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
#2화 43살 아기가 돌잔치 때 잡은 것 (1)
최윤기.
김찬열은 갓난아기가 되고 나서야 원래 부여받았어야 하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것은 곧 전생의 그 지랄 맞았던 ‘김찬열’로서의 삶과는 완전히 이별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윤기야, 엄마 해 봐. 엄. 마.”
흐릿한 아기의 시야로도 정말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20대 초반 여성의 모습.
“아니지, 첫 말은 아빠라고 해야지, 아빠!”
최윤기의 시야에는 다시 흐릿한 남성의 모습이 잡혔다.
“엄마라고 해야 한다니까요.”
“아니, 아빠라니까?”
요람에 누워 잘 발달하지 않은 눈으로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는 최윤기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원래의 삶을 되찾은 지 4개월.
그 4개월 동안 그야말로 ‘무한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랑을 받으며 살았으니까.
좋냐?>
순간 최윤기의 표정이 와락 구겨졌다.
정말로 행복한 4개월.
문제는 그 4개월 동안 최덕배 역시 자신의 주변을 부유하며 함께했다는 거였다.
야, 야, 표정 봐라? 누구 덕분에 이렇게 원래의 삶을 되찾았는데? 나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 아냐? 옛말에 후손들 잘해 줘봤자 하나 쓸모없다더니…….>
쯔쯔 거리며 혀를 차는 최덕배의 행동과 별개로 박연지가 서둘러 최윤기를 요람에서 꺼냈다.
“어머, 윤기 표정 보니까 응가 했나 봐요.”
“애들은 응가 하면 울지 않아?”
“우리 윤기가 워낙 안 울잖아요. 그래서 종종 체크해 봐야 해요.”
“그리고 보니 내 친구들은 아기 때 잠도 제대로 못 잤다는데 우린 진짜 복 받았나 봐.”
“벌써 효자라니까요.”
비록 아직 말을 못 하긴 하지만, 정신은 어른인 만큼, 최윤기는 자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우는 일이 없었다.
덕분에 최철호와 박연지는 더더욱 큰 사랑을 최윤기에게 쏟을 수 있었다.
“어라, 깨끗하네요?”
기저귀를 들쳐 본 박연지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최덕배가 낄낄거렸다.
크으, 40살도 넘게 먹은 놈이 어여쁜 숙녀 앞에서 가랑이를 까다니. 나 같으면 자살했다. 아, 이미 한 번 자살했나?>
제발 입 좀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옹알이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4개월 아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그걸 알기에 최덕배는 더더욱 최윤기를 놀리기 바빴다.
자살하지 말고, 한 20년 정도 더 버텼으면 술에 절어 폐인이 된 너를 요양원에서 간호사가 바지를 까줬을 텐데 말이야. 아, 진짜 그걸 봤어야 해.>
계속해서 놀리는 최덕배의 행동에 최윤기는 필사의 노력으로 ‘씨바’라는 말을 하려고 했다.
“……빠!”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여보! 들었어?”
굉장히 감격한 목소리와 함께 최철호는 아직 기저귀를 다시 차지 않은 최윤기를 번쩍 안아 들었다.
“네?”
“우리 윤기가 나보고 아빠래!”
“저는 못 들었으니까 무효예요!”
“아니야! 분명히 아빠라고 했다니까? 으하하하하핫!”
굉장히 행복해하는 최철호와 첫 말을 빼앗겨 아쉬워하는 박연지의 모습.
그리고 욕을 하지 못해 환장하는 최윤기의 모습이 있었다.
* * *
아기의 생활은 단조로웠지만, 최윤기는 정말로 행복했다.
‘다 좋은데 딱 하나 아쉬운 게 있어.’
그것은 바로 옆에서 쉴 틈 없이 떠벌리는 최덕배의 존재.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다면 최덕배는 그야말로 끊임없이 떠들고 있었다.
