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
#20화 미국 땅에 황금을 심어라! (2)
전혀 생각도 못 한 상황에 당황하고 있자 콜슨 준장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상황을 이야기해 주었다.
“너한테는 연지가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고 했지만, 사실은 병원에 다녀온 거란다. 혹시라도 네가 걱정을 할까 봐 말이야.”
하지만 윤기의 귀에는 콜슨 준장의 말이 아니라 미안하다는 투의 최덕배의 목소리가 더 크게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아, 맞다. 미안. 말해 주는 것을 잊고 있었네. 너한테 여동생이 생겨. 네가 죽기 전에 못 본 이유는 도둑놈이 재산 상속 때문에 어릴 때부터 미국에서 생활하게끔 유도했거든.>
윤기가 자신도 모르게 허공을 쏘아보자, 최덕배가 빠르게 다시 말을 이었다.
미안, 미안. 그런데 내가 너한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가문의 역사를 줄줄이 읊는 것도 이상하지 않냐? 더군다나 그룹 운영에 있어서 전혀 관련도 없는 앤데?>
윤기가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 박연지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아들에게 천천히 다가가 안아 주었다.
“윤기야, 동생이 태어나더라도 아빠랑 엄마는 너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할 거란다.”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윤기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니, 아니에요. 저는 동생이 사랑을 빼앗아 갈까 봐 이러는 게 아니에요.’
속으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한 윤기는 엄마에게서 떨어지면서 엄마를 일으켜 세웠다.
“유, 윤기야…….”
자신의 진심이 통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박연지가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윤기의 다음 행동이 박연지의 걱정을 사르르 녹여 버렸다.
“저와 동생을 가장 사랑하셔야죠.”
아직 부르지는 않았지만, 동생이 있는 것이 확실한 엄마의 배.
그곳에 귀를 갖다 대며 윤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네 아들 녀석이 그런 거에 슬퍼할 녀석이냐. 내 핏줄이 흐르는 만큼 저 녀석도 털털한 녀석이야.”
손자의 대범한 행동에 콜슨 준장이 너털웃음을 흘리며 만족스러워했고, 박연지 역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배에 귀를 대고 있는 윤기를 서서 안아 주었다.
“동생이 정말로 갖고 싶었어요.”
진짜였다.
전생에서는 형제나 남매가 없었기 때문에 집에서 항상 너무나 외로웠다.
무언가 정을 붙일 구석이 필요했고, 나이를 먹고서는 그 외로움이 더욱 극에 달했다.
‘만약 형제가 있었다면 이렇게 외롭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무수히 들었던 만큼, 윤기는 엄마의 임신 소식이 정말로 반가웠다.
‘지켜야 할 사람이 늘었네.’
속으로도 겉으로도 미소 짓고 있을 때, 콜슨 준장이 딸을 향해 말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할 거냐? 사실을 모르기 전에야 상관없지만, 임신까지 했는데 또 장거리 비행을 하기에는 몸이 축날 텐데. 의사가 이야기 안 하던?”
“그렇지 않아도 의사가 가능하면 미국에서 출산하는 것을 추천하더라고요. 아버님한테 말씀드려봐야겠어요.”
“그렇게 되면 윤기는…….”
콜슨 준장이 말을 흐리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기회다!’
그렇지 않아도 방학 때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말해 보려고 했는데 정말 시의적절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바로 비행기를 타기가 애매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최소 국민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방학 때마다 미국에 왔다 갈 핑계가 생긴 셈이다.
“저는 괜찮아요. 엄마랑 동생이 더 중요하니까요. 엄마는 할아버지랑 아빠한테만 잘 말해 주세요.”
“괘, 괜찮겠니?”
엄마의 말에 윤기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대신 저는 방학 때마다 와서 엄마랑 같이 있을게요. 그래도 되죠?”
콜슨 준장을 바라보자 콜슨 준장의 입이 헤벌쭉하게 벌어졌다.
* * *
“우와, 이게 알테어 컴퓨터구나! 잡지에서만 봤는데!”
윤기가 호들갑을 떨며 컴퓨터 주변을 빙빙 돌기 시작하자 빌 게이츠가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직접 본 것은 처음이야?”
“네! 한국에는 컴퓨터가 400대도 안 되거든요. 그래서 어지간해서는 컴퓨터를 못 봐요.”
