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극복해 보이겠어 (3)
[3…2…1…파이어!]우렁찬 폭발음과 함께 발사된 우주선은 다행히 폭발하지 않고 무난히 대기권을 통과했다.
“착륙한다!”
리더 스미스의 말에 모두가 초긴장 상태에 빠졌지만, 다행히도 두 대의 우주선은 모두 운석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과 소련 항공우주국의 천재들이 정말 피를 말려가면서 계산한 운석의 궤도 방정식과 더불어 착륙 각도 등등.
이 모든 것을 가지고서도 100퍼센트 장담할 수 없었던 착륙이었지만, 다행히도 아무런 피해가 없었다.
“서둘러! 시간이 없어!”
운석 낙하까지 겨우 8시간.
그야말로 지구의 운명이 걸린 작전에, 원정대원들은 우주선 밖으로 나가서 바쁘게 자신들이 할 일을 시작했다.
그나저나 운석이 참 예쁜 모양이야, 안 그래?>
최덕배의 말에 윤기가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작전이 실행될 수 있었던 이유.
그것은 바로 운석의 모양 때문이었다.
특이하게도 이 운석은 칫솔과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덕분에 운석의 내심부까지 핵폭탄을 밀어 넣는 것이 가능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운석 내부에 다수의 핵폭탄을 밀어 넣고 쪼갠다. 대기권을 돌파하면서 운석의 크기는 작아질 것이고,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다.]미국과 나사 항공우주국의 공통적인 결론은 공통적인 작전을 수립하게 되었고, 그게 지금 원정대원들이 움직이는 이유였다.
“서둘러! 돌아가서 생길 100만 달러를 생각하자고!”
스미스의 말에 다시 한번 분위기가 환기되며 대원들의 행동에 여유가 생겼다.
임무를 설렁설렁한다는 것이 아니라, 긴장에 의한 실수를 할 일이 사라졌다는 의미였다.
“모두 끝냈습니다!”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대원의 외침에 스미스가 숨을 헐떡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우주선으로 철수해!”
이번에 설치된 핵폭탄들은 기폭식임과 동시에 시한식으로 설치되었다.
일단 운석을 탈출한 다음 기폭, 만약 우주선 등의 고장으로 원격 기폭을 하지 못하더라도 핵폭탄은 터지기 때문에 살고 싶다면 탈출이 필수였다.
“이륙 가능하겠어?”
“예, 문제없습니다!”
스미스의 물음에 엘리가 우렁차게 대답했고, 이윽고 두 대의 우주선은 운석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집을 들어 올렸다.
쿠아아아아-!
우렁찬 우주선의 배기음과 함께 두 대의 우주선은 운석에서 벗어났고, 동시에 지구로 진입할 궤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기폭한다!”
최대한 빨리 터뜨려야 지구로 떨어지는 운석의 숫자가 줄어든다.
그렇기에,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생각이 들기가 무섭게 스미스는 기폭을 명령했다.
하지만, 핵폭탄들은 기폭하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기폭 장치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
“하필, 이럴 때……!”
발을 동동 구르는 스미스의 목소리에 엘리가 다시 대답했다.
“시한장치가 있으니 괜찮을 겁니다. 3분 뒤, 폭발합니다.”
하지만, 3분 뒤에도 폭발하는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
“아…….”
스미스의 탄식에 원정대원들 모두가 절망에 젖은 눈동자가 되었다.
“모든 대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고 싶다.”
스미스의 말에 원정대원들이 무슨 뜻인지 직감한 듯, 모두가 자기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스미스가 ‘다시 운석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수동으로 기폭한다’라고 말을 하려던 그때.
운석 쪽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폭발.
하지만, 덕분에 초거대 운석은 수만 조각으로 갈라졌고, 그중 일부가 지구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녀석이 나를 괜히 따라 보낸 게 아니구만?>
윤기는 보험 삼아 최덕배에게 존슨과 꺼벙이를 데리고 우주선을 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그것은 바로 ‘만에 하나’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만에 하나’의 사태가 벌어졌고, 보험은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꺼벙이가 복귀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글쎄, 한 2주에서 한 달은 걸리려나?>
지구에서 우주선으로 4시간 거리에 있는 꺼벙이가 지구로 복귀하려면 아마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최덕배와 달리, 꺼벙이는 이동 속도가 그리 빠르지 못하니까.
