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악마적인 판매법 (1)
영화에 간접 광고를 넣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사실 간접 광고의 역사는 생각보다 긴 편이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프로그램 제작비를 벌기 위한 제작진의 필사적인 사투라고나 할까?
하지만, 의외로 간접 광고에 대해 확실한 규정이 한국에 생긴 것은 2010년.
즉, 80년대인 현재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이든 일본이든 간접 광고를 하는 것은 사실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다름 아닌 ‘재미’.
대놓고 광고라고 인식을 시키면 작품에 대한 몰입도가 순식간에 깨지기 마련이니까.
그런 면에 있어서 빠칭코의 신은 정말 잘 만든 영화였다.
[아저씨가 선물 줄까?]주인공인 타네다 히로유키가 해맑은 얼굴로, 옆집 여자아이로 설정된 정아에게 슈퍼 제네시스 상자를 넘겨주고 있었다.
[이름이 슈퍼 제네시스였나? 아저씨가 빠칭코에서 딴 건데, 아저씨는 필요 없거든.]타네다 히로유키가 한쪽 눈을 찡긋할 때, 영화관 객석의 앉은 여성 관객들이 탄성을 터뜨리는 소리가 윤기의 귀로 들려왔다.
그렇게 다음 날로 시점이 바뀌고, 아침이 되기가 무섭게 빠칭코 가게로 향하는 정아 아버지 역할의 배우가 스크린에 잡혔다.
하루하루를 빠칭코에서 허비하는 무능한 아버지의 모습.
배우는 현관문을 열다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눈에 들어온 건, 게임기에 정신없이 빠져 있는 딸의 모습.
평소와 같았으면 가지 말라고 엉엉 울었을 텐데, 슈퍼 제네시스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빠칭코 가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허, 진작에 내가 사 줄 걸 그랬나?]아버지 배역은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빠칭코로 향했고, 이후에는 주인공의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
[크윽……, 크윽……, 크으윽……!]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해서 카지노의 잭팟을 노리는 주인공의 모습.
마침내 단 한 번의 기회만이 남았을 때, 주인공은 자신의 팔찌에 이마를 가져다 대며 기원했다.
[할아버지, 제발……, 저에게 행운을 주세요……!]설정상 주인공 할아버지가 남긴 유품인, 페르난데즈 제작 팔찌.
갑자기 팔찌가 빛이 나는 듯한 효과와 함께 주인공이 레버를 당기자, 마침내…….
잭팟이 터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관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탄성을 지르기 시작했고, 이를 바라보는 윤기와 류근태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걸렸다.
“성공한 것 같습니다.”
류근태의 귓속말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영화를 마지막까지 감상하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할아버지 덕분이에요.]주인공이 팔찌를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다시 이마를 가져다 대는 것을 끝으로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크레딧과 동시에 한쪽에선 영상이 계속 이어졌는데, 주인공과 정아가 행복한 표정으로 슈퍼 제네시스를 하며 옆집 아저씨와 옆집 여자애 사이의 우정을 다지는 내용이었다.
“저거 어디서 파는 거야?”
근처 자리에서 들려온 말소리.
윤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빠칭코의 신은 일본을 기준으로 그야말로 초대박을 거두었다.
광고용 영화를 넘어서서 영화 그 자체가 초대박을 낸 것이다.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
80년대 일본에서 대유행이던 빠칭코를 소재로 한 데다가, 과장을 좋아하는 일본인의 심리를 정확히 겨냥.
거기에 영화를 만든 기법 자체가 2010년대 한국의 영화들이라는 검증된 기법으로 만들었으니, 실패할래야 실패할 수가 없긴 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성공할 줄은 솔직히 윤기조차도 몰랐다.
왜냐하면, 이 영화 자체가 슈퍼 제네시스를 위한 간접 광고용 영화였으니까.
“일본은 영화표 값이 1,500엔이더라구요?”
윤기의 말에 나카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세가의 사장실.
때아닌 ‘빠칭코의 신’의 대박에, 나카야마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지어지고 있었다.
이어질 슈퍼 제네시스의 성공이 보이는 듯했으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본에서는 그야말로 껌값보다 싼 겁니다.”
“그래요?”
