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1)
#201화 드디어 (2)
“그 녀석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봐.”
개백정의 이름을 들었음에도 윤기는 생각보다 흥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
만약 원희가 윤기를 따라와서 이 광경을 보았다면 오한이 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뭐, 뭘?”
“그 녀석이 생김새가 어떤지, 나이가 어떤지 말이야. 만약 내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면…….”
윤기는 골목 벽을 향해 주먹질을 했다.
빠각-!
벽 일부가 부스러지는 광경에 소매치기는 기겁하며,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나, 나도 잘은 몰라. 나도 그냥 상납금을 바치는 신세니까. 내가 아는 건 대충 40대 후반 정도라는 거랑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2년 정도 되었다는 것 정도야!”
‘맞구나…….’
윤기는 상대가 개백정이라고 거의 확신했다.
왜냐하면, 교도소 출신이라는 점과 나이, 그리고 이름까지 똑같은 동명이인이 있을 가능성은 그야말로 한없이 낮았으니까.
“좋아.”
윤기는 갑자기 히죽 웃으며 지금까지 제압하고 있는 소매치기를 풀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지. 최근에 월급봉투를 훔쳤어?”
“나는 훔친 적 없어.”
순간 윤기가 자신을 다시 제압하려 하자, 소매치기는 기겁하며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정말이야! 월급날에는 경쟁이 엄청나게 심하다고! 나는 허탕만 쳤어. 하지만, 어제 규식이 형님한테 상납하러 갔을 때 몇 놈이 상납금을 많이 내는 걸 봤어!”
얼굴에 공포가 한 가득한 것으로 봐서는 딱히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
“알겠어. 가 봐.”
윤기가 풀어 주기가 무섭게, 소매치기는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경찰에 안 넘기냐?>
최덕배의 말에 윤기는 크게 심호흡하며, 최선을 다해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저 녀석이 어디로 가는지, 좀 알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없지.>
최덕배가 사라진 후, 윤기는 증오의 감정이 지금 당장 폭발하려는 것을 억누르기 바빴다.
* * *
최덕배가 돌아온 것은 생각보다 빨랐다.
채 1시간도 되지 않아 돌아왔으니까.
아직도 골목에 있는 거냐?>
“만약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상대가 정말, 극악의 확률을 뚫고 동명이인이라면?
그 경우 엄청난 탈력이 올 것 같았기에, 윤기는 그야말로 엄청나게 긴장한 상태였다.
그동안 잠시 보류해 두었던 개백정을 진짜로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으니까.
하긴, 네가 개백정을 용서한 건 아니니까.>
“용서할 리가 없잖아요!”
자기도 모르게 흥분을 하는 윤기의 모습에 최덕배를 혀를 찼다.
하지만, 이해는 했다.
왜냐하면, 윤기는 정말 지독히도 고생했으니까.
그동안은 일이 너무 바빴고, 부하들을 시켜서 개백정을 찾을 만한 명분이 없기에 잠시 미뤄뒀던 것뿐이지, 윤기가 개백정에게 가지는 증오심은 그야말로 하늘을 뚫을 정도였다.
아무리 지금, 행복한 인생을 살고 있다 하더라도 개백정에 대한 원한은 전혀 별개였다.
그렇기에 최덕배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모르니까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건데, 전혀 여지가 없는 거냐?>
“없어요.”
단호한 대답과 함께 윤기는 말을 이었다.
“제가 아무리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녀석들이 둘 있어요.”
개백정이랑 도둑놈 말하는 거지?>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개백정을 용서 못 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도둑놈을 용서 못 하는 이유도 있냐?>
윤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누군가가 제 인생을 본다면, 왜 도둑놈을 용서하지 못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죠. 도둑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같은 피해자라고 하면서 말이죠.”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니에요.”
아니다?>
윤기의 표정은 그야말로 결연했다.
“저도 도둑놈을 후두려 팬 첫날에는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 녀석을 보자마자 과거의 기억이 마구 떠올라서 주체를 못 했거든요.”
음.>
고개를 끄덕이는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녀석은 뼛속까지 악인이었어요.”
하긴.>
“그 녀석이 가정폭력을 당했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다면, 저도 고려를 해 봤겠죠. 하지만, 아니었어요.”
윤기가 국민학교를 다닐 당시, 도둑놈의 평판은 그야말로 극악이었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을 구타하고, 돈을 빼앗고, 집에서 값나가는 물건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저는 가정폭력을 당했음에도 남한테 피해를 준 적은 없어요. 그저 제 인생을 갉아먹었을 뿐이죠.”
