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돈 벌려고 장사하는 거 아냐 (1)
러시아 공항에 내린 강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김포공항이 호화롭게 느껴질 정도의 공항이네요…….”
“공산주의의 한계죠. 강 비서도 학창 시절에 조별 과제 해 보지 않았어요?”
“흐흐흐흐, 그렇습니다.”
젊었던 시절을 떠올린 강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형이 나이가 가장 많으니까 조장하시면 딱이겠어요!] [오빠,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발표하면 안 돼요?]결국, 조별 과제를 개인 과제처럼 했던 과거를 떠올리자, 강석호는 공항의 상태가 왜 이런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호텔도 마찬가지겠죠?”
“당연하죠.”
윤기와 강석호는 소련에서 가장 좋은 호텔을 예약해 놓은 상황.
호텔에 도착했을 때, 강석호가 느낀 것은 다름 아닌 ‘게으름’이었다.
분명,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오는 ‘효율’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운영이 보였던 것이다.
무엇을 해도 느릿느릿.
그야말로 복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을 윤기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그것은 바로.
“감사합니다!”
우렁찬 벨 보이들의 대답.
소련의 1인당 국민소득과 비교했을 때, 나름 쏠쏠한 팁을 받은 벨 보이들은 윤기와 강석호, 그리고 수행원들의 짐들을 굉장한 속도로 옮겨 주기 시작했다.
“돈이 최고라니까요.”
공산주의를 자본주의로 만드는 법, 그것은 당연히 돈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는 배급제라서 어차피 자기 월급 이상의 돈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나요?”
이러한 강석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윤기가 아니라 수행원 중 한 명이었다.
이번 소련행에 따라온 경호원 겸 수행원들.
그중, 40대 초반의 근육질 흑인 수행원이 웃으며 대답했다.
“전부 암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거죠.”
“암시장?”
“예. 이 세상에 암시장이 없는 곳은 없어요. 자체적으로 만드는 물건들도 있을 거고, 밀항을 통해서 들여오는 물건들도 있겠죠. 월급을 초과하는 돈에 대해서는 그곳의 물건들을 사는 거예요.”
“하지만, 위험하지 않나? 당국에서 감시할 거 아냐.”
“감시하는 녀석들도 전부 돈이 궁한 녀석들인데, 뭐. 보드카 한 병이면 대부분 눈감아 줄 겁니다. 물론, 그게 아까워서 안 바치는 녀석들은 걸리면 된통 깨지는 거죠.”
“호오, 되게 잘 아는데?”
“제가 미군에서 복무할 때, 멕시코에서 꽤 쏠쏠하게 이득 봤거든요.”
윤기는 기본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부드럽게 대하는 편이었기에, 윤기가 익숙한 경호원들은 타이밍을 봐서 대화를 나누곤 했다.
이 수행원 역시 마찬가지.
모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가 나왔다고 생각한 것인지, 수행원은 신나서 대답했다.
“멕시코에도 당연히 암시장이 있죠. 솔직히 미군이 지원이 빠방하긴 해도, 기지에서 못 구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호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만. 피부가 하얗건, 까맣건, 노랗건, 눈이 파란색이건, 검은색이건, 정말 다 똑같아.”
“그렇죠. 저도 회장님 수행하면서 아시아에 대해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수행원이 말한 ‘아시아에 대한 생각’은 다름 아닌 인종 차별.
흑인들은 인종 차별을 철폐하자고 주장하지만, 사실 흑인들이 말하는 인종 차별은 ‘흑인 차별’이지, ‘인종 차별’이 아니다.
애초에 미국에서 황인들은 흑인 아래에 위치해 있으니까.
물론, 모든 흑인이 인종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흑인들에게 ‘옐로우몽키’라는 소리를 들어 본 유학생은 아마 여러모로 기가 차겠지.
“결국, 이번 소련 활동을 편히 하려면 돈이 중요하다는 얘기군.”
“그렇죠. 혹시 원하시는 물건 있으시면 말씀하시죠. 제가 구해 오겠습니다.”
씨익 웃으며 반 농담으로 말한 수행원을 향해, 강석호 역시 웃음으로 화답했다.
“만남 약속이 저녁 7시던가요?”
둘의 대화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입을 연 윤기의 물음에 강석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5시간 정도 시간이 있네요. 다들 아직 식사 전이기도 하고 말이죠.”
윤기는 수행원들을 바라보았다.
