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예? 국민의 대변인? (2)
“예?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3위의 박해찬이 기겁을 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현재 이 집단의 정신적 지주는 다름 아닌 1위의 김남익이었다.
그런데 김남익이 이탈을 하겠다니.
이것은 여기 있는 다른 회장들의 사기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한 일이었다.
“회장님, 방금 ‘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대영’은 참가한다는 말로 이해해도 되겠죠?”
2위의 한호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에, 다른 회장들 역시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김남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김남익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시 말하겠습니다. 저, 그리고 대영, 그리고 제 가족들은 이번 일에 대해서 일절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더불어서 삼우, 그리고 와이케이에 붙는 일도 없을 겁니다. 우리 대영은 완전한 중립을 선언합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말을 끝낸 김남익을 향해 한호준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몰아붙였다.
“회장님, 지금 정신이 있으신 겁니까? 지금 이곳에는 국내 10위 대기업 회장이 모두 모였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회장님 혼자 이탈하시겠다고요? 그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긴 아시는 겁니까?”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감수할 생각입니다.”
담담한 김남익의 말에 다시 박해찬이 입을 열었다.
“회장님, 중립이라는 건 말입니다. 생각처럼 환상적인 선택이 아니에요. 박쥐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어요?”
“삼우와 와이케이에도 붙지 않겠다고 방금 말씀을 드렸습니다.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붙지 않을 것입니다.”
2위와 3위의 설득과 겁박이 통하지 않자, 5위의 양이윤 회장이 나섰다.
“회장님, 중립을 선언하시고 나서 우리가 이기면 어쩌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결과는 감수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정말 자신 있으십니까? 저 혼자 그 결과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합심해서 결과를 만들 거라는 말입니다.”
불과 아침까지만 해도 김남익 회장 앞에서 고분고분한 눈길을 보냈던 양이윤 회장이 지금은 대단히 도전적인 눈초리로 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남익의 말은 바뀌지 않았다.
“같은 말이 반복되는 것 같으니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회장님!”
8위, 해신의 정우호 회장이 가까스로 김남익을 불러세웠다.
“무엇입니까?”
“설마, 중립을 지켜서 와이케이가 이기면 대영에 해코지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우리가 질 거라고 판단하신 겁니까?”
정중하지만 날카로운 지적.
하지만 김남익 회장은 대답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이런, 빌어먹을! 가장 중심에 있어 줘야 할 사람이 저따위로 행동하면 어쩌자는 거야!”
2위, 천마의 한호준 회장이 자리에 앉으며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최고급 요정의 탁자답게 청아한 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지만, 이들에게 그러한 소리를 즐길 여유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끼리라도 힘을 합쳐야 합니다. 대영이 빠진다고 해서 문제가 크겠습니까? 재벌은 여기 있는 우리 아홉 명만 있는 게 아닙니다. 11위부터 그 아래에 있는 자들. 그들을 최대한 규합해서 최 회장에게 맞서야 합니다.”
박 회장의 말에 자리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렁차게 찬동했다.
[[[[[맞습니다! 그래야 합니다!!]]]]]모두가 찬동하고 있을 때, 8위의 정우호가 마치 책략가와도 같은 표정을 지으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가 김남익 회장님은 설득할 수 없었습니다.”
조용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에, 모두가 소리를 치다 말고 시선을 집중했다.
“정 회장님, 무슨 묘안이라도 있으십니까?”
양이윤 회장의 말에 정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영에 핏줄이 연결되어 있는 회장님들은 많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호오…….”
한호준이 그럴듯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핏줄들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김남익 회장님을 설득해 보도록 하죠. 설마 핏줄들의 말까지 거절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정 안 되면…….”
“정 안 되면?”
정우호는 구미가 굉장히 당긴 듯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한호준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와 연결된 핏줄들을 다 잘라내 버려야 하겠죠…….”
피비린내 나는 재계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아버지, 그게 정말이십니까?”
아버지 김남익의 말에 김남익의 아들인 김정태는 대단히 당황한 표정과 함께 반문했다.
“그래, 이번 재벌들의 연합에 우리 대영은 참여하지 않는다.”
담담하게 말을 하는 김남익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오찬회에서부터 돌아오기 전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설명한 상황.
그러나, 김정태는 아버지의 설명을 들었으면서도 상당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우리와 교류 중인 기업 중 상당수가 거래를 끊을 겁니다.”
김정태는 다른 재벌가와 이어진 핏줄, 그리고 그 핏줄을 통해 거래 중인 계열사들을 언급했다.
그러자, ‘드디어’ 김남익의 얼굴에 표정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미약한 비웃음.
“흠, 계약서라는 것이 폼으로 있는 줄 아느냐?”
아무리 상대가 거래를 끊으려고 해도, 계약서라는 게 존재하는 이상 바로 행동에 들어가기는 힘들다.
‘기간이 지나는 순간 파기한다’라는 협박은 가능해도, 그 이상의 것은 하기 힘들다는 것이 김남익의 판단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계약을 무시하고 그대로 거래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습니다.”
현실적인 김정태의 분석.
하지만 김남익은 다시 비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태야, 너는 이번 대결에서 누가 이길 것 같으냐?”
“와이케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태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그래,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역시 그렇습니까…….”
어쩐지 씁쓸함이 담겨 있는 아들의 대답에 김남익의 비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와이케이로선 중립을 지키고 있는 우리에게 손을 댈 이유가 전혀 없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중립을 지키는 것 자체가 다른 재벌가에 해가 되기 때문에 은근히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지.”
“예? 그렇다면……?”
“상대가 계약을 파기하거나 지키지 않으면, 우리는 그대로 소송에 들어갈 것이다.”