내가 흥선대원군이랑 투전판에서 같이 날렸던 거 말을 해 줬었냐? 아, 투전판이라고 하니까 생각난 게 있는데, 내가 42살 때 여행으로 잠시 갔던 L.A에서…….>
말을 할 수만 있었다면 ‘혹시 전생에 야구선수였어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간단한 명사형 단어만 조금 말할 수 있을 뿐, 돌이 된 지금도 아직도 제대로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끼익-!
아기방의 문이 열리고 50대 중반의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분명 방문을 열 때까지만 해도 굉장히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었으나, 최윤기의 얼굴을 보자마자 금세 하회탈 같은 표정을 지으며 최윤기를 번쩍 안아 들었다.
“어이쿠, 우리 손주!”
손자를 안아 들기가 무섭게 ‘얼룰룰루’거리며 어르는 모습은 직원 소집 때마다 악귀로 불리는 최기현과는 전혀 달랐다.
“하……, 하……, 할아……버지…….”
“으하하핫! 그래, 내가 네 할아버지다! 할아버지! 벌써 할아버지를 알아보고 아주 크게 되겠어!”
첫 손자인 만큼 최기현이 최윤기를 사랑하는 마음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아버님, 여기 계셨어요?”
커피 쟁반을 들고 있던 박연지가 쟁반을 수납장 위에 올려 두며 최기현의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여기에 오는 이유가 윤기 아니면 뭐가 있겠냐. 생각 같아서는 너네들을 우리 집에서 같이 살게 하고 싶지만, 마누라가 그러면 안 된다고 성화니 원…….”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는 최기현의 모습에 박연지가 부드럽게 웃으며 손바닥으로 입술을 가렸다.
“호호호, 어머님이 미국적인 생각을 가지신 분이잖아요. 어머님 덕분에 제가 이곳 며느리가 되기도 했구요.”
“뭐, 마누라가 좀 영향을 주긴 했지.”
“제가 어머님이랑 같이 다녀와야 하지 않았을까요?”
“아냐, 그 여편네는 한번 자기가 말한 거는 무조건 실행하잖아. 실이랑 연필, 돈만 있으면 되는 걸, 뭘 그리 잔뜩 준비한다고 하는지 모르겠어.”
혀를 차면서도 최기현의 표정에는 오늘 있을 최윤기의 돌잔치를 잔뜩 기대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아버님이랑 어머님이 우리 윤기를 예뻐해 주셔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정말 감사해요.”
“이렇게 예쁜 손주를 낳았으니 안 좋아할 수가 있겠냐. 윤기가 철호가 아니라 널 닮아서 정말 다행이야.”
최철호는 키도 크고 건장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지만, 결코 잘생기진 않았다.
“에이, 윤기가 애 아빠나 저를 닮은 게 아니라 아버님을 닮아서 예쁜 거예요. 보세요, 이 코만 봐도 아버님이랑 정말 판박이잖아요?”
“그래? 그러냐?”
빈말인 것을 알면서도 최기현은 기분이 좋아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어이쿠, 여기 있다 보니 시간 가는 줄을 몰랐네. 나는 잠시 나가 보마.”
지역에서는 이름난 기업이지만, 이제 막 지역 밖으로의 도전을 시작한 「삼우 물산」은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이것은 최기현이나 최철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지금 돌잔치에도 회사 직원들이 참석 겸 상황 보고를 위해 와 있었고, 둘은 직원들의 보고를 듣고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아버님도, 참.”
박연지는 바쁘게 밖으로 나가는 최기현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짓다가 이내 커피 쟁반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형님!”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동서로 인해 박연지는 하마터면 커피 쟁반을 떨어뜨릴 뻔했다.
“어맛!”
가까스로 쟁반을 놓치지 않은 박연지는 다시 쟁반을 원래 장소에 놓았다.
“어유, 형님 죄송해요.”
24살의 여성이자, 최철호의 남동생의 아내인 박경자.
그녀는 배시시 웃으면서 짐짓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니야. 그런데 동서가 여기엔 무슨 일이야?”
박연지는 박경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박연지의 나이는 22살.