‘나중에 꺼벙이한테 최신형 컴퓨터 하나 사 줘야겠다.’
사실 꺼벙이는 핵폭탄과 우주선을 경험할 수 있어서 싱글벙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스미스, 방금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장난기 가득한 윤기의 말에 스미스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짓다가 뒤통수를 긁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아니, 저……, 그게…….”
“설마, 영화에서처럼 ‘우리가 희생한다’ 같은 닭살 돋는 말을 하려고 한 것은 아니죠?”
두 대의 우주선에서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심지어 나사의 관제탑에서도 웃음이 터졌는데, 그게 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우주선을 향해 전달되어 스미스의 얼굴이 빨갛게 변해 버렸다.
‘이 정도로 할까?’
윤기는 스미스에게 구원의 밧줄을 던져 주었다.
“자, 그러면 돌아가죠. 우리의 백만 달러를 향해!”
[[[[[[[예에에에에쓰!!]]]]]]]환희가 가득한 우주선 두 대가 멋지게 임무를 수행하고 지구로 귀환했다.
* * *
수만 조각으로 갈라진 초거대 운석.
그것 중 지구로 접근한 조각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모두 소련을 향해 집중되었다.
그리고 대기권에서 타고도 남은 운석들은 소련 전역 수백 곳에 나누어져 떨어져 내렸다.
그것도 소련의 산업 시설들만 골라서 말이다.
거의 8할에 달하는 시설이 재해를 입게 되자, 소련 정부의 생산 능력은 사실상 마비 수준에 이르렀고, 이는 자칫하다가는 소련의 붕괴를 가져올 것처럼 보였다.
“설마, 또 다른 재해가 닥쳐올까요?”
윤기의 물음에 최덕배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아. 체르노빌 사태는 체르노빌 한 곳에 피해가 중첩되었었잖아?>
“그렇죠.”
반면에 이건 소련 전역에 타격이 분산되었어. 아마, 다 합치면 체르노빌과 ‘물리적인 피해’는 별반 다르지 않겠지.>
실제로 현재 소련은 누군가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1년도 되지 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마치, 시련인 것 같았어요. ‘최선을 다해 막으려고 한다면, 이 정도 피해로 끝내주마’하는 느낌이었으니까요.”
그렇지, 운석이 예쁘게 생겼잖아?>
“맞아요. 원래 운석이라고 하는 건 핵폭탄으로 폭발시키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핵폭탄은 기본적으로 개활지에서의 타격 효과가 뛰어난 무기였다.
그렇기에 운석이 날아올 때, 핵폭탄을 날려 봤자 표면에 기스만 좀 나고 끝나기 마련.
하지만, 이번 운석은 칫솔 모양처럼 되어 있어 핵폭탄을 밀어 넣기 좋은 깊은 구멍이 정말로 많았다.
그렇기에 핵폭탄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죽은 사람들한테는 좀 미안하네요.”
그건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운명이었어.>
“운명이요?”
그래, 체르노빌로 인해서 반드시 죽었어야 했던 사람들. 이번에 산업 시설 직격으로 죽은 사람들은 죄다 공산당원들이었잖아? 체르노빌 사태가 벌어졌으면 그들은 한 명도 남김없이 소집되어서 체르노빌로 투입되었겠지.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거야.>
“으음……, 그래도 미안하네요…….”
그게 네가 살아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겠지. 죄의식이라는 게 있잖아.>
어쩐지 굉장히 있어 보이는 말에, 윤기는 오히려 슬쩍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어쨌거나 이번 일로 인해 한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네요.”
어떤 교훈?>
“역사의 본류를 함부로 바꾸려고 하면, 그 이상의 파도가 다가온다.”
