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드디어 (3)
“강 경위님!”
“시끄러워, 새끼야!”
경장이 무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경위는 다급하게 다시 유치장 문을 열더니 윤기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몰라뵙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윤기의 지갑에 있던 명함들.
그것은 각 재계나 권력가들의 명함이 대부분이었고, 그중에는 윤기 본인의 명함과 ‘관인이 찍힌’ JSD의 명함 역시 함께 있었다.
그것을 보고 강 경위는 윤기가 누구인지 깨달은 것이다.
‘얼굴을 보고 모를 수는 있겠지.’
아무리 윤기가 TV 토론회에 나온 적이 있다고 해도, 신문에 몇 번 얼굴을 드러낸 적이 있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그것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개그맨 말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개그맨의 얼굴을 떠올려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2010년대로 친다면, 매체에 얼굴이 정말 자주 공개되는 S 전자의 큰아들 정도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몇 번 정도 매스컴에 나온 다른 재벌가 사람들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얼굴을 몰라서 했다고 해도 이 죄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잖아?’
물론, 이 경찰만 더러운 게 아닐 수도 있다.
아니, 이 시대를 생각한다면 청렴한 경찰을 찾는 것 자체가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일이겠지.
그렇기에 이 시대에는 ‘건수’라는 게 중요했다.
평상시에는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일도, 다른 일로 인해서 굴비 엮듯이 엮여 인생 망하는 일이 흔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넌 X 됐어.’
윤기는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갑자기 배를 감싸 쥐었다.
“으으윽…….”
윤기가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신음하기 시작하자, 강 경위는 다급한 걸음으로 윤기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예? 제발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유치장의 다른 사람들은 강 경위의 행동을 보며 의아한 표정들을 보였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호랑이나 다름없었던 경찰이 저렇게까지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보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벼, 병원!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 예? 제발, 제발 일어나 보십시오!”
강 경위는 윤기를 업으려고 했지만 윤기가 유도를 배웠기에, 들어 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난항이었다.
“아, 아악…….”
비명까지 지르기 시작하는 강 경위의 모습.
자신이 윤기의 배를 발로 걷어찬 것이 떠오르며, 그야말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지갑에 들어 있었던 JSD의 명함.
JSD가 조카처럼 생각한다는 말까지 있는 와이케이 그룹의 미성년자 회장을 건드렸으니, 자신이 어떻게 될지 상상된 탓이었다.
“제발……, 제발, 저 좀 살려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아아아악……!”
어떻게든 윤기를 들어 올리려는 강 경위의 모습.
하지만, 강 경위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왜냐하면, 윤기에게 부탁을 받은 경장이 서장실로 뛰어간 지 오래고, 지금 막 서장실의 문이 열렸으니까.
“강 경위, 이 개새끼야!”
극대노한 서장의 외침, 하지만, 경찰서의 소란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런, 미친! 야, 막아!]유치장에 잡혀 있던 사람 중 ‘진짜 범죄자’들이 탈옥을 시도한 것이다.
활짝 열린 유치장 문.
경찰들 사이의 혼란.
도망치기 딱 좋은 상황 아니겠는가.
덕분에 3명의 탈옥수가 생겼고, 경찰들은 다급하게 그런 탈옥수들을 잡기 위해 난리를 쳤다.
그중 한 명은 잡혔지만, 두 명은 끝끝내 경찰서 밖으로 빠져나간 상황.
덕분에 상당수의 경찰이 기겁하며 그들을 잡기 위해 경찰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강 경위, 이 개새끼야!”
자신도 모르게 넋 놓고 상황을 지켜본 서장이 다시 한번 사자후를 지르며 유치장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이 경찰서의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회장님!”
경찰서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사내.
종로경찰서의 서장, 서인표가 기겁한 표정과 함께 경찰서로 뛰어들어 왔기 때문이었다.
* * *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으아아아악!]강 경위는 다이렉트로 경찰서 유치장 독방으로 끌려갔다.
