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인간의 본성 (4)
‘하, 오늘은 정말 위험했어.’
유선녀는 고단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집까지는 걸어서 30분.
버스 편이 없고, 택시를 타기에는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유선녀는 매일 이 거리를 걸어서 다녔다.
‘조금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잘 됐어. 고아원에 애들을 최대한 늘리면…….’
유선녀는 고아원에 아이들 숫자가 50명이 되고 100명이 되는 것을 기대했다.
‘아이들 숫자가 늘어나면 직원도 당연히 더 많이 필요하지. 그리고 직원들 뽑을 때, 내 친척들이나 일자리 없는 사람들한테 소개료를 받으면…….’
유선녀는 그야말로 돈독이 올라 있었다.
와이케이 직원에게 보고라는 걸 하긴 하지만, 사실상의 결정권자는 유선녀.
그렇기에 유선녀는 점차 선을 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전횡을 저지르려는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 애들이 늘어나면 반찬도 많이 만들어야 할 텐데, 소소하게 반찬가게나 열어 볼까?’
100인분의 식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당연히 만들어야 하는 반찬도 많은 법.
유선녀는 그 과정에서 들어오는 재료들을 빼돌려, 딸에게 반찬가게를 열게 할 계획까지도 그렸다.
‘호호호, 꼼짝 못 하고 고아원 문 닫아야 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 인생이 이렇게 펴질 줄 누가 알았겠어?’
희희낙락한 유선녀의 모습.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비단 유선녀뿐만이 아니었다.
* * *
“어휴, 회장은 왜 갑자기 방문하고 난리야, 진짜.”
같이 집으로 돌아가던 직원 한 명의 말에 옆에 있던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가 크고 살집이 좀 있는 직원과 키가 작고 다소 마른 직원의 조합.
둘은 함께 리어카를 끌며 퇴근하고 있었다.
“그래도 회장이 방문해야 우리한테 돌아오는 게 많은 거야. 안 그래? 회장이 관심이 있다는 거잖아. 옛날 생각 안 나?”
앞에서 리어카를 끌고 있는 작은 직원의 말에 뒤에서 리어카를 밀고 있는 큰 직원도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말이 맞네. 예전에는 지원이랄게 없었으니까. 지금이 훨씬 좋긴 해.”
이들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아이들을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리어카에 가득 실려 있는 보따리.
이들은 퇴근할 때, 머리와 양손에 보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퇴근했다.
윤기가 아이들을 위해 가져왔던 장난감은 물론이고, 고아원의 쌀과 반찬, 심지어 도로 돌려놨던 그림책도 있었다.
“그래도 도로 가져다 놓는 거 너무 귀찮지 않아? 아, 리어카는 왜 이리 안 밀려.”
짜증 섞인 큰 직원의 목소리.
이들에겐 이미 ‘가져간다’라는 자각이 없었다.
고아원의 물건은 자신들의 것이라는 인식이 박힌 상황.
그렇기에 자기 집에 가져다 놓았던 그림책을 고아원에 도로 가져다 놓아야 하는 상황이 짜증 났던 것이다.
“어쩔 수 없잖아. 원장이 가져다 놓으라고 했으니까. 그나저나, 원장은 요새 살판났어. 우리야 그냥 양심적으로 가져가는 수준이지만, 원장은 아주 장난 아니던데? 부자 되겠어.”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리어카를 끄는 작은 직원의 말.
그 말에 큰 직원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부자는 벌써 됐지. 와이케이가 고아원 땅이랑 건물이랑 다 사 줬잖아. 거기를 솔직히 누가 사. 와이케이나 되니까 사 준 거지. 아, 솔직히 배 아파. 벌써 부잔데, 원장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이것저것 다 가져가고. 에휴.”
부러움에 질투를 보내는 큰 직원의 모습을 확인한 작은 직원이 은근한 목소리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혹시, 집에 애들 옷은 좀 있어?”
“옷이 있긴 뭐가 있어. 있어 봤자 다 낡은 것들이지.”
“그러면, 그 옷들 내일 고아원으로 가지고 와 봐.”
“뭐? 왜?”
아직 제안을 이해 못 한 큰 직원의 반문에, 작은 직원의 히히 웃으며 사악하게 속삭였다.
“우리 애들 옷을 고아원 애들 옷이랑 바꾸는 거야. 어때?”
“뭐? 그러다 원장이 난리라도 치면 어쩌려고.”
