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정정당당 (3)
“예? 정말요?”
깜짝 놀라는 가게 주인을 향해 오히려 윤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안 되나요?”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조금 뜻밖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신기한 기분이 들어서요.”
“뜻밖이라고 할 것도 없죠. 절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관심받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그런 데에 참가 안 할 이유가 없잖아요? 애초에 관계자가 참석하면 안 된다는 조항도 없으니까요.”
환히 웃는 윤기의 말에 가게 주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맞는 말씀 같습니다. 여기, 접수증을 드리겠습니다. 작성하시는 법은 혹시…….”
“당연히 알죠.”
빠르게 작성을 마친 윤기는 접수증을 넘겼고, 가게 주인은 마치 신줏단지 모시듯 접수증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의 접수증이야 누락 되어도 큰 문제가 생기진 않는다.
문제가 생겨 봤자, 사과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하지만, 윤기의 접수증은 다르다.
만약 분실하거나, 혹시 누락되기라도 한다면, 잃을 것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가게 주인은 아예 자신이 직접 세가 본사까지 가야겠다는 결심을 굳히며 윤기에게 고개를 숙였다.
“항상 감사합니다.”
“뭘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이날도 가게 앞에서 즐겁게 게임을 마친 윤기는 리무진에 올라타, 저번에 사둔 자신의 숙소로 향했다.
아버지의 친구인 근육남 서종훈을 통해 일본의 땅을 사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도쿄에 숙소 하나 사는 것쯤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아, 오셨습니까!”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상태로 쉬고 있던 서종훈이 윤기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네.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고생이긴요. 덕분에 제가 즐겁게 살고 있는걸요. 각 지역의 맛집도 돌아다니고, 특산품도 주변에 선물하고. 정말 살맛 나는 인생입니다.”
진심이 섞인 서종훈의 너스레에 윤기도, 서종훈도,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럼, 저는 좀 씻고 나올게요.”
응? 씻고 나온다고?>
오랜만에 개드립을 친 최덕배였지만, 윤기가 인상을 팍 쓰자 곧바로 어딘가로 도망갔다.
“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에요. 귀에 귀지가 있나 봐요.”
갑작스러운 찌푸림에 뜬금없이 깜짝 놀란 서종훈만 일종의 피해자가 된 상황.
그래도 윤기가 적당히 넘겼기에 윤기는 개운한 몸으로 거실에 나올 수 있었다.
“아, 제 아내는 오늘 친정에 갔습니다.”
“확실히 아직은 부모님이 자주 보고 싶을 때긴 하죠.”
“그래도 회장님 덕분에 기름값 걱정은 없습니다.”
너털웃음을 터뜨리는 서종훈을 따라, 윤기 역시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잠시 뒤, 서종훈의 아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윤기는 둘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
“참, 사람 일이라는 게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딱히 심각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무언가를 희구하는 듯한 음색이었기에, 서종훈이 조금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아뇨, 그런 건 아니에요. 단지, 제 일본 활동이 처음 생각과는 조금 달라져서요.”
“아.”
서종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역시 윤기의 예전 말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겐지를 이용해서 일본에서 제 적이 될 녀석들을 분류하려고 했죠. 하지만, 지금 겐지는 죽었고, 저는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네요. 사실, 저는 일본에서 사업할 생각은 없고, 땅장사만 할 생각이었거든요.”
“저도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저도 지금 열심히 근육근육한 생활을 해야 했는데, 지금 이렇게 맥주를 마시고 있지 않습니까?”
서종훈은 지금 냉장고에서 꺼낸 병맥주를 유리컵에 따라 마시는 중이었다.
어찌 보면 회장의 앞이었기에 상당히 위험한 행동일 수도 있었지만, 윤기는 자신이 산 집을 비워 놓기가 아깝다며 서종훈에게 자신의 집처럼 살아 달라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서종훈도 윤기가 퇴근할 때까지 양복 차림으로 대기하거나 밥을 차려 놓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윤기의 스타일을 알았기에 이렇게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요즘은 운동 안 하세요?”
