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정정당당 (4)
‘저거 또라이 아냐?’
지금 이곳은 정말 수많은 사람이 관람하는 세가 소닉 페스티벌 현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이 대회는 실시간으로 JTV에서 송출되고 있었다.
그것도 골든 타임에 말이다.
추후, 재방송이 될 것까지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일본 인구의 절반 정도는 본다는 얘기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게임 내의 불법’이라 할 수 있는 버그를 사용한다니.
정말 어지간히 생각이 없거나, 모든 것을 배제하고 승리만을 노리는 게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진짜 세상에는 상식을 뛰어넘는 녀석들이 많구나.’
윤기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처럼 관중들은 실제로 술렁이고 있었다.
더불어서 대회의 진행위원들 역시 이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듯, 연신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윤기라고 해서 버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이 버그는 이미 잡지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버그였다.
이 시대 게임들의 고질병.
실시간으로 패치를 할 방법이 없기에, 한 번 버그가 있으면 쭈욱 유지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러한 버그가 사실 심각한 것은 아니었다.
혼자서 쓰면 나름 편리한 기능이기도 하고, 쓰기 싫으면 안 쓰면 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것도 경쟁을 통한 상금이 걸려 있는 자리에서 쓴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중지시키려나 보네.’
어찌 보면 당연한 결정.
시코쿠 대표를 향해 심판이 걸어가려고 할 때, 윤기가 심판을 먼저 불렀다.
“잠시만요!”
“예?”
심판은 당황한 듯 윤기를 향해 먼저 다가왔다.
“그냥 속행하게 해 주세요.”
“소, 속행이요?”
심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윤기를 향해 반문했다.
“예, 속행이요. 저는 승부를 끝까지 하고 싶어요.”
“혹시……, 버그를 쓰실 생각이신가요?”
“아뇨. 저는 끝까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릴 거예요. 승부가 중단되는 것보다,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지는 게 더 나아요.”
“으으음…….”
심판은 혼자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다시 운영위원들이 모인 곳으로 뛰듯이 돌아갔다.
현재 윤기가 세가의 금색 가면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
하지만, 운영 위원 중에 나카야마의 측근이 한 명 끼어 있었기 때문에, 윤기의 요청은 말 그대로 프리 패스로 통과되었다.
아니, 오히려 한 가지 어드벤티지까지 더 주어졌다.
[관동 대표인 야외 소년의 요청으로, 시코쿠 대표의 버그 사용은 허가되었습니다. 버그 사용을 봤음에도, 야외 소년은 ‘정정당당’하게 이번 승부에 임하겠다고 합니다!]심판의 외침에 술렁거리던 관중석에서 열렬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야외! 야외! 야외!] [관동! 관동! 관동!]거의 일방적인 응원.
하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불법적인 방법을 쓰는 상대를 이긴다.
이건 일본 매체에서 정말 자주 나오는 클리셰인데, 그만큼 일본에 확실하게 먹히는 흥행 보증 수표라는 얘기였다.
‘호오, 마음에 드는데?’
꽤 적절한 포장에 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그야말로 영화 주인공 같은 집중.
그렇기에 관객들은 윤기에게 감정 이입을 하며 미친 듯이 응원하기 시작했다.
설사 지금 윤기가 세 번째 스테이지고, 상대가 다섯 번째 스테이지라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윤기에게는 비책이 있었다.
‘물론, 내가 버그를 쓸 일은 없겠지. 하지만.’
윤기는 속으로 씨익 미소를 지으며 최덕배를 향해 말을 걸었다.
‘할 수 있죠?’
물론이지!>
일본을 엿 먹이는 일에 대해서는 정말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최덕배였기에, 윤기는 만약의 사태조차 생각하지 않았다.
꺼벙이, 출격!>
최덕배의 말에 허공에 꺼벙이가 나타나더니, 곧바로 시코쿠 대표를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시코쿠 대표가 사용하고 있는 슈퍼 제네시스로 향한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꺼벙이는 슈퍼 제네시스 안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어?]]]순간, 모든 관중이 당황하여 단말마의 탄성을 터뜨렸다.
