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풍비박산 (3)
윤기에게 더 우호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FBI의 국장인 조슈아였지만, 한국에 있는 윤기 입장에서는 CIA의 메이슨이 더 효과적인 인맥이라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FBI는 미국 국내 활동을 하는 단체였으니까.
물론, 윤기가 미국에서 사업을 할 때는 조슈아가 더 효과적인 인맥이 되겠지만, 이번 일을 기준으로 볼 때, 메이슨은 아주 톡톡히 제값을 했다.
“아니……, 이건 도대체…….”
CIA 한국 지부를 통해 건네받은 자료를 보며, JSD는 어처구니가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최 회장님의 의견을 들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서는 자신의 안경을 손바닥으로 살짝 올리는 방식으로 고쳐 쓰곤, 다시 경건한 태도를 보였다.
“만약 내가 나처럼 공격받고 있는 허성수와 영합이라도 했다면…….”
“각하께 크게 신임을 잃었겠지요.”
JSD가 최기현의 앞에서 상석을 포기한 이유.
그것은 바로, 최근에 JD에게서 신임을 은근히 잃은 것이 컸다.
더불어서 와이케이는 그동안 자신에게 극한의 신뢰를 보여 주었다.
그런 만큼, 이번 일에 대해서만큼은 최기현에게 의견을 구했던 것이다.
[회장님, 제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을 해야 좋겠습니까?]실장님께서는 언제나처럼 중도를 지키십시오. 그게 바로 각하가 바라는 길입니다.>
허성수와 영합하는 길에 관해서는 이미 비서에게서 조언을 받았다. 물론, 중립을 지키는 길에 관해서도.
둘 중 어떤 선택을 할지 최기현에게서 최종 의견을 들은 것인데, CIA의 자료를 넘겨받은 이 순간, 최기현의 의견이 옳았음이 증명되었다.
“허도일, 허청원, 이 개새끼들이……!”
JSD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비록 요즘 사이가 은근히 삐걱거리긴 하더라도 JSD에게 있어서 가장 충성을 바쳐야 할 대상은 JD.
그런데, 감히 허도일과 허청원이 JD의 대권을 넘보고 있었던 것이다.
“실장님, 이 자료를 가지고 실장님께서 해야 할…….”
비서가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JSD는 이미 성질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를 박찬 뒤,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실장님! 안 됩니다! 실장님!”
비서가 기겁하며 애타게 외쳤지만, 충성심으로 무장한 폭주 기관차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 * *
JD의 집무실.
JD의 기분에 따라 분위기가 바뀌는 곳이었지만, 오늘은 정말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화산인 상태였다.
시뻘게진 얼굴로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JD의 모습.
그리고 벽에는 JSD와 허성수가 잔뜩 긴장한 상태로 시립해 있었다.
하지만, 오늘의 주역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허도일과 허청원이었다.
“뭐? 킹 메이커? 뭐? 대권?”
JD는 녹음테이프가 들어간 라디오의 정지 버튼을 누르며, 천천히 이들을 향해 다가갔다.
물론, 야구방망이를 든 채로.
“각하, 오해십니다. 저희는 어디까지나…….”
허청원이 어떻게든 변명을 하려 했지만, 이미 JD의 몽둥이는 반월 모양을 그리며 머리 위로 향한 후였다.
“닥쳐, 이 개새끼야!”
부우욱-!
뻐억!
“끄악!”
분명 엉덩이를 내리치는 것인데도 둔탁한 마찰음이 울려 퍼졌고, 허청원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그대로 엎어졌다.
“안 일어나? 오늘 진짜 한번 불구 돼서 나가 볼래?”
JD의 서슬 퍼런 협박에 허청원은 눈물 콧물을 다 흘리며 덜덜 떨리는 몸으로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너. 나를 보좌하라고 보좌관 자리에 앉혀 놨더니, 분란을 준비하고 있어? 대권? 하!”
방망이가 다시 반월 모양의 궤적을 그렸고, 어김없이 허도일의 엉덩이에 떨어져 내렸다.
뻑-!
“크악!”
허도일 역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엎어졌고, 이내 실내에는 허청원과 허도일을 번갈아 찜질하는 JD의 모습만이 그려졌다.
“다 꺼져! 개새끼들아! 너희들은 두 번 다시 청와대, 아니 한국 땅을 밟을 생각도 하지 마!”
명백한 정계 은퇴를 선고받은 허청원과 허도일은 게거품을 문 상태로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실려 집무실 바깥으로 옮겨졌다.
“야, 허성수!”
방금까지 있었던 광경을 직접 본 허성수는 부동자세를 취하며 크게 답했다.
“예, 옛! 각하!”
“너도 조심해! 너는 이번에 관련되었다는 증거가 없어서 봐준다. 그런데, 썅! 뭐, 이리 저지른 게 많아?! 저지를 거면 들키질 말든가. 그 정도까지 해 놓으면 뭐 어쩌란 거야?”
“죄, 죄송합니다, 각하!”
같은 수준의 권력자가 각 잡고 자신을 털었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허성수는 억울했지만, JD가 어깨에 걸치고 있는 방망이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잘못을 사죄했다.
“나가 봐! 한동안 자숙해!”
“아, 알겠습니다!”
허성수는 혹시라도 꼬리가 잡힐세라 부리나케 밖으로 나갔고, 이내 집무실에는 JD와 JSD만이 남았다.
‘역시, 각하는 나를 마지막까지 두시는구나.’
뿌듯한 기분을 느낀 JSD는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지금 이 상황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JD가 하는 말은 JSD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야.”
그나마 3허를 상대할 때보다는 누그러진 목소리.
하지만, 내용이 문제였다.
“예, 각하!”
“너는 도대체 뭘 한 거냐?”
“예, 옛?”