그래, 그랬지.>
“하지만, 도둑놈은 아니에요. 자신의 인생이 갉아 먹힌 만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갉아먹는 놈이에요. 저는 아직도 제가 진짜 삼우의 핏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그 녀석이 보인 눈빛을 잊지 못해요. 만약 그때 그 녀석이 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만 해 줬더라면…….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고 한마디만 해 줬더라면…….”
습기가 차오르는 윤기의 눈.
삼우의 맏손자로서 복에 겨운 삶을 살았을 때도, 개백정의 아들로서 불행한 삶을 살았을 때도.
도둑놈은 악인이었다.
“나중에 그 녀석을 만났을 때, 그 녀석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저의 최종 선택이 결정되겠죠. 그리고 지금은…….”
윤기의 입에서 ‘빠득’하는, 이 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개백정부터 처리해야겠어요. 개백정은 어디에 있죠?”
그 정도 각오라면 말해 줘도 되겠지. 어디에 있냐면…….>
최덕배가 뭐라 말하려던 찰나, 골목의 앞뒤로 열 명이 넘는 무리가 나타났다.
“저 새끼야! 조져!”
손에 붕대를 감고 있는 조금 전 소매치기의 말에 패거리가 우르르 달려들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근처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깜짝 놀라 바라보았지만, 패거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윤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일촉즉발.
하지만, 윤기는 골목 담 위로 번쩍 뛰어올랐다.
“기회를 뻥 차 버리네…….”
담 위에 올라 한쪽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윤기.
그리고 잠시 뒤, 윤기는 패거리들을 모두 자신의 앞에 두게 되었다.
[뭐 하는 거야! 조지라고!]소매치기의 말에, 패거리들은 다시 윤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대가 도망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하지만, 그들은 지옥을 겪게 되었다.
뻑-!
꽈작!
윤기의 주먹 한 방에 가장 앞서서 달려들던 패거리 중 한 명의 턱이 완전히 으스러지며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기절했다.
뻑-!
콰직!
“끄악!”
다른 패거리 하나는 코가 완전히 뭉개지며 근처에 피 분수를 뿌렸다.
고작해야 2초 만에 벌어진 상황.
그 모습에 패거리들의 행동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멈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윤기는 멈추지 않았다.
[[[[[으, 으아아아아악!!]]]]]급하게 도망가려 했지만, 패거리들은 좁은 골목에 서로 얽혀 전혀 도망가지 못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끔찍한 소리.
윤기의 징벌은 경찰들이 오기까지 멈추지 않았다.
* * *
“너는 이제 콩밥이야, 콩밥!”
경찰의 서슬 퍼런 목소리.
그것은 다름 아닌 윤기를 향한 말이었다.
“제가요?”
윤기는 짐짓 의아한 모습으로 눈앞의 경찰을 향해 반문했다.
“그럼, 당연히 콩밥이지! 사람들을 저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뭐? 제가요? 이런 우라질 놈을 봤나!”
경위 계급장을 달고 있는 경찰.
그는 책을 돌돌 말더니 윤기의 머리를 다소 강하게 여러 번 내리쳤다.
“저 녀석들이 먼저 저한테 달려들었는데요?”
“거짓말하지 마! 저 녀석들이 너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달려들어! 그리고, 너. 증거 있어? 어?”
상식적으로 한 명이 열 사람에게 달려드는 일이 흔할까?
하지만 눈앞의 경위는 조금, 아니 상당히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패거리의 편을 들고 있었다.
“증거가 있을 수가 있나요?”
2010년대야 블랙박스가 CCTV, 거기에 녹음기가 흔하다 보니 어지간한 폭행 사건에는 영상 증거물이 존재했다.
하지만, 80년대는 전혀 달랐다.
80년대에 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대부분 경찰의 판단하에 누가 먼저 때렸는지가 결정되었고, 방법은 경찰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었다.
자신의 본분을 다하는 경찰이라면 최대한 과학적인 판단을, 자신의 잇속을 다하는 경찰이라면 최대한 욕망적인 판단으로 말이다.
물론, 지금 윤기의 앞에 있는 경위는 후자였다.
왜냐하면, 경위는 소매치기 패거리들에게 상납금을 받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윤기 역시 이 사실을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왜냐하면, 아까 눈앞의 강 경위가 패거리 중 얼굴이 성한 녀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최덕배가 들었으니까.
“형님, 저 새끼 꼭 좀 콩밥 좀 먹여 주세요. 우리 한동안 굶게 생겼어요.”
“하, 돌아 버리겠네. 이번 달 상납금 들어오면 차 좀 사 볼까 했더니……. 너넨 병신같이 열 명이 한 명한테 처맞냐? 그러길래 쓸데없이 시비 걸지 말라고 했잖아.”
“저 녀석이 우리 애 손가락 부러뜨렸는데 어떻게 해요. 우리는 손이 생명인데.”
