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정정당당 (1)
“옛말에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 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여유로운 태도의 마석일의 말은 사람의 귀를 관통하는 듯한 힘이 있었다.
“다시 집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용해진 사람들을 향해 마석일이 말을 이었다.
“이번 고용은 일본의 기업인 ‘세가’가 하는 것입니다. 세가에서 지불하는 금액은 일본 평균의 절반이지요. 상식적으로 일본하고 똑같은 금액을 지불한다면, 한국인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대단히 합리적인 마석일의 말에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합리한 기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남들과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결코 기분 좋은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합리한 기분이 들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말이다.
“그래서!”
마석일이 갑자기 목소리 톤을 확 높이자, 방금까지 바닥을 향하던 사람들의 고개가 들어 올려졌다.
“일본 평균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한 금액은 와이케이에서 조건 없이 부담하겠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은 일본인들과 똑같은 돈을 받게 됩니다!”
[[[[[우와아아아아아!!]]]]]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환호성을 치기 시작했다.
평상시 자신이 버는 돈의 4배.
3개월만 일하면 1년 치 봉급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모두가 열광하기에 충분했다.
“솔직히 말해서.”
마석일의 이어지는 말에 사람들은 다시 입을 다물며 경청하기 시작했다.
“일본인의 반값으로 일하면 그게 파견이나 출장입니까? 착취지. 와이케이는 한국인이 일본인들에게 착취당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지금은 강점기가 아니잖아요?”
살짝 너스레를 섞은 마석일의 말에 모두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일은 확실히 해 주셔야 합니다. 와이케이가 그 많은 돈을 부담해 가면서 여러분을 일본인과 공평한 대우를 해 주는 이유? 그것은…….”
마석일이 일부러 말을 잠깐 끊자, 사람들이 이어질 말이 무엇일지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돈을 받았는데 더 좋은 결과를 낸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 아닙니까? 우리가 일본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십시오!”
[[[[[우와아아아앗!!!]]]]]다시 환호성이 터짐과 동시에 사람들의 눈에 ‘전의’라는 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방금까지만 하더라도 대충 돈이나 벌러 가자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어느새 ‘목숨 걸고 일해야지’하는 반응으로 바뀐 것이었다.
그렇게 미리 마련된 숙소로 해산한 사람들은 일본에서 정말 열심히 일할 사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들 중 한 명.
숙소가 아닌 마석일의 사무실로 향한 사람이 있었다.
“고생했어.”
씨익 웃으며 말한 마석일을 향해, 아까 다른 사람들을 선동했던 사내가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오히려 중책을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생각해 주면 고맙고. 앉아서 냉커피나 한잔하지?”
“좋지요.”
사내의 이름은 김인수.
마석일의 류근태의 측근이라면, 김인수는 마석일의 측근이었다.
와이케이 백화점의 대리로 근무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마석일의 지시를 수행한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일본인과 똑같은 수당을 준다고 발표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마석일은 그래 봤자 감동이 없다고 생각했고, 김인수를 동원해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이다.
특히 김인수는 사회에 불만이 좀 있는 듯한 인상이었고, 이러한 일에 동원되기에는 가장 알맞았다.
“옛날에는 얼음을 먹으려면 정말 힘들었는데, 와이케이에 와서는 원 없이 먹는 것 같습니다.”
“호오, 김 대리도 그런 시절을 겪었어?”
“저도 어쨌든 70년대를 겪었으니까요.”
“하긴, 우리 때는 정말 얼음 먹기가 힘들었어. 얼음을 먹을 때라고 해 봤자 수박 먹을 때 정도?”
“아, 그거 저도 압니다.”
맞장구를 치는 김인수의 대답을 들으며 마석일은 과거를 회상했다.
“여름에 아버지가 얼음을 사 오면 아주 죽여줬지. 어머니가 빨리 가서 얼음 사 오라고 하시면, 진짜 목숨을 걸고 얼음 가게로 뛰어갔으니까. 무더운 여름날에 사카린을 섞어 만든 화채를 떠먹으면 진짜……, 캬!”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묘사와 표정을 본 김인수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다.
“60년대에는 그 정도였습니까?”
“그래. 70년대에도 가정에서 얼음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격이라도 많이 떨어졌잖아? 60년대에는 얼음 먹기가 힘들었어. 물론, 아이스케키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아이스케키도 쉽게 사 먹을 가정 상황은 아니었잖아?”
80년대에 들어서며, 각 가정의 식생활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하지만, 아이스케키 가격이 비싼 게 아니라 하더라도, 가정집에서 사 먹기에는 솔직히 부담스러운 게 맞았다.
아이스케키 하나 값이면 두부 넣은 된장찌개를 끓여서 온 가족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
“정말, 저 어릴 때와 비교하면 점점 살기가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김인수의 말에 마석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동감이야. 그래서 너무 아쉬워. 부모님이 오래 살아계셨더라면 이런 냉커피도 편히 드셨을 텐데. 효도하려고 하면 안 계시는 게 부모님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내 꼴이 딱 그 꼴이야.”
부모님에 대한 향수에 젖은 마석일의 모습에 김인수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다가 이내 화제를 돌렸다.
존경하는 상사가 슬픈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싶진 않았으니까.
“실장님,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괜찮을까요?”
“아, 말해. 얼마든지.”
마석일은 황급히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하 앞에서 한탄하는 게 좋을 리가 없으니까.’
쓴웃음을 짓는 마석일을 향해 김인수가 질문을 털어놓았다.