“뭐, 뭐야!”
시코쿠 대표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게임 화면이 이상해지고, 속도가 매우 느려진 것이었다.
“심판! 어떻게 좀 해 봐요!”
시코쿠 대표의 말에, 이번에도 심판은 운영위원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생각보다 빠르게 심판은 관중들의 앞에 섰다.
[현재 시코쿠 대표의 상황은 버그 사용에 따른 결과이므로, 경기는 속행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다시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악역이 자신의 꾀에 자기가 빠지고, 위기에 빠졌던 주인공은 그것을 기회 삼아 차이를 좁힌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스토리.
어느새 윤기는 시코쿠 대표가 진행하고 있었던 다섯 번째 스테이지에 도달했다.
그것도, 8강에서 달성했던 기록보다 빨리.
이제 이길 수 있지?>
‘딱 좋을 것 같네요.’
윤기가 대답하기가 무섭게, 꺼벙이는 시코쿠 대표의 슈퍼 제네시스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게임 화면이 원래대로 돌아오며 시코쿠 대표는 황급히 게임에 복귀했다.
“이이이익!”
멀리서도 시코쿠 대표의 당황하는 소리가 들리는 상황.
아직 시코쿠 대표가 살짝 앞서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것은 전부 윤기가 의도한 바였다.
‘벌써 역전하면 재미없잖아?’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경기.
조금씩 따라잡고 있는 윤기의 실력에, 관중들은 손에 땀을 쥐며 연신 윤기를 응원했다.
[야외! 야외! 야외!] [관동! 관동! 관동!]그리고 마침내 일곱 번째 스테이지.
최종 스테이지에 도달하자, 관중석에서도 더는 말이 없었다.
모두가 주먹을 꽉 쥐며 스크린을 주시하는 상황.
아직도 시코쿠 대표가 미세하게 앞서고 있긴 했지만, 언제 윤기가 역전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치, ‘제발’이라는 단어를 얼굴에 써 놓은 듯한 관중들의 상황.
그 모습을 흘깃 본 시코쿠 대표는 절대 질 수 없다는 듯 이를 앙다물며 게임에 집중했다.
이미 버그까지 써 가면서 악역을 담당하게 된 상황.
그런데도 이기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것이 뻔했기에, 시코쿠 대표는 정말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이다!’
일곱 번째 스테이지의 보스.
즉, 최종 보스와의 결전에서 윤기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쿠쿠쿠쿠쿠쿵-!
최종 보스가 탄 로봇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윤기의 게임 화면에서 엔딩 크레딧이 오르자, 축제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우와아아아아앗!!]]]]]불과 3초도 지나지 않아 시코쿠 대표의 화면에서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지만, 그 누구도 시코쿠 대표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승리한 것은 ‘정정당당’한 윤기였으니까.
“판독! 판독해 줘요! 내가 먼저 깼을 거라구요!”
시코쿠 대표가 심판에게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애초에 시작은 동시에 했으니까.
[제1회, 세가 소닉 페스티벌! 소닉왕은 관동 대표로 출전한 야외 소년입니다!]사회자의 우렁찬 외침에 윤기는 양손을 번쩍 들었고, 모두가 정정당당이라는 단어를 환호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립 서비스를 하는 윤기의 모습에, 관중들은 공손하다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고, 세가 소닉 페스티벌은 첫째 날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끝이 났다.
하지만, 관객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정정당당한 야외 소년은 한국인이었고, 버그를 쓴 비열한 상대는 일본인이었다는 사실을.
* * *
세가 소닉 페스티벌의 2일째.
사실, 윤기가 이곳에 더 있을 이유는 없었다.
대회가 끝났고, 상금 대부분을 쓸어 담았으니까.
하지만, 윤기는 이 축제를 즐기기로 했다.
바로 동생 정아와 함께 말이다.
“정아야, 정말 고마워. 이번에 오빠가 하는 일, 정아가 거의 다 한 거야.”
“에헤헤.”
윤기가 칭찬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 듯, 정아는 미소를 지으며 윤기에게 안겼다.
“오빠.”
“응?”
“나, 목말 태워 줘!”
