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극복해 보이겠어 (1)
사실 지구 방면을 향하는 운석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지구의 왼쪽에서 오는 것들은 태양이 막아 주고, 오른쪽에서 오는 것은 목성과 토성이 막아 주었기 때문에, 공룡들이 멸종한 이후로는 지구에 ‘막대한’ 타격을 준 운석이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위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9년 7월, 지구의 옆을 아슬아슬한 거리로 스쳐 지나갔던 운석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윤기의 역사인 86년.
갑자기 운석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목성과 토성의 인력을 뿌리치고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그것도 남은 시간은 불과 6주.
투입 예산으로만 따지면 2010년대를 아득히 상회할 정도로 항공우주국에 투입하던 미국과 소련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운석의 접근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비상.
그렇기에 소련의 서기장인 고르바초프는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무릅쓰고 미국에 지원 요청을 보냈다.
왜냐하면, 운석의 낙하 경로가 소비에트 연방의 중심부였으니까.
미국은 미국대로 고르바초프의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이번에 떨어지는 운석의 크기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
그렇기에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는 이번 운석이 백악기 멸종을 불러온 운석 낙하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재앙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말이 재앙이지, 사실상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문명이 박살 나고, 소수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혹독한 자연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생각하면 정말 송구스러운 말씀입니다만, 현재 소련 혼자만의 힘으로는 운석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부디, 저희 소련을 도와주십시오.”
동베를린과 서베를린을 공유하고 있는 지역의 작은 회의실.
급하게 마련된 곳이었지만, 그곳에서 고르바초프와 서베를린 미국 대사 케인이 회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닙니다. 저희 미국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일은 미국과 소련이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가질 때가 아니라는 것이 레이건 각하의 의지입니다.”
케인 대사의 대답에 고르바초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하지만, 고르바초프의 안색은 아직 어두웠다.
노동자들의 천국을 만들기 위해 세운 소련이라는 공산국가.
그 국가가 운석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로 멸망하게 생긴 것이다.
만약 체르노빌 사태에 대해서 고르바초프가 알게 된다면, 그는 운석과 체르노빌 중 어떤 것을 택할까?
피해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고르바초프는 능히 체르노빌을 고를 사람이었다.
운석은 소련, 아니 인류의 멸망을 불러올 일이지만, 체르노빌은 소련의 몰락과 일부 인민들의 희생만을 불러올 테니까.
물론,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적어도 둘 중 고르라면 차선책을 택한다는 이야기였다.
“실례합니다만, 대사께서는 어느 정도의 전권을 가지고 오셨습니까? 시간이 없습니다. 우리 소련 항공우주국에서는 운석 낙하까지 6주, 정확히는 41일 14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케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역시 비슷하게 계산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이번 사태에 한해서 각하의 대리인 자격을 가지고 왔습니다. 국방부의 동원 같은 것은 불가능하지만, 나사를 비롯하여 이번 사태와 관련한 모든 기관과 예산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우리 소련 항공우주국에서는 이번 사태 해결에는 미국의 우주선이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렇습니까……?”
케인이 애매한 반응을 보이자, 고르바초프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우리 소련은 소수의 인원을 가까운 우주에 보내는 데에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는 기적을 이루어 냈습니다. 운석에 착륙하려면 유인 착륙의 경험이 필요한데, 현재 저희 소련은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솔직하게 소련의 패배를 인정하는 고르바초프의 말에, 케인의 마음속에 자리한 ‘미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활짝 만개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가 없겠군요. 우주선은 우리 미국의 우주선으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폴로 계획에 쓰려고 했던 우주선이 있으니까요.”
“휴우,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케인은 이미 미국 CIA를 통해 고르바초프가 해 올 제안 등을 예습한 상태였다.
미국의 우주선을 사용하자고 하는 것도 당연히 플랜 중 하나.
그렇기에, 그에 따른 대응 역시 지시받은 대로 수행했다.
“저희 미국에서 우주선을 1회 발사할 때 드는 비용은 5억 달러입니다. 소련에서는 이 비용 중 얼마를 대실 수 있으십니까?”
5억 달러!
86년 한국 돈을 기준으로 무려 4,307억이라는 무시무시한 액수가 케인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고르바초프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5, 5억 달러 말입니까?”
안타깝게도 이 시기의 소련은 갑자기 5억 달러를 공수할 능력이 없었다.
오죽하면, 원 역사에서도 소련이 이 시기부터 외국인들에게 개방을 시작했을까?
게다가 돈이 없었던 만큼, 소련은 엄청난 속도로 외국 자본에 잡아먹혀 재벌이 등장하고, 중산층과 서민이 몰락하게 되어 버린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의 총력을 짜내 5억 달러를 쓴다?
사실상 소련이 붕괴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민 전체가 나자빠지는 상황이 올 것이 분명했다.
“5억이라니…….”
“물론, 전액 부담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고르바초프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 그렇습니까?”
“3억 5천.”
“헉…….”
“소련에서 3억 5천 달러를 부담한다면, 우리 미국 역시 총력을 다해 소련을 돕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걸 결정할 수가…….”
고르바초프의 고민에 케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운석이 떨어지는 것은 6주지만, 실제로 남은 시간은 1주일 정도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제시간에 우주선을 발사할 수 없으니까요. 서기장님의 빠른 답변을 기대하겠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케인은 회담 장소를 떠났다.
자신이 우위에 섰다는 것을 확실히 알지 않고서야 할 수 없는 행위.
