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역사 개변의 대가 (1)
“자네도 알지? 체르노빌에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거 말이야.”
“그렇습니다.”
사실, 이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원자력 발전소 자체의 위치 자체야 솔직히 누구나 알 수밖에 없으니까.
대놓고 건물이 존재하는데 누가 모르겠는가?
다만,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체는 충분히 기밀이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조만간 엄청난 실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이 타이밍에 왜 하필 체르노빌일까? 과연 우연일까? 아니면,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체르노빌로 접근하려고 하는 걸까?”
KGB의 국장은 무언가 유쾌한 뉘앙스를 풍기며 미소를 지었다.
“국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네도 조금 관심이 생긴 모양이군?”
“……그렇습니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국장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상황을 보면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는 쪽이 더 맞겠지. 왜냐하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기회를 열었을 뿐인데, 상대는 아예 민간 기업 운영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니까.”
국장의 말은 이어졌다.
“뿐만 아니야, 향후 기업 운영에 대한 계획을 보면 압도적으로 연방에 유리하지. 아무리 미래를 생각한다고 해도 당장에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투자처가 도처에 널린 마당에 왜 이곳으로 오겠어? 거기다가 체르노빌을 정확히 지목한다? 아무리 봐도 수상하지.”
KGB라는 소련 최고 정보기관의 국장은 확실히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뭐,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납치를 해서 진실을 불라고 하는 것이 맞겠지. 하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어.”
“상대가 거스터의 손녀사위라서 그렇습니까?”
국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뭐, 그런 이유도 없잖아 있기는 하지. 하지만, 그건 아니야. 거스터의 손녀사위인 최윤기라는 녀석을 이용하려면 굳이 고문할 이유가 없지. 차라리, 은밀히 억류만 하고 거스터를 이용하는 쪽이 나으니까.”
“그러면, 어떤 이유입니까?”
지극히 냉철한 판단 속에서 KGB가 윤기를 내버려 두는 이유.
그것은 KGB의 입장을 확연히 보여 주는 이유였다.
“우리는 최윤기가 스파이이길 바라니까!”
유쾌하게, 그리고 다소 높게 외치듯 말하는 국장의 말에 푸틴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수긍이 안 가는가 보군?”
“아뇨. 방금 하신 말씀이랑 어폐가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윤기의 이용 가치가 거스터를 조종하는 데 있다면서, 정작 윤기가 스파이이길 바라다니.
푸틴은 이 부분에서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아, 우리는 거스터를 이용하려고 최윤기가 스파이이길 바라는 게 아니야.”
“……?”
국장은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최윤기가 스파이라면 최윤기의 국내 진입을 허용한 고르바초프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겠지. 안 그래?”
국장의 입을 통해 밝혀진 KGB의 입장.
푸틴은 국장이 이러한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기껏 개혁적인 서기장이 나왔는데…….’
분명 2010년대의 푸틴은 독재자.
하지만, 80년대의 푸틴은 소련의 개혁을 바라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KGB의 연락책으로 활동했던 푸틴은 독일에서 특급 기술까지 빼내어 소련에 전달했지만, 소련은 기술력이 부족해서 그것을 분석조차 하지 못했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라는 경직된 사회로 인해 지극히 비효율적인 모습을 보인 조국 소비에트 연방.
그렇기에 푸틴은 서기장 고르바초프에게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푸틴은 국장 앞에서 일절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봐, 블라디미르. 어지간하면 다시 복귀하는 게 어때? 자네는 대단히 우수한 요원이야. 아직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으니 언제든지 복귀해도 좋다고.”
“아직은……, 무력감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사표를 수리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하지만,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은 아니야. 좀 더 생각해 보라고. 고르바초프가 실각한다면 정말로 우리의 세계가 올 거라니까?”
KGB는 다른 나라의 정보기관과 달리, 정치에 대한 입김이 대단히 강한 단체였다.
그렇기에 ‘8월 쿠데타’라는 것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이고, 국장 역시 자신의 권력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는 요원 푸틴의 앞에서만이었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좋아, 하지만 기회는 오래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라고. 자네가 늦게 복귀할수록 다른 녀석들이 보상을 채갈 테니까.”
미끼를 흔드는 국장 앞에서 고개를 끄덕인 푸틴은 자리를 떠났다.
‘내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겠어. 그리고 KGB가 할 일도 아무것도 없겠지.’
그렇기에 윤기의 체르노빌 방면 공장 건설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중이었다.
* * *
공산주의가 비효율적인 이유는 노오오오오오오오오력을 해도 남들과 똑같은 보상을 받기 때문이다.
물론, 자본주의 역시 소득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이루어지면 비슷한 양상을 띠게 된다.
당장, 일본을 보면 평범한 직장 생활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만 연명하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니까.
그러나 공산주의는 이러한 비효율의 최정점.
그렇기에 민간기업인 와이케이가 진입하자 엄청난 효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땡땡땡-!
점심 식사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노동자들이 환히 웃으며 식사를 배급받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오늘의 메뉴는 한국의 전통식 국밥.
물론, 밥 대신 빵을 주기는 했지만, 고기가 가득한 뜨끈한 국물은 추위에 고생하는 노동자들의 속을 확 풀어 주기에 좋았다.
“크어어, 뻑, 예!”