“목말? 당연하지!”
사실, 8살짜리 아이를 목말 태우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윤기는 정아의 목말을 거뜬히 태웠고, 이는 주변에 피해자를 만들어 냈다.
왜냐하면, 다른 아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아빠에게 목말을 태워 달라고 했으니까.
[으갸아아악!] [캬아아악!]무수한 아버지들의 비명.
그것들을 배경음 삼아, 윤기와 정아는 페스티벌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오빠, 나 이거 사 줘!”
정아가 가리킨 소닉 인형.
누구의 부탁인데, 못 사 줄 이유가 없었다.
아니, 이 축제장을 사 달라고 해도 사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윤기.
하지만 검소한(?) 정아의 소비 습관 덕분에 인형 하나로 끝이 났다.
“오빠, 고마워!”
정아는 땅으로 내려와 한 손으로 인형을 안고는 나머지 한 손으로는 윤기의 손을 잡았다.
그야말로 행복한 남매의 모습.
남매가 꾸준히 사이가 좋아지려면 두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하나는 나이 차이가 크게 나야 하고, 나머지 하나는 나이를 먹었을 때 나이 많은 쪽이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윤기는 당연히 둘 모두를 충족시키는 쪽.
그렇기에 정아와 세상 행복하게 축제를 즐겼다.
하지만, 둘만의 축제를 즐기기는 힘들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행복한 이유로 말이다.
“저……, 혹시, 빠칭코의 신에 나온…….”
윤기를 향해 조심스럽게 다가온 30대 남자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옆집 아이로 나왔던 제 동생 정아예요.”
유창한 윤기의 일본어.
정아는 일본 활동에서 한국 이름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 대화로 인해서 야외 소년의 정체를 들킬 수가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개의치 않았다.
정아를 일본인으로 만드느니 자신이 들키는 게 나으니까.
“아! 역시! 저기……, 어……, 잠시만요!”
남자는 바로 옆에 있는 가판대에서 소닉 인형을 하나 사더니 정아에게 안겨 주었다.
“꼬마야, 영화 정말 재밌게 봤어. 다음에도 귀여운 옆집 아이 역할 부탁할게?”
조심스럽게 정아의 머리 위로 사내의 손길이 다가왔을 때, 윤기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했다.
저 손길을 허락해야 할지 말이다.
하지만, 정아의 행동이 빨랐다.
정아는 오히려 자신의 머리를 그 손에 가져다 대 주며 머리를 쓰다듬기 편하게 해 준 것이다.
덕분에 사내는 아주 환한 미소와 함께 정아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손을 떼었다.
“고맙습니다!”
놀랍게도, 정아는 꽤 유창해진 일본어로 감사의 말을 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자 사내는 더욱 호감 가진 표정과 함께 정아에게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떠났다.
‘이야, 우리 정아 인기 있네?’
그냥 인기가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방금의 모습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정아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니까.
[어? 빠칭코의 신에서 나온 여자애다!] [진짜? 어디! 어디!] [진짜다! 진짜, 정아가 저기 있다!] [야외 소년도 있어!] [뭐야, 둘이 남매야?] [아닐걸? 정아는 한국인이고, 야외 소년은 일본인이잖아?] [둘이 친한가 봐!]정아는 기특하게도 ‘우리 오빠는 한국인이에요!’ 같은 말을 해서 윤기를 곤란하게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을 향해 몰려오는 일본인들을 짐짓 모르는 척하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오빠.”
일본어로 오빠는 ‘니쨩’.
오니쨩이나 오니상이나 여러 발음법이 있지만, 정아는 최대한 귀여운 단어로 윤기를 불렀다.
“왜?”
윤기 역시 유창한 일본어로 정아를 향해 답했다.
[거봐, 야외 소년은 일본인이라니까.] [그렇네. 그러면, 정아는 왜 저리 일본어를 잘해?] [영화에서도 잘했잖아.] [아, 맞다.]주변 사람들은 알아서 상황을 해석해 주었고, 덕분에 윤기는 한결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이어진 정아의 말.
“오빠, 나 배고파…….”
