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정정당당 (2)
세가의 사장실.
나카야마는 모처럼 자신의 능력을 여실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을 마련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일본의 주요 TV 채널 중, 하나인 JTV의 편성기획국장이 나카야마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원래대로라면 딱히 만날 일도 없고, 오히려 나카야마가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왜냐하면, 세가가 가진 무기가 너무나도 뛰어났으니까.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차가 막히거나 그러지는 않았나요?”
자연스럽게 상대의 감사를 받아낸 나카야마의 말에 편성기획국장 요시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늘 일이 잘 풀리려는 지, 도로가 아주 숭숭 뚫려 있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커피가 좋으십니까? 아니면, 주스?”
본론에 빨리 들어갈 필요가 없는 나카야마였기에 대화는 계속해서 본론에 들어가지 않고 밖으로 겉돌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명백히 ‘을’인 요시키가 그것을 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요시키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아, 저는 무엇이든지 좋습니다.”
“으음……, 그러면 제가 뭘 드려야 할지 오히려 고민이 되어서…….”
나카야마의 은근한 공격에 요시키는 기겁을 하고는 손사래를 쳤다.
“아, 그, 그럼 주스 주십시오. 주스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나카야마는 내선전화를 이용해서 비서에게 주스를 가져오라 시켰고, 잠시 뒤, 테이블 위에 주스가 놓였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뭘요, 그냥 주스뿐인걸요. 그나저나…….”
나카야마가 운을 띄우자, 요시키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이런 날씨에는 가족들과 함께 도시락 싸서 공원이라도 가 보고 싶습니다.”
예상과 전혀 다른 말에 요시키는 속으로 짜증이 일었지만, 역시나 화를 내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오늘 요시키는 자신보다 더 높은 상사의 특명을 받고 왔으니까.
[이번 독점 중계권, 꼭 따내. 전 일본이 지켜보는 경기야. 따내기만 한다면 엄청난 광고료를 챙길 수 있다고.]평상시라면 기업들에서 엄청난 수준의 로비를 받을 요시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나카야마의 앞에서 신입사원처럼 애교를 부려야만 했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골프장으로 야유회는 어떠십니까? 제가 자주 다니는 골프장이 있는데, 그곳으로 가족분들과 함께 야유회를 즐기는 거죠.”
“호오, 그것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제가 저번에 이사들과 골프를 치러 갔는데…….”
나카야마는 그야말로 ‘대단하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 나갔고, 요시키는 요시키대로 ‘끈덕지다’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본론에 들어가는 것을 참았다.
하지만, 결국 본론을 먼저 꺼내야 하는 것은 요시키의 입장.
요시키는 무려 2시간 동안이나 나카야마의 비위를 맞춰 주고는 힘겹게 자신의 목적을 꺼냈다.
“오늘 차를 타면서 이곳에 오다 보니 게임 가게마다 줄이 아주 길더군요.”
“그런가요?”
요시키의 의도와 달리 나카야마는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예, 그게 다 슈퍼 제네시스를 사기 위한 줄이 아니겠습니까? 요즘 슈퍼 제네시스의 위세가 정말 대단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카야마는 시큰둥한 태도를 보였다.
“설마 그렇겠습니까. 닌텐도나 아타리를 사기 위한 줄이겠지요.”
어깨를 으쓱하는 이러한 나카야마의 태도에, 요시키는 속으로 정말이지 쌍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아쉬운 것은 본인인 것을.
그렇기에 요시키는 자신의 경력을 모두 담아 미소를 유지했다.
“어유, 당연히 전부 슈퍼 제네시스 줄이지요. 요즘, 추첨권 덕분에 제네시스를 사려는 사람들이 전국으로 퍼졌지 않습니까.”
“그게 다 주인공의 팔찌 추첨권 때문에 그런 거죠, 뭐.”
요시키는 크게 도리질을 쳤다.
“그럴 리가요. 추첨권이 있는 가게의 슈퍼 제네시스가 완판된 것은 사실이지만, 추첨권이 없는 가게의 제네시스도 상당히 풀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네가 나한테 그렇게 반문하면 어쩌자는 거야!’
