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악마적인 판매법 (2)
“예? 대처법까지 생각해 놓으셨단 말씀이십니까? 그거 혹시…….”
아무리 경찰의 행정력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고는 해도, 그걸 무한정 이어 가기란 어렵다.
‘사실 경찰의 전언은 정말로 못하겠다는 뜻은 아니겠지만 말이야.’
윤기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처럼, 나카야마 역시 윤기가 어떤 해결법을 생각했는지 얼추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문제는, 틀릴 게 확실했지만.
“경찰에 돈을 좀 더 찔러넣어 주실 생각이십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생각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것도 뭐, 사실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거든요.”
“무엇입니까?”
“추첨권이요.”
“추첨권이요?”
“네. 각 판매점에, 주인공의 팔찌를 얻을 수 있도록 추첨권을 배부하는 거죠.”
“오……! 상당히 좋은 방법 같습니다.”
얼굴이 밝아지는 나카야마를 향해 윤기가 한 가지 더 좋은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리고, 추첨권을 받고 싶은 가게에선 추첨권 개수만큼 반품을 포기하게 하세요.”
뼛속까지 상인인 나카야마답게, 그는 윤기의 의중을 바로 눈치채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악마적이시군요.”
“저는 그저 기회를 줄 뿐이에요.”
마주 미소를 짓는 윤기.
슈퍼 제네시스 직전에 발매한 세가의 게임기는 그야말로 대차게 망해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 슈퍼 제네시스를 발매할 때에도 도소매점들이 물량 받기를 주저하는 면이 강했다.
하지만, 윤기는 그러한 도소매점의 고민을 완전히 해소해 주었다.
그것은 무제한 반품.
특별히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재고로 남은 슈퍼 제네시스를 반드시 반품을 받아 주겠다고 약속했고, 덕분에 일본 전역에 정말, 아주 충분한 물량의 슈퍼 제네시스가 풀렸다.
만약 팔리지 않는다면? 수백만 대의 슈퍼 제네시스가 반품될 것이다.
하지만, 추첨권 수백만 장을 일본 전역에 배부한다면?
반품을 거절할 명분이 생긴다.
도소매점들은 슈퍼 제네시스 한 대를 팔 때마다 고객에게 추첨권 한 장을 주겠지.
즉, 이 추첨권은 세가 입장에서도 도소매점 입장에서도 이득인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 광고까지 찍어놨어요. 내일부터 골든 타임에 추첨권과 관련한 광고가 TV를 통해 송출되겠죠.”
“도대체 몇 수 앞을 보시는 건지, 전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사실,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에요. 두 가지만 가지고 있으면 되거든요.”
윤기의 말에 나카야마가 구미가 당긴다는 듯 공손하게 물어왔다.
“그 두 가지가 무엇입니까?”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
“음, 그렇군요.”
사실, 너무나도 뻔한 말이었기에 나카야마는 실망했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낼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재산이에요. 광고가 실패해도 두려워할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더 많은 돈이 제 통장에 쌓일 텐데요.”
이 말에는 나카야마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핫! 확실히 그렇습니다. 지갑이 두둑하면 그런 저돌적인 행동을 하기가 확실히 수월하죠.”
나카야마의 음색에 비웃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솔직한 답변에 기분이 좋아진 듯, 눈과 입술이 동시에 웃고 있었다.
‘뭐, 사실 세 번째 이유도 있긴 하지만.’
윤기는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미소를 지을 뿐, 더 말을 붙이진 않았다.
‘가난을 아니까.’
말하지 않은 세 번째 이유였다.
부자는 망해도 3년은 가는 법.
그렇기에 윤기는 리스크를 감수할 줄 알았다.
어차피 망해봤자 예전의 자신이 살던 삶보다는 나은 삶을 살 테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가치가 있는 리스크는 언제든지 부담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추첨권은 재팬 코모디티에서 세가 본사로 가져올 거예요. 그러니까 세가의 모든 직원을 총동원해서 추첨권을 전국으로 발부하세요.”
“물론입니다.”
어찌 보면 세가가 블랙 기업으로 느껴질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약속된, 두둑한 보너스는 직원들을 자발적으로 일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 *
전국적으로 발부된 추첨권의 효과는 그야말로 지대했다.
추첨권을 가진 가게를 찾기 위해서 일본인들이 일본 전역을 뒤지게 했으니까.
더불어서 추첨권이 있는 가게라면 슈퍼 제네시스가 그야말로 추첨권이 있는 한은 완판!
덕분에 세가에는 연일 슈퍼 제네시스의 추가 입고를 요청하는 전화가 쇄도했다.
물론, 추첨권을 포함해서 달라는 요구가 ‘전부’였지만, 이마저도 윤기는 이용할 계획이 있었다.
