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역사 개변의 대가 (3)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독단 실험에 대한 문책을 받을 수가 있어.”
“하지만, 우리는 받을 문책 이상으로 큰 공로를 세우게 될 겁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연방 역사에 길이 남는 우리의 모습을 말입니다. 더불어, 우리를 향한 대우도 대단히 좋아질 거라고요.”
“으음…….”
공산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양극화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거다.
물론, 현대의 중국이나 북한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나마 진짜 공산주의에 가까웠던 소련은 부의 양극화가 상당히 약한 편에 속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능력자들이 더욱 높은 대우를 갈망했다는 거지만.
바로 부소장 댜틀로프처럼.
“소장님은 그냥 묵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모든 지휘는 제가 하겠습니다. 혹여나 실패한다고 해도 모든 책임은 제가 질 테니까요.”
결국, 소장 브류노하프는 설득되었다.
체르노빌 사태가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알지 못했기에 수긍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러한 수긍은 그야말로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것이었다.
옘병, 공명심에 눈이 멀어 수천만 명에게 방사능 피해를 주는구나.>
원래 세계의 역사에서 체르노빌 사태가 왜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분명 소련에서는 부소장의 독단이었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부소장은 그저 윗선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는 가설도 존재하니까.
하지만, 이쪽 세계에서는 명확하게 부소장 아나톨리 댜틀로프의 독단으로 실험이 결정되었다.
흙수저 출신의 소련 원자력 기술자.
이번 실험이 성공한다면 댜틀로프 본인의 생각처럼, 그야말로 역사에 이름을 길이 남길 위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실험이 실패하는 것은 역사가 정해 놓은 결과였기에 아나톨리 댜틀로프는 어떤 방식으로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 분명했다.
하기야, 하지메 사토루 놈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가는 인간군상이구만.>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전함 수백 척을 침몰시키고 도망친 희대의 명장 하지메 사토루, 아니 원균.
최덕배는 원균과 댜틀로프를 동일 선상에 놓으며 윤기에게로 돌아갔다.
* * *
“체르노빌 사태가 부소장의 독단 때문에 일어난 거라고요?”
그래. 적어도 지금의 역사에선 말이야.>
“나비효과를 생각한다면, 이전 역사에서는 확실히 달랐을 수도 있긴 하겠네요. 물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윤기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전 역사에서 어떻게 일이 진행되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일이 진행되고 있냐는 것.
더불어서, 이 실험을 어떻게 막느냐 하는 것이었다.
“존슨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은 힘들겠죠?”
최덕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존슨 녀석의 힘은 ‘그 사람이 할 법한 행동이나 말’을 하게끔 등을 떠미는 거야. 그런데 댜틀로프라는 녀석은 실험을 성공시켜서 성공할 욕망으로 가득 차 있잖아? 그러니 불가능해.>
“만약, 인위적으로 성공한 인생으로 만들어 준다면요?”
원자력 기술자로 어떻게 성공시켜 주려고? 너한테 미래 원자력 기술에 관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
“으으음…….”
윤기는 고심에 빠졌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 번 더 말하는 건데, 너는 아마 체르노빌을 막을 수 없을 거야. 이건 역사의 본류니까.>
“만약 제가 강제로 막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데요?”
그건 나도 알 수 없어.>
“진짜요?”
어. 그리고 알고 있다고 해도 말해 줄 수 없어. 이건 진지하다. 궁서체야.>
“아니, 진지한 말을 그렇게 하니까 전혀 진지하게 안 느껴지잖아요…….”
답답해서 그런다, 이놈아.>
평상시의 장난기와는 조금 다른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긴장하기는 했지만, 생각을 바꾸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어요. 이제 막 소련에서의 사업이 궤도에 올랐는데, 지금 와서 체르노빌에서 철수한다면 사실상 고르바초프의 신임을 잃을 거예요. 더군다나 체르노빌 사태가 터지는 순간, 나중에 태어날 제 자식은 방사능에 절은 분유를 먹게 되겠죠.”
태어나지 않은 자식에게 부성애를 가지고 있는 윤기의 모습.
그만큼 윤기가 아직도 가족애에 대한 갈망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 주고 있었기에, 최덕배는 차마 더 말리지 못하고 조용히 윤기를 바라보았다.
