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내가 모를 줄 알아? (1)
“이거 나 때문에 괜히 귀찮은 일을 하게 해서 미안하구만.”
명백한 하대.
하지만 검사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고개를 조아렸다.
“아닙니다. 안기부장님께서 각별히 대접하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주변의 눈이 너무 많아 밖에서 대접하지 못하는 점을 오히려 죄송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블루스타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지고 있는 소고기.
80년대 가스버너의 대체어인 블루스타는 지금도 열일을 다 하며 소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었다.
“그럼, 잘 먹겠네.”
최기현은 소고기를 한 점 집더니 입안으로 가져가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입에는 좀 맞으십니까?”
최기현은 대답 대신 일부러 뜸을 들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의아한 표정을 짓는 최기현.
“뭔가 불편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안기부장의 라인에 속해 있던 검사는, 이번에 어떻게든 JSD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가장 중요한 인사인 최기현의 표정이 그다지 좋지가 않다.
그렇기에 검사는 전전긍긍하며 연신 최기현에게 ‘무언가 불편한 점이 있느냐’라고 말하기 바빴다.
“아니, 맛은 있는데 고기가 좀…….”
“고기가 좀……? 뭔가 문제가 있으신 겁니까?”
“질기네.”
마침내 나온 최기현의 불만.
그러자 검사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구둣발 소리를 내며 취조실 바깥으로 나간 검사.
바깥에서 고함이 들려오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최기현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놓았다.
“조금 뒤에 다시 새로운 고기가 올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혹시, 술은 안 필요하십니까?”
최기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서 술까지 마실 수는 없지.”
최기현이 일부러 고기가 질기다고 한 것.
그것은 바로, 너무 겸손하게 보여도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최기현은 상황에 따른 처신을 누구보다도 잘하는 존재.
그렇기에 재벌가들의 모임에서는 일부러 겸손한 척을 해서 비주류 재벌들이 자신에게 선을 대게끔 하고 있었지만, 이런 장소에서는 일부러 삐딱선을 타는 경우도 있었다.
마냥 친절한 사람보다는 어디로 굴러갈지 모르는 사람이 파악되기 어려운 법.
그렇기에 최기현은 일부러 검사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검찰청에서 ‘휴양’과도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보니, 국세청은 요새 어떻나?”
소고기를 먹고 있던 최기현이 검사를 향해 물었다.
“아, 그게…….”
살짝 말을 흐리는 검사의 모습을 보며 최기현은 대충 어떤 말이 나올지 짐작했다.
“삼우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내가 말하는 것은 국세청이 아직도 와이케이 쪽을 들쑤시고 있냐는 거야.”
자신이 말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에 검사가 고개를 조아렸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곡해했습니다. 아직……, 국세청이 들쑤시는 상황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파악한 바로는 와이케이 쪽은 ‘감히’ 건드릴 만한 여지가 없을 겁니다. 혹시 잡어들을 건드리는 경우라면 저희가 책임지고 불기소처분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와이케이는 최기현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
그렇기에 검사는 최기현을 100대 그룹 회장이 아니라 5대 그룹 회장을 대하는 것과 비슷하게 예우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믿을 만하구만. 삼우는 솔직히 별로 걱정이 안 되지만, 와이케이는 여러모로 걱정되고 있었거든.”
최기현 역시 이러한 검사의 심리를 알고 있기에 적절히 연막을 쳤다.
“며칠만 더 계시면 아무런 불협화음 없이 여기서 나가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며칠 더 휴양을 보내 볼까?”
기지개를 쭉 켜는 최기현을 향해 검사는 비굴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저……, 회장님. 여기 계시면서 불편한 점은 없으셨습니까?”
“불편한 점? 있을 리가 없지. 자네가 얼마나 나를 정성으로 보필했는데.”
말을 들은 검사의 표정에 다행이라는 감정과 함께 무언가 말하지 못해 끙끙거리는 모습이 나타났고, 이를 본 최기현이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게. 경호실장님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이야기할 테니. 자네 이름이……, 황석필 맞나?”
검사의 얼굴에 감격스러운 표정이 떠올랐다.
“예,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종종 얼굴이나 보자고.”
“예, 예! 물론입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던 황석필의 표정은 갑자기 쾅 하고 열린 문으로 인해 일그러졌다.
상당히 분위기가 좋은 상황이었는데, 지금 이 소리로 인해 최기현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검사님! 큰일 났습니다!”
“보고는 여기서 하지 말라고 했잖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핏대를 세우는 황석필을 향해 거의 반강제적으로 다가간 검찰 공무원이 황석필의 귀에 속닥거리기 시작했고, 이내 황석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일단, 나가 있어.”
“하, 하지만…….”
“나가 있으라고!”
황석필의 일갈에 검찰 공무원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고, 황석필은 최기현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아니면, 쉬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네도 공사가 다망하구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오늘 일은 꼭 따로 사죄드리겠습니다.”
바쁜 걸음으로 자리를 비우는 황석필의 뒤를 보던 최기현은 둘의 귓속말 중 유일하게 들은 단어를 떠올렸다.
‘안기부장이라…….’
* * *
마침내 국세청은 JSD의 역린을 건드렸다.
[대한 그룹의 손자 정태룡, 안기부에 끌려갔던 정황?] [정태룡, 와이케이 그룹과 적대했던 사실이 밝혀져.] [정태룡의 안기부 조사, 와이케이와 JSD의 유착인가?]원래 정태룡은 살인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대한 그룹의 회장과 JSD는 서로 합의하여 정태룡 하나만으로 끝내고자 했다.
이후 경제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정태룡.
이것은 일반인들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일종의 판도라의 상자였다.
재벌들만 알음알음 알고 있는 무서운 진실.