“걱정 마. 절대 못 해. 원장이 그렇게 빼돌리는 거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원장도 적당히 눈감아 줄 수밖에 없다고.”
“흐음…….”
그럴듯하다고 여기는 큰 직원을 향해, 작은 직원이 마지막 일격을 가했다.
“우리 애들도 좋은 옷을 못 입는데, 부모도 없는 애들 새 옷 입게 할 거야?”
큰 직원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그건 그렇네. 알겠어, 내일 가져올게.”
“우리 둘이서만 하는 거야. 우리 둘이서. 알겠지?”
“걱정 마, 내가 그 정도 눈치도 없으려고?”
서로를 향해 배시시 웃는 둘의 미소는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지만, 불과 5초도 지나지 않아 끝났다.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갑자기 나타난 경찰.
한 명, 두 명도 아니었다.
무려 네 명의 경찰이 큰 직원과 작은 직원의 사방을 막자, 직원들은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무, 무슨 일이세요?”
방금까지만 해도 땀을 뻘뻘 흘리던 작은 직원은 순식간에 땀이 말라 버렸다.
이 시대의 경찰이 가져다주는 공포란 바로 이 정도.
밤에 네 명의 경찰이 자신들을 에워싸니 직원들은 그야말로 오줌을 지릴 지경이 되었다.
“지금 가져가시는 물건들, 뭡니까?”
무려, 경위 계급을 단 경찰의 질문에 큰 직원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저, 저희 물건이에요.”
하지만, 경위는 바로 반문했다.
“그러니까, 그게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습니다.”
“예? 그, 그러니까…….”
우물거리는 큰 직원 대신, 이번에는 작은 직원이 황급히 대답했다.
“우리 애들 그림책이랑 반찬이랑 장난감이에요!”
“자제분들 선물인가요?”
“예, 예!”
“그런 선물을 이렇게 많이 삽니까?”
리어카에 실려 있는 물건들의 양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리어카를 가득 채울 수준이었으니까.
“그, 그게……, 저희 두 집 선물을 합친 거라서…….”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은데요. 일단 좀 더 조사해 봐야 할 것 같으니, 서까지 동행해 주시죠.”
정말 신사적인 경위의 행동.
하지만, 직원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도리질을 쳐 버렸다.
“시, 싫어요. 저희가 왜요!”
큰 직원의 반문에 마침내 경위의 신사적인 얼굴이 깨졌다.
“지금 우리가 권유하는 건 줄 알아? 야! 김 경장! 이 사람들 수갑 채워!”
큰 직원과 작은 직원은 순식간에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양손을 뒤로한 채, 수갑이 채워졌다.
물론, 범죄자가 맞았지만.
* * *
“원장님?”
경찰서에 도착한 큰 직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유치장에 갇혀 있는 유선녀를 바라보았다.
“박 씨?”
유선녀 역시 큰 직원을 향해 당황해하며 물었다.
“원장님, 이거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게다가 왜 다른 사람들도…….”
지금 유치장에 갇혀 있는 것은 유선녀 뿐만이 아니었다.
방금 온 큰 직원과 작은 직원뿐만 아니라, 나머지 직원 둘까지.
그리고 경찰서 한쪽에는 그들이 바리바리 집에 싸 들고 가던 물건들이 한가득, 아니 높이 쌓여 있었다.
“반장님, 와이케이 회장님한테 전화 좀 해 주세요. 네? 지금 이건 전부 오해예요!”
유선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 인맥을 동원해 볼 생각까지 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그것뿐이니까.
“아니, 당신이 뭔데 와이케이 회장님한테 연락하라 말라야!”
큰 직원과 작은 직원을 유치장으로 옮기던 직원이 유치장 철문을 발로 쾅 차며 으르렁거리자, 유선녀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들어가!”
둘을 유치장 안으로 밀어 넣어 버리자, 두 직원은 앞으로 엎어지며 나동그라졌다.
“꺄악!”
“아쿠!”
그렇게 유선녀를 비롯한 직원들이 덜덜 떨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그들의 구원자가 나타났다.
“무슨 일인가요?”
유선녀를 관리하는 와이케이의 직원.
그의 등장에 유선녀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유치장 철창에 달라붙었다.
“대리님, 저희 좀 도와주세요. 퇴근하다가 잡혀 와서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요!”
“왜 잡혀 오셨어요?”
