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
#19화 미국 땅에 황금을 심어라! (1)
네가 하는 행동을 보다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맨해튼 고급 호텔 객실 침대에 누워 TV를 보던 최덕배가 지도에 무언가를 끄적이는 윤기를 보며 묻자, 윤기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요?”
나도 귀신일 뿐이지 과거 회귀는 해 본 적이 없어서 묻는 건데. 굳이 빌 게이츠에게 맡길 필요 없이, 네가 마이크로소프트가 할 일을 다 채가면 되지 않냐? 그게 훨씬 더 직접적이고 이득을 독점할 수 있잖아.>
윤기가 조용히 듣고 있자, 최덕배는 말을 더 이었다.
그 뭐냐, 많잖아?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 이런 것들 다 네가 미리 세워서 독점하면 될 텐데 뭐 하러 투자라는 귀찮은 방식을 쓰는지 모르겠네.>
분명 타당한 의문에 윤기가 픽 웃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그렇게 유능하지 않으니까요.”
순간 최덕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유능하지 않다니! 최씨 가문의 피를 물려받은 네가 유능하지 않다면 누가 유능하다고 해야 하는 거냐? 이 아원 급제한 최덕배의 후손이 바로 네 녀석인데.>
가문에 대한 자존심에 묘한 스크래치가 생긴 것 같은 최덕배의 말에 윤기가 다독이는 듯한 손짓을 보였다.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마세요. 최씨 가문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원 급제를 했나요? 아원 급제가 평범할 정도로?”
그건……, 아니지?>
“네, 최씨 가문의 핏줄을 물려받았어도 평범할 수가 있는 거죠.”
하지만 네 녀석은 평범하지 않아. 기본적으로 네가 노력하는 그 독기만큼은 한창때의 나를 능가할 정도니까.>
최덕배의 말은 사실이었고, 윤기 역시 그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인 거다.
“저도 제 회귀 전 인생이 공부를 할 여건이 안 되어서 그런 거지, 아마 그때 공부를 했으면 대기업 부장 정도야 충분히 하고도 남았을 거라 생각해요.”
그 환경에서 대기업 부장이면 대단한 거지. 그런데 내 질문에 대답은 안 되는 거 같은데?>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간접적인 대답이었어요. 회귀 전의 저는 정말 아는 게 없는 놈이었다는 게 문제예요. 페이스북? 유튜브? 구글? 당연히 저도 다 알죠. 그런데 문제는 그 브랜드는 알아도 그 브랜드가 어떻게 성립되었는지를 전혀 모른다는 게 문제예요.”
아!>
최덕배는 그제야 윤기가 왜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지 알 수 있었다.
“저도 페이스북 설립하고 싶죠, 유튜브 설립하고 싶죠. 아니, 그건 좀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애플이라든가 소니, 삼성 등을 전부 제가 먹고 싶죠.”
이제야 이해가 가네.>
“그런데, 그게 안 돼요. 왜냐하면, 모르니까요.”
실무는 정말 쉬운 게 아니구먼.>
“모르셨어요?”
이미 죽은 내가 실무에 대해서 공부해 봤자 뭐 하겠냐. 내가 아는 건 그저 삼우 그룹의 숨겨진 역사 정도랄까? 그것도 아니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들은 풍문? 뭐, 조선 시대 역사를 알려 달라고 한다면 끝장나게 도와줄 수 있지만 말이야.>
여기까지 말하던 최덕배가 윤기를 바라보며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너 지금 ‘개쓸모없네’라고 생각했지?>
“아, 아니거든요?”
황급히 지도를 접은 윤기가 화제를 이었다.
“아무튼,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너무 미래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근시안적인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에요. 최소한 어떤 물건들이 미래에 유행하는지는 알고 있으니, 그걸 실사화해 줄 수 있는 인재들을 영입하거나 그들에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제 전략이 되는 거죠.”
그래서 네가 그렇게 경영 공부에 집착하는 거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는 단순히 부자가 되거나 최고의 천재가 되는 게 목표가 아니에요. 제 목표는 미국에 오기 전까진 한국 최고의 재벌 그룹 경영자, 그리고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재벌 그룹 경영자에요. 경영자는 경영을 잘하는 게 최우선 아니겠어요?”
생각보다 목표가 확고해서 좋구나.>
최덕배가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윤기는 재빠르게 호텔 객실에 비치된 미니바에 두 번 절을 했다.
우와! 맥켈란 30년! 블로그에서 이거 보고 꼭 먹고 싶었는데!>
“블로그도 해요?”