“첫 물량을 출하할 때는 우리가 을이었지만, 두 번째 물량을 출하할 때는 우리가 갑이죠.”
이미 슈퍼 제네시스가 잘 팔린다는 사실은 일본 전역에서 기정사실이 된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슈퍼 제네시스를 출하 받기 원하는 점포들에 상당한 물량의 ‘게임’ 역시 출하했다.
한 마디로 끼워팔기.
사실, 첫 번째 출하를 할 때엔 게임이 그다지 팔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슈퍼 제네시스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주인공의 팔찌를 원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 게임을 각 점포에 출하한 상태였다.
그렇다는 것은, 점포들 역시 게임을 팔기 위해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는 얘기.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제가 다 직접 플레이해 보고 괜찮다 싶은 게임들만 출시를 허가한 거니까요.”
아무리 직접 플레이해 보았다고 해도, 모든 게임이 재미있다고 장담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윤기는 어렸을 때 게임을 즐기고 싶었던 욕망이 너무나 엄청났기에 적어도 ‘쓰레기’로 분류될 만한 게임은 절대로 허가해 주지 않았다.
덕분에 추첨권을 통한 일종의 강매(?)도 생각보다 불협화음 없이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영화를 통해 사람들은 보았으니까.
슈퍼 제네시스가 자식들을 얼마나 조용하게 만들 수 있는지.
“우리가 게임을 사전에 검수한다는 게 되게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나카야마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검수가 당연한 거예요. 특히, 우리가 기계로 이익을 봐야 하는 상황에서는 말이에요.”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같은 경우라면, 게임의 재미 자체를 검수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하드웨어로 이익을 남겨야 하는 시절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 시절은 아니다.
쓰레기 게임만 나오는데 그 누가 게임기를 사겠는가?
특히, 이 시절에는 일반인들이 정보를 얻을 방법이 굉장히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똥겜’을 사는 경우가 대단히 잦았다.
“가게 주인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
“네?”
뜬금없는 윤기의 혼잣말에 나카야마가 반문했다.
“말한 대로예요. 어지간한 소비자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말이죠. 그래서 가게 주인한테 게임을 추천해 달라고 해요.”
“아, 그렇습니까?”
나카야마는 애초에 게임을 다 살 수 있는 재력이 있었기에 공감은 못 했지만, 이해는 했다.
“그러면 가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첫 번째. 그냥 추천 안 해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로 품절이 되는 게임. 두 번째. 안 팔려서 빨리 팔지 않으면 고스란히 손해가 되는 게임.”
“경제학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후자가 되겠죠.”
사실 이러한 일은 재래시장과 수산시장에서 아주 잘 경험할 수 있다.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사장님에게 ‘좋은 거로 주세요’라고 말만 하면, 사장은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어유, 당연하죠’라고 말하며 저급품을 주니까.
괜히 2010년대의 사람들이 정찰제가 기본인 마트를 더 선호하는 게 아니다.
좋은 물건을 사긴 힘들지라도, 적어도 통수는 맞지 않으니까.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검수해야 하는 거예요. 가게들이 파는 물건에 ‘세가’라는, ‘슈퍼 제네시스’라는 브랜드가 없다면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가게 주인보다도 우리의 브랜드를 먼저 봐요. 그런데 똥겜만 가득한 게임기다? 그렇다면 거짓말은 가게 주인들이 했는데, 손해는 우리가 보게 되는 거죠.”
“으음……, 게임을 전문적으로 검수하는 부서를 하나 만들겠습니다.”
“만드는 건 좋지만, 주의해야 할 게 있어요.”
“무엇입니까?”
“게임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구성할 것. 학력, 연줄 이런 거 신경 쓰는 순간 회사 주식이 떨어질 거예요.”
무슨 뜻인지 이해한 나카야마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부터 게임을 제대로 해 보겠습니다.”
“좋은 생각이에요.”
해당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낙하산으로 부서장으로 나타나는 일은 현대에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적어도 세가에서만큼은 한동안 그럴 일이 없어 보였다.
* * *
북적북적한 일본의 주말.
윤기가 어마어마한 매상을 올려 주었던 가게의 앞에 텔레비전이 설치되기 시작했다.
가게 안쪽에서 전원선을 연결하여 바깥으로 텔레비전과 게임기를 연결한 상황.
특히 텔레비전은 평범한 가정집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무려 ‘프로젝션 TV’였다.
그것도 45인치나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
요즘이야 45인치 TV라고 하면 대부분이 작다고들 표현하겠지만, 80년대 TV는 대부분 15인치에서 17인치였다.
당장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30인치 TV 정도면 나름대로 크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가게 앞에 설치된 프로젝션 TV는 무려 45인치!