자신과 강석호는 일등석을 타고 왔다고는 하지만, 수행원들은 이등석에 탄 조장들을 제외하면 전부 삼등석을 타고 왔다.
그렇기에 대단히 부실한 식사를 했을 것이 틀림없는 상황.
그렇기에 윤기는 수행원들에게 2시간 정도의 자유 시간을 주었다.
“2시간 동안 교대로 식사하고, 휴식하다 오세요. 이후 2시간 정도 호텔 주변을 둘러볼 거니까요.”
윤기의 지시에 따라 수행원들은 교대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유가 어쨌든 이곳은 소련.
더불어서 윤기는 미군에서 명망 높은, 전직 포 스타 거스터의 손녀사위이기도 했다.
만약 소련이 윤기를 억류한다면?
경우에 따라서는 전쟁마저도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수행원들은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였던 것이다.
물론, 아까와 같이 이야기를 나는 수행원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함이었지, 단순한 농담 따먹기를 위한 말은 아니었다.
오죽하면 출발 전에 거스터가 잔뜩 굳은 목소리로, 속사포처럼 걱정을 쏟아 낼 정도였으니까.
[이 시국에 소련을 간다고?] [허……, 막을 명분은 딱히 없다는 게 문제구만…….] [진짜 괜찮겠냐?]윤기가 정아의 이름으로 미국에 법인을 세워서 진출하지 않은 덕분에 생긴 장점.
그것은 상대적으로 미국의 눈치를 덜 봐도 된다는 점이었다.
만약 미국에 법인을 세워서 소련에 진출하려고 했으면, 거스터가 여러모로 고생했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소련에 투자한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드니까.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소련에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콕 집어서 하지 말라고 하기가 힘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 간섭이 될 수 있었으니까.
물론, 볼멘소리 정도야 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까지는 거스터가 막을 수 있는 수준이랄까?
‘정아 덕분에 있는 이중 국적의 장점이 여기서 생기네.’
어디서 스타트를 끊느냐에 따라 일의 난이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윤기는 소파에 몸을 묻었다.
* * *
비록 교대로라고는 하지만, 나름대로 휴식을 취한 수행원들은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윤기와 강석호를 수행할 수 있었다.
물론, 절반의 인원은 호텔에 남아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만큼 이번에 윤기와 강석호를 따라온 수행원 숫자는 상당한 수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소련 관련 전문가와 와이케이에서 데려온 사무원, 강석호가 신상에서 선발해 데려온 사무원, 여기에 경호원들까지.
기존 해외 이동보다 무려 4배 이상 많은 인원이 따라붙었다.
“확실히 돈이 많아질수록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아요.”
윤기의 말에 강석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경호원 없이 다닐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범죄 조직들의 표적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확실히 그렇죠. 그래서 이번에 인원 많이 데려가라고 신신당부하시더라고요.”
거스터의 말을 떠올린 윤기는 속으로 픽 하고 웃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고 말이지.’
소련 정부는 납치할 생각이 없어도 누군가는 자신들을 납치할 생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윤기는 거스터의 말을 거스르지 않고 수행 인력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을 따랐다.
“마치 여행사 고용해서 관광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습니다. 근데……, 정말, 볼 건 없네요.”
쓴웃음을 짓는 강석호의 반응에 윤기 역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폴레옹마저도 좌절시킨 러시아의 혹한.
그렇기에 윤기는 물론이고, 수행원들까지 대단히 두툼한 복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혹시 그거 아십니까?”
아까 암시장에 관해 이야기했던 흑인 수행원.
“어떤 거 말씀이시죠?”
윤기의 반문에 수행원 ‘빌’이 웃으며 이야기를 꺼냈다.
“알래스카로 여행 간 사람들이 밤에 오로라를 보기 위해 숙소를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본 경찰이 뭐라고 말했을까요?”
“글쎄요?”
“항상 전봇대를 붙잡고 있으라고요.”
“왜요?”
“그래야 얼어 죽었을 때, 바이크에 태우고 옮기기가 편하니까요.”
순간 윤기는 물론이고, 다른 수행원들마저 빵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빌! 경호 중에 사사로운 이야기는 자제하도록!”
경호 조장의 말에 빌이 자중하겠다는 듯 웃음과 함께 고개를 숙이자, 다시 대화는 윤기와 강석호만의 전유물이 되었다.
“강 비서.”
“네, 회장님.”
“주변을 둘러보세요. 무엇이 보이나요?”