짐짓 자신의 배를 움켜쥐는 정아의 모습.
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근처 가게로 달려가, 문어빵이나 일본식 부침개 같은 것을 마구 사고 있었다.
“정아야, 이거 먹어!”
“아니야, 정아야, 이거 먹어!”
“이게 더 맛있어!”
“타코야끼라고 들어봤어? 이건 문어를 넣은 빵인데…….”
정말 무수히 많은 음식이 정아에게 내밀어졌고, 정아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모두를 향해 배꼽 인사를 했다.
“고맙습니다!”
건네져 오는 음식들이 너무 많아서, 근처 쉼터에 앉아야 할 정도의 상황.
덕분에 자연스럽게 간이 팬 미팅까지 진행되었다.
“꺄하하하하하.”
진심으로 웃는 정아의 모습.
그 모습에, 윤기는 오늘 정아를 이곳에 데려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릴도 왔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 미국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메릴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여러모로 아쉬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상관없었다.
윤기는 메릴 혼자만을 위해 이것과 똑같은 규모의 축제를 열 재력이 있는 남친이었으니까.
* * *
세가 소닉 페스티벌이 끝나고 한 달.
세간에는 ‘야외 소년’이 한국인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의심의 출처는 다름 아닌 일본의 국세청.
하지만, 출처가 국세청이라는 내용만 있을 뿐, 국세청에서도 더는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았고, 야외 소년의 정체에 관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갑론을박에 빠졌다.
[야외 소년은 관동 대표다! 그러니까 일본인이다!] [국세청에서 한국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국세청은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말의 출처가 국세청이라는 보장이 없다!] [야외 소년이 한국 배우인 정아와 같이 있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다!] [그게 왜 야외 소년이 한국인이라는 증거가 되냐? 야외 소년의 발음은 완벽한 관동 발음이었다. 야외 소년은 도쿄 출신이 틀림없다!]‘순수하게 나를 응원한 사람들이었으면, 나 역시 이들을 순수하게 사랑해 주었겠지.’
신문에도 나온 야외 소년의 신분에 관한 토론 기사를 보며 윤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우승자가 한국인이면 절대 안 된다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은 일본.
일본 전역에는 한국을 어떻게든 자신의 아래로 보려는 마음이 너무 강했고, 윤기는 이 부분을 너무나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뭐, 괜찮아. 오히려 그렇게 해 주니까 내 마음이 더 편하네.’
윤기가 신문을 내려놓자, 지금까지 입이 근질근질했던 나카야마가 곧바로 말을 걸어왔다.
“발매 3개월 만에 800만 대라니. 이건 정말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판매량입니다!”
슈퍼 제네시스가 얼마나 잘 팔렸으면, 발매 첫날부터 공장 증설에 들어갔을 정도였다.
그나마 잘 팔릴 것을 대비해서 폐공장들을 사 놓은 뒤 추가 생산 준비를 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팔 수 있는데 못 팔 뻔한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이제 저는 은퇴를 해도 될 정도입니다.”
카트리지 생산 공장 지분의 20퍼센트를 가지고 있는 나카야마.
사실상 나카야마는 가문이 놀고먹을 수 있는 연금을 획득하게 된 셈이었다.
게임기 한 대가 팔릴 때마다 게임은 1개 이상이 반드시 팔리게 되는데, 개당 천 엔의 순익을 본다고 ‘가정’ 한다면 80억 엔의 이익, 그중 16억 엔에 대한 배당금이 나카야마의 통장에 꽂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개당 천 엔을 훨씬 뛰어넘는 순익을 보고 있었기에 나카야마가 벌어들이는 돈은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윤기는 80퍼센트지만.
“은퇴하시게요?”
윤기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나카야마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뇨! 아뇨!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그래도 될 정도라는 거죠. 전 아직도 배고픕니다.”
“전 또, 하마터면 오해할 뻔했잖아요.”
씨익 웃은 윤기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지금 판매 추이대로라면 한동안 닌텐도가 세가를 앞설 일은 없어 보이네요.”