하나 더 있지?>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파도를 막아 내도 다른 방식으로, 역사의 본류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초거대 운석은 기존 체르노빌의 수백 배가 뛰어넘는 참사를 일으킬 뻔했고, 겨우 초거대 운석을 막았더니 ‘다 합치면 체르노빌에 준하는’ 피해가 소련에 일어났다.
“하아.”
갑자기 나오는 윤기의 한숨.
그렇기에 최덕배가 물었다.
왜?>
“함부로 역사의 본류를 바꾸려고 해서는 안 되겠어요.”
당연하지.>
“문제는 어떤 게 역사의 본류인지 감이 아직도 안 잡힌다는 거지만요. 일단 방사능은 본류가 아니었잖아요?”
실제로 윤기 덕분에 지구는 방사능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분명 힘들었지만, 그만한 성과가 있었던 이번 사태.
윤기는 역사의 무서움을 절감하면서도 일종의 성취감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적 성취감과 더불어, 3억 5천억 달러에 원정대원들의 성과 보상까지 쓴 윤기를 향해 물질적인 성취감도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 * *
산업 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말로 들으면 심각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집 주변 10킬로미터 안에 있는 모든 편의시설이 사라졌다고 표현하면 어떨까?
편의점은 물론이고, 식당, 병원, 학교, 버스정류장, 택시 정류장, 도로, 인도, 심지어 핸드폰 전파와 인터넷 전파까지 사라졌다고 한다면?
현재 소련이 겪고 있는 상황이 딱 이것이었다.
수백 곳에 달하는 지역이 현재 복구가 필요한 상황인데, 1986년의 소련에는 이 상황을 복구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당장 체르노빌 사태가 소련 붕괴의 기폭제가 되었음을 생각해 본다면, 이것 역시 똑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자리에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미안함이 가득한 고르바초프의 말에 윤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항상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이렇게 불러 주셔서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현재 정치국에서는 와이케이 그룹, 아니 정확히는 최윤기 회장님을 ‘소련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듣던 중 대단히 반가운 소리인데요?”
윤기가 만족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고르바초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제가 외국 자본의 소련 투자를 허용했을 때 접촉해 온 것은 와이케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새로운 시장.
그곳에는 수많은 기업이 뛰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소련에서는 와이케이만 유일하게 허가를 받았다.
왜일까?
“다른 기업들은 대부분 대금으로 미국 달러를 요구하거나, 전자 제품 등의 산업에 뛰어들게 해 줄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것은 현재 우리 입장에서는 들어주기 힘든 일이었죠.”
원래 역사에서 고르바초프가 외국 기업의 소련 국영기업 투자를 허용한 이후로 점차 개혁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접촉해 오는 기업들의 영향을 받은 것도 분명히 있었다.
수많은 기업이 무수히 찾아와 문을 두드린 만큼, 그 결실이 열렸던 것이다.
하지만, 와이케이의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인해 현재의 역사에서는 와이케이만이 남들보다 훨씬 빠른 소련 진출이 가능해졌다.
소련 정치국 입장에서는 ‘아니, 와이케이 같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도 있는데, 왜 다른 기업을 더 나쁜 조건으로 허락해야 함?’이라는 스탠스를 취했고, 다른 외국 기업들 입장에서는 ‘에잇, 퉤퉤퉤. 차라리 진출 안 하고 말지’하고 포기한 것이다.
물론, 기업들이 민간 기업 진출을 포기한 것일 뿐, 관영 시설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관영 시설들이 이번 운석으로 인해 대부분 파괴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막대한 피해를 본 기업들은 사실상 소련에서 철수.
현재 소련이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민간 기업은 와이케이뿐이었다.
무려 개인 차관을 해 줄 수 있는 자산가인 윤기가 와이케이의 소속이었으니까.
“현재 다른 기업들은 전부 철수한 상황인가요?”
“그렇습니다. 당장 인민들을 구호해야 하는데, 지금 자원으로는 도저히……. 그래서,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민간 기업들을 대량으로 소련에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원조를 받거나, 혹은…….”