“네. 면접만 보러 다녀도 3만 엔에서 5만 엔을 주는 게 지금 일본이니까요.”
“이야, 대단하네요.”
윤기는 어렴풋이 떠오르는 옛날 기억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80년대의 일본 버블이 너무도 엄청나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을 산다는 말까지 나왔었지?’
불과 5년만 지나면 깨질 꿈이지만, 현시점에서의 일본인들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유한 사람들이 맞았다.
“면접비뿐입니까? 때에 따라서는 대학생들한테 면접 보러 오라고 비행기도 보내 줍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건 상상도 못 했거든요. 아니, 상상이 뭡니까. 비행기 뜨면 숨기 바빴지.”
약간 자학적인 위트가 섞인 나카야마의 말에, 윤기가 살짝 쓴웃음을 짓고는 화제를 자연스럽게 돌렸다.
“1,500엔에 500만이면, 현재까지 매출만 75억 엔이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매출이죠.”
85년도의 한국 화폐를 기준으로 대략 333억에 달하는 매출. 2010년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최소 1,000억 이상.
심지어 아직 개봉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니, 최소 이만큼의 매출은 더 나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건 어디까지나 ‘광고용 영화’라는 점이다.
내일은 드디어 슈퍼 제네시스의 판매를 시작하는 날.
그렇기에 나카야마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저는 정말, 회장님의 악마와도 같은 전략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국 속담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라는 말이 있죠.”
나카야마가 ‘정승’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해 한일사전을 뒤적이는 모습을 보며, 윤기는 사장실 창문을 통해 바깥을 바라보았다.
* * *
세가 본사 앞에 늘어선 길고 긴 텐트의 행렬.
정말, 일본의 전쟁 역사를 뒤져봐도 이 정도의 텐트가 쳐진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알록달록한 색깔로 한 개 구획을 뒤덮은 텐트의 물결.
그것은 바로 세가 제네시스를 사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전날부터 자리 잡은 모습이었다.
1등으로 줄을 선 사람은 무려 6일 전부터 텐트를 치고 있었는데, 2등은 겨우 7분의 차이로 1등을 놓치고 말았다.
경찰이 해산을 시키려고 해도 해산하지 않는 군중의 모임.
이들이 단순히 게임기를 사기 위해서 몰려온 것이라면 경찰의 행정력이 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텐트를 친 이유는 슈퍼 제네시스보다는 ‘주인공의 팔찌’를 얻기 위해서였다.
빠칭코의 신 주인공이 차고 나온 팔찌.
세가의 본사 앞에서는 특별 판촉을 했는데, 그것은 바로 선착순 1,000명까지 주인공의 팔찌를 ‘구매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덤으로 증정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구매할 기회를 주는 것뿐.
그런데도 텐트의 대기 물결은 그야말로 무지개가 부럽지 않을 정도의 규모를 이루고 있었다.
“저기요. 슈퍼 제네시스만 살 거예요?”
1,001번째로 텐트를 치고 있던 사람이 전전긍긍한 표정을 지으며 1,000번째의 사내에게 말을 걸었다.
“당연히 아니죠. 주인공 팔찌도 살 거예요!”
30대 초반의 1,000번째 사나이는 자신의 팔찌를 차고 레버를 돌리는 모습을 상상한 듯, 쾌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하, 미치겠네. 1분만 일찍 올걸.”
“앞에 사람이 어떨지 모르니까 기다려 봐요. 혹시 모르잖아요?”
1,000번째 사람에게 사회성이 없는 것은 아닌지, 희망적인 관측을 말해 주었다.
“저도 그래서 기다리는 거예요. 제 뒤에 있는 사람들도 아마 똑같은 심정일걸요?”
오늘 하루 동안 배부되는 팔찌의 숫자는 천 개.
자신들보다 앞에 있는 사람이 팔찌를 사지 않기를 바라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었다.
“하, 아무튼 부럽네요. 저도 운 좀 트이고 싶은데……. 주인공의 팔찌를 차면 저도 뭔가 좀 터질 것 같거든요.”
1,001번의 말에 1,000번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랑 똑같은 생각을 하셨네요. 진짜, 저도 이번에는 꼭 따야 해요. 안 그러면 야쿠자가 집에 찾아온다고요.”