그야말로 답답해서 속이 터질 것 같은 요시키였지만, 어쨌든 대화는 점점 요시키가 원하는 ‘본론’으로 향하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기에 요시키는 관자놀이가 솟아오르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미소를 지었다.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요. 이번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독점 중계권, 꼭 저희에게 주셨으면 합니다.”
“중계권을 드리는 거야 어렵지 않기는 하지만…….”
순간, 요시키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실 줄은 몰라서 되게 얼떨떨하네요.”
어쩐지 대화가 잘 풀릴 것 같은 느낌에 요시키는 아까와 달리 짜증을 느끼지 않은 상태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현재 일본에 풀린 슈퍼 제네시스의 숫자만 300만 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건 역대급 기록이에요!”
종류는 다르지만, 핸드폰인 갤럭시 시리즈의 한국 최고 기록이 두 달에 300만 대가 팔린 것이다.
핸드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슈퍼 제네시스는 일종의 사치품.
그런 의미에서 현재 슈퍼 제네시스가 팔리고 있는 속도는 그야말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속도란 얘기였다.
“확실히 잘 팔리고 있긴 하더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나카야마의 모습에 요시키는 좀 더 은근한 태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상금도 역대 일본 최대인 10만 달러 아닙니까? 그야말로 지금까지 없었던 일본 최대 규모의 ‘게임 축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희 JTV는 그러한 축제를 성공적으로 전국에 송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가슴을 쫙 펴는 요시키의 얼굴에는 ‘자부심’이라는 단어가 아주 번듯하게 쓰여 있었다.
“확실히 JTV의 송출 능력은 믿을 만하지요.”
“그렇습니다. 저희의 송출 능력과 세가의 축제. 둘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겁니다.”
“음…….”
나카야마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요시키는 가져온 서류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더니 나카야마에게 건넸다.
“저희가 가져온 조건입니다. 업계 최고의 조건이라 자부할 수 있으니, 확인하시고 서명 부탁드립니다.”
요시키의 말에 나카야마가 팔을 내밀었다.
“아! 감사…….”
나카야마가 서명하려는 것인 줄 알고 서류를 넘기려던 요시키였지만, 나카야마의 손은 ‘악수’를 하기 위한 모양이었다.
“서류를 검토하고, 좋은 소식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환히 웃는 나카야마의 모습에 요시키는 조금 아쉽긴 했지만, 바로 손을 내밀어 나카야마의 손에 화답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이지요. 방금 말씀드렸듯이, JTV의 능력은 제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시작은 힘들었지만, 어쨌든 마무리는 괜찮게 한 듯한 요시키.
그렇기에 요시키는 후련한 마음과 기쁜 마음으로 세가의 사장실을 나섰다.
하지만.
“휴우, 피곤하군.”
나카야마 역시 좋아서 2시간 동안 대화를 이어 나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을 끈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들의 애를 타게 만드는 작전 중 하나.
독점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찾아온 방송국이 여럿이었던 만큼, 나카야마는 이러한 방식으로 상대의 상황을 추론했던 것이다.
드르륵-!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는 서랍 소리.
나카야마는 서랍에서 다른 방송국들이 가져온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늘어놓았다.
‘현재까지는 JTV가 가장 조건이 좋군.’
하지만, 나카야마는 먼저 연락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아쉬운 상대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다시 연락해 올 테니까.
‘어차피 이 녀석들의 송출 능력은 크게 다르지 않아. 그렇다면, 조건, 그리고 송출과 관련한 문제가 터졌을 때 위약금을 최대한 높게 설정하는 곳과 계약하는 게 베스트겠지?’
한국에 마석일이 있다면, 일본에는 나카야마가 있었다.
* * *
[3일간 진행되는 세가 소닉 페스티벌!] [상금 10만 달러!] [전국 최고의 소닉 왕을 찾아서!]전자상가 TV에서 쉴새 없이 나오고 있는 광고.
