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
#24화 목표는 4년 후 (1)
구매력이 있는 사람? 한국 사람들은 구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없죠.”
없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 않나?>
“만약, 제가 대기업, 아니 중견 기업을 운영해서 전국적으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구매력이 있다고 판단할 거예요.”
하긴, 너는 엄밀히 따지면 직원 하나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거니까.>
“그러니까 저는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거예요. 전국적인 유통 능력이 없으니까요.”
한국에서 장사할 건데 한국인이 아니라면 누굴 말하는 거냐? 레저나 관광 사업 쪽으로 하게?>
“비슷해요. 사실 저도 청계천에서 복돌이 장사를 해 볼까 생각은 해 봤어요.”
나도 네가 청계천 땅을 매집하길래 그런 의도인 줄 알았지. 옛날 청계천 우스갯소리가 고래도 시간만 주면 구해다 주고, 탱크도 조립은 안 해 주지만 부품은 준다고 하잖냐. 아, 지금보다는 미래라고 해야 하나?>
“잘 아시네요?”
매일 후손 옆에 있는 것도 재미없어. 네 옆에 있는 거야 재밌어서 대부분 옆에서 보내지만, 예전에는 이리저리 돌아다녔지. 진짜 돌아다니다 보면…….>
최덕배의 얼굴이 붉어지며 한쪽 코에서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
“귀신도 코피가 나요……?”
크흠! 애는 신경 쓸 거 없다.>
“애, 아니라니까요…….”
아무튼,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전성기의 청계천은 참 대단했지. 네가 사려고 하는 용산도 그렇고 말이야.>
윤기는 굳이 최덕배의 찔린 구석을 두 번 찌르지는 않기로 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무튼, 제 기억으로는 패미콤이 80년대 초반에 출시가 되는데, 패미콤 출시하고 좀 지나서 대규모 복돌 열풍이 불어요. 한국에서도 어지간한 가정집에 비치된 패미콤은 죄다 짝퉁이었죠.”
모르고 산 사람도 많았지?>
“그렇죠. 부모들이야 게임기 가게 가서 게임기 달라고 해서 사는 거고, 가게 주인은 복제품을 정품 가격 혹은 그것보다 조금 싼 가격에 팔았으니까요. 상대가 호구다 싶으면 정품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았고요.”
그런데 왜 안 하려는 거냐?>
“이미지 때문에 그래요.”
이미지?>
“네. 저는 나중에 삼우 그룹 회장이 될 사람인데, 어릴 때 복돌이 사업으로 긁어모았다고 해 봐요. 이건 100퍼센트 나중에 기업 브랜드에 영향을 끼치게 돼요.”
틀린 말은 아니긴 하네.>
윤기는 분명 회귀 전에 엘리트들의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회귀 후 탁월한 통찰력을 통해 자신이 힘들었던 시절 있었던 일들을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가령 1 더하기 1을 가르쳐 준다면 대부분 2를 답하게 되지만, 윤기는 x 더하기 x는 2x라고 체득하게 되는 단계가 된 것이다.
그렇기에 윤기는 자연스럽게 쉽게 돈을 벌 순 있지만, 미래에 위험을 가져올 상황을 피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을 내세워서 파는 건 어떠냐?>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문제는 그러기가 쉽지 않다는 거예요. 현재 제가 믿을 수 있는 건 근태 아저씨 정도. 그런데 가게를 운영하게 되면 최소 10명 이상의 새로운 직원이 필요해요. 그런데 믿을 수 있을 만한 10명을 뽑을 거라면, 단순 상거래 인원이 아니라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뽑는 게 좋죠.”
여러 가지를 많이 생각하고 있었구나.>
“처음에는 과거에 성공한 사업 방식을 최대한 기억해 내서 따라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단순한 게 아니었어요. 제 몸은 하나고, 제 자본도 한정되어 있으니, 가장 효율적인 것을 찾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도 기회비용에 있어서 손해니까요.”
그래서, 네가 생각하는 ‘구매력 있는 사람들’은 누구냐?>
“주한 미군이요.”