“음……, 운동에 쓸 만한 체력적 여유가 없어진 게 가장 큽니다.”
“예?”
“음…….”
서종훈의 눈길이 안방으로 향하자, 윤기는 곧바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야 어쩔 수 없죠.”
“하하하…….”
쓴웃음을 흘리던 서종훈이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보니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소닉 대회에 참가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 소식 들으셨나요?”
“네. 정동윤 사장님한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게임을 꽤 좋아하시나 봐요?”
흥미가 가득한 서종훈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게임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에 속하거든요. 그러니까 제네시스 프로젝트도 시행했죠. 물론, 다른 이유로 참가한 것도 있지만요.”
“다른 이유요?”
집이라는 편안한 장소인 만큼, 윤기의 속내가 밖으로 조금 더 흘러나왔다.
“가능하면, 일본에는 한 푼도 주기 싫어서 참가했어요.”
“예? 아……!”
서종훈은 윤기의 성향을 파악하고는 바로 납득했다.
애초에 윤기가 땅을 끝없이 매입하고 있는 것도, 일본이 먹을 이익을 자신이 먹겠다는 이유였으니까.
“저는 일본의 돈을 사랑하는 거지, 일본은 전혀 사랑하지 않아요. 비록 일본에서의 사업에도 진출하게 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저는 일본을 빨아먹을 생각이지, 공생하거나 도와줄 생각은 단 1퍼센트도 없어요.”
“저도 공감입니다. 저희 부모님도 일제강점기 때 엄청나게 고생하셨다고 들었거든요.”
2010년대에도 일본에 대한 한국의 분노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다.
당장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분노가 사라질 수 있을까.
그런데 80년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당장 일제강점기를 몸소 겪은 사람들이 생생히 살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한 근원적인 분노는 2010년대보다 컸으면 컸지, 작지는 않았다.
물론, 서종훈이 일본인 여성과 결혼했고, ‘빠칭코의 신’에 정아가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과 개인의 감정인 것이지, 대한민국의 국민이 일본이라는 국가에 가지는 감정은 어지간해서는 좋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 우리 후손이 좋은 생각 한다!>
언제 다시 나타났는지, 최덕배가 옆에서 쌍수를 들고 찬성하고 있었다.
“사실, 7만 달러가 아무리 커도 저한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에요. 애초에 한국에서 데려온 인력들의 월급도 중계권으로 다 커버하고도 남았거든요.”
이번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중계권은 세가에서 관리하기는 했지만, 권한 자체는 재팬 코모디티가 가졌다.
1등 상금이라 해 봤자, 끽해야 7만 달러.
이는 분명 데려온 인력들의 임금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액수였다.
“하지만, 그 7만 달러라도 주지 않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서종훈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돈도 돈이지만 제대로 엿 좀 먹이려는 게 더 크죠.”
“다른 게 더 있나요?”
궁금해하는 서종훈을 향해 윤기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자국에서 열린 ‘최초’로 ‘거액’이 걸린 게임 대회에서 한국인이 우승해 봐요. 일본이 뒤집힐걸요?”
물론 참전할 때는 조용히 하겠지만, 나중에 납세하고 나면 분명 소문이 퍼지겠지.
세가의 금색 가면이 상금을 타갔다는 소문은 퍼지진 않겠지만, 최소한 ‘우승자가 한국인일지도 모른다’라는 소문은 퍼질 것이 확실했다.
“크으, 정말 기대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오늘부터 열심히 게임하려구요.”
머리가 좋은 만큼 핑계도 잘 대는 윤기였다.
* * *
윤기가 게임 연습을 하는 장소?
그곳은 뻔했다.
당연히 아키하바라의 그 가게.
덕분에 도 대회가 열릴 때까지, 윤기는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으며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저 사람도 소닉 대회에 참가할까?] [에이, 저렇게 키가 큰데 어른 아닐까?] [아냐. 나 저 사람 패션 잡지에서 본 적 있는데, 지금 고등학생일걸?]에르메스에서는 윤기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데다가, 가명을 썼기 때문에 잡지를 본 사람들은 윤기가 한국인인 것을 몰랐다.
