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인간의 본성 (2)
“그것보다는 차라리 작은 규모의 고아원에 아이들을 위탁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위탁이요?”
“예.”
확실히 류근태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을 짚어 주었다.
“우리가 고아원을 계속 운영할 거라면 모르겠지만, 10명으로 끝낼 거라면 상당히 애매합니다. 아이들은 결국 자랄 것이고, 성인이 되면 독립을 해야 하니까요. 혹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뒷바라지를 하실 생각이신가요?”
조심스러운 류근태의 물음에 윤기는 명확히 선을 그었다.
“아뇨. 제가 바라는 건, 적어도 어린 시절에 학대받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거예요.”
윤기는 학대를 받던 시절에도 어쨌든 자신의 생활비는 자신이 벌었다.
착한 사람을 먼저 건드리지 않고, 도울 상황이 올 때는 돕지만, 호구는 되지 않는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윤기의 신념이었기에 류근태는 그 신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그렇다면, 고아원을 세우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입니다. 차라리 원생이 거의 없어서 폐원해야 하는 고아원에 후원과 함께 아이들을 보내고, 정기적인 기부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그게 좋겠네요. 괜찮은 고아원을 물색해서 선정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고아원 설립과는 조금 달랐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따뜻한 이불에서 잘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려 하고 있었다.
* * *
“예? 정말요?”
예산 삭감으로 인해 고아원을 폐원하게 될 위기에 처했던 희망고아원 원장 유선녀는 이야기를 듣기가 무섭게 반색했다.
“그렇습니다. 저희가 위탁하는 고아들을 맡아 주신다면, 와이케이에서 고아원 운영 비용을 전부 기부할 것입니다.”
“저야 정말로 좋지만, 이게 폐원이 저희가 결정한 게 아니라서요…….”
유선녀는 말끝을 살짝 흐리며, 고아원 내부를 보라는 듯 팔을 가볍게 뻗었다.
아무도 없는 고아원.
아이들도, 직원들도 전혀 없는 이 희망고아원에는 유선녀만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상태였다.
왜냐하면 폐원이 결정된 후, 순차적으로 아이들이 다른 고아원으로 옮겨지고, 직원들은 해고되었으니까.
“보시는 대로 아무도 없어요. 구청에서 자격을 회수한다고 한 뒤로, 몇 개월 전부터 규모를 줄였거든요. 기부하신다고 해도 구청에서 다시 허락이나 해 줄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유선녀를 향해 직원이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구청 허가는 저희가 받아 내겠습니다.”
“그게 가능한가요?”
유선녀 역시 구청에다가 다시 생각해 봐 달라고, 고아원을 계속 운영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하지만, 예산을 배부하는 구청의 입장은 요지부동.
애초에 고아원은 예산의 70퍼센트를 국가에서 부담해 주고, 30퍼센트는 후원 등을 통해서 해결하는 형태였다.
그렇기에 구청 입장에서는 고아원이 많아서 좋을 게 없었고, 그중 희망고아원이 정리 대상으로 되었던 것이다.
“예. 그러니, 원장님께서는 직원들을 다시 불러모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들이 10명이니, 그것에 맞게 불러 주시면 되겠죠.”
“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정이 되면 저에게 한 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만에 하나 안 되면, 직원들한테도 폐가 되어서…….”
어찌 보면 당연한 걱정에 직원은 다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와이케이가 구청에 하는 요청.
절대 거절이란 단어가 나올 리가 없었다.
* * *
해당 고아원 예산을 전액 감당하겠다는 말과 함께 이어진, 고아원 자격을 유지해 달라는 청탁.
사실상 청탁이라고 볼 수 없는 데다가, 구청 입장에서도 고아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생긴 셈이니 절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유선녀는 해고했던 직원 중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세 명을 다시 불렀다.
아이가 10명이라고는 해도 24시간 운영되는 것이 고아원이었기 때문에 필수적인 인력은 꼭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이거 정말이에요?”
직원 중 한 명이 유선녀를 향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것은 바로 월급 때문이었다.
“그렇다니까. 나도 놀랐어.”
와이케이는 희망고아원에 ‘단순 기부’를 한 것이 아니었다.
유선녀가 가지고 있던 토지와 고아원 건물을 매입했고, 그 상태에서 위탁을 맡긴 것이다.
윤기의 생각과 류근태의 생각을 절반씩 합친 방법.
아이들이 전부 독립하고 나면, 이 땅은 어떤 방식으로든 와이케이의 땅으로써 사용될 것이다.
“뭐, 나야 손해는 없어서 좋았지. 땅을 어떻게 처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와이케이가 건물도 사 준 덕분에 철거비도 아끼고, 땅도 제값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유선녀의 말은 이어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보고 임명 원장을 하라고 하더니 월급을 알려주는데, 진짜 놀랐다니까. 너희들도 지금 놀랐잖아.”
“맞아요. 이 정도면 예전 월급의 두 배인데…….”
직원이 유선녀를 흘끔 바라보자, 유선녀가 얼굴을 붉혔다.
“야! 내가 뭐, 나 호강하면서 너희 월급 짜게 줬어? 아니잖아. 후원도 안 들어오고, 구청에서 지원도 별로인데, 그 이상을 어떻게 줘. 아니면 나는 굶으면서 여기 운영해?”
“아, 아뇨. 그게 아니라, 저는 그냥…….”
2010년대의 고아원들도 운영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80년대는 어떨까?
아예 대놓고 세금을 빨아먹는 군부가 있었던 만큼, 고아원 같이 사회 약자들이 생활하는 곳에 들어가는 지원은 그야말로 개미눈물만 한 수준이었다.