자신이 직접 허청원과 허도일의 반란 행위에 관한 증거를 가져왔는데, JD가 저런 말을 하니 JSD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CIA가 이런, 내정간섭에 가까운 자료를 가져올 동안 넌 뭘 했느냐고! 저 새끼들이 저따위 짓거리를 하기 전에 네가 다 감찰을 해야 했던 거 아냐!”
“가, 각하, 그, 그것은…….”
JSD는 억울했다.
3허가 누구인가?
5공화국의 3공작이다.
그런 3공작을 아무리 자신이 안기부장이라 하더라도 어떻게 도청이나 감시를 한단 말인가?
심지어, JD 역시 예전에 자신에게 선을 넘지 말라는 지시를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저런 소리라니.
“너 지금 변명하려는 거냐? 어?”
이미 흥분한 JD에게, JSD의 당황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결국, JSD는 속으로 실망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너 요즘 많이 변했다? 어? 예전에는 군말 없이 일 처리도 잘하고 그러더니, 요새는 도대체 뭐야. 너도 진짜 대권 노리냐?”
약속의 1987년이 다가오기까지 남은 것은 불과 2년.
원래라면 이 시기에 이 정도로 JD가 조급해하지 않았겠지만,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이 JD의 신경을 계속해서 건드리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온 해선 안 될 말.
그 말의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각하, 어떻게 저를…….”
“됐고, 나가 봐!”
말이라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JD는 분을 못 이겨 JSD를 내보냈고, 이윽고 집무실에 혼자 남게 되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혼자서 한창 날뛰던 JD가 며칠이 지나 안정을 되찾고 먼저 한 일은, 최기현을 부르는 것이었다.
* * *
“각하, 부르셨습니까.”
최기현은 경건한 자세를 취하며 JD에게 허리를 숙였다.
“아, 어서 와요.”
아주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 주는 JD의 모습은, 며칠 전 길길이 날뛰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요즘, 제가 여러모로 심려를 끼쳐 드린 것 같아서 정말 무어라 말씀을 드릴 것이 없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최기현은 이런저런 사족을 붙이지 않고, 모든 것을 자신의 죄로 돌렸다.
이러한 모습에 최근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했던 JD의 기분이 다소 좋아졌다.
‘그래, 최 회장 같은 사람을 요새 만나기가 너무 힘들단 말이지. 요즘은 죄다 실수하면 변명하기만 바쁘고 말이야. 쯧……!’
JD가 최기현을 부른 이유. 그것은 바로 이번에 와이케이가 본 피해를 나름대로 보상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보상을 통해서 자신이 얻을 이익도 있었고.
그런데, 최기현은 아예 한술 더 떠서 먼저 행동에 나섰다.
“각하, 약소합니다만, 이번 일에 대한 저의 사죄의 표시입니다.”
최기현은 작은 상자 하나를 내어놓았다.
일전에 허청원에게 주려고 시늉했던 3억짜리 시계.
그것이 이번에 진짜 사용처를 찾은 것이다.
“이, 이것은……?”
JD 역시 와이케이 백화점을 종종 방문하곤 했기에 이 시계가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10억 이상을 호가할 물건.
그렇기에, JD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최기현을 바라보았다.
“이번 일에 대해 제가 심려를 끼쳐드린 부분과 비교하면, 아니, 정말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물건입니다만, 제가 마음을 표현할 길이 이것밖에 없었습니다. 부디 받아 주십시오.”
“어……, 으음…….”
와이케이와 삼우가 고생한 것이 전부 자신의 묵인 때문이었던 것을 아는 JD였기에, 사람인 이상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계가 탐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렇기에 JD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연신 눈알을 굴렸다.
“각하, 모든 물건은 주인이 있는 법입니다. 이 나라의 지존이신 각하야말로 이 시계의 주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디 제 성의를 받아 주십시오.”
“허허……, 그렇게까지 말한다니 내 받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JD의 욕망은 결국 기름진 미끼를 덥석 물고 말았다.
“한 번 차 보시지요. 시계가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듯합니다.”
“흠! 흠! 그럴까요?”
JD는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럽게 시계를 들어 손목에 찼고, 이에 최기현이 탄성을 터뜨렸다.
“햐! 지금까지 이 시계를 찬 사람은 본 적이 없었는데, 역시 각하를 기다리고 있던 모양입니다.”
“하하하하, 그렇습니까?”
그야말로 가족 같은 분위기가 집무실에 흘러넘쳤다.
최근, JD가 그 누구 앞에서도 보여 주지 않았던 모습.
정말 친근하디 친근한 대화가 오간 후, 마침내 JD가 본론을 꺼냈다.
“사실, 나는 이번 일에 대해 최 회장에게 미안했어요.”
JD의 사과!
이 시대를 산 사람이라면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밖에 없고, 경악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최기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짖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런 것을 신경 쓰지 못한 제 불찰이지요.”
100점짜리 대답에 JD는 짐짓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제 밑의 녀석들이 못나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제가 공사가 다망하여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정말 각하께 단 하나의 불만도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제가 각하를 배알하는 것도 모두 각하의 은혜 아니겠습니까?”
미운 녀석은 아무리 이쁜 짓을 해도 거슬리는 법이고, 이쁜 녀석이 이쁜 짓을 하면 그야말로 뽀뽀를 해주고 싶은 법.
그렇기에 JD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번 일로 인해서 제 밑이 아주 휑해졌습니다. 혹시 아시는지요?”
“아, 제가 청와대 쪽 소식은 그리 밝지 않아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다만, 뉴스를 통해서 보좌관님과 인사처장님이 미국으로 가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지요.”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JD는 최기현의 안색을 살펴본 뒤, 곧바로 말을 이었다.
“최 회장님, 정치를 해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