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역사 개변의 대가 (2)
“기름기요?”
호기심 어린 강석호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강 비서도 소련을 돌아다니면서 느끼지 않았나요? 소련 사람들은 기름기를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이죠.”
“아, 그건 저도 확실히 체감했습니다. 정말, 좋아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일상이더군요. 특히 살로는 정말…….”
소련의 전통 음식 중 하나인 ‘살로(Salo)’.
간단히 표현하면, 돼지비계로 담그는 젓갈이라고 보면 된다.
돼지비계에다가 향신료를 팍팍 뿌려서 숙성시켰다가 먹는 것으로, 한 톨의 살코기도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삼겹살에서 살코기가 없는 느낌이랄까?
소련을 넘어 현대의 러시아 사람들도 이것을 즐겨 먹는데, 술안주로 먹기도 하고, 빵에 끼워서 먹기도 하는 한국의 김치 같은 음식이었다.
“살로는 한국 사람 입장에선 구워 먹는 게 더 맛있죠. 특히 쌈장이랑 먹으면…….”
윤기는 군침을 살짝 흘렸다.
확실히 살로를 그냥 먹기에는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었지만, 살로를 살짝 구워서 쌈장을 찍어 먹으면 진짜 맛있었다.
다들, 통삼겹살을 구울 때, 비계에서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모습을 한 번쯤은 본 적이 있지 않았을까?
그 비계를 쌈장에 푹 찍어 먹으면, 처음 한 입은 진짜 정말로 맛있다.
물론 두 입, 세 입으로 넘어가는 순간, 넘치는 지방기에 혓바닥이 비명을 지르게 되지만.
“어우, 저도 갑자기 침이 넘어가네요. 보드카랑 같이 먹으면 진짜 맛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소련 사람들은 보드카, 그리고 기름기를 좋아하죠. 바로 환경 때문에요. 추운 환경에서는 필연적으로 칼로리를 많이 섭취해야 하는데, 단위 무게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게 지방이니까요.”
“확실히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살로를 가공해서 판매하실 생각이신가요?”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일단 첫 번째는 마요네즈를 팔 거예요.”
“아, 마요네즈. 현재 소련 상황에 아주 어울릴 것 같습니다.”
마요네즈는 정말 엄청난 열량을 자랑하는 소스다.
[난 많이 안 먹는데 살이 너무 쪄 ㅠㅠ]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마요네즈를 달고 사는 사람들일 정도니까 말이다.
“만약 일반적인 나라에서 ‘마요네즈를 팔 거야!’라고 하면 등신 소리 듣기에 딱 좋겠죠. 하지만, 이곳은 소련이에요. 사람들이 마요네즈를 사고 싶어도 재고가 없다는 얘기죠.”
“바로 그겁니다!”
손뼉을 짝 치는 강석호의 모습에 윤기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컵라면을 팔 거예요.”
“컵라면 말입니까?”
“순수하게 기름기만 먹으면 쉽게 물려서 많이 먹기가 힘들죠. 하지만, 짭짤한 맛이 가미된다면? 기름기와 짭짤한 맛은 시너지 효과가 대단해요. 더군다나 컵라면은 일종의 국밥이죠.”
“아, 확실히 식사를 배급할 때, 국밥이 나가면 노동자들이 엄청 좋아하기는 합니다.”
확실히 그렇다는 생각을 하며 강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컵라면과 마요네즈를 묶어서 파는 거죠.”
“컵라면과 마요네즈를 묶어서 판다고요? 시너지 효과가 클까요?”
강석호는 현재 따로 팔아도 될 컵라면과 마요네즈를 묶어서 판다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기는 조용히 가스버너를 꺼내더니 주전자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4분 후.
주전자의 물이 끓자, 윤기는 컵라면에 물을 부었다.
“이건 와이케이 삼강의 신제품이에요.”
“오, 그렇습니까?”
김정선 사장이 조용히 운영하는 와이케이 삼강.
세스에서 싼값에 회사를 매입한 후로 특별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없이 없었기에, 와이케이 간부진들에게 기억에서 반쯤 잊힌 기업이었다.