“아!”
김정태는 아버지의 날카로운 분석에 감탄하며 탄성을 질렀다.
“아직 각하가 누구의 편에 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너나 나나 와이케이의 승리를 점치고 있지. 그렇다는 건?”
“결국에는 각하께서 와이케이의 손을 들어주실 거라는 얘기지요.”
“그렇지. 그러면 우리가 소송을 걸었을 때, 각하는 우리와 다른 재벌가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당연히 우리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그냥 소송을 거는 게 아니야. 평상시보다 피해액을 막대하게 산정해서 소송을 걸어야 하는 거지.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중립을 지키는 대신, 그것으로 손해를 메꾼다.”
“하지만, 결국엔 계열사에 타격이 올 겁니다. 위자료를 뜯어낸다고 하더라도 거래처가 사라지게 될 테니까요.”
“당연하지. 더불어서 와이케이가 승리하는 순간, 우리는 국내 재계 1위에서 밀려난다.”
“으윽…….”
이미 알고 있었지만, 아버지의 입에서 듣는 현실에 김정태는 굴욕과 절망을 느꼈다.
“방법이 없는 겁니까?”
아들의 말에 김남익은 고개를 저었다.
“없다. 지금 와이케이는 재벌 역사상 최강의 연줄을 가지고 있다. 이번 재계 전쟁 이후, 한국에서 ‘재벌’이란 단어는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의미가 바뀌게 되겠지. 그냥 부자의 다른 표현으로 말이다.”
“하아아……. 우리가 어떻게 쌓아 올린 1위 타이틀인데…….”
“유전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유전을 발견한 와이케이는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없어.”
이런 말을 하고 있는데도 김남익의 표정은 대단히 안정적이었다.
그야말로 무표정.
“혹시, 향후 계획이 있으십니까?”
김남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본진을 옮긴다.”
“예?”
깜짝 놀라는 아들을 향해, 김남익이 다시 비웃음을 흘렸다.
“국내 1위를 빼앗긴다면, 다른 곳에서 1등을 하면 된다. 우리는 베트남으로 본진을 옮긴다.”
“아!”
김정태는 몇 년 전부터 아버지가 베트남에 무리하게 투자를 한 게 드디어 빛을 본다고 생각했다.
월남전으로 인해서 베트남에서의 인식이 좋지 않을 거라는 이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가 추진했었던 사업.
지금에 이르니 엄청나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이었다.
“베트남으로 본진을 옮기고, 소송에서 벌어들인 돈을 베트남에 전액 투자한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최대한 힘을 쌓은 후…….”
갑자기 김남익의 표정이 대단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얼굴 전체에 가득한 주름살이 한 곳으로 뭉쳐 마치 ‘악귀’와도 같은 모습으로 변한 것이다.
“와이케이를 친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른다. 내 대에서 가능하게 될 수도 있고, 네 대에서 해야 할 수도 있지. 지금은 물러난다. 하지만, 외국의 기업들과 연합해서라도 반드시 와이케이를 무너뜨린다. 비록 베트남으로 이동하지만, 우리는 세계라는 무대로 자리를 옮긴 것이지, 결코 약소국으로 물러난 것이 아니야.”
몸을 부들부들 떨던 김남익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고, 몸의 떨림도 서서히 멎었다.
“반드시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아들의 결연한 대답에 김남익이 만족스럽다는 듯, 실로 오랜만에 미소와 함께 아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무표정.
“그런데, 아버지.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있습니다. 베트남 이전이 아닌 다른 것입니다.”
“무엇이냐?”
“이번 일이 ‘재계 전쟁’으로 커지게 된다면, 눈이 돌아간 재벌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우리를 참전시키기 위해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는 우리의 핏줄들을…….”
말을 줄이기는 했지만, 김남익은 아들이 말하려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예?”
아들이 살짝 당황하자, 김남익이 오른손을 들어 아들에게 보여 주었다.
“아…… 이해했습니다.”
엄지와 검지만이 있는 김남익의 오른손.
“남들보다 앞서간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는 뜻이다. 재벌가의 자제로 태어나 리스크는 감수하지 않고 이득만을 보려는 녀석들은 나에게 있어서 필요 없는 녀석들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반드시 그렇게 생각하거라. 리스크 없이 이익만을 보려는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라 ‘버러지’니까.”
대영 그룹의 시작.
그것은 김남익의 장사였지만, 그것보다 앞서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남익의 손가락.
김남익은 6·25 전쟁이 일어나기 전,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밀입국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본인들과 포커 대결을 펼쳤다.
당연히 김남익은 가져갔던 모든 돈을 잃었고, 모두의 비웃음을 샀다.
하지만, 김남익은 자신의 손가락을 걸고 새로이 판을 깔았다.
그리고 잃은 손가락 세 개.
그러나 당시 김남익의 의연한 모습에 감탄한 야쿠자가 김남익의 안전을 보장했고, 덕분에 김남익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남들보다 한참을 앞설 수 있는 사업 밑천을 얻었다.
6·25 전쟁으로 한국 돈의 가치가 급락할 때, 김남익은 어마어마한 금액의 일본 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의 대영 그룹.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로 손가락을 잃은 것으로 알지만, 김남익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리스크를 감수할 줄 아는, 아니, 반드시 감수하는 기인이었다.
‘지금은 마음대로 날뛰어라. 나는, 그리고 우리 대영은 조용히 힘을 쌓을 테니까.’
무표정 속에서 이를 갈고 있는 대영의 김남익.
이와 대조적으로 대놓고 이를 바득바득 가는 재벌들 역시 서서히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