하지만, 자신이 열세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고르바초프였기에 차마 케인을 욕하지 못했다.
‘젠장, 젠장……. 나보고 인민을 쥐어짜라고……?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모인 인민들을 내가 쥐어짜라고……?’
깊은 시름에 잠긴 고르바초프는 말도 안 된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도 한 가지 기적을 떠올렸다.
* * *
사실, 미국은 홀로 이번 운석에 로켓을 쏘아 보낼 능력이 있었다.
단순히 로켓 하나를 보내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로켓을 보내는 것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미국은 돈이 있는 나라니까.
미국은 자본주의가 이미 성행하고 있었던 만큼, 빈부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었지만, 어쨌든 돈은 많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도 자본주의가 움직인 것이다.
[굳이 우리 돈만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잖아?]어쨌든, 운석의 낙하지점은 소련.
그런 만큼 소련의 수뇌부가 패닉에 빠졌을 것이라는 게 미국 수뇌부의 판단이었다.
만약 소련이 끝까지 대답하지 않는다면,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기다리다가 미국이 독자적으로 운석을 향해 우주선을 발사.
만약, 운석 파괴에 성공한다면, 이를 토대로 소련에 대한 흑색선전을 잔뜩 할 예정이었다.
[만약, 소련이 돈을 부담하고, 우주선을 발사해서 운석을 파괴한다면 미국은 매우 저렴한 돈으로 막대한 우주공학의 발전을 꾀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소련이 돈을 부담하지 않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운석을 파괴한다면 소련은 국제사회에서 완벽하게 고립될 것입니다.]CIA를 비롯한 각종 정보부처의 분석에 미국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은 승인 지시를 내렸다.
운석 파괴가 가능한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운석이 파괴된다면 그 이후의 일도 생각해야 했다.
그야말로 미국이 왜 세계 최고의 강대국인지 보여 주는 상황 대처 능력이었다.
하지만, 소련은 그러지 못했다.
당장 고르바초프가 생각해 낸 해결 방안은 그야말로 기적에 기대는 방법이었으니까.
“부르셨나요?”
윤기와 강석호의 등장에 고르바초프가 체면도 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 오십시오! 앉으십시오!”
현재 운석의 낙하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40일 8시간.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기에, 고르바초프는 애가 닳은 상황이었다.
“어……, 감사합니다.”
윤기는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하며 강석호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제가 오늘 두 분을 부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현재 지구를 향해 엄청난 크기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에?”
“예엣????!”
윤기는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살짝 연기하는 티가 났지만, 강석호는 지금 처음 들은 사실이었던 지라 조금의 가식도 없이 깜짝 놀라며 반문했다.
“서기장님, 정말 실례인 것을 압니다만, 농담이십니까?”
심지어, 강석호는 평소와 달리 살짝 웃으며 반문까지 했다.
그 정도로 운석이라는 단어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었으니까.
“슬프게도 아닙니다. 현재 우리 소련 중심부를 향해 초거대 운석이 낙하하고 있습니다. 만약 떨어질 경우, 백악기 멸종의 재림을 불러올 정도의 규모이지요. 절대 거짓말이 아닙니다.”
한 국가의 총수가 외국인 투자자를 불러서 이런 농담을 할 이유는 절대로 없다.
그렇기에 강석호는 어떻게든 이성을 쏟아부어서 운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세상에……, 세상에…….”
하지만, 강석호가 할 수 있는 반응을 당황을 반복하는 것뿐.
“지금 제가 말씀드린 운석에 관한 내용은 극비 중의 극비입니다. 미국에서도 극소수만 알고 있고, 우리 소련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는 초특급 기밀이지요. 아마, 다른 나라들에서도 특급으로 다루어질 만한 사안입니다.”
“하, 하긴, 그, 그렇죠. 대중에게 알려지는 순간 사회는 그야말로 무정부 상태에 빠질 테니까요. 으음…….”
6주 뒤에 지구가 멸망한다.
이러한 사실이 발표되는 순간, 사회는 실제로 무정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라는 말이 왜 명언으로 내려오겠는가?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대단히 힘들어서다.
사회가 망조에 들게 되면 사회는 언제나 무정부 상태, 즉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운석은 그러한 현상을 만들다 못해 조장하기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당장 몇 주만 지나면 밤하늘에 운석이 똑똑히 보일 텐데, 사람들이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서기장님, 그렇다면 오늘 저희를 부르신 이유는…….”
강석호는 여기까지 말하다가 아차 싶어서 입을 닫았다.
강석호는 순간 ‘고르바초프가 우리보고 소련에서 철수라는 이름의 피난을 말하려는 건가?’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절대 아니라는 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르바초프 역시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것은 강석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강석호의 이러한 행동을 전혀 트집 잡지 않았다.
“최윤기 회장님이라고 하셨지요?”
고르바초프의 입에서 존칭, 어투까지 따지면 그야말로 극존칭이 흘러나왔다.
“예, 맞습니다.”
“최윤기 회장님, 부탁드립니다. 현재 미국에서 우주선 사용의 대가로 우리 소련에 3억 5천만 달러의 비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소련은 지금 그러한 돈을 운용할 재정이 없습니다. 부디……, 부디 우리 소련에 개인 차관을 부탁드립니다.”
사실 그로서도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고르바초프가 기댈 것은 이것뿐이었다.
‘아마, 안 되겠지…….’
고르바초프는 대답을 듣기도 전에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하죠.”
윤기의 입에서 나온 것은 1초의 고민도 없는 화끈한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