가끔, 간부 소집 때 김정선을 보면 생각나는 정도랄까?
그러던 와중에 와이케이 삼강의 신제품 컵라면이라고 하니, 강석호는 현재 상황을 생각하며 흥미를 느꼈다.
“기대되는군요.”
“평소에는 기대 안 됐죠?”
장난기 섞인 윤기의 말에 강석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재벌인 그가 평소에 컵라면을 먹을 일은 그다지 없으니까.
“그래도 가끔 먹으면 맛있다고 생각은 합니다.”
2000년대, 사람들이 한창 재벌에 대한 환상을 가질 때, 재벌들은 라면이나 사발면, 소주 같은 것을 절대로 안 먹는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라면은 쓰레기로 만들어서 먹으면 큰일 나’라는 루머까지 퍼졌을까.
하지만, 그건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진짜로 맛있죠. 재벌들이 건강 때문에 이런 걸 피하는 일은 있어도, 맛 때문에 피하는 일은 없어요. 애초에 조미료라는 건, 맛이 없으면 인류가 먹을 리가 없거든요. 안 그래요?”
“그렇습니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냉정하지요.”
다시다나 미원에 맛이 없었으면, 대중들은 절대로 사 먹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 수많은 식품들이 세상에 공개되었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하얀색 라면의 대표주자였던 꼬꼬댁 라면처럼 한때를 풍미할 수는 있어도, 스테디셀러가 되기는 대단히 힘들다.
그런 점에서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가 된 미원과 다시다는 대단히 맛있다는 것이 통계 불변의 진실.
이러한 조미료가 가득 들어간 라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강석호도 맛에 있어선 라면과 컵라면을 부정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 처음 컵라면을 먹어 봤는데, 벌써 15년이 다 되어 가네요. 처음 나왔을 때, 학교 OT에서 참 잘 활용했는데 말이죠.”
컵라면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은 1972년, 사발면은 1980년에 출시되었다.
그런 만큼, 강석호는 컵라면을 바라보며 잠시 대학 시절의 향수를 느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것을 느끼나요?”
강석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마음은 아직도 젊은 청춘인데, 몸은 벌써 불혹을 넘긴 지 오래니 말이죠. 솔직히 말해서, 좀 더 젊었을 때 회장님을 만났으면 어땠을까 합니다.”
“그때는 제가 이런 능력이 없었어요. 저도 한창 상황을 준비 중이었던 때니까요.”
“하긴, 제가 류 비서처럼 행동하지는 못했을 것 같네요.”
“가진 게 많으면 선택도 어려운 법이니까요. 하지만, 강 비서는 정말 어려운 선택을 했죠. 그렇기에 저는 이번 소련에서 강 비서가 큰 보답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그야말로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면이 익었을 만한 시간이 흘렀기에, 윤기는 컵라면의 뚜껑을 열었다.
“으흠~, 그렇지 않아도 날씨가 추웠는데 진짜 국밥을 떠오르게 하는 느낌이네요.”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던 강석호의 표정이 일순 굳었다.
왜냐하면…….
“아, 아니. 그걸 왜 넣으시는 겁니까?”
윤기가 마요네즈를 컵라면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살짝 짜는 게 아니라 꾸우우우우욱 눌러서, 상당한 양의 마요네즈를 컵라면에 쌓듯이 뿌렸다.
“이상하게 보여요?”
“…….”
강석호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윤기를 바라보았다.
당연히 이상하겠지.
미래에야, 라면이나 컵라면에 이것저것 다 넣어 먹는 시대라지만, 이 시대에 컵라면과 마요네즈의 조합은 정말 상상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강석호는 현재 40대.
그렇기에 윤기가 하는 짓은 음식을 못 먹을 것으로 바꾸는 행동과 똑같았다.
하지만, 윤기는 마요네즈가 들어간 컵라면을 정성스럽게 뒤섞더니 컵라면 뚜껑을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서는 한 젓가락 덜었다.
후루룩!
아무런 고정관념 없이, 목구멍으로 마요네즈로 코팅된 면발을 넘기는 윤기의 모습.
