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제대로 팔아 보자 (1)
“제가, 정치를 말입니까?”
상당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 최기현의 태도.
하지만 속내로는 손자를 향한 감탄이 가득 차 있었다.
‘세상에. 이 상황까지 예측하다니…….’
윤기는 이번 일 이후에 JD가 어떤 행동을 할지, 몇 가지 예상안을 그렸다.
그런데 지금, 그중 하나가 적중한 것이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제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최 회장님만큼 저에게 충성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
JD는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바로 말을 이었다.
“솔직히, 한국의 재벌들은 모두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서 자기들 잇속이나 챙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 회장님은 달라요. 정말로 나라를 생각하시고, 저를 생각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런 만큼 저는 최 회장님을 옆에 두고 싶습니다. 지금 보좌관 자리가 마침 공석인데 어떠십니까?”
“으음…….”
최기현이 신음을 흘리자, JD의 안색이 다급해졌다.
“보좌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그렇다면 원하시는 자리를 말씀해 보십시오. 최대한 그 자리, 혹은 그에 준하는 자리를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아,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러는 게 아닙니다.”
부드럽게 미소를 지은 최기현은 방금 JD처럼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저는 솔직히 말해서, 돈 버는 방법을 제외하고는 아는 것 하나 없는 상인일 뿐입니다.”
“그럴 리가요! 최 회장님처럼 처신이 올바르신 분이 정치를 안 한다면 누가 한단 말입니까?”
최기현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제가 이렇게 처신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각하의 선정 덕분입니다. 그리고, 제가 정치인이 된다고 할 경우, 각하를 제대로 보필해 드리기 어렵게 됩니다.”
“예? 그게 무슨 뜻이신지…….”
“간단한 일입니다. 지금 저는 경제인이기 때문에 각하께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계에 진출하게 되면 그 중 ‘물’이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제가 정계에 몸을 담는 것보다, 차라리 지금처럼 본분을 유지하는 것이 각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됩니다.”
“으음…….”
상대가 이렇게까지 저자세로 나오며 거절하는데, JD도 차마 더는 부탁할 수가 없었다.
“각하, 그리고 각하께는 아직도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당장 경호실장님만 하더라도 각하를 향한 충성심이 세간에 자자하고, 전 보좌관님과 인사처장님을 제외하더라도 충성을 바치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각하는 그분들과 함께 선정을 베풀어 주십시오. 이 늙은이는 상인으로서 각하의 경제 정책을 돕겠습니다.”
JD는 최기현의 말에 대단한 감동을 하면서도, 약간 부정적인 발언을 내어놓았다.
“JSD는 요새 영……, 솔직히 좀 고민이 됩니다. 이 녀석이 요새 좀 달라진 건지…….”
어지간해서는 절대 털어놓지 않을 속내. 그만큼 JD가 최기현과의 거리감을 좁혔다는 이야기였다.
“허허, 세상 다른 사람은 몰라도 경호실장님만큼은 믿으셔야죠. 경호실장님이 어떤 사람인지는 월남전부터 익히 겪어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인자한 최기현의 미소에 JD는 놓치기 정말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정말 아쉽습니다. 최 회장님 같은 분을 옆에 두고 싶은데…….”
최기현은 일부러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저를 경제부 장관으로 생각하시면 되지 않으십니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각하의 경제 정책을 돕겠습니다.”
“그래요. 그렇게라도 말해 주시니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지요.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한동안 친밀감 넘치는 대화가 오간 후, 최기현은 집무실을 떠났다.
그리고 잠시 후.
JD는 비서를 향해 외쳤다.
“N을 불러 봐.”
그동안 상대적으로 홀대받았던 N이 드디어 주목받는 순간.
JD는 최기현이 영입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이미 두 번째 인재를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JD의 이러한 계획은 JSD 역시 실시간으로까지는 아니지만, 추후에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JSD는 JD의 말처럼 감찰대상을 가리지 않기로 마음먹었으니까.
이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는 오로지 윤기만이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 * *
이번 사태로 인해 삼우와 와이케이가 본 손실은 솔직히 무의미한 수준은 아니었다.
충분히 유의미하다고 할 수 있는 수준.
물론, 허청원과 허도일이 실각되고, 그들의 비리가 JD의 ‘명령’하에 폭로되면서 어느 정도 복구되기는 했다.
