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불쌍한 중소기업? (4)
이다해를 만난 다음 날.
마석일은 박 상무를 만나서 조금 더 자세한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아침.
박 상무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사장실로 향했다.
“사장님, 저 그만두겠습니다.”
“뭐? 갑자기, 왜?”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경력 있는 사원 중 능력도 있는 사원들이 죄다 나간 상황이다.
그저께 마석일과 이야기하면서, 불량률이 낮다고 말한 것도 어디까지나 마석일이 일하던 때 이야기.
요즘은 경력 있는 사원들의 이탈로 불량률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물론, 마석일이 그걸 몰랐을 리 없지만, 어제 아무런 언급 없이 넘어간 이유는 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들어서 몸이 영 피곤해서요. 그냥, 고향으로 내려가서 동생이랑 같이 농사라도 지으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농사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그래?”
김학수는 일단 박 상무를 말렸다. 박 상무가 사실상 거의 유일하게 남은 능력 있는 중간 관리직이니까.
하지만, 말리는 방법이 문제였다.
“제가 농사를 지어 봐야 얼마나 짓겠습니까. 그냥 동생 옆에서 요양이나 좀 하겠다는 거지요. 아무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사장님.”
“아니, 갑자기 그렇게 말을 하면 어떻게 해. 다음 주면 와이케이랑 계약서도 써서 생산도 들어가니까 회사도 다시 살아날 텐데 왜 그만두려고 하는 거야.”
“정말 죄송합니다…….”
힘없이 말하는 박 상무의 모습에 김학수는 정말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그만두지 말라니까? 곧 있으면 회사가 살아난다고.”
김학수는 곧 죽어도 ‘연봉 올려 줄게!’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무조건 두루뭉술한 표현.
다만, 이런 애매한 표현을 이제는 박 상무도 깨달았다.
‘개새끼야, 회사가 살아나면 뭐. 회사가 잘 나갈 때는 나 잘해 줬냐?’
박 상무는 어제 이다해에게 들은 말을 떠올리며 속으로 김학수에게 쌍욕을 퍼부었다.
[사장님이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요? 상무님의 열 배는 될걸요? 금액이 아마…….]어제 이다해가 말한 김학수의 월급은 2010년대를 기준으로 약 2,500만 원.
법인으로 비용 처리를 하는 생활비나 유흥비 등을 제외하고 2,500만 원이었다.
반면, 박 상무가 받는 월급은 2010년대를 기준으로 250만 원.
허구한 날 회사가 어렵다며 박 상무의 월급을 올려 주지 않은 것이 김학수인데, 정작 자신은 어마어마한 금액을 월급으로 가져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사장이 돈을 많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러려고 회사를 세우는 거니까.
하지만, 자신의 연봉은 무조건 매년 올리면서, 직원들의 연봉은 동결하는 사장이 ‘회사 사정이 어렵다’라고 말하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 아닐까?
정말로 회사가 어려운 줄 알았던 박 상무의 배신감은 상당히 컸고, 그렇기에 마석일의 계획에 동참하는 계기가 되었다.
“죄송합니다. 오늘부터 저는 고향으로 내려가겠습니다.”
오늘이라는 말에 김학수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야, 뭐야. 박 상무, 미쳤어? 오늘 그만둔다고? 장난해? 갑자기 이렇게 그만두면 나보고 어쩌라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김학수가 눈을 부릅떴다.
“박 상무, 지금 상황 파악이 잘 안 되나 본데, 박 상무가 그렇게 갑자기 일을 그만두면 회사에 손실이 얼마나 생기는지 알아? 내가 바로 박 상무한테 그 손실을 소송해서 받아 낼 거라고!”
중소기업 사장들의 전매특허.
그것은 바로 직원이 회사의 대우에 못 견뎌서 그만두면 소송을 걸어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중소기업 사장들의 헛소리가 3개 있는데, 하나는 ‘퇴사 후 몇 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 다른 하나는 ‘회사를 위해서 외제 차를 탄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회사의 손실에 대해 소송을 건다’라는 말이다.