여자들이 예뻐.>
그야말로 기막힌 최덕배의 난입.
2010년대 한국에는 이런 말이 있다.
러시아에 가면 미녀가 감자를 캐고, 미녀가 편의점 알바를 하고, 미녀가 음식점 서빙을 한다고 말이다.
“보시면 젊은 여자들이 대단히 아름답죠?”
윤기의 말에 최덕배는 윤기가 자신의 말에 동의했다고 생각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예, 확실히 그렇습니다. 대단한 외모네요.”
하지만, 윤기는 최덕배의 말에 동의했다기보다는 다음 말을 하기 위해서 거론한 것일 뿐이었다.
“그리고 젊은 남자들도 꽤 잘 생겼죠?”
“확실히 그렇습니다.”
윤기는 ‘젊은’이라는 형용사를 확실히 붙인 상황.
그렇기에 윤기의 다음 말이 이어졌다.
“그러면, 나이 먹은 사람들을 보세요. 아름답나요?”
“으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닙니다.”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나이 먹은 남녀들.
그들은 하나 같이 펑퍼짐한 느낌을 많이 주었다.
“러시아는 춥죠. 그렇기에 사람들은 지방기 있는 음식과 술을 엄청나게 먹어요. 그래야 추위를 버틸 수 있거든요.”
“아, 그렇다면 혹시……?”
눈치 빠른 강석호답게 윤기의 의중을 눈치챘다.
“지금 생각한 게 맞을 거예요. 우리는 러시아에서 식품 판매를 주력으로 삼을 거예요. 적어도 초창기에는 말이죠.”
애초에 소련은 공산주의 국가.
그런 곳에서 와이케이 백화점과 같은 명품 백화점을 열어봤자 절대로 돈을 벌 수 없다.
왜냐하면, 국민 대부분이 가난하니까.
그렇다고 해서 기술과 관련된 제품을 팔 수도 없다.
애초에 와이케이는 기술력이 부족하니까.
물론, 삼우나 신상을 동원한다면 얼마든지 전자 제품을 팔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소련 정부의 심기를 건드릴 가능성이 있기에 포기한 것이다.
그렇기에 윤기가 주시한 것은 다름 아닌 식량과 관련된 공산품.
특히 소련의 식량 사정이 대단히 안 좋다는 것을 이미 안기부를 통한 보고서를 봐서 확인한 윤기였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런데, 현재 소련이 허용한 것은 외국인이 자국 내 산업에 투자할 수 있게끔 한 것 아닌가요? 우리가 공장을 설립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말이죠…….”
현재 강석호가 하는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것이었다.
시간이 지금으로부터 1년 정도만 지나도 소련은 민간 기업을 허가하고, 민간 기업이 제품의 가격을 정할 수 있게 하며, 외국 기업이 소련의 민간 기업과 합작할 수 있게끔 규제를 해제했다.
하지만, 윤기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당장 체르노빌이 빠르면 두 달 안에 다가오니까.
정확히는 1986년 4월 26일.
사실상 소련이 망하는 계기 중 하나인 체르노빌 사태가 멀지 않은 상황이었다.
체르노빌 못 막을 텐데…….>>
최덕배는 자신의 이러한 속마음을 딱히 윤기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이미 저번에 한 번 말했을뿐더러,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는 윤기에게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실제로 지금 윤기는 호텔 주변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소련의 상황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있었다.
“부딪혀 봐야죠. 소련이 규제를 해제해 주길 기다리면 남들과 똑같은 출발선에 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규제를 해제시키면 1등이 될 수 있죠. 그래도 우리의 배경 덕분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직접 대면을 약속받았잖아요?”
사실상 국내 1위 기업인 와이케이.
이 명함 덕분에 윤기는 이번 입국 때, 무려 서기장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와의 만남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이번 회담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겠군요.”
“네, 사실상 모든 것을 건 도박이죠.”
“으음…….”
긴장하는 강석호의 모습에 윤기가 미소를 지었다.
“아직 약속 시각이 남았으니 가볍게 식사라도 할까요?”
“아, 저는 좋습니다.”
어차피 맛집 탐방을 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기는 대충 근처의 대중식당에 들어갔다.
일반인들이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곳에 난데없이 수십 명의 사람이 들이닥치자 모두의 시선이 꽂히는 것은 당연한 일.
윤기 역시 자연스럽게 그들의 면면을 아주 짧은 시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때…….
야, 저기 구석에 밥 먹고 있는 애……. 푸틴 아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