하지만, 한 번 살포된 나쁜 소문은 아무리 정정 보도가 나간다고 하더라도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닌 법.
그렇기에 와이케이와 삼우에 대한 인식은 종전과 비교하면 분명 리스크를 가졌다.
하지만, 윤기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번에는 진짜 여유냐?>
윤기가 제사상을 차려 주었기 때문에 잔뜩 부른 배와 함께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최덕배가 물었다.
“보면 알지 않아요?”
방에서 한가로이 슈퍼 제네시스를 즐기고 있는 윤기의 모습.
이번에는 상대의 대응을 기다리고 할 것도 없이 정말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하긴, JD가 비록 구두이기는 하지만, 그런 약속을 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 했겠지.>
JD는 이후로도 최기현과 한 번 더 만남을 가졌다.
그것은 바로 와이케이와 삼우가 받은 피해에 대한 복구.
최기현은 거절했지만, JD는 절대 그럴 수 없다면서 원하는 것을 말해 보라고 했고, 최기현은 윤기에게 들은 대로 JD에게 ‘엄청난 제안’을 했다.
향후 소련이 개방할 경우, 와이케이의 진출을 허용해 달라는 제안을 그 타이밍에 할 줄은 전혀 몰랐지. 아마 JD도 깜짝 놀랐을걸?>
소련이 공산주의만으로 이루어진 폐쇄 정책을 포기하는 게 바로 내년.
하지만, 이 시점을 기준으로 그것을 예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기에 최기현의 제안을 받은 JD 역시 상당히 당황했다.
[각하, 자본주의는 언젠가 공산주의에 승리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희 와이케이가 가장 먼저 공산주의의 돈을 쓸어 담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JD 입장에서는 큰 결단을 내려야 하면서도, 어떤 의미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약속.
한 마디로 통 큰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으면서도 리스크가 거의 없다시피 한 약속이었다.
그렇기에 JD는 화끈하게 구두 약속을 하였고, 이것만으로는 솔직히 좀 그렇다 싶었는지 각종 세금 혜택과 더불어서 추후 있을 부실기업 관리에 관해서도 원할 경우 우선권을 주겠다고 약조했다.
아무튼,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는 이제 끝났구만? 두 놈이 노는 걸 보는 게 은근히 재밌었는데 말이지.>
조금 아쉬운 듯한 기색을 보이는 최덕배를 향해, 윤기가 고개를 살짝 돌리며 씨익 웃었다.
왜?>
“아직, ‘퇴장’은 아니거든요.”
* * *
주연은 여우와 두루미, 중심 내용은 대권이라는 이름의 수프.
여우는 호리병을 받았고, 두루미는 접시를 받아 미국으로 퇴장하게 되었다.
그나마 여우랑 두루미는 미국으로 갈 여력이라도 있었지, 여우도, 두루미도, 수프도 아닌 김주호의 신세는 더욱 처참했다.
그나마 안기부에 끌려가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국세청에서 일하며 각 기업에서 접대받은 것에 대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야말로 탈탈 털려 버린 것이다.
독재정권에서 비리를 척결한다?
이건 비리를 척결한 게 아니라, 라인을 잘못 탄 녀석을 비리를 이유로 털어 내는 과정일 뿐이다.
김주호를 털어 내는 JD 정권의 다른 녀석들은 뭐 깨끗하겠는가?
하지만, 이런 속사정과 상관없이 김주호는 곧바로 파직되었고, 형사입건되어 구속 상태로 구치소에 갇혀 재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미 김주호가 허도일과 허청원의 끄나풀 역할을 했다는 것이 JD의 귀에 들어간 상황.
받을 수 있는 최대의 형량과 최대의 추징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여우와 두루미라면?
당연히 다르다.
김주호를 털어 낼 경우, 허청원과 허도일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하지만 허청원과 허도일을 김주호만큼 무작정 아래로 끌어내린다면?
이것은 JD의 이미지에도 직격타가 가해지기 때문에, 미국으로 ‘실질적 추방’을 하는 데에 그친 것이다.
대신 대권, 그리고 한국 정치에 돌아올 수 있을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
다음 대권을 그 누가 잡더라도 허청원과 허도일이 돌아올 가능성은 없었다.
JD가? JSD가? N이? 전혀 다른 새로운 인물이?
새 정권이 들어서는 순간, 기존 정권의 유력인사는 찬밥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
그런 만큼, 허청원과 허도일이 정계에 복귀할 수 있을 가능성은 그야말로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할 확률보다 낮았다.