그것은 바로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광고였다.
JTV의 로고가 화면 우측 상단에 박혀 있는 화려한 광고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10만 달러라는 금액은 관심 없던 사람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증거.
그것은 바로 게임 가게를 수도 없이 방문하는 사람들의 숫자였다.
“사장님, 저기 진열대 TV에서 나오는 광고 말인데요. 정말로 저 세가 소닉 페스티벌인가 뭔가 하는 대회 상금이 10만 달러인가요?”
20대 청년의 질문을 받은 사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1등이 7만 달러고, 2등이 2만 달러, 3등이 5천 달러던가? 그리고 각 지역의 우승자들에게도 소소한 상금이 있지.”
사장의 태도는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상대가 20대 청년이었으니까.
“아, 1년만 늦게 태어날걸!”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구르는 청년의 모습은 그야말로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7만 달러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닌 데다가, 게임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쯤이야 쉽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성인임에도 오히려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혼이면서 자녀가 있는 사람들.
“슈퍼 제네시스랑 소닉 주세요!”
가게로 들어오기가 무섭게 슈퍼 제네시스와 소닉을 외치는 사람들의 모습 역시 전국에서 흔히 보이는 광경이 되었다.
그야말로 대유행.
추첨권이 있어야만 사가는 손님들이 많았지만,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소식 때문인지, 추첨권이 없어도 사가는 손님들 역시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절망하는 부류 역시 분명 존재했다.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9살 아이를 데려온 30대 아줌마의 모습에 가게 주인은 환한 미소와 함께 극한의 친절을 보였다.
“슈, 슈, 슈……, 그 뭐더라?”
“아, 슈퍼 제네시스요?”
아줌마는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거랑 쏘……, 쏘……, 쏘…….”
“소닉이요?”
“네! 그렇게 주세요!”
하지만 옆에 있던 아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패미컴이랑 슈퍼 마리오…….”
“씁! 얘가 어디 그런 게임기를 사달라고 그래? 엄마 말대로 슈퍼 제네시스랑 소닉을 사. 옆집 다나카랑 뒷집 나카타도 슈퍼 제네시스 샀는데 너 혼자 패미컴 가지고 놀래?”
사실, 아들을 세가 소닉 페스티벌에 참가시키려는 게 목적이었지만, 뭐든지 갖다 붙이면 이유가 되는 법이다.
“히잉……, 나 슈퍼 마리오…….”
“그러지 말고 소닉 해. 다른 게임도 엄마가 사 줄게.”
“정말?”
아무리 슈퍼 마리오를 하고 싶다고 해도, 게임을 두 개 사 준다고 하면 여지가 생기는 법.
그렇기에 아이는 소닉과 다른 게임 하나를 들고 기쁜 표정으로 가게를 나섰다.
원래대로라면 슈퍼 마리오 붐이 일어났어야 할 상황.
하지만, 주인공의 팔찌와 세가 소닉 페스티벌이 가져온 광풍은 슈퍼 마리오가 뛰어넘을 수 없었다.
“아, 이거 반절 정도는 반품해야 하나?”
분명 재미있어서 들여놓은 게임이었지만, 잘 팔리지 않는 슈퍼 마리오의 재고를 보며 가게 주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 * *
세가 소닉 페스티벌.
이 축제의 메인 이벤트인 소닉 대회의 참가 신청서는 각 지역의 일부 게임 가게들이 신청을 받고 있었다.
근처에 사는 소년들이 접수 등록을 하면, 물건을 납품받을 때, 세가의 운송 기사에게 접수증들을 넘겨주는 방식.
그건 지금 윤기가 게임을 하는 이 가게 역시 마찬가지였다.
홍보의 목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가 재밌어서 하는 게임, 거기에 근처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의 관심까지.
윤기는 80년대 오프라인 스트리머가 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윤기가 이곳에 나타날 때마다 구경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늘었으니까.
주변의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짓던 윤기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아, 음료수 필요하세요?”
입이 귀에 걸린 사장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저도 게임 대회 접수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