내가 직접 하진 못하지만 부유하면서 다른 놈들 휴대폰은 들여다볼 수 있지. 그리고 보니 내 최고의 능력이 뭔지 아냐?>
“뭔데요?”
그건 바로…….>
최덕배의 양손이 마치 호빵을 움켜쥐는 것처럼 쪼물락거리더니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고는 ‘으흐, 으흐’하는 소리와 함께 변태 할아범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핫’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다.
아니, 아니다. 네가 어른이 되면 알 거야.>
“충분히 어른이거든요? 그리고 참……, 아니, 아니에요.”
할 말은 많지만, 같은 수준이 되기 싫어 참은 윤기였고, 마찬가지로 할 말이 많은 최덕배였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자신의 수준을 증명하는 것 같아 마찬가지로 입을 다물었다.
덕분에 침묵이라는 합의가 극적 타결된 객실에는 어느새 공부하는 윤기의 볼펜 소리만이 자리 잡았다.
똑똑똑-!
조용히 울려 퍼지는 노크 소리.
“누구세요?”
“도련님, 저 근탭니다.”
“아, 들어오세요.”
윤기가 문을 열어 주자, 류근태가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의는 완전히 끝났습니다. 비록 비상장 주식이기는 하지만, 투자금에 걸맞은 배당을 주기적으로 받게 될 거고, 10년 후부터는 경영과 관련된 위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고생하셨어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이런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주신 도련님에게 감사할 뿐이죠.”
“앞으로도 많이 경험하게 되실 거예요.”
“생각 같아서는 회장님께서 계속 저를 옆에 있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떼를 써서라도 그렇게 만들 테니 걱정 마세요. 저 역시 아저씨를 신뢰하니까요.”
마치 유비와 제갈량 같은 끈끈한 군신의 우정이 둘 사이에 피어올랐고, 최덕배 역시 그것을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눈치가 있었기에 굳이 끼어들지는 않았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한 가지 조언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어떤 거죠?”
충분히 관계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류근태는 충심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시작했다.
“도련님께서는 독학과 저의 과외로 수준급의 영어를 하시지만, 빌 게이츠와의 대화를 통해서 보았을 때, 발음에 있어서 아직 배울 여지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학교, 아니, 하다못해 앞으로 방학 중에는 미국에서 생활을 해 보시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지 않아도 저도 그렇게 할까 생각했었어요. 좋은 의견 고마워요.”
“제가 도련님의 심중을 흐뜨러뜨린 게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이것을 제외하고는 아마 제가 따로 말씀드릴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이번 학기부터 시작해도 될 것 같지만, 아직까지 우리 할 일이 남았잖아요?”
“그렇지요.”
“그럼, 할아버지한테 가 보죠.”
콜슨 준장의 객실은 바로 옆 객실. 윤기는 엄마인 박연지와 같은 객실을 쓰고 있었기에 윤기는 류근태와 함께 콜슨 준장의 객실로 향했다.
똑똑똑!
“할아버지!”
“오오, 들어와라!”
문이 열림과 동시에 윤기는 쪼르르 달려가 할아버지에게 안겼다.
“이 녀석, 이렇게 붙임성이 좋은 거 보면 누구한테서 태어났어도 잘 살았을 거야.”
‘그건 절대로 아니에요.’
얀마, 절대로 아니야.>
모처럼 윤기와 최덕배의 의견이 하나로 합치되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속으로 픽 웃었다.
“할아버지, 엄마는요?”
“할아버지 객실에서 엄마를 찾는 거냐?”
서운해하는 콜슨 준장의 표정에 윤기가 콜슨 준장에게 다시 한번 안겼다.
“그게 아니라, 여기에도 옆에도 안 보여서요. 당연히 여긴 할아버지 보러 왔죠.”
“네 엄마는 모처럼 미국 친구들 만난다고 잠시 자리를 비웠지.”
“엄마한테 미국 친구도 있나요?”
“그럼. 이 할아비 친구들의 딸들이 있잖느냐.”
“아.”
고개를 끄덕이는 손자를 보며 콜슨 준장이 물었다.
“나이 먹고 미국에 와보니까 어떠냐? 역시 오길 잘했지?”
콜슨 준장은 생각 같아서는 ‘이 할아비랑 미국에 정착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자신의 손자로 사는 것보다 최기현의 손자로 사는 것이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더 좋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노스롭을 가지 말고 내가 한국에서 살까?’
하지만 이것 역시 그만두었다.
노스롭에 근무를 해야만 최기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겼으니까.
“미국은 정말 대단한 나라 같아요. 시골에 가도 그렇게 땅이 넓은데, 도시도 이렇게 넓은 거 보면 미국은 괜히 강대국이 아니에요.”