“꺼벙이를 발전소에 보내서 실험을 방해한다면요?”
그럴 줄 알고 이미 꺼벙이를 발전소에 보내서 시설을 파악하게 하고 있지. 그런데, 시설이 너무 방대하고, 원자력 발전소 자체가 고등 기술이라서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할 거야. 적어도 여름은 되어야 원자력 연구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겠지.>
꺼벙이의 능력은 최덕배를 따라다니면서 점점 개화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해킹을 보조하는 선에서 그쳤다면, 이제는 기계에 들어가 작동을 방해하거나 보조하는 단계까지 들어갔으니까.
하지만, 아직 개화 중인 단계였기 때문에 발전소라는 거대한 규모의 설비를 안정적으로 틀어막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한마디로 잘못 방해했다가는 더 큰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그거죠?”
그렇지.>
“으으음…….”
윤기는 고심에 잠겼다.
‘서기장에게 고발하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테고. 어떻게 한다…….’
상식적으로 발전소 내부의 일은 그야말로 극비 중의 극비.
그렇기에 부소장 댜틀로프가 비밀 실험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의 일을 윤기가 고발한다?
그것은 자신이 스파이라고 고백하는 것과도 같았기에, 윤기는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만……!’
갑자기 윤기는 한 가지 우회 안을 떠올렸다.
‘내가 고발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고발할 수 있게끔 하면 되잖아?’
체르노빌 사태가 부소장의 독단으로 이루어진 실험이라 하더라도, 그 실험을 보조한 인력들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만약, 그 보조 인력들이 당에 고발한다면?
댜틀로프의 실험은 소련 공산당에 의해 중단될 가능성이 컸다.
더군다나, 고발한 인력이 실험의 위험성을 설파하고, 이러한 내용이 민간으로 퍼진다면?
‘민간으로 퍼진 후에, 강 비서가 조심스럽게 문의를 한다면 당 입장에서는 실험을 중단할 가능성이 클 거야. 그 상황에서 존슨으로 등을 떠민다면?’
이번 일에는 존슨을 두 번 활용해야 했다.
보조 인력의 등을 떠미는 데에 한 번.
실험을 중단시킬 사람의 등을 떠미는 데에 한 번.
“이런 계획은 어때요?”
윤기는 최덕배에게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았다.
확실히 이쪽 가능성이 더 크기는 하네.>
더불어서 이 실험에는 최덕배의 조력 역시 필요했다.
댜틀로프와 사이가 좋지 않은 보조 인력을 가려 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최덕배로 볼멘소리를 하지 않고 윤기를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솔직히 나도 궁금하기는 하거든.>>
체르노빌 사태까지 앞으로 47일.
원래 역사와 다른 점이 생기기는 했어도 일정은 의외로 같았다.
더불어서,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막아야 하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윤기에겐 막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하면, 체르노빌 사태를 막지 못한다면, 남들보다 1년 먼저 소련에 진출한 이점 따위 가볍게 사라질 테니까.
더불어서 소련은 체르노빌 사태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인해 사실상 세계에 대한 영향력이 쪼그라들어 버린다.
미국의 피가 섞인 이상, 윤기에게 중국과의 대립은 필연적이기 때문에 소련, 아니 러시아를 어느 정도 키워 줄 필요가 있었고, 그렇기에 반드시 체르노빌 사태를 막아야 했다.
이걸 막느냐, 못 막느냐에 따라서 향후 수십 년의 시간을 절약하느냐 못 하느냐가 결정될 테니까.
그야말로 배수의 진.
막는 데 성공한다면 엄청난 이득을 가져오겠지만, 실패한다면 기둥 몇 개는 사라질, 엄청난 도박이었다.
그럼, 가 본다.>
“부탁드려요.”
조선의 아원급제자와 그 후손이 이 사태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 * *
대망의 4월 26일.
그동안 윤기는 정말 지독하게 바빴다.
유급을 당하지 않으려면 학교에 어느 정도는 출석을 채워야 했으니까.
한국, 체르노빌, 한국, 체르노빌, 한국 체르노빌, 한국, 블라디보스토크, 체르노빌, 한국, 체르노빌, 한국.
비행기를 몇 번이나 탔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탔고, 그 와중에 중간고사까지 치러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최덕배를 통해 부소장인 댜틀로프에게 불만을 품은 보조 인원을 찾아낼 수 있었고, 꺼벙이 역시 완벽하진 않지만 체르노빌의 설비를 어느 정도는 이해했으니까.