더불어서 기업들이 고아원에 후원하는 일도 결코 많지 않았기 때문에 고아원 직원들의 복리후생은 그야말로 바닥 수준.
그렇기에 직원들이 얼떨떨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튼, 나도 생각보다 월급 많이 받고, 너희들도 월급 많이 받으니까 우리 다들 열심히 하자. 우리한테 월급 이렇게 주는 거 보면, 아이들한테도 지원을 확실히 해 줄 것 같은데, 예전보다는 확실히 쉬울 거야.”
“그런데 우리 고아원 없애는 거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엄청 좋아했잖아요. 괜찮을까요?”
직원의 걱정.
이 한숨은 80년대 고아원의 현실에서 나온 한숨이었다.
왜냐하면, 80년대에 고아원의 주변은 그야말로 우범 지역이었으니까.
간식은커녕 밥도, 옷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이 시대의 고아원 소속 아이들은 근처를 우범 지역으로 만들었다.
물론, 안 그런 아이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CCTV나 블랙박스조차도 없던 80년대였기에 고아원 주변에서는 절도나 갈취가 그야말로 급증했고, 고아원을 향한 인식은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
80년대를 경험한 사람들이 괜히 2010년대의 보육원 설립을 거절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2010년대의 보육원은 기초적인 지원이 정말 잘 되어 있어서, 보육원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들이 싫어하면 어쩔 건데. 구청에 항의했다가 괜히 경찰서에 불려갈 일 만들겠어? 아무튼, 일단 와이케이에서 애들 열 명을 오늘 오후에 보낸다고 하니까, 애들 오기 전에 청소 싹 다시 해 놓자. 그동안 여기 안 써서 먼지도 많이 앉았어.”
나름대로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유선녀의 지시 덕분에 직원들은 마음을 다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원장님.”
“응?”
“우리 넷이서 가능할까요? 당직이나 그런 것을 감안하면…….”
“직원 더 고용한다고 하면, 와이케이가 우리 월급을 떼서 새로 올 사람에게 주지 않을까?”
지극히 현실적인 유선녀의 논리에 다들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우리가 열심히 해야죠! 아, 청소하자. 청소!”
아직 아이들이 오기 전인 오전.
직원이 네 명밖에 없는 고아원이었지만, 어쩐지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었다.
* * *
“윤기야, 그리고 보니 요새 고아원 하나 운영하고 있다며?”
최기현 집의 서재가 아닌, 최철호 집의 거실.
그곳에서 윤기와 최철규가 차 한잔을 하며 가벼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예. 달동네에서 학대받던 아이들 열 명을 발견했는데, 그냥 두기가 그래서요.”
“하긴, 그런 식으로 이미지를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경영학적으로 접근하는 최철규의 말이었지만, 윤기는 딱히 반박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애초에 무언가 경제적인 이득을 얻으려고 운영하는 고아원은 아니었지만, 굳이 반박해서 얻을 이익도 없었으니까.
자고로 대화란 팩트를 따지는 것보다 주거니 받거니 캐치볼 하듯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윤기야, 내가 이야기를 들으니까 한 가지 의문이 생기더라고.”
살짝 진지한 최철규의 표정에 윤기가 호기심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의문이요?”
“거기 직원들 월급 2배로 주고 있다며?”
“예.”
“왜?”
딱히 타박을 주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한 최철규의 모습에 윤기는 쉽게 설명해 주었다.
“돈을 많이 받아야 열심히 일할 테니까요.”
“응? 고아원이잖아. 그런데 그렇게 많이 준다고?”
최철규는 정말로 악의가 있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80년대, 아니 역사를 통틀어서 사람들의 인식을 대표하는 말.
[봉사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월급을 따져?]봉사활동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정말 쉽게 들을 수 있다.
2010년대에 보육원 직원이 월급 300만 원을 받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정도는 받아야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최철규의 생각과 똑같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열정페이가 강요되는 직종이 바로 사회봉사 계열이었으니까.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을 밝히는 게 정상인지 생각하고 계시죠?”
부드럽게 미소짓는 윤기의 말에 최철규는 뜨끔 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 으음……. 너무 정확한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응?”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돈을 많이 버는 것이야말로 사람에게 있어서 최고의 자아성취거든요.”
“아……!”
몰라서 문제였던 거지 속이 꽉 막힌 타입은 아니었기에, 최철규는 윤기의 의도를 파악했다.
“당장 회사에서도 직원들 월급을 너무 낮게 주면, 효율이 나오질 않아요. 고아원도 마찬가지죠. 직원들의 복리후생이 쓰레기면, 그건 고스란히 거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가되거든요. 행복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야 할까요?”
보육원이나 유치원 교사들이 아이들을 괴롭힌다는 기사는 2010년대에도 꽤 자주 나왔었다.
하지만, 이게 개인의 인성 때문일까?
분명 영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대우 역시 한몫했다.
노동 강도는 살인적인데, 대우는 최저시급 혹은 그 이하인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기에 윤기는 적어도 돈이 주는 영향만큼은 배제하고자 한 것이다.
“확실히 네 말이 맞는 거 같아. 물론, 고아원에 이 정도 투자를 할 사람이 없다는 게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 아이들은 정말로 운이 좋네. 너한테 후원을 받다니.”
그야말로 핵심을 짚는 최철규의 말에 윤기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윤기야.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어.”
“뭔데요?”
“네가 돈을 많이 주잖아. 그렇다는 건 고아원에 주는 지원도 많다는 거고.”
“그렇죠.”
“그렇다면 바로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지 않아?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라는 말.”
최철규의 이러한 걱정은 절대로 ‘괜한 걱정’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