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드디어 (4)
‘이 새끼……, 오히려 건강해졌네.’
유치장 독방에 나 있는 두 개의 구멍.
하나는 밥을 건네줄 때만 열리는 반 개폐 방식의 작은 문이고, 나머지 하나는 경찰들이 안을 들여다볼 때 사용하는 사람 눈높이의 작은 직사각형 구멍이었다.
그곳을 통해 보이는 개백정의 모습은 실제로도 건강해 보였다.
‘교도소에 간 게 오히려 이점이 된 건가……?’
실제로도 그러했다.
원래대로라면 개백정은 술병으로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교도소에 가게 되면서 강제로 금주를 하게 되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건강해져 버렸다.
심지어 출소하고 나서도 예전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교도소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물론, 좋은 것을 배운 것은 아니다.
협박이나 패거리들을 모으는 법 등을 배워서 자신의 구역 하나를 인정받을 정도로 규모가 커졌으니까.
아무런 이유 없이 강 경위와 커넥션이 생긴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불과 2년.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개백정은 서울의 한 구역에서 작지만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상황이었다.
물론, 얼마 전까지의 이야기였지만.
‘마음에 들지 않아.’
윤기는 개백정이 이런 인생을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죽도록 고생하는 인생.
개백정은 그러한 인생을 살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
물론, 개백정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일단 종북으로 몰아서 반병신으로 만드는 방법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
하지만, 윤기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큰 개백정에 대한 원한.
그렇기에 윤기는 개백정을 바라본 상태로 생각에 잠겼다.
‘종북, 종북, 종북……, 종북…….’
순간, 윤기의 머리에서 어마어마한 처벌법이 떠올랐다.
윤기 스스로도 아주 만족할 만한 그런 처벌법이 말이다.
“그래……, 넌 그 정도는 겪어야 해…….”
싸늘하게 흘러나오는 윤기의 말이 독방 안으로 새어 들어갔고, 개백정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윤기는 경찰서 1층으로 올라간 후였다.
* * *
“정말 죄송합니다만, 지갑은 이미 버렸다고 하더군요. 더불어서 그 녀석이 워낙 돈을 헤프게 쓰는 녀석이라 돈도…….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그냥, 나중에 제 친구 아버지한테 적당히 입만 맞춰 주세요.”
“물론입니다.”
김규식이 특별대우를 받은 지 일주일.
고통에 겨운 김규식은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시인했고, 이는 상당한 수준의 징역을 예상하게끔 했다.
하지만, 윤기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두 가지.
그중 하나를 위해 윤기는 선의의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경찰이 돈을 되찾았다고 하는데 못 믿을 사람은 없겠죠.”
이 시대 경찰들은 비리가 분명 존재했지만, 역으로 또 신뢰받는 존재이기도 했다.
무언가 다툼이 일어났을 때, 경찰이 ‘이렇게 해’라고 하면 모두가 말을 들을 정도였으니까.
공포와 신뢰가 합쳐진 느낌이랄까?
그렇기에 지금처럼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친구분이 정말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착한 친구예요.”
“나중에 입시에 도움이 되게 경찰서에서 상장이라도 하나 수여할까요?”
“아뇨, 그런 것까지 할 필요는 없어요. 피해를 본 것은 보전해 줄 필요가 있지만, 이득을 보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줄 생각은 없으니까요.”
명확히 선을 그었기에, 서인표는 강 경위에 대한 처분처럼 과잉 충성을 할 생각은 접었다.
하지만, 과잉 충성을 발휘해야 할 상황이 아직 남아 있기는 했다.
왜냐하면, 윤기가 원하는 것이 한 가지 더 남아 있었으니까.
“김규식의 상태는 어떻죠?”
“아직 살아 있습니다. 정신도 온전하고요. 재판을 받게 하려면 정신은 유지해야 하니, 다들 세심하게 강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재판을 받게 할 것인지 간접적으로 묻는 서인표의 말.
윤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설명했다.
잠시 이어진 침묵.
“예?”
순간, 서인표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힘들까요?”
“아, 아뇨. 정말 죄송합니다만,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는지 궁금해서요. 정말 그걸 원하시는 겁니까?”
“예. 제 주변 사람들을 건드린 녀석에게 그 정도 미래는 만들어 줘야죠.”