“하긴, 미국에서도 컴퓨터가 흔하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빌 게이츠를 바라보던 윤기가 다시금 알테어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
모니터가 존재하지 않는 신기한 컴퓨터.
알테어 컴퓨터는 본체에 램프가 많이 달려 있는데, 해당 램프를 해독할 줄 알아야 쓸 수 있는 컴퓨터였다.
분명 최신형 컴퓨터.
하지만 윤기는 마치 박물관에 온 기분을 느끼며 알테어 컴퓨터를 마음껏 즐겼다.
“그리고 보니 이 컴퓨터에 대해서 재밌는 일화가 있어.”
“뭔데요?”
“MITS랑 계약을 하려고 할 때, 우리 프로그램을 보여 줘야 했거든. 그런데 폴이 출장 중 비행기에서 깨달은 건데 스타트 프롬프트를 안 만든 거야.”
“스타트 프롬프트가 그……, 프로그램을 실행시키기 위한 장치를 말하는 거였나요?”
“아는구나!”
자신들의 어린 투자자가 정말로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투자했다는 사실을 알 때마다 빌 게이츠는 감격스러워했다.
그것은 옆에서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폴 앨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는 컴퓨터가 진짜 좋거든요. 물론 형들만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윤기가 짐짓 부끄러운 표정을 짓자 빌 게이츠가 윤기를 안아서 책상 위에 앉혀 놓고서는 일장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알기로 미국에 너만큼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아이는 드물걸? 아무튼, 그때 폴이 비행기에서 스타트 프롬프트를 겨우 완성해서는…….”
침까지 튀겨가며 신나게 이야기를 하는 빌 게이츠를 바라보며, 윤기는 시종일관 흥미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거 왜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기분이 드냐…….>
옆에서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검지로 코를 쓱 훑는 최덕배.
사실 윤기가 남의 말을 이렇게 경청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요인이 최덕배 덕분이다.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기 시절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는 최덕배의 말을 듣는 데 이골이 났으니까.
여기에 회귀 전, 배우지 못했다는 열등감으로 인해 윤기는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의 욕구가 대단히 컸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 요소가 합쳐 현재 빌 게이츠가 하는 말을 ‘진심으로’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워, 워. 빌, 그만해. 어린애가 듣기에는 너무 어려운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스티브 발머가 말리자, 빌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머쓱하게 웃었다.
“아, 윤기야 미안해. 내가 이런 쪽에 워낙 신나 해서 말이야.”
일본에서는 오타쿠라고 한다면 미국에서는 너드(Nerd)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 컴퓨터 너드인 빌 게이츠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 이렇게 말이 많아지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었다.
“빌 형, 형은 컴퓨터 천재잖아요?”
“야, 너보고 천재래.”
웃는 폴을 보며 빌이 약간 쑥스러워하기는 했지만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궁금해진 건데, 하버드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형처럼 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천재인 거죠?”
“천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천재에 가까운 사람들인 것은 맞겠지?”
빌 게이츠가 생각하는 천재는 뉴턴이나 가우스, 폰 노이만 같은 ‘진짜 천재’였기에 윤기가 말하는 ‘천재’와는 조금 관념의 차이가 있었다.
“혹시 하버드 구경을 할 수 있을까요? 진짜 천재들은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뭘 연구하는지 알고 싶어요.”
눈을 반짝이는 윤기를 바라보며 빌 게이츠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일단 나는 하버드를 다니지 않고 있는 상태라서…….”
폴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폴이 한 걸음 뒷걸음질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왜, 나를 봐. 나는 워싱턴 주립대학 출신이라고.”
그러자 빌 게이츠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려졌고, 이어서 폴의 고개 역시 그쪽으로 돌아갔다.
“응……?”
스티브 발머가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빌 게이츠와 폴 앨런은 둘 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의 대주주님을 위해서 하버드 구경을 한번 시켜 주지 않겠어? 여름 학기라서 그렇게 티 나지도 않을 거잖아.”
“으음……, 뭐, 그럴까……?”
스티브의 대답과 동시에 윤기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찾아온 목적을 달성하며 웃었다.
이런 세상에서 가장 영악한 꼬맹이 같으니.>
* * *
하버드 대학교.
미국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대학으로 예나 지금이나 세계 최고의 대학을 꼽을 때 반드시 거론되는 대학이다.
원래대로라면 평생 올 일이 없었어야 할 대학.