고르바초프는 대단히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아니면 우리는 죽습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이러한 눈길을 받은 윤기가 고르바초프를 향해 다소 진지한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서기장님, 만약 다른 민간 기업들을 대거 받아들이게 된다면, 소련 사회는 그야말로 대혼란에 빠지게 될 겁니다.”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정치국도 이미 파악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본 피해가 너무나도 커서 인민들을 당장 굶기느니, 피해를 좀 미루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 바로 민간 기업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윤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른 기업들을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 와이케이가 선점한 효과가 전혀 없어. 우리는 공장도 아직 완성하지 못했고, 광고도 제대로 내지 못했으니까. 이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이 들어온다? 우리는 고스란히 4개월이라는 시간을 날리게 되는 거야. 더불어서 3억 5천만 달러 역시 어떻게 될지 모르지.’
고르바초프라면 어떻게든 3억 5천만 달러라는 차관을 갚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소련 정부가 붕괴하고, ‘어쨌든 민주 정부’가 들어선다면?
러시아는 빚을 제대로 갚지 않기로 유명했기 때문에, 기껏 투자한 3억 5천만 달러가 허공으로 날아가는 상황이 올 게 유명무실했다.
“서기장님, 아무리 제가 소련에 우호적이라고는 해도 소련에 마냥 주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십분, 아니, 백분, 천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치국은 와이케이에 제안을 하나 할까 합니다.”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굉장히 안정된, 아니 경직되었다고까지 느껴지는 회의실 분위기에서 고르바초프가 정말 어렵게 말을 꺼냈다.
“우리의 자원을 사 주십시오.”
현재 소련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돈줄이 고르바초프의 입에서 대안으로 흘러나왔다.
“으으음…….”
사실, 소련의 자원은 와이케이 입장에서도 처분하기 쉬운 품목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와이케이는 정유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고, 가스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광물질을 다루지도 않았고, 목재를 다루지도 않았으니까.
‘지금 당장은 그렇지, 하지만 미래에는 쓸 일이 있어.’
미래를 생각하면 오히려 엄청난 안정감을 가져다줄 거래였기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 것은 아니다.
지금은 상인의 마인드가 떠올라야 할 시간.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 ‘고르바초프의 부탁이니까 들어준다’라는 티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자원은 저에게 있어서 매력적인 가치가 없기는 하지만……, 서기장님 약속의 무게를 믿고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르바초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체면도 잊고 윤기를 향해 허리를 몇 번이나 숙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
분명, 운석 낙하의 책임이 고르바초프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이 계속 진행된다면 소련에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고르바초프를 경질시키기 위해 쿠데타가 일어나거나 대규모 시위, 혹은 혁명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물론이고 정치국까지, 현재 생각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제가 감히 서기장님에게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예, 말씀해 주십시오!”
고르바초프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윤기의 말을 기다렸다.
“만약, 자원으로 거래를 한다면, 국제 시세의 몇 퍼센트로 주시겠습니까?”
“그거야…….”
고르바초프는 고민에 빠졌다.
생각 같아서는 국제 시세, 혹은 그 이상으로 받고 싶었다.
하지만, 현재 소련은 배짱 장사를 부릴 수 있는 여유가 전혀 없었다.
“더불어서 현재 소련은 천연자원을 채취, 운송할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맞나요?”
“으음…….”
“그래서 새로운 제안을 드리려고 합니다.”
“무엇인가요?”
“추가적인 면세 혜택을 주시길 희망합니다.”
“……!”
고르바초프의 안색이 약간 미묘해졌다. 하지만, 이내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국에 말해서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의 확답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구체적으로는 천연자원을 채취, 운송하는 데 들어가는 금액만큼의 세금을 말입니다. 한마디로, 저희는 채권을 사겠습니다. 이것은 소련 재정에도 막대한 도움이 되리라 자신합니다.”
고르바초프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지금 당장의 재해 복구도 힘든데, 와이케이에 천연자원을 주기 위해 인력을 그곳으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 만큼 면세 혜택은 차라리 괜찮은 방안이었다.
“예, 그렇게 알아두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씀해 보십시오.”