태어난 나라를 칭찬받자, 콜슨 준장이 씩 하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어진 윤기의 절에 콜슨 준장이 약간 당황한 웃음과 함께 물었다.
“왜, 갑자기 절을 하는 거냐?”
“저를 태어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제가 이렇게 행복하게 살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 녀석…….”
콜슨 준장은 인생을 보답받은 기분과 함께 손주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윤기는 본론을 꺼냈다.
“할아버지. 저번에 옥수수 농장을 보고서 든 생각이 있는데요.”
“음?”
“할아버지의 집안은 옥수수 농사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옥수수 농사가 창피하신가요?”
콜슨 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전혀. 이 할아비가 옥수수 농사가 싫어서 도망쳤다고는 하지만, 할아비는 아버지를 그 누구보다도 존경한단다. 나이를 먹고 생각해 보면 죄송할 뿐이야. 이 할아비가 전쟁터에서 구르는 것을 부모님의 심정으로 얼마나 걱정하셨겠니?”
눈동자에 살짝 습기가 찬 콜슨 준장의 눈에는 부모님을 추억하는 빛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저도 미국에서 옥수수 농사를 짓고 싶어요.”
“으응?”
상상도 못 한 말에 콜슨 준장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을 한다 해도 옥수수 농사는 아니지 않은가.
“아아, 제가 직접 짓는 게 아니라, 우리 집안의 추억을 남겨 두기 위해서 미국 몇 군데에 땅을 사서 작은 옥수수 밭을 꾸려 볼까 하는 거예요.”
“호오…….”
콜슨 준장은 어쩐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나요?”
“아니, 안 될 리가. 이 할아비는 네가 그렇게 나와 우리 가문을 희구해 준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게 없지.”
“그래서 제가 생각을 해 봤는데 여기 여섯 군데에 땅을 사고 싶어요.”
윤기가 미국 지도를 침대 위에 펼치자, 여섯 군데에 구멍이 뚫려 있고, 그 구멍의 주위가 빨간색 매직으로 둘러쳐져 있었다.
“이 여섯 군데를? 무엇을 기준으로 한 거냐?”
윤기는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근태 아저씨랑 이야기를 해 봤는데, 제가 미국 땅에 대해서는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벽에 지도를 걸고, 다트를 던져서 결정하기로 했어요.”
근태 역시 윤기에게서 그렇게 들었기에 콜슨 준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물론, 근태는 윤기에게 사후 조치로 들은 것뿐이지만.
“제대로 정하는 게 낫지 않을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느낌이지만, 제가 다트를 던진 곳을 조상님이 정해 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긴, 그렇기야 하지.”
한국인의 풍습을 이해하고 있는 콜슨 준장은 손자의 말에 더 이상 가타부타 첨언하지 않았다.
‘내 고향이 포함되어 있어서 마음에 드네.’
윤기가 지목한 곳은 인디애나주와 텍사스주, 그리고 뉴멕시코주와 알래스카주의 통합 여섯 군데의 장소였다.
이 중 인디애나주는 콜슨 준장을 설득하기 쉽게 하기 위한 연막.
나머지 다섯 곳은 바로 추후 한국 뉴스에도 대대적으로 나오는 유전 지역이다.
‘고마워, 김 씨.’
공사판 점심시간마다 신문을 들며 정부 욕을 하던 김 씨는 정부가 미국을 본받아야 한다며 미국에서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침을 튀기며 열혈 강변을 해댔다.
신문을 들고 와서는 ‘봐라! 이 지역에!’하면서 수백 번이고 반복해서 강연을 하던 김 씨는 과거에는 신물이 나는 존재였지만, 지금은 다른 의미의 신물이 나는 존재가 되었다.
‘더 많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이것만으로도 20년~30년 후의 준비가 완벽하겠지.’
사실상 신문에 나올 정도로 큰 유전을 독점하게 된 셈이다.
‘내가 할 일은 20년 혹은 30년 뒤에 이 유전을 미국 정부에 강탈당하지 않도록 삼우 그룹을 키워야 하는 거야. 힘이 없으면 기껏 준비한 이 미래는 휴지 조각이 될 테니까.’
윤기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미래의 계획을 차근차근 세우고 있을 때, 객실 문을 열고 박연지가 들어왔다.
“오, 어떻게 되었느냐?”
콜슨 준장의 말에 박연지가 얼굴을 붉히며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임신 맞대요.”
순간 윤기의 고개가 강풍을 맞은 깃발처럼 홱 하고 돌아갔다.
‘뭐? 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