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서기장님도 반한 그 맛 (2)
“광명이 찾아온다고요?”
“한국에 있는 제 소유 공장에서 슬라브멘을 이미 생산하고 있었거든요. 현재 소련의 여건상 체르노빌을 제외한 곳에 추가적인 공장 설립을 불가능했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오, 과연!”
사실, 트집을 잡으려면 잡을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당장 슬라브멘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에 고르바초프는 그저 좋아하기만 했다.
“꽤 오랜 기간 공장들을 풀가동해서 생산해 놨으니, 한동안은 물량의 걱정은 크게 없을 거예요. 적어도 지금보다는 과열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슬라브멘을 산 사람과 못 산 사람들끼리 싸움이 나고 있다는 보고가 심심찮게 들어왔었거든요.”
“이게 전부 소련 당국에서 전력을 다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TV에 나온 영상들을 보니, 서기장님과 정치국 분들의 모습이 정말 친근하게 다가오더군요.”
모르는 척, 자연스럽게 칭찬하는 윤기의 태도에 고르바초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살짝 붉혔다.
“정말 와이케이, 그리고 최윤기 회장님 덕분에 저는 급한 불을 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번 운석 낙하 때문에 저도 정말 위험했거든요.”
대단히 사적인 이야기를 꺼낼 정도로, 윤기는 고르바초프에게 신뢰를 얻고 있었다.
‘진짜,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랑 인지도를 가지고 시작하는 건 난이도 차이가 크네. 예전에는 JSD에게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고르바초프라는 소련의 거두에게 접근하는 것도 그다지 어렵게 느껴지지 않으니. 참,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물론, 상대에 따라서 JSD보다 더 어려운 상대가 존재할 수도 있었지만, 적어도 지금 윤기가 느끼는 기분은 이러했다.
“그래도 서기장님께서 혜안이 있으신 덕분에 지금 일이 이렇게 잘 풀린 것이겠지요. 아, 그리고 이건 일종의 신제품입니다.”
“신제품이요?”
고르바초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컵라면에 기본으로 동봉되는 것은 아니고, 컵라면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다는 의미로 준비한 겁니다. 소시지죠.”
“오, 소시지를 같이 먹는 겁니까?”
“슬라브멘으로 탄수화물과 염분, 그리고 지방은 충분히 섭취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단백질은 섭취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없는 돼지들로 만든 소시지이지만, 가격을 낮춘 만큼 인민들에게 부담이 없는 물건이 될 겁니다.”
“상품성이 없는 돼지요?”
“네, 그렇기에 서기장님의 도움이 다시 한번 필요합니다.”
“또요?”
다소 당황하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사악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 * *
[존경하는 인민 여러분. 가격이 싸다고 해서 결코 나쁜 물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격이 싸기에 많은 인민이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와이케이 소시지! 저 고르바초프와 정치국이 보증합니다.]화면에서 고르바초프가 와이케이 소시지를 개봉한 뒤, 그대로 씹어 삼키는 모습이 나왔다.
“동쪽의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컵라면 물량이, 서쪽의 유럽 방면에서는 소시지 물량이 들어오다니. 이거 아주 환상적입니다.”
집무실에서 윤기와 함께 식사하는 고르바초프의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오늘의 식사는 슬라브멘과 와이케이 소시지.
고르바초프는 슬라브멘에 정말 푹 빠져 있었다.
“지금이 업무 시간만 아니었다면 보드카와 함께 먹었을 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대 소련의 1인자이신데, 이럴 때 한잔하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부드럽게 미소 짓는 윤기의 말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번 사건으로 한 가지 확인한 게 있습니다. 개혁을 일으켜 소련을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 자신의 이미지 관리도 대단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윤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하자 고르바초프의 말이 이어졌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슬라브멘이 판매되기 전에는 제 상황이 꽤 위험했습니다. 언제 경질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슬라브멘 광고 모델이 되고 슬라브멘이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제 지지율은 대단히 올라갔습니다.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조작된 지지율이 이제는 필요 없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푸틴 프리퀄의 탄생이구나.’
윤기는 미소로 고르바초프의 말에 화답하면서 푸틴을 떠올렸다.
푸틴은 여러 독재자 중 대중에 대한 자신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을 비판할 경우 가차 없이 제거하지만, 평범한 일반인이 자신을 욕할 경우에는 대범한 척 넘기는 이미지메이킹의 대가.
고르바초프가 지금 이미지메이킹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것이다.
“서기장님께서는 소련에서 가장 개혁적인 정치인이라고 불리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사실 이렇게 민간 기업의 진출을 결정하신 것만 봐도 얼마나 개혁적이신지 알 수 있지요.”
“그것보다, 저는 제가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운 말인가요?”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와이케이가 우리 소련에 진출 의견을 타진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와이케이가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저는 그대로 고꾸라졌을 겁니다. 제 능력이 뛰어난 게 아니라, 저는 운이 좋은 겁니다.”
대단히 겸손하게 말을 하는 고르바초프의 행동은 윤기의 마음에 들었다.
“어쩐지 저를 칭찬하시는 것 같아서 부끄럽네요.”
짐짓 쑥스러워하는 윤기를 향해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하는 게 맞습니다. 사실, 와이케이는 지금 흠을 잡으려 해도 잡을 곳이 없습니다. 실무진들을 통해 올라오는 보고서들을 보면 정말이지, 민간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운영을 잘하고 있더군요. 하지만, 당장은 돈을 받는 게 아니라 자원들을 받는 상황이니, 그 자원들을 처리하는 것도 어려울 겁니다.”