“으음…….”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한 윤기의 요청.
하지만, 서인표는 그런 윤기의 요청을 단칼에 거절하지 못했다.
그동안 윤기에게 받은 것이 있어서, 분명 그것도 이유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서인표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주변 사람들을 건드린 녀석’이라는 표현이었다.
자신 역시 윤기의 주변 사람.
그렇다는 것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길 경우, 마찬가지의 복수해 준다는 이야기였으니까.
“무례한 질문이라는 것은 압니다만, ‘주변 사람’에 저 역시 포함이 될까요?”
윤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사실 윤기는 이번 일을 서인표 총경이 아니라, 거스터나 콜슨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둘에게 거짓말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에게는 가능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서인표 총경을 택한 것이다.
물론, 서인표 총경이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입는다면 도와줄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그 방법을 실행하려면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서해 쪽에서 근무하는 제 인맥을 이용한다면…… 가능합니다. 세 명, 세 명만 구슬리면 됩니다.”
“그 세 명에게 무엇을 해 주면 되죠?”
“제가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입은 무겁나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 정도 눈썰미가 없으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많은 양의 비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비리가 드러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가담한 자들이 입이 무겁기 때문이다.
발설하는 순간 피해를 보는 게 확실시될 텐데 왜 발설하겠는가?
그렇기에 서인표 총경은 자신감 있게 대답했다.
“더불어, 회장님의 신상은 전혀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윗선의 주문이라는 말이면 생각보다 보상을 크게 주지 않아도 될 겁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는 서인표의 말에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 부탁하죠.”
“예, 맡겨만 주십시오.”
“2년 안에 서 총경이 경무관이 되는 미래가 보이네요.”
윤기의 막타.
서인표는 전력을 다해 윤기의 지시를 수행할 것을 다짐했다.
* * *
“헉헉헉!”
김규식은 그야말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것을 억지로 참아 가며 뛰고 있었다.
“거기 서라우!”
뒤에서 들려오는, 절대 들려서는 안 되는 말.
유창한 북한말과 함께 자신에게 달려오는 북한군 병사들은 김규식에게 있어 공포 그 자체였다.
‘도대체, 도대체 내가 왜 북한에 있는 거야!’
아까 김규식은 자신의 얼굴을 팍 적시는 물에 눈을 떴다.
찝찌름하고 비린내가 나는 바닷물의 냄새.
그렇기에 김규식은 짜증을 부리며 일어났었다.
‘아니, 왜 바닷물을 뿌려요?’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누가 바닷물을 뿌린 것이 아니었다.
해안가에 좌초된 낡고 작은 배.
자신이 그곳에 누워 있었던 것이다.
몸을 일으키기가 무섭게 느껴지는 다 젖은 옷들.
처음에는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아니, 최소한 이곳이 북한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자신이 있는 해안가를 향해 몰려드는 북한 주민들을 볼 때까지도, 김규식은 이곳이 북한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화가 북한말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 서서히 경악이 어렸다.
‘에이, 설마. 다들 연기하는 건가?’
하지만,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
정신이 나간 게 아닌 이상, 한국에서 북한군의 복장을 하고 김일성 만세를 외칠 녀석들은 없을 테니까.
[따라오라우!]북한 병사들의 말에 어떻게든 상황을 파악한 김규식은 미친 듯이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지금.
천만다행으로 북한 병사들이 총을 쏘고 있지는 않았지만,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아니, 산에 나무가 하나도 없는 게 말이나 되냐고!’
산속으로 일단 도망이라도 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산에는 정말 나무 한 그루 존재하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민둥산.
그렇기에 김규식은 자신과 점점 가까워지는 북한 병사들을 보며 좌절감에 잠겼다.
‘도대체 내가 왜……, 내가 왜……!’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본인만 모르는 김규식의 태도.
교도소에서 술과 담배를 끊어서 나름대로 몸이 건강해지기는 했지만, 악으로 훈련을 받는 북한 병사들을 결국 당해 낼 수 없었다.
“으악!”
“간나 새끼, 서라고 하지 않았어?”
등판에 박힌 군홧발에 김규식은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고, 북한군들은 숨을 헐떡이며 그런 김규식의 몸 여기저기를 밟았다.
“동무, 배에서 이런 게 나왔소.”
