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3)
#243화 서운한 미국 (1)
“예? 아, 그렇습니다.”
겨우 두 달 정도지만, 미국과 소련은 냉전을 뛰어넘어 국가적인 협력을 했었다.
물론, 운석이 파괴된 이후로 다시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었지만 말이다.
“확실히 소련의 우주과학은 대단하군요. 비록 미국이 달에 사람을 먼저 보냈다고는 하지만, 저는 소련의 우주과학이 결코 미국에 밀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윤기의 이 말은 현실과 비교해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2010년대를 기준으로 두고 보아도,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낼 때 1인당 무려 700억 원을 러시아에 지불한다.
미국에서의 자체적인 발사가 아니라, 러시아에 의뢰를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러시아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전쟁에 들어갈 돈이 우주에 들어간 것 같기도 합니다.”
고르바초프의 말대로, 미국과 소련이 세계 3차 대전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우주’ 때문일지도 모른다.
전쟁이나 우주 경쟁이나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지만, 적어도 우주 경쟁에선 사람이 죽지는 않으니까.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 우주 비행선을 제가 좀 쓸 수 있을까요?”
“예?”
순간, 고르바초프가 대단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일반인이 우주 비행선을 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핵폭탄을 북한에 쏘실 생각이십니까?”
농담이 대부분인 고르바초프의 말에 윤기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저는 전쟁광이 아니에요. 더군다나, 핵폭탄을 쏠 거라면 굳이 우주 비행선을 쓸 이유가 없잖아요?”
고르바초프 역시 웃음을 지었다.
“그렇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설마 달나라 여행이라도 가실 예정이십니까?”
윤기가 대답 대신 빙글빙글 웃고 있자, 고르바초프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로 달나라 여행을 가시려는 겁니까?”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제가 조만간 결혼할 생각이거든요.”
“그, 메릴이라는 여성분과 말입니까?”
“네. 조만간 법적으로도 혼인 가능한 나이가 되거든요.”
만 18세가 되면, 부모의 동의를 얻어 혼인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
지금은 1986년.
68년생인 윤기는 생일이 지나면 실제로 혼인이 가능한 나이가 되는 것이다.
“호오, 호오…….”
고르바초프는 여러 가지 놀라움으로 인해 그저 감탄사만 연발할 뿐, 무어라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뜬금없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신혼여행을 위해 우주 비행선을 쓰게 해 달라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고르바초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윤기가 다시 말을 꺼냈다.
“물론, 공짜로 빌려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습니다. 당장 저와 메릴만 탑승하는 게 아니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우주 비행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정비공이 투입되어야 할 테니까요.”
대단히 진지한 윤기의 모습에 고르바초프는 자신도 모르게 큭큭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달로 여행하는 것을 도와드릴 수는 없습니다.”
윤기는 대답 대신 고르바초프의 말을 기다렸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소련이 달에 유인 착륙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에 운석에 착륙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미국의 공이 컸죠.”
확실히 납득할 수 있는 이유였다.
“물론, 경험이 없다고 해서 못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 회장님을 달나라로 보냈다가 무언가 사건이 터지게 되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겁니다. 미국에서는 소련이 최 회장님을 암살했다고 주장할 것이고, 우리는 진짜로 아니라고 반박할 수밖에 없겠죠.”
고르바초프는 확실히 판단력이 뛰어났다.
“1차 세계 대전이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죽음으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아마, 최 회장님이 달나라 여행을 떠나다가 사망하게 될 경우, 우리 소련은 감당할 수 없는 미국의 압박을 받게 될 겁니다.”
그나마 지금 소련이 미국의 압박에서 버틸 수 있는 이유.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운석 때문이었다.
운석으로 인해서 미국과 소련이 운석을 막기 위한 합작 프로젝트를 열었으니까.
더불어서 지금 소련을 지나치게 압박하면, 전염병에 걸린 소련 인민들이 소련 밖으로 쏟아져나올 것이라는 국제적인 공포로 인해 미국은 예전과 같은 압박을 넣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레이건이 거스터의 말을 듣고 소련에 ‘개인적인 유화 정책’을 쓰고 있는 덕도 컸지만.
“확실히 납득 가능한 이유네요.”
윤기의 말에 고르바초프가 대안을 내어놓았다.
“달나라 대신 우주정거장은 어떻습니까?”