하지만, 이게 대중들에게 공개되어 버렸다.
“허청원, 이 빌어먹을 새끼! 감히 나를 직격으로 건드려? 내가 그렇게 우습게 보인단 말이지? 내가 그동안 각하의 밑에서 보좌만 했으니까, 내가 지도 보좌한다고 생각한 거야, 뭐야?!”
분을 삭이지 못하고 집무실에서 길길이 날뛰던 JSD를 안정시킨 것은 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의 소식이었다.
“실장님, 각하의 호출입니다.”
“각하께서? ……알았어, 나가 봐.”
방금까지만 해도 시뻘게진 얼굴로 난리를 치던 JSD는 필사적으로 가쁜 호흡을 고르며 거울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색이 평소와 가까울 정도가 되었다고 확인하자, 최대한 침착을 가장하며 대통령 집무실로 향했다.
“각하, 부르셨습니까?”
“그래, 오늘 신문을 보니까 여러모로 신경을 쓰고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순간, JSD는 JD를 향해 이번 일에 대해서 해결해 달라고 말할 뻔했다.
예전과 같으면 절대로 상상도 못 했을 일.
JD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절대 있어선 안 된다며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JSD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변해 가고 있었다.
본인은 자각하고 있지 못했지만.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결하겠습니다.”
어쨌든 예전처럼 JD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없게끔 하는 JSD의 말.
하지만, 말을 들은 JD의 태도가 JSD를 조금 서운하게 했다.
“그래, 그 말을 들으니까 안심이 되는군. 허청원이가 조금 과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얼마나 분했으면 그러겠어? 이번 일이 정리되면 나중에 내가 자리를 마련해서 서로 응어리를 풀 수 있게끔 할 테니, 당분간은 참으라고.”
여기까지 말이 끝났으면 JSD도 별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JSD가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다음에 이어진 JD의 말이 문제였다.
“그렇게 수긍을 하니까 아주 안심이야. 네가 대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내가 확실히 알게 되었거든.”
JSD는 서운했다.
서운해도 아주 서운했다.
지금까지 JSD가 JD의 권위에 도전한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없다.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JD의 권위에 도전하는 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자신이 모든 오명을 뒤집어썼다.
물론, JSD 스스로 저지른 패악도 무수히 많았지만, 적어도 JD가 가져가야 할 오명을 추가로 뒤집어쓴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조용히 다시 대답했을 JSD가 하지 않았을 질문을 던졌다.
“각하. 한 가지 걱정되는 일이 있습니다.”
“뭔데?”
“최기현 회장은 각하께 상당한 우호를 보여 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국세청장은 최 회장을 과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최 회장이 불만을 품기라도 하면…….”
“푸핫.”
웃음으로 JSD의 말을 끊은 JD가 바로 말을 이었다.
“최 회장이 불만을 가지면 뭐 어쩌게? 나한테 반항이라도 하게? 상인은 상인답게 우리 같은 권력자들 앞에 굽실거려야 하는 거야. 나한테 불만을 품어서 미니 백화점 계약 해지를 하겠어, 아니면 기부금을 중단하겠어?”
“하지만, 최 회장 같이 알아서 충성을 바치는 사람을…….”
“거기까지. 그건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아니면, 너 지금 내가 허청원이 신경 써 주는 것 때문에 불만이라도 있는 거야?”
JSD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 그냥 이번 일은 가만히 있어. 알았어?”
“알겠습니다…….”
“그럼, 나가 봐.”
“예.”
대답을 한 JSD는 집무실을 나서면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JSD가 방금 JD에게 실망한 이유는 세 개.
하나는 지금까지 개처럼 굴러왔건만 허청원보다 자신을 밑으로 두는 태도.
다른 하나는 충성을 바치는 존재를 소모품 취급한 것.
마지막 하나는 자신의 충심을 의심한 것.
비록 본류는 바뀌지 않았지만, 지류를 만들지 않았던 역사의 강줄기에 지류가 생겨나고 있었다.
* * *
네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생각이 안 드냐?>
국세청이 와이케이를 뒤흔든 지 벌써 보름.
하지만 윤기는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소파에 앉아서 슈퍼 제네시스를 즐기고 있는 모습.
아직 발매되지 않은 게임기지만 출시일만 미룬 것이었기 때문에, 윤기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먼저 슈퍼 제네시스를 즐길 수 있었다.
설마 게임이나 하려고 미루고 있는 거냐?>
“그럴 리가요.”
윤기는 미소와 함께 TV와 게임기를 껐다.
그리고 1인용 소파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쭈욱 켰다.
그럼?>
“잠시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었을 뿐이에요. 저번부터 이야기했잖아요? 상대의 행동을 보고 대처할 거라고요.”
행동은 이미 충분히 나왔잖냐. 내가 대충 이리저리 돌아다녀 봤는데, 네 측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
“이야, 알아서 일해 주고 있던 거예요?”
따, 딱히 널 걱정해서 한 건 아니라고. 어디까지나 그냥 궁금해서…….>
“요새 그런 말 은근히 쓰는 것 같은데, 하지 마요. 닭살 돋으니까.”
티 나냐?>
장난기 가득한 최덕배의 표정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엄청요. 순간 대추를 꺼낼 뻔했어요.”
으음……. 에잉, 분위기 좀 풀어 볼까 했더니. 아무튼, 이제 슬슬 움직일 거냐?>
“네. 움직여야죠. 국세청을 진두지휘하는 게 누구인지 확실히 드러나길 원했거든요.”
그건 국세청장이잖아?>
“아뇨, 실무를 지휘하는 자요.”
그건 이미 신문에도 나왔잖아? 법인납세국장이라고.>
사실을 전달하는 최덕배였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미친놈이 안기부장을 터는 일에 자기를 드러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