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예? 국민의 대변인? (1)
“물려줄 재산이 별로 없다니요? 저도 어쨌든 대기업 회장입니다.”
살짝 화가 난 것처럼 연기했지만 실제로는 담담한 최기현과 달리, 박해찬은 콧김까지 씩씩거리면서 대단히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하! 누가 지금 삼우를 이야기하고 있는 줄 알아? 왜 다 알면서 모르는 척을 해! 당신은 와이케이를 통해서 손자한테 물려줄 거 다 물려줬잖아!”
“허허, 그게 왜 제 재산입니까? 손자의 재산이지. 와이케이는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최기현은 ‘사실’을 말했다.
하지만, 이걸 사실로 받아들일 사람은 적어도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는 없다.
그저, 최기현이 박해찬을 농락하는 것처럼 보일 뿐.
“하,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거야? 와이케이는 당신이 다 만든 거잖아! 지금 당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고 우리 다른 재벌들을 약화시킬 생각인가 본데, 당신이 그러고도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그걸 회장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최기현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박해찬을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치 한번 둘러보라는 듯한 최기현의 시선 이동에 박해찬 역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박해찬의 시선은 JD에서 멈추었다.
“각하, 정말 최 회장의 말을 들으실 생각이십니까?”
박해찬은 대단히 용감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으리라.
박해찬은 현재 70대 중반의 고령.
그렇기 때문에, 현재 아들에게 회장직을 승계시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는 중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최기현이 자신을 직격하는 개정안을 들이미니, 흥분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저 법안이 승계되면?
해성은 현재 3위의 자리에서 곤두박질칠 게 뻔했다.
한 마디로 해성의 몰락.
가만히 있다가 개정안으로 인해 몰락하든, 이렇게 JD 앞에서 열변을 토하다 죽든 상황은 비슷했기 때문에, 박해찬은 차라리 강짜를 부리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각하!”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JD가 답답했기에 박해찬은 다시 JD를 불렀다.
하지만, 대답을 한 것은 최기현이었다.
“박 회장님, 저는 지금 굉장히 의아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지금 ‘승계’ 때문에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최기현과 말이 조금 통할 것 같았는지, 박해찬의 감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예, 맞습니다. 그걸 아시는 분이 그런 개정안을 냅니까?”
하지만, 최기현은 박해찬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 말을 건 것이 아니었다.
“그건 이상하군요. 왜 이 개정안이 승계에 위협을 준다는 겁니까?”
“그걸 몰라서 묻는 겁니까? 정상적인 방법으로 상속을 하면 국가에 내야 할 세금……이 얼마나 많은지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JD 앞에서 할 말이 아닌 것은 알았지만, 박해찬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본심을 말했다.
왜냐하면, 말하지 않고서야 상황 설명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주사위를 던진 이상, 한 칸이든 여섯 칸이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세금을 낸다고 해서 왜 승계권이 무너집니까? 이상하군요.”
최기현의 이러한 반문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경영권’을 운운하면서 세금의 불합리함을 성토하는 기사는 2010년대에도 무지하게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헛소리나 다름없었다.
“상속세라는 게 일시불로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회장님의 재산이 전부 주식으로 이루어진 것도 아닙니다. 현물과 부동산을 처분하고, 대주주로서 배당금을 높여서 그 배당금으로 세금을 내면 될 일인데, 왜 그렇게 흥분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게 무슨…….”
박해찬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최기현이 더 빠르게 말을 이었다.
그것도 강하게.
“상장한다는 것부터 이미 기업은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일 아닙니까!”
“지금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해성은 내가 세웠어!”
박해찬은 다시 핏대를 세우며 감정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세운 것은 해성이 맞겠죠! 하지만 상장을 한 이상, 기업의 권리를 일반 사람들에게 판 겁니다. 기업을 상장해서 주식을 팔아 재계 3위의 재벌이 되었으면, 당연히 상속세를 낼 생각도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영권 승계가 무서웠으면 상장을 하지 말았어야죠!”
최기현의 말은 재벌들이 애써 외면하는 부분, 그리고 서민들이 잘 모르는 부분을 정확히 찌르고 있었다.
그렇다.
상장하는 순간, 그 회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니었다.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개인 회사에 가깝게 운영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상장의 목적 자체가 주식의 가치를 높게 끌어올려서 본인이 보유한 주식을 팔겠다는 것.
그렇기에, 상장은 곧 개인의 소유를 포기한다는 것과 똑같다는 얘기다.
2010년대의 한국에서도 계속 ‘경영권 위기’니 뭐니 하면서 나라가 망할 것처럼 겁을 주었지만, 사실 이건 어디까지나 언론 플레이일 뿐이었다.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잃지 않으려는 언론 플레이 말이다.
“당신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 아냐! 당신의 본체는 와이케이니까!”
나름대로 제대로 된 공격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박해찬은 순간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최기현의 표정에는 비웃음만이 걸려 있었다.
“그럼, 회장님도 이렇게 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뭐……?”
“못 들으셨습니까? 회장님도 저처럼 했으면 되었을 거 아닙니까. 왜 본인의 능력이 부족한 것을 제 탓으로 돌리는 겁니까?”
“이이익……!”
결국, 본전도 못 뽑은 박해찬은 최기현에게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JD에게 고개를 돌렸다.
“각하! 뭐라고 말씀 좀 해 주십시오! 설마 이 정신 나간 개정안을 통과시킬 생각이십니까?”
하지만, 이런 박해찬의 ‘작은 반란’은 JSD 선에서 정리되었다.
“각하, 제가 잘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박해찬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는 JSD의 나지막한 말.
그 모습에 박해찬은 순간 심장이 멎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박해찬을 구해 준 것은 의외로 JD였다.