“이게 뭐이야?”
방수 봉투에 담긴 김규식과 관련한 서류.
“이, 아새끼래 남조선에서 범죄자였구만 기래. 소대장 동무에게 빨리 보고하라우!”
사실상의 사형 선고.
대한민국에서 공무원도 연예인도, 그렇다고 일반인도 아니었던 김규식이 북한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은 전무했다. 선전용으로도 쓸 여지가 없었으니까.
아마, 아오지탄광이나 요덕수용소에 가게 되겠지.
진짜, 사탄도 이런 복수는 생각하지 못할 거다.>
이 광경을 보던 최덕배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종북조차 뛰어넘은 월북.
윤기는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복수를 한 셈이었다.
* * *
‘정말, 웃음이 절로 나오네.’
최덕배에게서 개백정의 최후를 전해 들은 윤기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누가 복수를 허무하다고 했을까? 이렇게 좋은걸?’
옛날 복수와 관련된 영화들을 보았을 때, 엔딩은 언제나 주인공이 허무함을 느끼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윤기는 직접 복수를 해 본 결과, 속이 있는 대로 시원해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은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어.’
최덕배와 개백정이 확실하게 접촉한 이상, 심심할 때마다 최덕배에게 부탁해서 근황이 어떤지 알아보는 것 역시 가능했다.
‘아쉽네. 도둑놈이랑도 접촉을 시켰어야 하는 건데.’
윤기가 진심으로 아쉬워하고 있을 때, 최덕배가 말을 걸어왔다.
그렇게 좋으냐?>
“네!”
정말, 반론은 단 1그램도 담기지 않은 윤기의 대답에 최덕배는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정말 상상 이상이었어. 뭐, 그런 재미로 너를 따라다니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덕배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만, 화제가 좀 달랐다.
그 녀석이 어디에서 생활했는지 알려줄까?>
“네?”
그 녀석이 소매치기 패거리의 오야붕으로 있을 때 생활했던 장소 말이야.>
“아, 그런 곳이 있어요?”
당연하지.>
“흠…….”
잠시 생각하던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멀지 않아.>
윤기는 경호원들을 이끌고 리무진에 탄 상태로, 최덕배가 말해 준 아지트로 향했다.
아지트의 위치는 달동네.
예전 윤기가 살았던 달동네와는 전혀 다른 곳이었지만, 서울에는 이러한 달동네가 많았다.
2010년대에도 달동네가 남아 있는데, 80년대에는 오죽할까.
‘하긴, 패거리를 운용하고 있는데 번듯한 곳에서 살 수는 없었겠지.’
무수히 많은 서민의 지갑과 월급봉투를 훔친다고 해도, 끽해야 20명도 안 되는 패거리를 이끄는 녀석이 호화롭게 살 수는 없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강 경위에게 상당한 수준의 상납금을 바치고 있는 상황.
실제로 강 경위는 패거리들과 이야기를 할 때 ‘차’를 언급하기까지 했다.
거기에, 범죄자들이 저축 같은 것을 할 리가 없다.
현찰이 생기면 무조건 윤락업소로 가서 쓰기 바쁜 게 이런 녀석들이니까.
당장 교도소에 수용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해 보면, 사기꾼이나 재벌 범죄자인 범털들을 제외하면, 출소할 때 징역으론 모은 돈 수십만 원이 전부인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증거가 바로, 지금 달동네 중턱에 있는 개백정의 아지트.
다 쓰러져 가는 집에 윤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은 어떻게 된 게, 돈을 손에 쥐어도 이따위 삶을 살았을까요?’
만약 개백정이 욕심만 덜 부렸다면.
윤기와의 재회 없이 그냥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적당한 선에서 범죄를 끊고, 과거를 세탁해서 인생을 살면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개백정은 범죄에서 손을 떼지 못했고, 결국 윤기와 다시 연결되고 말았다.
자업자득이지.>
최덕배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 윤기는 더 볼 게 없다는 듯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다.
덜걱!
그 순간, 다 쓰러져 가는 집 안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의아한 기분이 든 윤기는 별로 열고 싶지 않았던 집의 문을 열었다.
의외로 쉽게 열리는 문.
그곳에서, 윤기는 열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버짐이 허옇게 핀 채로 안쪽에서 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