잠시 뒤, 윤기는 강석호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먹어 봐요.”
“네?”
“내가 먹는 모습을 봤잖아요? 내가 이상한 걸 먹으라고 하겠어요?”
“어……, 음…….”
강석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컵라면을 내려다보았다.
‘생각보다 모양새는 이상하지 않은데…….’
처음 마요네즈를 섞었을 때는 마요네즈가 제대로 녹지 않아 하얀색 알갱이들이 국물에 마구 떠다니는 모습이 있었다.
하지만, 국물에 잘 섞었기 때문에 국물 색깔이 부드럽게 바뀌었다는 점을 제외하면 일반 컵라면과 다른 점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눈을 감고 냄새를 한번 느껴 봐요.”
충성심의 힘이란 대단한 법.
강석호는 윤기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컵라면의 냄새에 집중했다.
‘고소하네?’
마요네즈와 짭짤한 라면 국물이 섞여 고소한 냄새를 만들어 냈고, 이 냄새는 강석호의 코를 부드럽게 찔렀다.
“이제 눈을 뜨고 먹어 봐요.”
“으음…….”
솔직히 아직 고민은 되었지만, 윤기가 먼저 먹는 모습을 보여 주었기 때문에 강석호는 용기를 내고 마요네즈 컵라면을 시식했다.
후루룩!
“응?”
맛있었다.
후루룩! 후루룩!
진짜 맛있었다.
후루루루루루루룩!
“뭐, 뭡니까, 이거?”
세 젓가락 만에 컵라면 하나의 면발을 뚝딱 비운 강석호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짠맛과 지방의 조합은 세계 최강의 조합이죠. 어때요, 이 두 개를 묶어서 팔면?”
“팔립니다! 100퍼센트 팔립니다!”
강석호는 혹시나 해서 국물까지 마셔 보았다.
분명 40대의 나이인 강석호가 먹기에는 묵직했다.
하지만, 강석호는 자신의 입장이 아닌 소련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대단히 추운 날씨를 견뎌야 하는 데다가, 적은 재화로 최대한의 칼로리를 섭취해야 하는 소련 사람들의 상황.
그들에게 있어서 염분과 탄수화물, 그리고 지방을 보장해 주는 컵라면과 마요네즈의 조합은 분명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회장님, 다 좋은데, 이거 몸에는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윤기는 대수롭지 않다는 어깨를 으쓱였다.
“보드카를 디립다 마시는 것과 컵라면에 마요네즈를 먹는 것. 둘 중 어느 쪽이 건강할까요?”
“어……, 그거야 당연히 후자일 것 같습니다.”
대답을 들은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죠?”
윤기가 러시아에 마요네즈를 풀었다!
* * *
윤기가 체르노빌에 공장을 지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체르노빌 주변에 서기장이 직접 승인한 사업의 공장 건설이 시작되면, 설마 위험한 짓을 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이었다.
아무리 최덕배의 이동 속도가 빠르다고는 해도, 존슨이나 꺼벙이의 속도까지 빠르지는 않다.
그렇기에, 최대한의 효율을 내기 위해서는 체르노빌 주변에서 대기해 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부소장, 실험을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 이대로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위험하지 않겠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소장 빅토르 브류하노프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부소장인 아나톨리 댜틀로프를 바라보았다.
“어차피 성공할 텐데 무슨 상관입니까? 우리는 실험이 성공했다는 보고서만 올리면 됩니다.”
부소장 댜틀로프는 소장 브류하노프를 보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로 걱정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현재 서기장님께서 체르노빌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야. 만약 우리가 독단으로 실험을 감행했다는 게 밝혀지면…….”
“아니, 왜 계속 걱정하십니까? 실험이 실패할 이유가 없다니까요? 이번 실험만 성공하면 우리는 연방 최고의 원자력 기술자가 될 수 있습니다. 원자력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 될 수 있단 말입니다.”
흥분해서 외치는 부소장 댜틀로프의 모습에는 명예를 향한 과욕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니, 이런 미친 새끼가?>
체르노빌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 알게 된 최덕배는 그 자리에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