“자, 건의라는 것은 자고로 그 자리에서 가부를 즉답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번 건의에 대한 답변은 다음 오찬회에서 하도록 하지요.”
JD가 신사적이라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와이케이에서 나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는 했지만, 다른 재벌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추이를 볼 필요는 있겠지.’
군사반란을 통해 정권을 잡았다고는 하지만, JD가 자신의 인생 모든 것을 운으로 잡은 것이 아니었다.
방법이야 어떻든, ‘살아 있는 생물’이라 불리기도 하는 정치판의 정점까지 올라선 자.
그렇기에 최기현의 편만 전적으로 들기보단, 상황을 통해 자신이 더 이득을 볼 수 있는 게 어느 쪽인지 보는 쪽을 택했다.
어쨌든 최기현의 편에 선다는 것은 재벌들 대부분을 적으로 돌린다는 얘기.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 JD는 ‘대부분의 재벌’ 쪽에 설 수도 있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서 말이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JD의 속뜻을 모를 만한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 더불어, 오늘 이 자리에서의 제 결례를 사과드립니다.”
박해찬의 빠른 사과에 최기현 역시 JD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저 역시 사과드립니다.”
“뭐, 중요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날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식사도 적당히들 끝낸 것 같으니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JD의 퇴거 명령.
청와대를 나서는 회장들은 최기현을 제외하고 함께 움직이며, 새로운 장소에서 모임을 하기로 정했다.
* * *
“여러분 중엔 설마, 노망난 늙은이의 말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없겠죠?”
박해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반대해야지요. 다들 그 자리에서야 각하가 무서워서 말을 못 한 거지, 모두 박 회장님의 편이었을 겁니다. 다들 안 그렇습니까?”
5위 그룹인 강신의 양이윤 회장이 박해찬 회장을 지지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박 회장님의 말씀이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박 회장님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대변인입니다.”
국내 2위의 천마 그룹 회장 한호준 역시 박해찬을 지지했다.
2등과 5등이 지지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다를까?
분위기가 훈훈해진 상황에서 모두가 본격적인 의제로 돌입했다.
“저 박해찬이는, 이번 일만큼은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이윤 회장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상속세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는데, 재단과 관련한 방법마저 막히면 우린 살 수가 없어요.”
한호준 회장 역시 공감을 하며 한 손을 거들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왔는데 지금 와서 우리를 옥죄겠다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이건 전부 최 회장이 노망나서 하는 소리예요.”
이들의 말을 듣고 있던 8위 그룹, 해신의 정우호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최 회장이 우리에게 도전장을 던진 겁니다. 어차피 최 회장은 내야 할 상속세가 굉장히 적거든요. 각하께서 만약 이번 개정안을 수용한다면, 최 회장은 다른 모든 재벌을 넘겨 버릴 수 있게 됩니다. 아마 그것을 노린 거겠죠.”
냉철한 분석.
덕분에 회장들은 더욱 열을 올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겁니다. 생각 같아서는 확 죽여 버리고 싶은데, 안기부장과의 연줄 때문에 도저히 그럴 수도 없고…….”
박해찬의 말에 양이윤 회장 역시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안기부장이 가장 골치예요. 결국, 정공법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정공법이라 하심은 무슨 뜻입니까?”
“간단하지요. 각하께서는 아직 판단을 보류 중이십니다. 그렇다는 것은 누가 더 먹음직스러운 보상을 가져오느냐에 달렸다는 이야기지요.”
“후우, 각하는 욕심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도대체 우리한테 얼마나 더 뜯어가야 정신을 차리시려는 겁니까?”
박해찬 회장의 말은 이 시대를 기준으로 신성 모독에 가까웠지만, 그 누구도 반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JD가 최기현에게 명확한 선을 긋지 않은 이상, JD 역시 이들에게 있어서 결코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가 각하께 현찰을 드리는 거죠. 그것도 엄청난 액수의 현찰을 말이죠.”
2위 한호준 회장의 말에 박해찬 회장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지금까지 성금으로도 엄청나게 돈을 냈는데, 이번에는 세금 처리도 못 하는 현찰을 드려야 한다는 겁니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와이케이가 절대 따라오지도 못할 금액을 만들어서 각하께 드린다면, 각하도 우리의 손을 들어주실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호준 회장의 말에 대부분 긍정하는 분위기였지만, 8위의 정우호 회장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상 그룹이 부실기업관리 제도로 인해 해체되면서 8위에 올라선 해신 그룹.
8위로 올라간 것이 운빨이 아님을 증명하듯, 정우호 회장은 핵심을 찔렀다.
“현찰로 와이케이와 치킨 레이스를 해서 이길 자신이 있으십니까? 최 회장 본인의 명의가 아닐 뿐이지, 미국에 유전을 소유 중이고, 와이케이 백화점과 일본의 세가와 재팬 코모디티를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것들을 통해 현금을 조달한다면, 우리는 게임이 되지 않을 겁니다. 만약 게임이 되도록 만들려면…….”
정우호는 국내 재계 서열 1위인 대영 그룹의 회장, 김남익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대영 그룹의 힘이 꼭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말이 한마디도 없으신데,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현재 50대 후반의 나이인, 대영 그룹의 회장 김남익.
회장들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나이는 젊지만, 대영 그룹을 1위로 만든 것은 김남익 회장 본인의 힘이었다.
워낙 많은 고생과 풍파를 맞아 50대 후반의 나이에도 하얗게 새어 버린 머리카락. 거기에 쭈글쭈글한 주름살.
그 외모는 결코 50대 후반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큼은 나이를 속이지 않았다.
“저는…….”
모두가 숨을 죽이고 듣고 있는 그때.
대영 그룹 회장은 충격적인 선언을 했다.
“이번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