“우리 와이케이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을 90년까지는 진출을 허용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건…….”
분명, 윤기는 3억 5천만 달러를 쿨하게 빌려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에 깊게 개입하는 것은 여러모로 우려되는 바가 있었기에 고르바초프는 대답을 고민했다.
“대신 그동안의 운영에 있어서 당과 긴밀히 대화를 나눌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긴밀한 대화의 수준이 어느 정도지요?”
“물품의 가격부터 직원들의 임금 수준까지입니다. 공장의 설립 과정을 보시면 알겠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많은 직원을 데려올 생각이 없습니다. 와이케이의 수익은 곧 인민들의 소득으로 이어질 겁니다.”
“으으음…….”
결국, 고르바초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선택지가 따로 없었으니까.
“그것 역시 정치국에 전달해서 처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조건은 이것뿐입니다. 와이케이는 성장과 동시에 소련의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신 서기장님은 우리 와이케이가 약진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십시오. 우리는 착취가 아닌 공생을 원하는 기업이니까요. 제가 약속을 어긴다면 저를 인질로 삼아 미국에 위협을 가하셔도 좋습니다.”
살짝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고르바초프는 일단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 아뇨! 아닙니다!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농담입니다.”
픽 웃는 윤기의 모습에 고르바초프는 살짝 땀을 흘리기는 했지만, 마주 웃었다.
“그렇다면, 정치국 회의가 끝난 후, 저희에게 연락을 주십시오. 허가가 떨어지고 문서가 날인되면 저희는 곧바로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입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고르바초프가 한 가지 의문을 던졌다.
“지금 와서 문득 드는 생각이지만……, 미성년자이신데도 대단한 결단력이시군요. 저번에 모셨을 때는 제가 정신이 없어서 자각조차 못 했습니다만…….”
윤기는 미소를 지었다.
“할아버지에게 많이 배우고 있거든요.”
이제 윤기도 2년 후면 확실한 성인.
그렇기에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도 되겠다고 판단을 내린 상황이었다.
마침, 소련은 성인이 되기 전까지 활동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영역.
그렇기에 윤기는 고르바초프에게 자신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슬슬 껍질을 벗고 나가도 되겠지.’
윤기가 마침내 미성년이라는 압제의 틀을 부수려 하고 있었다.
* * *
소련 정치국에서는 생각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결정은 당연히 오케이 사인.
물론, 세부적인 조정을 위해 2차 실무 협의가 시작되기는 했다.
소련 정부가 지불해야 할 천연자원의 양, 그리고 그 비용으로 측정한 완전 면세 기간과 추가 면세 기간.
더불어서 천연자원의 채취 및 채굴을 위한 기술의 지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어찌 보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한 분위기.
하지만, 강석호는 나름대로 고민에 빠져 있었다.
“회장님. 아무리 회장님의 유전이 대단하고 사업들이 잘 풀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련을 개인적으로 원조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최근만 해도 3억 5천만 달러를 빌려주셨지 않습니까? 현재 유전을 토대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너무 부담이 가는 액수입니다.”
이번 미국과 소련의 합동 작전에 대해서는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었다.
4시간 거리의 운석이 대규모 핵폭발로 인해 폭발했고, 수백 개의 운석이 소련에 낙하했는데 모르는 사람이 있는 게 이상할 것이다.
특히, 이번 작전 중에 윤기가 운석을 막기 위해 3억 5천만 달러를 쿨하게, 부도 직전의 소련에 차관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내용이었다.
더군다나 그게 다름 아닌 레이건의 지시였다는 사실까지 퍼졌고, 소련은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세계평화를 우선한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 레이건의 지지율 상승, 그리고 윤기는 ‘미스터리’와 동시에 ‘괴짜’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오죽하면, 측근들조차도 사실을 전해 듣고 기겁했을까?
그나마 강석호는 고르바초프를 만날 때 동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전체적인 충격이 적었다.
덕분에 강석호는 미리 조사한 자료를 통한, 지금과 같은 조언이 가능했다.
하지만, 윤기는 씨익 웃으며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유전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돈이 조만간 들어오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