전혀 영문을 모르겠다는 직원의 모습.
“그건…….”
유선녀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정말 고민이 되었다.
당장 저 한쪽에 쌓인 물건들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하지만, 유선녀가 모르는 게 있었다.
왜 이 직원이, 그것도 갑자기 이 타이밍에 경찰서로 나타난 것일까?
경찰이 연락처를 알고 있을 리도 없고, 유선녀가 연락할 방법도 없었다.
그야말로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경찰이 이 직원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면 가능했다.
“왜 설명을 못 할까……. 이유가 너무 뻔하지……?”
갑자기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뀌는 듯한 직원의 모습에 유선녀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대, 대리님?”
직원은 그런 유선녀를 무시하며, 경찰 형사반장에게로 향했다.
“반장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은 한 건데요. 제가 명함을 아까 잃어버려서 그런데, 김인수 대리님 맞으신가요?”
“아, 네, 맞습니다. 여기, 명함 다시 드리겠습니다.”
김인수 대리.
유선녀의 희망고아원을 관리한 와이케이의 직원은 바로 김인수 대리였던 것이다.
세가 소닉 페스티벌에 한국 인력을 데려갈 때, 바람잡이를 했던 ‘마석일’의 측근.
유선녀는 자신이 상대하는 직원이 누구인지 전혀 모르는 채로 혼자 꿈속을 거닐었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지갑에 넣고, 절대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어휴, 잃어버리시면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기는 거 아니겠습니까? 언제든지 잃어버리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40대의 형사반장과 마치 호형호제 같은 분위기를 이끄는 20대 후반, 김인수 대리의 모습에 유선녀는 그야말로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도, 도대체 이게 무슨…….”
중얼거렸지만 밖으로 새어 나온 말.
그렇기에, 김인수는 유치장 철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더니 평소의 불만 있는 표정에 비웃는 감정을 섞어 말했다.
“당신 망했다고.”
“예, 예?”
“와이케이의 재산을 횡령하셨으니,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회, 횡령이라뇨!”
이미 자신도 알고 있는 사항이었지만, 유선녀는 일단 반박하고 보았다.
“아, 인정 안 하시겠다? 괜찮아, 상관없어. 인정 안 해도.”
유선녀의 불안한 표정을 잠시 바라본 김인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인정 안 해도 X 되는 건 똑같거든. 감히 와이케이를, 그리고 나를 기만하려고 한 게 어떤 죄인지 잘 깨달아 보라고.”
씨익 웃은 김인수는 등을 돌리더니 형사반장을 향해 말했다.
“저 물품들은 회장님께서 여기 경찰서에 기부하시겠다고 합니다. 여기 가족분들 집에 아이들도 있을 텐데 가져들 가셔요. 그리고 반장님, 이거…….”
김인수는 형사반장을 향해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어유, 뭐, 이런 걸 다.”
“앗, 그러면 제가 가져도 되나요?”
“에헤이! 사람이 그러면 쓰나?”
“푸흐흐, 농담입니다. 한 번 꼭 해 보고 싶었거든요. 이걸로 기운 좀 내시고, 아주 확실히 부탁드립니다.”
“걱정 꽉 붙들어 매십시오. 저희가 하는 일이 바로 이런 일 아니겠습니까?”
그야말로 의형제 같은 모습.
유선녀와 직원들의 미래는 결정되었다.
* * *
“고아원의 상태는 어떻죠?”
윤기의 물음에 류근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희망고아원에서 일했던 다른 인력들을 고용해서 보냈습니다. 직원들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조금 혼란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전문가들이니 일을 잘할 겁니다.”
“그렇다면 괜찮겠네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자, 류근태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지금 장소는 서재가 아니라 최철호 자택의 거실.
그렇기에 윤기는 그저 어깨를 으쓱거릴 뿐이었다.
“사죄할 정도의 일은 아니에요. 오히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좋은 기분이니까요.”
“그래도……, 죄송합니다. 제가 회장님이 하시는 일에 꼼꼼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윤기는 실제로 류근태한테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저 유선녀한테 화가 났을 뿐이지.
‘하긴, 생각해 보면 대통령이든 1등 갑부든 자기 잇속을 챙기려 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잖아?’
윤기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잇속을 챙기지 않는, 아니 잇속을 챙기지 못하는 이유를 떠올렸다.
“역시, 감찰 인력을 선발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