국물을 들이켠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내뱉는 추임새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이렇게 맛있는 수프는 난생처음 먹어 봐.”
“고기도 가득 들어가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고기 수프나 스튜보다 훨씬 나아.”
“보드카 한 잔만 했으면 딱 좋겠는데.”
“걸리는 순간 바로 쫓겨날걸? 여긴 다 좋은데, 조금만 규칙 위반해도 바로 쫓겨나잖아.”
“하긴. 지금,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는 녀석들은 우리 쫓겨나라고 기도하고 있으니까.”
공산주의의 장점은 일을 굉장히 대충대충 해도 쫓겨나지 않는다는 점이고, 공산주의의 단점은 남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내가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더불어서, 공산주의의 단점이 극대화되면 그냥 모두가 일을 안 해 버린다.
그렇기에 현재 체르노빌 공장을 건축하고 있는 현장에서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이 대단히 많았다.
왜냐하면, 타성에 젖었었으니까.
그동안 대충 일을 했는데, 여기에서도 그래도 될 거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와이케이는 냉철한 자본주의 기업.
한국에서 파견 온 와이케이의 감독관들은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이들을 공산당원들에게 보고했다.
공산당원들은 와이케이가 혹시 허튼짓하지는 않는지 감시함과 동시에 업무 교류를 하는 존재.
그렇기에 와이케이의 감독관들에게서 요청을 받을 때마다 해당 인원들을 현장 바깥으로 내쫓고, 대기하고 있는 자들을 다시 투입했다.
물론, 공산당원들도 공산주의의 타성에 젖은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와이케이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했다.
[뇌물]그리 많은 뇌물이 아니더라도 공산당원들에게는 꽤 큰돈이었기에, 이들은 와이케이에 아주 협조적으로 나왔던 것이다.
그야말로, 자본주의의 맛을 실컷 맛보고 있는 공산주의 체제의 사람들.
그 모습을 임시로 빌린 건물 꼭대기 층 유리를 통해 바라본 윤기가 픽 하고 웃음을 지었다.
“누가 보면 저보고 등신이라고 할 거예요.”
이러한 윤기의 말에 강석호는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왜냐하면, 외견적으로 보기엔 확실히 등신짓이 맞았으니까.
하지만, 진짜로 등신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윤기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강 비서가 생각하기에는 어때요? 공산주의의 물가가?”
“일단, 싸기는 싸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시간은 2월.
그동안 윤기와 강석호는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오면서 소련의 여러 부분을 체험했다.
그중 가장 집중한 것은 당연히 물가.
기본적인 물가를 알아야 추후 판매할 상품의 가격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겠죠?”
“그렇습니다. 가격은 싸지만, 물건이 없으니까요.”
“정확해요.”
강석호의 대답처럼 공산주의는 물가가 싸다.
하지만, 물건이 없다.
애초에 공산주의는 ‘배급제’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데, 이것은 상점에 있는 물건이 완판되었을 때, 곧바로 입고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매달, 혹은 매주 물건이 입고되고, 그 물건들이 다 팔리면 해당 상점에는 더 이상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상점이 문을 닫을까?
아니다.
상점에 직업을 배정받은 사람은 계속해서 상점에 출근해야 했다.
찾아오는 사람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면서 말이다.
어떠한 이유로 물건이 필요하다고 해도 상점에 물건이 없으면 그걸로 끝.
그렇기에 공산주의는 암시장이 대단히 발달하게 된다. 그것이 기본 생필품과 관련한 물건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자본주의 시장에서의 암시장은 대단히 위험한 물건들이 암시장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공산주의의 암시장에서는 생필품들이 거래되고 있다.
미리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사 놓은 사람들이 사지 못한 사람들에게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산주의의 물가는 대단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상점에서 물건을 살 수만 있다면 정말 말도 안 되게 싼 가격에 살 수 있죠. 하지만, 상점의 물건이 떨어지는 순간 그 가격은 최소 10배, 아니 100배까지도 올라요. 이거 참, 재미있는 곳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상점의 가격만 보고서 ‘우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암시장의 가격을 보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공산주의에 민간기업이 진출한다?
이것은 생각보다 대단히 복잡한 문제다.
생산량을 국가에서 정하는 것이 공산주의인데, 민간기업은 생산량을 기업에서 결정하는 거니까.
만약, 사실상의 배급권을 받은 국민들이 그 배급권을 민간기업의 상품에 전부 쓴다면?
원래대로라면 물건이 동이 나서 사지 못해야 정상이지만, 민간기업은 수요가 있는 한 계속해서 물건을 만들어 내기에 배급권을 독점하는 게 가능하다.
엄청난 사회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공산주의 나라로 민간기업이 진출하는 것인데, 고르바초프는 이러한 엄청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윤기가 아니더라도 87년에 내부적으로나마 실제로 시행했을 개혁.
단지, 윤기는 남들보다 1년 빨리 진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 1년이 가져올 나비효과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할 것이 분명했다.
당장, 체르노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와이케이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 여론을 보이고 있고, 어떤 상품을 만들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보니, 회장님. 공장 설비의 확정을 위해서는 어떠한 상품을 만들지 어느 정도는 정해 놓아야 하는데, 어떠한 식품을 팔지 생각해 두신 바가 있으신가요?”
강석호의 질문에 윤기는 단 세 글자를 말했다.
“기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