행동이 ‘연기’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사실상 최기현에게 농락을 당하는 중이었다.
애초에 최기현은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이곳에 온 것이니까.
“끄응……, 죄송합니다. 장관님 앞에서 이런 추태를…….”
허청원은 인자한 장관 연기를 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당연히 화나실 수 있지요. 그래도 나중에 아드님에게 너무 화내진 말아 주십시오. 우리의 인연을 만들어 준 효자 아니겠습니까?”
허청원은 영화에 대해서 자신이 알아낸 것이라는 사실을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고 어물쩍 넘겼다.
최철재가 말한 것으로 하지 않으면 자신이 어떻게 그걸 알아냈는지 이야기해야 하니까.
이것이 바로 권력자가 약속을 지키는 법이다.
최철재가 부탁한 것은 아버지에게 잘 말해 달라고 하는 것.
허청원은 최기현에게 아들을 너무 혼내지 말라고 함과 동시에 책임을 최철재에게 떠넘겼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최기현이 최철재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알아볼까?
그렇지 않다.
권력자들은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타인들이 자세히 파고들기 힘들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고, 허청원 역시 이에 속한 사람이었기에 추후 일어날 일에 대해 일절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튼, 회장님께서 준비 중이신 ‘빠칭코의 신’말입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거기에 아역 배우가 한 명 필요한 것 같더군요?”
“예, 그렇지 않아도 제 손녀를 거기에 출연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었습니다.”
본론이 나오자 허청원은 속으로 쌍수를 들고 좋아하면서도 속내를 숨기며 말을 이었다.
“그 이야기 말입니다만, 과연 괜찮을까요?”
“예?”
잘 이해를 하지 못한 것 같은 최기현의 모습에 허청원이 약간 친근한 표정과 음색을 지었다.
“듣자 하니, 손녀가 아직 연예계에서 활동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더군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곳에 제가 아역 배우 하나를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
“예? 그게 누구인지……?”
“제 손녀입니다.”
누가 들어도 어처구니없을 말이었지만, 허청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은 권력가니까.
“손녀분을요……?”
최기현의 반응에 허청원은 ‘그럼, 그렇지’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말을 이었다.
“예. 제 손녀는 연예계 생활을 한 지 벌써 5년이나 되었지요. 최 회장님의 계획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최 회장님의 손녀에 대해서는 제가 다른 쪽으로 지원을 해 드리겠습니다. 한국 연예인이면 자고로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으으음…….”
최기현은 가타부타 거절하기보다는 짐짓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표정은 허청원에게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고 있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당장 자신의 손녀 자리를 강탈당할 위기에 빠졌는데도 화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으니까.
“어떻습니까? 제 청을 들어주신다면 추후 제가 회장님의 큰 힘이 되어 드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 아십니까? 3년 뒤……, 아니,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죠.”
허청원은 자신이 대권을 잡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최기현 역시 그 메시지를 알아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3년 후라……. 그 이야기를 미리 할 수도 있겠다는 뜻이겠군요……?”
최철재와 달리 이해가 빠른 최기현의 행동에 허청원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회장님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으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십니까? 긍정적으로 고려는 하겠습니다만…….”
일반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대답은 대부분 오케이 사인이다.
단지, 이 자리에서 결정하기에는 모양새와 체면이 서지 않으니 시간을 달라는 것.
그렇기에 허청원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당연하지요! 조만간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배려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부드럽게 끝난 허청원과 최기현의 자리.
하지만 최기현은 허청원이 상상한 것과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