더불어서 댜틀로프를 감시하는 동안 정확한 실험 날짜를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윤기는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석호를 비롯한 한국 직원들을 ‘휴일’이라는 명목하에 잠시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생각 같아서는 모든 사람을 대피시키고 싶었지만, 그것은 불가능.
그렇기에 자신이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상들이라도 피신시킨 것이다.
만약 이번 사태를 막는 것이 실패한다면, 피해를 보는 것은 자신 하나만으로 족하니까.
‘경호원들한테는 조금 미안하네.’
다른 사람은 다 보내도 경호원들만큼은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렇기에 윤기는 사무실에서 홀로, 아니, 최덕배와 함께 앉아 체르노빌 원자력 연구소 안의 상황을 주시했다.
* * *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해.”
부소장 댜틀로프의 지휘에 운영 직원 중 한 명이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는 버튼을 눌렀다.
이번 실험의 요체.
그것은 바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할 경우, 중단 후에 남아 있는 잔여 에너지로 어느 정도의 발전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발전소 운영 전에 시행했어야 할 실험.
하지만, 댜틀로프는 실험하지 않은 채로 발전소를 조기 운영했고, 조기 운영을 성과로 인정받아 명예를 얻었다.
분명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해받지 못할 일이니까.
하지만, 이 시대 소련은 ‘남들보다 빨라야 한다’라는 특명이 존재했기에 이런 미친 짓이 벌어진 것이다.
조기 운영은 했지만, 이 실험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했던 실험.
사람을 그릴 때 팔을 나중에 그려도 되지만, 아예 그릴 생각조차 안 하는 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응?”
버튼을 누른 직원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야?”
부소장 댜틀로프의 말에 직원이 고개를 돌렸다.
“버튼이 먹히질 않습니다.”
“다시 눌러 봐!”
얼굴을 구긴 댜틀로프의 말에 직원이 질겁하며 다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이익! 이이익!”
몇 번이나 버튼을 누르고 나서야 마침내 버튼이 먹혔다.
문제는…….
삐이이잉-! 삐잉-! 삐이잉-!
갑자기 엄청난 경고음과 함께 시설 내부의 전등이 마구 점등과 소등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당황한 댜틀로프의 말에 운영 직원이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댜틀로프를 향해 말했다.
“원자로 내부의 균형이 깨졌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폭발합니다!”
“뭐, 뭐야?”
통제실 내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상정했던 시나리오와 하나도 맞지 않는 상황.
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사기였다.
왜냐하면, 현재 계기판에 보이는 수치들과 시설의 점등 및 소등은 꺼벙이가 연막을 치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통제실에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하기엔 충분했고, 존슨은 이때를 틈타 미리 점찍어 둔 사람의 심리를 자극했다.
‘위, 위에다 알려야 해!’
심리가 자극된 인원은 댜틀로프 몰래 통제실을 빠져나왔고, 곧바로 당에 발전소가 대단한 위험에 빠졌다는 보고를 날렸다.
일단은 된 것 같다.>
이 상황을 전부 바라보던 최덕배가 상황을 알려주자 윤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소련 각지의 원자력 기술자들이 체르노빌로 오게 될 테고, 이번 독단 실험에 대해서 알게 될 테죠. 그리고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는 폐쇄되거나, 더욱 엄격한 통제하에서 운영이 될 거예요.”
그렇겠지. 적어도 체르노빌 사태는 막았겠지.>
“그러면, 이제 어떠한 영향이 생길까요?”
글쎄…….>
댜틀로프가 소련 당국의 수사를 받아 소련의 아오지탄광인 ‘굴라그’에 끌려간 것이 5월 1일.
그리고, 5월 4일.
체르노빌 연구소에 소련 당국으로부터 특급기밀이 전달되었다.
[현재 지구를 향해 초거대 운석이 접근 중. 현재 계산 결과 낙하지점은 우리 소비에트 연방으로 예상. 각 원자력 발전소는 언제든지 가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둘 것.]아직 원자력 발전소를 탐사 중인 꺼벙이였기에, 이러한 사실은 최덕배를 통해 윤기에게 전달되었다.
“환장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