피식 웃으며 하는 말치고는 정말 살벌한 말이었지만, 1,000번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듯 보였다.
“야쿠자가 찾아온다는데, 안 무서워요?”
“따서 갚으면 되잖아요? 주인공의 팔찌만 있으면 무조건 딸 테니 걱정 없어요.”
근거 없는 믿음이란 이렇게 무서운 법.
이미 빠칭코란 존재에 과몰입해 버린 사람들에겐, ‘빠칭코의 신’에 과몰입하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영화에 나온 주인공의 팔찌 역시 마찬가지.
영화에서 주인공이 팔찌 덕분에 승승장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팔찌는 어디까지나 소품.
그럼에도 사람들은 주인공의 팔찌를 차면 운이 좋아질 것이라 믿었다.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텐트 행렬은 ‘그런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판매를 시작합니다!]마침내 시작된 판매.
텐트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며, 마치 인간 파도를 만들어 낸 듯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그리고 주변이 굉장히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생각보다 ‘큰 소란’은 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변에 엄청난 숫자의 경찰들이 사고 방지를 위해 포진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순번에 들지 못했다고 확신한 일부 사람들이 진상짓을 통해 주인공의 팔찌를 얻어 내려고 시도하였지만, 경찰들의 빠른 연행을 통해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래서 어딜 가나 연줄이 중요하다니까?’
사장실 창문을 통해 아래를 바라보던 윤기가 나카야마를 흘끗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유가 어쨌든, 세가는 중견 기업 이상의 규모를 가진 전통 있는 기업.
단기간이라면 경찰에 이 정도 요청을 하는 것이 가능했다.
왜냐하면, 일본의 정경유착은 한국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까.
‘좋아, 아주 만족스러워. 이왕 일본에 손을 댄 거, 아주 철저하게 빨아먹어 주지.’
윤기는 질리지도 않는 듯, 종일 판매 행렬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일종의 진짜 소란이 터져 버렸다.
“아니! 내가 1,000번째인데 내가 왜 못 사!”
자신이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사내는 자신보다 한참 앞에서 주인공의 팔찌 판매가 끊기자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하……, 앞에서 몇 개씩 산 사람들이 있었나 봐요.”
“아니, 한 사람에 하나라고 했다고요!”
“사람이 둘이면 게임기도 두 대 살 수 있잖아요. 아마 앞에 텐트 쳐 놓았던 사람 중에 인원수만큼 슈퍼 제네시스를 산 사람이 있을 거예요.”
1,001번은 위로를 건네면서도 어쩐지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못 사면 남도 못 사야 한다는 일종의 보상 심리.
1,001번은 흥분하는 1,000번을 보며 사지 못한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사기야! 다 사기라고! 내놔! 내 팔찌 내놓으라고!”
흡사 무슨 일이라도 벌일 것 같은 모습.
물론, 얼마 안 가 경찰에게 진압당하겠지만, 1,000번은 뒤에 있는 ‘진짜 고객’들에게 제압당하게 되었다.
“슈퍼 제네시스 안 살 거면 비켜! 너 때문에 우리가 못 사잖아!”
슈퍼 제네시스만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은 텐트가 아닌 평범한 줄을 서 있었다.
물론, 엄청나게 긴 행렬인 것은 똑같았지만.
그런 사람들 입장에서 1,000번과 같은 사람은 그야말로 불필요한 존재.
그렇기에 1,000번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살벌한 눈빛을 보며, 바로 거북이처럼 목을 몸속으로 쑥 집어넣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회장님! 팔찌는 당연히 완판! 슈퍼 제네시스는 2만5천 대가 팔렸습니다!”
“대단하네요!”
윤기조차도 감탄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말이 2만5천 대지, 슈퍼 제네시스는 이곳에서만 판 게 아니다.
일본 전역에서 지금도 실시간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1일 차 판매량이 얼마인지는 감조차 잡기 힘들 정도였다.
“아, 그런데 회장님. 경찰 쪽에서 주인공 팔찌의 미끼 판매는 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행정력을 이쪽에만 쏟아붓기가 힘들다고 합니다.”
난감해하는 나카야마를 향해 윤기가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 주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다 예상해서, 대처법까지 준비해 놨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