진짜, 이 시대를 기준으로 눈알이 튀어나오게 비싼 가격이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반인 기준.
윤기 입장에서는 투자를 위해서 충분히 살 이유가 되었다.
“이렇게 설치해 드리면 될까요?”
가게 앞에 설치된 프로젝션 TV.
그리고 그 앞에는 근처 가구 가게에서 공수해 온 3인용 소파가 놓였다.
“아주 만족스러워요.”
윤기는 사장의 공을 치하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는 슈퍼 제네시스를 시작했다.
[세~가~]프로젝션 TV를 통해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
가뜩이나 길거리에 큼직한 프로젝션 TV와 소파가 놓인 상태라 지나가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상황이었는데, 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더더욱 끌었다.
네가 80년대생이었으면, 예전 인생에서는 훌륭한 악플러가 되지 않았을까?>
관심을 받기 위해서 어그로를 신나게 끌었을 것이라는 최덕배의 말에, 윤기는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의 대추를 만지작거렸다.
쳇.>
입맛을 다시는 최덕배를 뒤로한 채, 윤기는 슈퍼 제네시스의 야심작 ‘소닉’을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고슴도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게임인데, 특유의 스피디한 진행 덕분에 원래 역사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끄는 게임이다.
원래대로라면 6년 뒤에나 나와야 하는 게임.
하지만, 슈퍼 제네시스에 엄청난 개발비가 들어가면서 소닉 역시 예정보다 일찍 개발될 수 있었다.
물론, 91년도에 나왔을 소닉보다는 어느 정도 라이트하게 출시되기는 했다.
왜냐하면, 슈퍼 제네시스가 이 시대를 기준으로 고성능이라 하더라도 6년이란 시간을 확 앞당길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동시기 패미컴 게임에 비해서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기에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가 멈추어 서서는 프로젝션 TV 화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역시 관심을 받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라니까?’
윤기는 마치 자기 집 안방에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느끼며 슈퍼 제네시스를 즐기기 시작했다.
“소지로! 집에 가야 한다니까!”
“케이스케! 빨리 오지 못해?”
“키타니! 얘가 참!”
작은 TV라면 아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힘들었겠지.
하지만, 이 시대를 기준으로 무지하게 큰 45인치였기 때문에 아이들은 화면을 보기가 무섭게 다리를 땅에 착 붙이고는 정신없이 게임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세상에 구경만 하고 싶은 사람은 없는 법.
“엄마, 나 저거 사 줘!”
“저거 옆집 다나카도 가지고 있단 말이야. 사 줘!”
“사 줘, 사 줘!”
아이를 가진 부모들 입장에서 가장 난감한 사태.
그것은 바로 장난감을 사 달라며 보채는 자식이 아닐까?
하지만, 부모가 곤란할수록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이야, 저 녀석 입 찢어지려고 하는 거 봐라.>
아이에게 져서 어쩔 수 없이 가게로 들어서는 부모를 보며, 사장은 그야말로 입이 귀에 걸린 상황이었다.
모델 출신의 미성년자가 가게 입장에서 절대로 사지 못할 프로젝션 TV를 통해 가게 밖에서 판촉을 해 준다.
그야말로, 가만히 있는데 굴러들어온 떡.
그렇기에 사장은 윤기를 향해 무한한 감사를 보냈다.
물론, 윤기가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임도 있었지만, 보답을 겸한 것도 있었다.
왜냐하면, 이 가게는 슈퍼 제네시스 물량을 가게가 수용할 수 있는 최대한도로 받아 준 곳이었으니까.
윤기가 세가의 관계자라는 것을 알게 된 가게 주인은 자신의 상인으로서의 촉을 잔뜩 세워 윤기에게 베팅했고, 그것이 대성공한 것이다.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날 영업이 끝나고, 가게 주인은 윤기를 향해 진심으로 고개를 숙였다.
윤기의 판촉 덕분에 평소 대비 무려 7배나 되는 물량을 팔아치울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 추첨권이 없었음에도 물량을 팔 수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엄청난 이익이었다.
“뭘요. 신뢰하는 사람들끼리는 돕고 살아야죠.”
윤기의 말에 가게 주인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무엇인가 생각났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아, 이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한 가지 들은 것이 있습니다.”
“한 가지 들은 것이요?”
“예. 최근에 슈퍼 제네시스가 워낙 잘 팔리고 있다 보니, 닌텐도 관계자들이 가게들을 돌아다니면서 닌텐도도 잘 팔아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거든요.”
“뭐, 그렇기야 하겠죠.”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관계자들이 9월을 기대하라고 했습니다. 9월이 되면 반전이 될 거라면서, 미리 패미컴 물량을 받아 놓는 게 좋을 거라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