“그렇습니다. 이미 일본 전역에 800만 대가 넘는 슈퍼 제네시스가 퍼졌으니, 부모들이 자식에게 새로운 게임기를 사 주진 않겠죠.”
자고로 부모 입장에서 게임기는 다 똑같은 게임기.
원래 역사에서 슈퍼 마리오가 대박을 터트릴 수 있었던 조건 중 하나가 일본에 패미컴이 그래도 좀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시대에도 원래 세계만큼의 닌텐도가 퍼지기는 했다.
문제는 슈퍼 제네시스가 그보다 더 무지막지하게 각 가정에 풀린 것이다.
따라서 게임이 출시된다고 해도 슈퍼 제네시스의 게임이 조명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판매량에서부터 심하면 10배는 우습게 나 버리니까.
“상황이 괜찮은 것 같으니, 한동안은 세가의 관리를 맡길게요. 슈퍼 제네시스 2를 개발해야 할 때, 제가 다시 세가에 개입할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돈의 힘은 위대한 법.
슈퍼 제네시스의 대 히트를 목도한 나카야마는 다시 한번 윤기를 향한 충성심을 굳혔다.
* * *
윤기는 모처럼 휴가와도 같은 일상을 즐기게 되었다.
일본에선 슈퍼 제네시스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막대한 순익이 통장에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고, 그 돈들은 다시 출금되어 차곡차곡 땅으로 변환되고 있었다.
앞으로 4년만 지나면, 그 땅들이 다시 현금으로 바뀔 것이고, 그 현금은 고스란히 한국의 윤기에게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버블이 꺼져 가는 일본의 경제는 그야말로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되겠지.
버블이 꺼진 후, 윤기가 다시 그 현금을 ‘외국 자본’의 개념으로 일본에 쏟아붓게 된다면, 일본의 경제는 한국, 아니 윤기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대단히 컸다.
최소한 한 개 지역 이상은 말이다.
‘일본에서는 아주 그냥 돈이 쏟아져 들어오는 상황이고, 한국도 마찬가지야. 이제 러시아가 자국의 문을 개방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건가?’
적어도 윤기가 지금까지 판단한 바로는 그러는 게 맞았다.
지금 하는 사업들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딱히 좋은 방법은 아니었으니까.
이미 극한까지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규모를 늘려서 무엇을 하겠는가?
다른 투자처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는 소련의 개방이 가장 확실한 투자처였기에 윤기는 조용히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윤기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해?”
옆에서 들려오는 원희의 말에 윤기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
“아, 미안. 잠시 생각할 것이 있어서.”
한국과 일본, 두 곳이 안정화된 이상 윤기는 충실히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
유급하지 않을 정도로만 조절해서 학교에 오고 있던 상황.
그렇기에, 이렇게 다 같이 하교하는 일은 최근에 꽤 드문 일이었다.
“오랜만에 다 같이 하교하는데, 내가 빵이나 한턱낼까?”
윤기의 말에 원희가 눈을 반짝였다.
“진짜?”
“리액션이 너무 과한 거 아냐?”
윤기의 옆에 있어서 조금 빛이 바래기는 했지만, 원희 역시 금수저.
한때 은수저로 강등되기는 했지만, 윤기와의 사이가 돈독해지면서 기존보다 더욱 부자가 되었다.
18K 금수저가 24K 금수저가 되었다고나 할까?
“아니, 너랑 같이 빵 먹으면…….”
얼굴을 붉히는 원희의 얼굴에는 ‘여학생’이라는 단어가 명확히 보이는 듯했다.
‘슬슬 진수가 핀잔을 줄 때도 됐는데?’
하지만, 의외로 진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른 말이었다.
“오늘은 내가 쏠게!”
““뭐? 진짜?””
원희는 물론, 윤기조차도 신기하다는 듯이 진수를 바라보았다.
“응! 오늘 아버지가 월급 타 오시면, 드디어 우리 집 빚도 다 갚거든! 그 기념으로 한턱낼게!”
순간, 윤기도, 원희도 아닌 최덕배가 의아하다는 음색으로 말을 흘렸다.
어째 불안한 기분이 드는 말 아니냐……? 이런 걸 두고 플래그 세운다고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