“하아, 미국에 이런 기분으로 오고 싶지 않았는데…….”
허청원의 혼잣말.
그러자, 같은 비행기를 타고 나온 허도일이 허청원을 흘깃 바라보았다.
“야, 너는 정계에서 은퇴할 거라고 하지 않았냐? 킹 메이커가 되겠다며.”
JD가 친히 비행기 표를 끊어서 보냈기 때문에, 이들은 이코노미석을 타고 미국에 와야만 했다.
JD한테 야구방망이로 구타를 당해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상황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이코노미로 탄 상황.
그렇기에 허청원은 자신에게 말을 건 허도일을 향해 몸을 절뚝거리며 걸어갔다.
“그러는 너야말로 대권에 관심 없는 척하더니 뒤에서 온갖 술수는 다 부렸지 않았냐? 내 별장에 찾아와서 네가 한 말 기억하지? 뭐? ‘미쳤어?’ 어이구, 참 대단도 하셔.”
잔뜩 비꼬는 허청원의 말에 허도일의 안색이 붉어졌다.
“야! 솔직히 그 정도 안배는 누구나 하는 거잖아. 너야말로…….”
“야, 됐어.”
허청원이 허도일의 말을 끊으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지금 와서 이 얘기, 저 얘기해서 좋을 게 뭐 있냐? 누구 잘못이 더 큰지 정해 놓으면 뭐, 권력이 손으로 굴러들어와? 아니잖아? 그냥, 우리는 이제 미국에서 조용히 살아야 해. 답 없어. 그러니까, 그냥 너는 너 갈 길 가고, 나는 내 갈 길 가자고. 오케이?”
허청원은 고개를 좌우로 몇 번 흔들더니 한숨을 내쉬고는 허도일을 뒤로한 채, 자신의 갈 길을 떠났다.
예전 같았으면 주변에 경호원에 수행원이 바글거렸을 허청원.
하지만, 지금 공항을 떠나는 허청원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허도일 역시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
무언가 허전함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역시나 허도일 본인의 주변에도 아무도 없었다.
“하아……, 권불십년이라더니……. 이렇게 된 내 주변에는 정말 아무도 없구나…….”
허도일 역시 한숨을 내쉬며 공항을 떠났다.
하지만, 이들의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물론, 바로 옆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주변에는 이들을 보듬어 주는, 아니, 보듬어 주는 척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보아하니, 저 둘을 꿀단지에 넣는 게 별로 어렵지만은 않겠어.’
이들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바라보고 있던 것은 다름 아닌 FBI의 국장 조슈아.
조슈아는 거스터의 대저택에 초대받아 ‘선택을 잘한 거스터’가 어떤 말년을 보내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렇기에 조슈아는 고민도 없이 거스터에게 줄을 대었고, 미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기로 약조한 상태였다.
‘너희들이 알고 있는 한국의 비밀을 다 토해내라. 그것들이 모두 내 저택의 벽돌이 될 테니까.’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조슈아의 얼굴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둘에게서 한국의 기밀을 뽑아내겠다는 의지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 * *
국세청이 조용해지자, 와이케이에 대해 혹평하던 여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점차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대체재가 있는 시장이라면 모를까, 대체재가 없는 시장이라면 국민이 기업을 제재하기가 힘들다.
현재 와이케이가 하는 사업?
명품 백화점과 영화가 중점인데, 현재 한국에서 이 두 분야에서 와이케이를 따라올 곳은 절대로 없다.
더불어서 따라 할 수 있는 기업 역시 절대로 없다.
명품 백화점은 권력자들이 얽혀 있고, 영화는 윤기가 미래 영화에 대한 감각이 있는 이상, 다른 감독들이 따라오려면 멀었다.
그렇기에, 윤기는 모처럼 편한 마음으로 ‘빠칭코의 신’을 촬영 중인 스튜디오에 참석해 촬영하는 모습을 관람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정아가 재능이 있다니까.’
주인공의 딸 역할로 열연하는 정아에겐 영화 특성상 대사가 많진 않았지만, 감각적인 연기를 보여 주며 감독과 스태프들의 호평을 받고 있었다.
더불어서 정아를 친근하게 여기고 있는 것인지, 굉장히 친근하게 대하고 있는 주연 배우들의 모습.
순간, 윤기의 머리에서 엄청난 생각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