물론, 극소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박 상무가 그만두는 거로 김학수가 소송을 걸 건덕지는 전혀 있지 않았다.
“아, 예……. 그게 오랜 기간 일했던 저를 향한 사장님의 대답입니까?”
박 상무의 적개심 섞인 눈빛에 김학수가 순간 말문을 잃었다.
“소송……, 예. 걸려면 거십쇼. 에휴……, 내가 뭘 위해서 당신 같은 사람에게 충성했는지…….”
박 상무는 한탄이 섞인 긴 한숨을 내쉬며, 어제 마석일의 말을 떠올렸다.
[그놈 성격이라면 100퍼센트 소송 건다고 할 거예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소송 절대 못 걸고, 걸더라도 와이케이에서 책임지고 소송 방어해 드릴 테니까요.]마석일의 호언장담이 아니었으면, 박 상무는 절대 김학수 앞에서 이렇게 담담하게 있지 못했을 것이다.
소송이라는 말이 무서워서 계속해서 김학수에게 끌려다녔겠지.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박 상무는 마지막 예의를 갖추며 사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야! 박 상무! 박 상무! 야, 이 새끼야!”
마지막까지 연봉을 올려준다는 말은 안 하는 김학수.
하지만, 박 상무는 시작일 뿐이었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똑똑.
‘그럼, 그렇지.’
노크하는 소리가 들리자, 김학수는 박 상무가 다시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와! 썩, 꺼져!”
이 기회에 단단히 기선을 제압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에, 김학수는 문밖을 향해 강짜를 부렸다.
끼익-!
“쓰읍! 누가 문 열라고 했어?”
눈을 부릅뜬 김학수가 문밖을 노려보았지만, 문을 연 것은 박 상무가 아니었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는데요…….”
문을 연 것은 젊은 층에서는 그래도 능력이 있는 천 대리였다.
“제가 사표를 내려고 합니다…….”
지옥의 사표 릴레이가 시작되었다.
* * *
공장에 직원이 한 명도 없으면 어떻게 될까?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어떻게 공장에 직원이 한 명도 없을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벌어졌다.
김학수를 직원으로 분류한다면 직원 한 명의 공장이 될 수는 있겠지.
하지만, 성강물산은 난데없이 1인 기업이 되어 버렸다.
기존에 납품하던 것까지 전혀 납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력자가 한두 명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든 뜨내기들을 끌어모아 생산이라도 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정말 단 한 명도 남지 않고 전부 사표를 써 버린 덕분에, 성강물산은 그야말로 모든 행위가 멈춰져 버렸다.
“천 대리, 내가 자네 연봉을 두 배로 올려 준다니까? 그러니까 돌아와, 응? 두 배가 뭐야? 이번에 거래가 성사되면, 명절 보너스도 두둑하게 얹어 줄게. 어때, 괜찮지?”
사장실에서 수화기를 붙들고 필사적으로 말하는 김학수는 그야말로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정말 큰맘 먹고 두 배의 연봉을 제시했는데도 돌아오려는 예전 경력직들은 아무도 없었다.
김학수가 어떤 사람인지 단단히 깨달은 데다가, 그 마석일이 설득을 해 놨는데 마음을 돌릴 사람이 있을까.
덕분에 성강물산은 불과 3일 만에 1인 기업이 되었고, 또다시 며칠이 흘러 와이케이와의 계약 날이 되었다.
“엥? 공장이 쉬는 날인가 봐요?”
어떻게든 계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김학수는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고 했다.
“예? 아, 예. 오늘은 전체 휴일을 줬습니다.”
“공장이 휴일을요? 흐음, 그래도 공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봐야 하니까 내일 와서 계약하겠습니다.”
“예? 아니, 잠깐……. 저기요! 아니……!”
당황하는 김학수를 뒤로한 채, 마석일은 하루가 지나고 다시 성강물산을 찾았다.
“오늘도 휴일인가요?”
“아니, 그게 저…….”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이야, 여기 공장은 휴일을 5일이나 주나 봐요? 아주 선진국이네.”