아!>
최덕배는 자신의 이마를 탁 하고 쳤다.
“주한 미군에도 모두 부자가 있지는 않죠. 하지만 모든 주한 미군이 ‘한국 서민’보다는 부자예요. 그래서 저는 주한 미군만을 위한 백화점을 청계천에 세울 거예요.”
복돌이와 오타쿠의 성지가 될 뻔했던 청계천이 이번에는 미군들을 위한 백화점이 된다라……. 하지만, 백화점 하나만으로 쓰기에는 부지가 너무 넓지 않냐?>
“물론 이후의 계획도 있지만, 지금 말하기에는 시기상조에요. 어쨌든 저는 지금 할아버지한테 돈을 빌렸다고는 해도, 돈의 여유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보니 매년 17.4퍼센트나 되는 이자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냐? 4년만 지나도 사실상 원금을 상회하게 될 텐데.>
최덕배의 걱정에 윤기가 씨익 웃었다.
“걱정 마세요. 지금까지 돈을 불린 방법이 있고, 저에겐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잖아요?”
아아, 그렇지. 늙어서 그런지 노망이 자주 나는구나.>
“귀신도 노망이 나요?”
글쎄. 네 옆에 있을 테니까, 한번 체득해 봐.>
최덕배의 농담에 윤기도 최덕배도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청계천 미군 전용 백화점.
청계천을 달리던 역사의 수레가 방향을 틀었다.
* * *
“아저씨, 제 사업체가 현재는 출판업 쪽으로 지정되었다고 하셨죠?”
“그렇습니다.”
류근태의 대답에 윤기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러면, 사업체를 물산 쪽으로 바꿔 주세요.”
“물산이요……? 그렇게 되면 회장님의 사업과 일치하지 않습니까?”
류근태의 조언은 적절했다.
물산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넓은 의미로 보면 최기현과 대적을 하겠다는 말이니까.
“현재 저는 여유 자본이 많지가 않아요. 자본이 많다면야 삼우 물산의 주식을 매입하고, 할아버지를 설득해서 제가 제1 주주가 되는 방법이 있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에요.”
“음……, 확실히 그렇기는 하죠. 그렇다는 것은 현재 생각하시는 사업 종목이 관광, 무역, 레저, 건설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겠군요?”
“맞아요. 청계천에 미군 전용 백화점을 세울 생각이에요.”
“청계천에다가요?”
“네. 어떤 사업을 구상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현재 제가 남들에 비해 가지고 있는 이점들을 생각했을 때, 이게 가장 적합해요.”
“알겠습니다.”
윤기와 굉장히 친밀해진 이후로, 윤기에게 종종 조언을 하거나 질문을 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류근태는 절대로 선을 넘지 않았다.
“이제부터 아저씨가 하실 일은 간단해요. 건설업과 관련된 인재들을 최대한 제 회사체로 끌고 와주세요.”
“당장 공사에 들어가시는 건 아닌 건가요?”
“불가능하죠. 직원이 아저씨뿐이니까요.”
류근태 역시도 현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머쓱하게 웃으며 뒤통수를 몇 번 긁었다.
“더군다나 백화점 정도 되면 평균 공사비가 평당 7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지금 당장 그 돈이 없으니, 일단 직원들을 고용해서 회사를 안정시키고, 추후 건설에 들어가는 거죠.”
“어디 보자……, 그렇다면 건설사가 백화점의 자회사로 들어가게 되나요?”
“반대로 하는 게 좋겠네요.”
메이저 건설사의 자본에 대해서는 전생에서 수많은 노가다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윤기는 류근태의 조언을 정정했다.
“물론 아직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에요. 경우에 따라서는 계열사 정책으로 바꿀 수 있으니, 지금은 그것보다는 인원 모집을 최우선으로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건설사를 설립하는 걸 최우선으로 삼겠습니다.”
“건설사의 설립에 다른 사람의 투자는 필요 없어요. 순수 100퍼센트 제 자본만 들어갈 거예요.”
“알겠습니다. 기간은 얼마나 주실 수 있나요?”
“2년 드리죠.”