고르바초프는 현재 와이케이가 겪고 있을 어려움을 단번에 파악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원의 처분.
만약 와이케이가 소련으로부터 받은 자원을 국제시장에서 처분하려고 한다면, 100퍼센트 미국의 눈총을 받게 된다.
그런 것을 고르바초프도 알고 있었지만, 소련의 현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부탁한 것인데, 와이케이는 그것을 감수해 준 것이다.
그렇다 보니, 고르바초프가 윤기를 바라보는 눈은 단순한 사업 파트너를 바라보는 눈이 아니라 ‘친우’를 바라보는 눈이었다.
30년 이상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는 친우의 눈빛 말이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현재 받는 자원에 대해서는 정말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조만간 쓸 일이 있을 테니까요.”
윤기의 말에 고르바초프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예의상 하시는 말씀이란 건 저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와이케이에 특혜를 드리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주신 혜택들이 있는데 또 특혜를 주신다는 말씀이신가요?”
고르바초프는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더니, 모든 사람이 바깥으로 나가도록 손짓했다.
적국인 미국과 친분이 깊은 사람만 둔 채 일대일로 남는 대단히 위험한 상황.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스스럼없이 이러한 상황을 감수했다.
“위험합니다.”
되려 윤기가 충고했지만, 고르바초프는 원래의 의도대로 모든 사람을 바깥으로 내보냈다.
“최윤기 회장님.”
“예, 서기장님.”
“아직 정치국 사람들을 설득해야 하지만, 저는 결정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요?”
“소련은 자본주의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만약 이 말이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으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무려 5년이나 빠른 발언.
91년에 붕괴해야 할 소련이었지만, 그 근간의 발언이 무려 1986년에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말, 다른 분들에게 하시면 정말로 큰일 납니다.”
“그래서 최 회장님 앞에서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진지합니다. 공산주의는 모두가 가난한 사회가 될 뿐입니다. 저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성장 동력은 ‘차별’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 버렸습니다.”
“어째서인가요?”
“아시지 않습니까?”
윤기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어중간한 대답을 내어놓는 것보다, 말한 사람이 말을 하게 하는 것이 의도 파악에 좋으니까.
그리고 이러한 의도대로 고르바초프는 말을 이었다.
“와이케이의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한 우리 소련 인민들은 하나 같이 만족감을 뿜어냈습니다. 그리고, 와이케이에서 개발한 슬라브멘은 소련 인민들에게 양질의 먹거리를 가져다주었죠.”
컵라면이 건강한 음식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소련 인민들이 겪던 먹거리보다는 확실히 높은 품질의 음식인 게 사실이었다.
“만약 인간이 이타주의적인 존재라면 타인을 위해 모두가 힘을 내겠죠. 하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존재인가 봅니다. 공산주의는 그 주체가 인간인 이상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상이에요.”
소련의 원톱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게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그야말로 비상사태가 벌어지겠지.
하지만, 윤기는 애초에 외부로 이 말을 흘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이 말을 바깥에 흘려 봤자 아무런 증거가 없을뿐더러, 고르바초프와 적이 될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저는 점점 소련에 개혁적인 정책을 펼칠 겁니다. 자본주의와 비슷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다른 외국 기업들엔 쉽게 문을 열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는 것은……?”
윤기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고, 일부러 끝을 흐렸다.
“네. 와이케이가 소련 산업 전반에 힘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저를 비롯한 사람들이 와이케이가 소련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지 감시를 하겠지만, 적어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득을 추구하신다면 전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상식적이라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지금보다는 훨씬 높을 겁니다.”
한마디로 2차 산업, 그리고 3차 산업에 있어서도 와이케이가 아예 소련의 국영 기업인 것 같은 민간 기업이 되어 달라는 요청.
윤기는 절대로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 일을 하는 데에 지금의 자원을 쓰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습니다. 다른 국가의 사업체에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쌀 겁니다.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무엇인가요?”
“와이케이가 정말 장기적으로, 그리고 소련 인민들을 착취하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적어도 소련 인민들의 삶을 개선해 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그것 하나입니다.”
원래 역사에서 고르바초프가 이러한 인물인지는 그 누구도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시기의 고르바초프는 윤기를 만남으로써 이러한 행동을 보이게 되었다.
‘원래 역사와 분명 다르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같은 상황이야. 진짜 역사의 본류란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우면서도 마음에 와닿아.’
윤기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역사의 본류를 절감했다.
분명 원래 역사에서도 소련은 자본주의가 된다.
그리고 이번 역사에서도, 소련은 자본주의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단지, 그 중심이 윤기가 되었다는 것만이 다를 뿐.
“약속하겠다는 말씀은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윤기의 말에 고르바초프는 대답하지 않고 윤기를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윤기가 말을 이었다.
“저는 그저, 소련에서 제가 추구하는 경영자의 길을 걷겠습니다. 그러니, 서기장님께서는 저를 지켜보시다가 제가 걷는 길이 소련의 이상과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쳐내 주십시오. 이인삼각은 둘이서 함께 달려야 의미 있는 것이니까요.”
고르바초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록 말로는 확실시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이미 이어진 상황.
분위기가 꽤 훈훈해지자, 윤기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 하나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 맞다. 서기장님, 제가 개인적인 질문과 부탁이 하나씩 있는데 괜찮을까요?”
“네? 아, 말씀하시죠.”
“제가 알기론 이번에 소련의 우주선은 크기가 작아서 운석 파괴 작전에 쓰이지 못했다고 들었는데,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