잔뜩 비꼬는 마석일의 말이었지만, 마석일이 이번 일에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김학수였기에 그저 고개를 숙이는 것밖에는 할 일이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직원들을 다시 구하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글쎄요. 3일만 더 기다리겠습니다.”
3일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직원이 구해질 리가 없었기에 성강물산은 문을 닫아야만 했다.
돌아오는 어음도 막지 못하고, 납품을 제때 하지 못해 거래처에서 돈을 받기는커녕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는 상황.
결국, 김학수에게 남은 것은 공장 부도를 내고 부지를 파는 것뿐이었다.
집안에 빨간 딱지가 다닥다닥 붙은 상황에서, 김학수는 ‘그나마’ 돈을 잘 쳐 준다고 하는 사람에게 공장 부지를 넘겼다.
애초에 직원이 한 명도 없어서 부도를 기다리는 공장인데, 누가 제값을 주고 살까?
많은 사람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괜찮다 싶은 사람에게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긴 것이다.
그토록 아꼈던 자신의 회사.
김학수는 하루아침에 빚에 허덕이는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사장의 아내랍시고 직원들의 아내들을 불러 김장을 하게 하고, 명절 음식을 만들게 하던 김학수의 아내는 파출부 일을 시작해야만 했고, 직원들에게 함부로 반말하며 무시하던 김학수의 자식들은 반강제로 공장에 취업해야만 했다.
‘장밋빛 인생’이 ‘강매 빚 인생’이 된 상황.
부지를 넘기고 며칠 후, 김학수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이 팔아넘긴 성강물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아…….”
한숨을 내쉬며 안쪽을 바라보는 김학수.
그런데 김학수의 눈에 보인 것은, 사표를 냈던 박 상무의 모습이었다.
* * *
“이상이 이번 일에 대한 보고입니다.”
측근들만 입실할 수 있는 서재.
류근태와의 동석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마석일이 윤기를 향해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마 실장.”
“예, 회장님!”
“이번 일에 대한 제 생각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했네요.”
“감사합니다!”
윤기의 극찬에 마석일의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실제로도 윤기는 만족했다.
왜, 윤기가 류근태에게 지시를 내렸을까?
물건을 생산하는 일인데?
실제로 신상을 지휘하는 강석호에게 지시하는 것이 훨씬 빠르고, 안정적인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강석호가 아닌 류근태에게 지시를 내렸다.
류근태에게 지시를 내리면, 류근태는 누구에게 지시를 내릴까?
뻔하다.
마석일.
그렇다면, 마석일은 어떻게 일을 처리할까?
눈치 빠른 마석일이 하청을 좋아하지 않는 윤기의 스타일부터 생각할 것은 당연한 일.
윤기는 여기까지 일을 내다보고 마석일에게 일을 시켰던 것이었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으로, 마 실장에게 와우 물산의 지분 20퍼센트의 권리를 주도록 하죠.”
와이케이의 ‘와’와 삼우물산의 ‘우’를 합쳐서 성강물산은 ‘와우물산’이 되었다.
“그, 그렇게나 많이 주시는 겁니까?”
“제대로 일을 했으면 화끈한 보상을 줘야죠. 그리고, 마 실장의 상사인 류 비서에게는 10퍼센트의 권리를 줄게요.”
“감사합니다!”
마석일이 더 높은 지분을 받지만, 류근태는 욕심부리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일을 행한 것은 마석일이지, 자신이 아니었으니까.
남은 70퍼센트의 지분은 윤기 개인의 지분이 되었다.
물론, 명의는 자신이 아닌 정아의 명의로 해 두었다.
애초에 마석일이 공장 부지를 구매하기 전에 일차적으로 보고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와이케이의 실소유자인 자신의 이름으로 땅을 사게 될 경우 의심을 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아의 이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정아의 이름을 잘 몰랐으니까.
거기다가 추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정아의 재산은 일부 남게 되니,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진 거래였다.
“그나저나 성강물산의 사장이 찾아와서 행패를 피우진 않았나 궁금하네요?”
테이블 위에 놓인 팝콘을 씹는 윤기를 향해 마석일이 웃음을 참지 못하며 입을 열었다.
“말도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