“다른 게 아니라, 왜 일본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시는 건가요? 솔직히 이건 말도 안 되는 특혜입니다. 오히려 일본인 입장에서 역차별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에요. 일본에서 일하는데 일본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본인과 똑같은 임금을 준다? 이건 와이케이 입장에서도 대단한 손해라고 생각됩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한 만큼, 김인수는 지극히 와이케이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았다.
물론, 마석일은 이러한 충성심을 나쁘게 보지는 않았다.
단지, 한 가지 생각을 했을 뿐이다.
‘역시 아직은 조금 어리구나.’
그래도 충성심은 확인할 수 있었기에 마석일은 류근태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적절히 포함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그게 다 미래를 위한 투자야.”
“미래를 위한 투자 말입니까?”
마석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해 봐. 사실, 와이케이가 이번 일을 강행하지 못할 이유는 없잖아? 그냥 일본인의 절반만 주고 부려먹을 수도 있었어.”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럴 거면, 와이케이 이름으로 사람을 모집하지 않았겠지?”
“……!”
김인수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꽤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우리는 와이케이로 모집했어. 그렇다는 것은, 일본인과 똑같은 임금을 주는 게 이득이라는 이야기야. 일본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과 별개로 다른 이득이 있다는 이야기지.”
“그게 무엇입니까?”
“인식.”
“인식……이요?”
“그래, 인식.”
마석일은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뒤, 바로 말을 이었다.
“나중에, 한 10~20년쯤 지나서 이번 일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알았다고 쳐 봐. 그러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아…….”
김인수는 자신이 놓친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깨달았다.
“대중은 생각보다 냉정하지 않아. 현실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에 드는 논리 몇 가지를 붙여다가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믿어 버리지.”
“마케팅 쪽을 주제로 공부하다 보면, 확실히 공감되는 일입니다.”
“그렇지? 미국에서 매일 아침 베이컨을 먹는 이유도 베이컨이 몸에 좋다는 헛소리가 진실처럼 퍼져서 그런 거니까.”
마석일의 말처럼 미국에서 베이컨이 아침 식사의 기본으로 굳어진 것은 마케팅 때문이다.
[아침밥을 챙겨 먹는 것은 몸에 좋다.] [단백질을 먹으면 몸에 좋다.]이 두 가지를 의사가 말을 하게 하고, ‘그렇다면 베이컨을 아침마다 먹는 것은 몸에 좋다’라고 광고를 했는데, 이게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베이컨에 들어 있는 염분이나 지방에 대해서 신경 쓰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대중의 목소리에 묻혔다.
마석일은 바로 이러한 점을 들은 것이다.
“만약 20년쯤 후에, 이번 일을 누군가가 거론한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한국 임금의 2배를 준 것을 칭찬할까, 아니면 일본의 절반밖에 주지 않았다면서 욕할까?”
“우리가 아닌 남이 이 사실을 거론한다면 대부분 욕을 하기 위해 파헤친 것일 테니, 후자가 되겠죠.”
“그래. 그렇다면 상황이 어떻게 될까?”
“다른 곳도 아닌 일본에 착취를 당한 느낌을 주게 될 테니, 여론이 어마어마하게 안 좋아지겠죠.”
마석일이 박수를 한 번 살짝 쳤다.
“그래, 바로 그거야. 하지만, 우리가 임금을 일본과 똑같이 맞춰 준다면? 그것도 우리의 돈으로?”
“상당한 광고 효과를 가져다줄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파헤쳐 주기만 한다면요.”
적절한 김인수의 해석에 마석일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군가’가 파헤쳐 주기만 하면 엄청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겠지. 한마디로, 우리 와이케이는 미래의 광고비에 투자하는 셈이야.”
“확실히…… 제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 큰 걸 하나 배운 것 같네요.”
“이 정도로 와이케이의 윗선인 생각이 대단히 깊어. 그러니까, 김 대리도 아무런 고민도, 의문도 가지지 말고 그저 위의 말에 잘 따르기만 하면 돼. 날 봐. 쓰레기 같은 중소기업을 다니다가 지금은 와이케이의 간부잖아? 김 대리에게도 그럴 재능이 충분하다고 봐.”
“저야 그저, 실장님을 따를 뿐입니다.”
“나를 따르지 말고 와이케이를 따라. 와이케이는 열심히 일하면 보상을 주는 회사야. 라인이 중요한 회사가 아니라고.”
마석일은 본인 인생에서 최고의 말을 내뱉었다.
이야, 심심해서 구경 중인데, 이 녀석 진짜 말주변이 대단하구만?>
심심해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던 최덕배의 눈에 뜨인 것은 마석일 인생 최고의 행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 *
이번 세가 소닉 페스티벌에 동원될 인력들에 대한 임금.
절반은 세가에서 부담한다고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금액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아무리 미래의 광고비라고는 하지만 결코 턱 하고 지불할 금액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이 금액을 전혀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더불어서 지불할 방법 역시 이미 생각해 두고 있었다.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나요?”
윤기의 말에 나카야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각 지역의 관청에 허가를 받아 착실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인 허가가 나는 대로 축제장의 공사에 들어갈 것입니다. 물론 장소에 대한 협력도 얻어 놓았으니, 공사 비용도 크게 들어가지 않을 것입니다.”
“만족스럽네요. 그렇다면, 한 가지 일을 동시에 추진해 줘요.”
“무엇입니까?”
무슨 일일지 궁금해하는 나카야마를 향해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 대회를 방송에 내보낼 수 있도록 방송사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세요. 독점 방송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