하지만 윤기는 할아버지가 붙여 준 사복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스티브 발머와 함께 정문에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가 하버드…….”
윤기의 한국말에 스티브 발머가 ‘응?’하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아아, 여기가 하버드구나 하고 이야기한 거예요.”
“당연한 거겠지만, 하버드는 처음이지?”
“사실…….”
“사실?”
“대학교 자체가 처음이에요.”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대학 안 나오면 병신 취급받는 한국에서 중졸 일용직 노가다 꾼이 받는 취급이야 뻔했으니까.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과거의 일일 뿐이었다.
“당연한 거 아니야?”
의아해하는 스티브를 보며, 윤기가 속으로 ‘아차’하는 소리와 함께 머쓱하게, 그리고 배시시 웃었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천재들은 어릴 때 대학에 입학하잖아요.”
“내가 보기엔 너도 충분히 어느 정도는 천재야. 솔직히 열 살에 하버드에 입학하는 애들은 정말 역사를 통틀어 천재로 불리는 애들일걸? 네가 제일 좋아하는 빌만 해도 어릴 때는 남들처럼 평범한 레이크사이드라는 학교에 다녔다고.”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적당히 얼버무린 윤기는 하버드 교정을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분명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모인 대학인데도 사람들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었다.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한 학생이 있는 반면, 시장에서 팔 법한 옷, 심지어 낡기까지 한 옷을 입은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옷의 가격을 떠나서 비싼 옷을 입었는데도 거기에서 전혀 꾸민 거 같지 않은 학생, 싼 옷을 입었는데도 정말로 화려한 학생이 있었다.
‘예전의 나는 서울대에는 범생이들만 있는 줄 알았어.’
허구한 날 반에서 공부를 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서울대에 모여서 좋은 대학일수록 칙칙한 분위기를 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 대륙의 화사한 햇빛이 내리비치는 하버드에는 그야말로 십인십색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이래서 세상을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거구나.’
만약 이번 인생을 살지 못했다면, 자살을 안 했다 하더라도 평생 좁은 인식의 세계에 갇혀 살다 죽었을 것이다.
심지어 이번 인생도 현실에서 그저 안주만 하고 살았다면 넓은 세상을 확인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해. 그것이 나에게 기회를 준 사람에 대한 보답이야.’
그것보다는 제사를 더 많이 지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순간 윤기가 얼굴을 와락 구겼다가 빠르게 펴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만,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스티브가 있었다.
“하버드에 대한 감상은 어때?”
순간 윤기는 발머의 이마를 보고야 말았다.
20대인데도 벌써 12시 방향을 벌목하고 있는 이마를 말이다.
“어……, 굉장히 넓어요.”
“그래?”
“그리고, 굉장히 빛나요.”
“어쩐지 어린아이다운 평가라서 괜찮은 것 같은데?”
스티브는 씨익 웃으며 풍성한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까지 스스로 인식은 못 하고 있고, 윤기 역시 스티브의 미래를 모르고 있지만, 스티브 발머의 미래는 창대하고 빛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 중 한 명이 될 테니까.
“여기가 강의실이야. 여름학기라서 비어 있는 곳이 많지만.”
스티브를 따라서 하버드 이곳저곳을 구경하던 윤기는 좀처럼 자신이 원하는 곳이 나오지 않자, 직접적으로 물었다.
“혹시 빌 형 같은 사람을 만나 볼 수는 없나요?”
“빌 같은 사람? 아, 그리고 보니 아까 그러고 싶다고 얘기했지?”
스티브는 자신의 이마를 탁 치며 윤기를 연구동으로 데리고 갔다.
대학원생들이 모여 있는 곳.
그중 한 곳의 문을 열며 스티브가 손을 흔들었다.
“앤드류, 뭐 하고 있어?”
그러자 떡진 붉은색 단발의 남성이 기지개를 늘어지게 켜며 답했다.
“뭐 하긴, 항상 똑같지.”
스티브보다 2살 정도 더 많아 보이는 남자.
이 남자가 누구인지 윤기는 당연히 몰랐다.
“윤기야, 이쪽은 앤드류 깁슨. 현재 수학과 석사 과정을 전공하고 있어.”
스티브의 말에 전혀 감흥 없는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던 앤드류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스티브를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석사 과정을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집에 돈이 없어…….”
앤드류의 말이 끝나는 순간 윤기의 눈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