그것도 강 경위가 있던 경찰서가 아닌 종로경찰서의 유치장 독방으로 말이다.
죄명은 아주 다양하다.
뇌물수수부터 시작해서 특수폭행, 협박, 갈취 등등, 그야말로 적용할 수 있는 모든 죄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아주 만족스럽네요.”
윤기의 말에 서인표가 안도의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윤기의 앞에 따끈한 홍차를 한 잔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총경 서인표.
류근태의 밧줄을 붙잡아 출세 코스를 타게 된 서인표는 윤기의 비밀을 알고 있는, 정말 몇 안 되는 외인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매우 간단.
그것은 서인표가 보상만 주어진다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치는 부류였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서인표는 윤기의 비밀을 알았음에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윤기는 이번 일에 대해서 서인표가 적절한 카드라고 판단한 것이다.
닭 잡는 일에 소 잡는 칼, JSD를 쓸 이유는 없었으니까.
“종로경찰서 끗발이 더 좋은가 보죠?”
서장의 계급은 똑같이 총경.
하지만, 서인표는 윤기가 갇혀 있던 경찰서에 난입했을 때, 서장을 향해 아주 고함을 지르며 난리를 쳤다.
더불어서 강 경위를 반강제로 종로경찰서로 압송했다.
어찌 보면 월권이라고도 할 수 있는 행위.
하지만, 이 시대는 가능했다.
왜냐하면, 서인표는 핵심 권력층과 연줄을 잡은, 경찰계의 유력자였으니까.
“전부 다 회장님 덕분입니다. 종로경찰서 자체가 경찰서 중에 끗발이 있는 것은 맞지만, 회장님의 후광이 있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죠.”
“투자 결과가 좋으면 언제나 기쁜 법이죠.”
윤기의 칭찬에 서인표는 더욱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경찰 간부 후보생이라 하더라도 대부분 총경이 한계.
하지만 눈앞에 있는 윤기라는 인물은 자신을 능히 경무관, 아니 어쩌면 치안감 이상의 자리까지 올려 줄 사람일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회장님,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일을 겪게 되신 겁니까?”
이미, 소매치기 패거리에 관한 이야기나 강 경위에게 당한 이야기들은 파악이 끝난 상황.
실제로 종로경찰서의 경찰들은 병원으로 이송된 소매치기 패거리들을 유치장에 잡아 오기 위해 출동을 나간 상태였다.
서인표가 물어보는 것.
그것은 바로 ‘어쩌다’ 시비가 붙었냐였다.
“그 녀석들이 제 친구 아버지의 지갑이랑 월급을 소매치기했거든요.”
“아니, 무슨……!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금액이 어떻게 되시죠? 괜찮으시다면 제가 미리 보전을…….”
서인표는 애초에 월급봉투나 지급, 그 자체를 찾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중요한 것은 안에 들어있던 ‘돈’일 테니까.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럴 필요는 없어요. 그게 가능했다면, 제가 미리 친구한테 보전을 해 줬을 테니까요.”
“아……,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녀석들 중에 지갑을 훔친 녀석이 있는지는 아직 몰라요.”
“그 열 명 중에도 없다는 말씀이십니까?”
“정확히는 모른다는 거죠.”
윤기는 말을 이었다.
“그 녀석들이 패거리의 전부는 아닐 거예요. 그 녀석들 위에 ‘김규식’이라는 이름의 우두머리가 있는데, 그 녀석이 진실을 알고 있을 거예요.”
“김규식……, 김규식이라…….”
“혹시 아시나요?”
서인표는 고개를 저은 후, 다시 숙였다.
“죄송합니다만, 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범죄자 녀석들 이름을 일일이 외우기란 쉬운 게 아니라서……. 수배범이라면 알 법도 한데, 수배범이 아닌 것 같습니다. 맞나요?”
“예. 출소한 지 2년 정도 되었다고 하네요.”