“쓰……, 아무튼 이번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 줄 테니까, 몸 낫는 대로 빨리 다시 일 시작해. 알겠어?”
“알겠다니까요. 저 새끼나 확실하게 조져 주세요.”
‘이 녀석이 직통이구나.’
억울한 사람도 많이 잡혀가긴 했지만, 어쨌든 수많은 범죄자가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상황.
그런데도 사회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이 많았다.
이들의 정체는? 당연히 공권력의 말을 잘 듣는 녀석들.
그런 만큼, 범죄자들은 자신들의 범죄 수익을 자신들을 봐주는 경찰들에게 상납하고 있었다.
소매치기 패거리들 같은 경우에는 바로 이 경위 담당이겠지.
‘경위가 아마, 반장 직함을 다는 경찰들보다는 밑이었지?’
윤기는 굳이 JSD에게까지 전화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에 적절한 인물 한 명을 떠올렸다.
‘지금 당장은 연락을 하지 못하겠지만.’
당장 눈앞에서 경위가 씨근거리고 있기에, 무얼 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물론, 강행하고자 하면 강행할 수 있었지만, 윤기는 일부러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래야 더욱 드라마틱한 효과를 줄 수 있을 테니까.
‘이야, 예전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었던 유치장을 지금 들어가 보네?’
윤기에게 뒤지게 맞은 녀석들은 급히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윤기는 졸지에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찹쌀떡, 메밀묵 있어요.”
윤기가 들어가기가 무섭게 40대 아저씨 한 명이 윤기에게 달라붙었다.
“통금 사라진 지 오래되지 않았어요?”
“그렇긴 한데, 장사하지 말라는 곳에서 장사하다가 잡혀 왔어요. 이대로 가면 상하는데, 팔 수 있을 때 팔아야죠.”
붙임성 좋은 사내의 말에 윤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통금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찹쌀떡 장사나 메밀묵 장사들은 통금 시간에 일부러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왜냐하면, 밤새 심심한 사람들이 간식으로 잘 사 먹었으니까.
게다가 유치장에 들어가기 전 경찰들에게 야식을 제공하니, 경찰들 입장에서도 찹쌀떡 장수를 유치장에 넣어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종의 공생관계랄까?
“지금은 배가 안 고파서 이따가 살게요.”
“에이, 지금 사서 이따 먹으면 되죠.”
“바깥 분위기를 봐요.”
윤기가 낮게 말하자, 찹쌀떡 장수는 슬쩍 경찰들 눈치를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를 서슬 퍼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경위 한 명이 있었던 탓이다.
‘하기야, 나로 인해서 자신에게 상납할 열 명이 다쳤으니 속이 뒤집히겠지.’
물론, 미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전혀 아니었기에, 윤기는 천천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2시간 정도 지났을까?
윤기는 유치장 옆을 지키는 경장 계급의 경찰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요, 경장님.”
“뭐? 왜?”
경장이라고 해서 딱히 친절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기는 미리 지갑에서 꺼내 두었던, 딱지로 접어둔 돈을 경장에게 건넸다.
“이 번호로 전화 좀 해 주시겠어요? 조카가 전화했다고만 하시면 될 거예요.”
“조카? 느그 삼촌 뭐 하시노?”
“그냥, 직장인이세요.”
“흠…….”
경장은 윤기가 준 딱지를 보더니 이내 검지를 펼쳐 가볍게 흔들었다.
한 장 더 달라는 의미.
그렇기에 윤기는 한 장을 더 건넸다.
“그냥 전화만 해 준다.”
“예, 그거면 돼요.”
경장이 자리를 비웠을 때, 갑자기 유치장의 문이 열렸다.
“너, 이 새끼. 그 돈 전부 피해자들한테서 빼앗은 돈이지? 다 내놔!”
경위의 강짜에 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지갑을 통째로 건넸다.
“새끼! 내 말이 맞았네!”
윤기의 지갑에는 돈이 가득 들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경위는 이 돈이 자신에게 올 상납금이라고 생각했는지, 곧장 윤기의 배를 걷어찼다.
“윽!”
경위가 빨리 자리로 돌아가게끔 윤기는 일부러 아픈 연기를 보였고, 덕분에 경위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빠르게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경위는 윤기의 지갑에서 돈다발을 꺼내더니 곧바로 자신의 지갑에 넣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뭐 이리 명함이 많아?”
윤기의 지갑이 궁금했던 듯, 안쪽의 명함들을 전부 꺼낸 경위는 하나씩 이름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경위의 표정에 의아함이 어렸고, 이내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으헉!”
경위가 기겁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것과 윤기에게서 전화 부탁을 받은 경장이 새파래진 얼굴로 경위에게 뛰어간 것은 그야말로 동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