촌수를 따지는 60년 대의 상황으로 보았을 때, 박연지가 박경자의 손윗사람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박연지 역시 자신이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알았기에 박경자를 나름 대접해 주려고 했지만, 박경자는 그럴수록 박연지를 무시하여 결국, 박연지는 박경자를 딱 사무적인 태도로만 대했다.
그 결과 둘의 관계는 꽤 냉랭하게 변하였는데, 그러한 박경자가 아기방에 나타난 것이다.
“어유, 숙모가 조카 보러 오는 게 어때서요. 오늘이 윤기 돌잔치잖아요.”
“그래? 별일이네. 원래 신경도 안 썼잖아.”
둘만 있는 상황이었기에 박연지의 말에는 날이 잔뜩 서 있었다.
“오늘 같은 날 너무 그러지 마세요. 그래도 가족 잔치잖아요.”
그래도 박연지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왜냐하면, 예전에 박경자가 감기에 걸렸을 때, 집에 방문 와서 최윤기에게 감기를 옮긴 적이 있었으니까.
“아무튼, 나가서 얘기해.”
“에이, 조카 한번 보고…….”
“나가서 얘기하자니까.”
156cm밖에 안 되는 박경자가 박연지를 완력으로 이길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박경자는 강제로 밖으로 끌려 나갔고, 방에는 최윤기와 최덕배만 남게 되었다.
저년은 저번에 너한테 일부러 감기 옮기더니, 무슨 낯짝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번에는 그래도 감기 걸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너도 그때 힘들었지?>
폐렴 직전 단계까지 가서 병원에 한동안 입원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최윤기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아졌다.
그나저나 네가 말을 제대로 못 하니까 더럽게 재미없네. 야, 말은 못 하더라도 손짓은 할 수 있잖아. 앞으로 내가 뭐라 말을 했을 때, ‘예’는 손가락을 하나, ‘아니오’는 손가락 두 개를 펴. 그러면 최소한의 대화는 되잖아. 어때, 너도 좋지?>
최윤기는 점잖게 중지 손가락 하나를 펴서 최덕배를 향해 들어 보였다.
좋다고? 알았어!>
“엿.”
아, 그리고 보니 단어 하나 정도는 말할 수 있었지? 좋아. 그러면 무엇부터 이야기를 할까?>
마이웨이의 극치를 달리는 최덕배의 행동으로 인해 최윤기는 그야말로 환장할 것만 같았지만, 최덕배의 입은 다물어질 줄을 몰랐다.
그리고 보니 네가 김찬열로 살 때, 어떻게 살았는지는 내가 잘 모르잖아? 그래서 묻는 건데, 전생의 돌잔치는 어땠냐?>
‘그걸 알겠냐!’
머릿속의 생각이 최덕배에게 전달이라도 된 것처럼, 최덕배는 최윤기의 표정을 보며 이어 물었다.
그러니까, 한 살 때의 기억은 못 할지 몰라도 사진 같은 것은 있었을 것 아니야. 그때의 돌잔치랑 지금의 돌잔치랑 차이가 있냐?>
최윤기는 김찬열 때의 돌잔치를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떠오르는 게 있을 리가 없다.
‘그리고 보니 난 돌잔치 사진도 없었지.’
개백정 부부의 꼬락서니를 생각하면 돌잔치 따위 했을 리가 없다는 확신이 드는 최윤기였다.
하긴, 네가 자살하기 직전 종종 말해 준 집안 얘기를 들어보면 했을 리가 없을 거 같기는 하다.>
‘어차피 혼자서 계속 말할 거, 내 대답이 무슨 상관인 건데?’
속으로 헛웃음까지 나온 최윤기는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어린 아기는 눈 감으면 잠이 든다고 할 정도로 잠이 많았으니까.
너도 이제 슬슬 감정을 추슬렀을 때가 되어서 말해 주는 건데 말이야.>
갑자기 심각해진 최덕배의 말에 최윤기가 눈을 감은 채로 귀를 기울였다.
예전에 너랑 김찬열이를 바꾼 게 바로 저 박경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