더군다나 종종 자리에서 일어나서 게임 가게로 들어갔을 때마다 유창한 일본어를 하는데, 누가 윤기를 한국인으로 보겠는가?
덕분에 사람들은 윤기에 대해 더욱 큰 궁금증을 가졌다.
그렇게 시작한 도 대회.
당연한 말이지만, 윤기는 가볍게 1등을 따내서 도 대표로 출전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소닉을 많이 플레이해서 1등을 했을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는 말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도 대표가 되기 위해서 종일 소닉만 하면서 연습한 아이들이 몰려든 것이 바로 이 대회니까.
[아키하바라의 ‘야외 소년’, 관동 대표로 진출!]심지어 신문에까지 기사가 실렸다.
게임하는 윤기의 모습이 일간지 여기저기에 실리기 시작했고, 도쿄가 소속된 관동의 대표라는 점이 여러모로 부각되었다.
물론, 다른 도의 대표들 역시 해당 지역의 주목을 받은 것이 엄연한 사실.
그렇게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첫날.
내부 회의를 통해 첫날 결승전을 하기로 결정되었기에 각 도의 대표들이 무대에 올랐다.
방식은 매우 간단했다.
8강과 4강은 특정 스테이지를 가장 먼저 클리어하는 사람이 3선 2승으로 올라가는 구조고, 결승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먼저 클리어하는 쪽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여러분, 일본의 소닉 최강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습니까?!”
사회자의 우렁찬 외침에 축제장에 모여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우렁찬 호응으로 화답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미끼로 소닉을 산 사람들.
하지만, 소닉을 플레이하면서 그 자체의 재미에 사람들은 빠져들었고, ‘지역 대표 게임 대회’라는 행사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 결과, 지금 축제장에 몰린 인원은 대스타의 컴백 무대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네.’
눈앞에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윤기는 그들 모두가 돈으로 보였기에,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지어 주었다.
[꺄아아아악!]야외 소년이라는 별칭이 붙은 윤기는 수려한 외모로 이미 상당한 수준의 여성 팬들이 붙은 상황.
그렇기에, 이러한 윤기의 팬 서비스는 축제장을 한층 더 과열시키기에 충분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8강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이 빠칭코의 신과 세가 소닉 페스티벌로 인해 깨지게 되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거대 스크린을 바라보며 열광에 빠졌다.
폭발적인 속도로 움직이는 게임 캐릭터와 화려한 게임 그래픽.
거기에 신명 나는 게임 사운드까지.
그야말로, 분위기가 고조되다 못해 전율이 일 정도였다.
‘좋았어, 결승 진출!’
[우와아아아아아!!]윤기는 낙승을 올리며 무난히 결승에 진출했고, 덕분에 대회는 결승까지 흥분된 열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만약 평범한 아이들이 결승에 올라갔다면?
이 정도로 분위기를 끌고 가지 못했겠지.
하지만, 독자적인 팬층을 가진 유일한 선수인 윤기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가장 열렬히 응원하는 팬층이 경기장을 이탈하지 않은 것이다.
“꼭 이기겠습니다!”
윤기가 한 손을 들어 주먹을 꽉 쥐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윤기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야외! 야외! 야외!] [관동! 관동! 관동!]그야말로 일방적인 응원.
똑같이 결승에 진출한 시코쿠 출신의 중학생 소년은 이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잠시 뒤에 보인 비릿한 조소.
윤기는 상대가 왜 그런 웃음을 지었는지 모르는 상태로 결승에 돌입했다.
첫 번째 스테이지부터 마지막 스테이지까지의 클리어 타임으로 겨루는 결승전.
당연하지만, 윤기는 결승전도 자신이 있었다.
한동안 정말 소닉만 해 왔으니까.
그런데, 전혀 상상치도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니, 여기서 버그를 쓴다고?’
시코쿠 대표의 게임 캐릭터가 첫 번째 스테이지에서 무려 세 번재 스테이지로 곧장 이동하는 모습이 거대 스크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