아무리 류근태가 뛰어난 인물이고, 삼우 그룹 비서실에서 일했기 때문에 인재 현황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이번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었다.
속으로 고민하던 차에 2년이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니 류근태 입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 정도면 차고도 넘칩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능력 있는 연줄은 환영해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자기 잇속 챙기려고 연줄을 만드는 건 정말로 혐오해요. 아저씨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시리라 믿어요.”
류근태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윤기의 말은 간단했다.
‘쓸데없이 세력 만들지 마라.’
눈앞의 이 도련님이 나이만 10살이지, 실제로는 어지간한 경영자 뺨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기에 류근태는 아예 머릿속을 다시 한번 깨끗하게 씻어 버렸다.
“건설 회사의 공식 설립은 79년, 백화점의 개장은 81년. 만약 스카우트를 해야 하는데 79년까지 공백기가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생활비는 지원할 거예요.”
“예!”
백화점의 설립까지 남은 시간은 4년.
일견 보기에는 넉넉한 시간이었지만, 윤기에게는 짧게만 느껴졌다.
* * *
삼우 물산 대리, 최철민.
나름대로 알아주는 회사의 대리였지만, 최철민은 만족하지 못했다.
‘내가 이러려고 고려대를 졸업한 게 아닌데…….’
실제로 70년대 후반에 고려대를 졸업하면 삼우 그룹보다 훨씬 좋은 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철민이 삼우 그룹에 취직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
자신이 추후 삼우 그룹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근 아버지를 만난 이후로 이러한 최철민의 자신감은 사라졌고, 그 자리를 조급함과 분노가 채웠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사실 최철민은 후계자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계열사 하나의 회장 정도는 충분히 물려받을 수 있었다.
최소한 윤기에게 거역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하지만, 77년, 현재의 삼우 그룹은 아직까지 기업체 순위 100위에서 씨름을 하는 상황이었기에 최철민은 자신의 능력을 조금 더 신뢰하고 있었다.
혹시 망할지도 모르는 삼우 그룹에서 후계자가 되지도 못할 바에야, 더욱 건실한 대기업으로 취직해서 이사까지 올라가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재 31살인 최철민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에는 쌓아 둔 경력이 없었다.
‘어차피 내 회사가 될 건데.’
그동안 회장의 차남이랍시고 접대나 받으러 다니고, 어지간한 일들은 전부 자신의 상사나 사원들을 시켜왔다.
대리지만, 부서의 왕.
이렇다 보니 새삼 최철민은 아내인 박경자에게까지 짜증이 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회사 사장들 여식이랑 결혼하는 건데.’
자신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윤기의 최고 강점은 든든한 외가.
콜슨 준장의 지원을 받는 윤기를 이기려면 자신 역시 그에 걸맞은 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혼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첫 결혼이라면 모를까, 재혼 쪽은 삼우 그룹의 차남이라고 해도 빛이 바래니까.
‘젠장, 내가 콩깍지가 씌었어.’
결혼을 할 거면 형처럼 했어야 하는데, 당시에 눈이 돌아가서 급히 결혼한 것이 후회되는 최철민이었다.
‘처가 쪽의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면 남은 것은…….’
잠시 고심에 빠지던 최철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갑자기 외치며 일어나는 최철민의 행동에 사무실 부장이 당황하며 물었다.
“최 대리, 무슨……?”
“저, 일이 있어서 잠시 나갔다 올게요.”
지금은 한창 업무 중인 11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최철민이었다.
* * *
재벌가에 최철민 같은 망나니가 있기도 하지만, 뛰어난 자식도 분명히 존재한다.
최윤기는 말할 것도 없고, 최철호 역시 경영 능력이나 관리 능력은 없지만, 직무 수행 능력은 현재까지도 삼우 그룹 내부에서 최고에 속한다.
물론, 이 외에도 뛰어난 인물은 당연히 존재한다.
당장, 삼우 그룹의 삼남인 최철규.
현재 삼우 화학의 대리로 재직하고 있는 최철규는 눈앞에 있는 최철민을 바라보며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