“그렇다면 생각보다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겠군요. 그게 아니라면, 남들에게 위압감을 상당히 주거나요.”
꽤 날카로운 서인표의 추측에, 윤기는 만족스러운 표정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마, 강 경위 녀석을 족쳐 보면 김규식에 대해서 뭔가 나올 겁니다. 제가 정말 최선을 다해 빠르게 수사하겠습니다. 그러니, 맡겨 주십시오.”
행정 경계를 넘어선 수사.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2010년대조차도 건수가 될 만한 사건이면 서로 자기 관할이라면서 싸우는 게 현실이었으니까.
“그럼, 부탁할게요.”
사악한 미소를 짓는 윤기를 향해 최덕배가 혀를 내둘렀다.
진짜, 각 잡고 조질 생각이구나.>
* * *
경찰이 범죄자들한테 상납을 받는 것도 정도라는 게 있다.
아예 같이 영합을 해서 큰돈을 나눠 먹는 쪽.
적당히 눈감아 주고, 일이 커졌을 때 잔챙이들을 감방에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해 주는 쪽.
큰 사고를 치는 게 아니라면, 그냥 적당히 무시해 주는 쪽.
이중, 강 경위는 당연히 영합하는 쪽이었고, 덕분에 김규식에 대해 정말 잘 아는 쪽에 속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야! 그렇게 쉽게 말하면 누가 믿을 줄 알아? 진짜를 말하라고!”
종로경찰서 경찰들의 VVIP 대우를 받고 있는 강 경위는 그야말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고문을 받기 싫어서 김규식에 대해서 술술 불었는데, 상대가 고문을 그치지 않았으니까.
애초에 강 경위에게 김규식에 대한 우정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냥 자기만 살면 된다.
자신이 JSD의 조카 같은 인물을 건드렸다는 사실에도 이미 오줌을 쌀 지경이었는데, 거기에 고문까지 받으니 강 경위는 그야말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진짜라고! 진짜라고! 크아아악!”
그야말로 살벌한 비명.
강 경위에 대한 경찰들의 특별 대접이 중단된 것은 김규식의 위치가 파악되고 나서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 대접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할 인물을 건드렸으니까.
애초에 윤기 본인은 김규식의 위치를 알고 있는 상황.
그것을 서인표에게 알려 주지 않은 것은 적당한 기간 동안 풀 코스로 대접받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강 경위는 운이 정말 나빴다.
왜냐하면, 서인표가 충성심의 발로로 그 기간을 추가했으니까.
‘감히 회장님을 건드린 녀석을 그냥 둘 수는 없지.’
물론, 윤기 역시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선인이라면 몰라도, 악역, 심지어 적에게 연민을 가질 윤기가 아니었으니까.
* * *
“잡았습니다!”
종로경찰서 수사반장의 외침에 서장실에 있던 서인표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잘했어!”
상당한 친근감이 느껴지는 어투.
그도 그럴 것이 서인표는 이곳 서장이 되기 전에 종로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총경으로 진급하면, 총경 T.O가 있는 자리로 가게 되는 게 원칙.
하지만, 서인표는 본인의 희망대로 종로경찰서의 서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있던 서장?
서인표 덕분에 한 계급 승진해서 웃으며 종로경찰서를 떠났다.
한마디로 종로경찰서 전체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서인표.
그렇기에 이번 김규식을 잡는 것 역시 굉장히 빨랐다.
물론, 패거리가 돌아오지 않고, 강 경위와 연락이 끊긴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 김규식이 도주를 하기는 했지만, 눈에 불을 켜고 있는 경찰들을 피할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김규식은 종로경찰서 유치장 독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다만, 강 경위나 다른 패거리들과 달리 고문을 받는 일은 없었다.
그저 갇혀 있는 것뿐.
의외라면 의외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런 김규식을 독방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윤기.
개백정의 모습을 본 윤기는 몸 안의 피가 전부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