고르바초프가 말하는 우주정거장은 2010년대에 존재하는 우주정거장이 아닌, 소련의 자체적인 우주정거장 ‘살류트’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주정거장 말인가요?”
윤기의 반문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실, 달나라 여행은 최 회장님의 재력으로는 불가능할 겁니다. 미국의 아폴로 계획에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1,500억 달러 정도입니다.”
“헉!”
윤기는 깜짝 놀랐다.
1,500억 달러라니.
1986년에 1,500억 달러라면, 무려 129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의 윤기라면 어떻게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될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도저히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뭐, 사실 달나라 여행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애초에 윤기가 목적했던 것은 우주정거장 여행.
하지만, 우주정거장 여행을 먼저 꺼내면 점잖게 거절당할 것 같아서 달나라 여행이라는 블러핑을 한 번 친 것이었다.
덕분에 고르바초프는 우주정거장이라는 대안을 내어놓았고, 윤기는 모르는 척 고르바초프의 말에 맞춰 주고 있었다.
물론, 아폴로 계획에 들어간 비용이 1,500억 달러라는 것은 진짜로 몰랐지만.
“놀라셨죠? 미국이 10년간 아폴로 계획에 투자한 돈이 그 정도라는 이야기이지만, 한 번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비용도 그야말로 어마어마할 겁니다.”
“확실히, 엄청나네요…….”
“반면 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내는 비용은 상대적으로 대단히 저렴합니다. 그리고 안전하기도 하고요. 우리 소련이 여러 번 우주정거장에 사람을 보내고, 또 거기서 생활도 하고 있으니, 안정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면,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고르바초프는 솔직하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확답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정치국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나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아마 통과될 겁니다.”
고르바초프는 왼손으로 3, 오른손으로 5를 만들었다.
3억 5천만 달러.
슈퍼 채권자에게 대들 정치국 인원은 없다는 고르바초프의 유머러스한 농담이었다.
* * *
“소유스 우주선을 사용하게 해 달라고요? 그것도 신혼여행용으로?”
정치국 사람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고르바초프를 향해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세상에……. 우주선을 그런 용도로 사용할 생각을 하다니. 그 아이의 생각을 도저히 알 길이 없군요. 저번에는 3억 5천만 달러를 흔쾌히 우리를 위해 쾌척하더니…….”
정치국 멤버 중 한 명인 유리의 말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긴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받아들이기 쉬운 인물도 없습니다. 한 말은 지키고, 하고자 하는 의도도 명확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고르바초프의 말 역시 정치국 사람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데는 충분했다.
“그건 그렇지요. 자신이 하는 행동은 자본주의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데, 소유하고 있는 기업이 하는 행동은 자본주의와는 뭔가 좀 달라요. 서민들에게 그렇게 친절한 자본주의는 처음 봤습니다.”
현재 70대 중반의 나이인 로마노프 유리는 정치국에서 발언권이 있었으며, 또한 고르바초프에게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윤기를 향한 평가 역시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물론, 3억 5천만 달러도 컸지만.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약 최 회장이 우주선의 기술을 달라고 했으면 고민 좀 했겠지만, 신혼여행을 위해 우주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니, 저도 참 결정하기가 힘들더군요.”
고르바초프의 말에 정치국 사람들은 저마다 웃음 혹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혼여행으로 우주정거장이라……. 솔직히 말해서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서기장의 말을 들으니, 어쩐지 부럽기도 하군요. 하지만…….”
유리는 일부러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비용은 어떻게 할 예정이랍니까? 현재 우리 소련은 예산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소유스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비용 걱정은 없습니다. 들어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지불하겠다고 이미 이야기를 들은 상황입니다.”
“그 비용이 4천만 달러를 넘어가는 데도 말입니까?”
“3억 5천만 달러를 당연하다는 듯이 빌려주는 사람인데, 4천만 달러쯤이야 충분히 지불하겠지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이는 우리의 부채를 탕감하는 데에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고르바초프의 말에 정치국 사람들이 다시 쓴웃음을 지었고, 이를 본 고르바초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비용을 최 회장이 대준다는 조건이라면 우리로서는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로켓 발사 한 번으로 얻는 기초과학 지식을 생각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 정치국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로켓을 발사할 때 드는 비용도 많지만, 그만큼 얻는 이득도 컸으니까.
“흐음, 비용 문제는 해결된 것 같은데. 외교적인 문제는 상관없겠습니까?”
유리의 말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발사가 실패한다면 모르겠지만, 83년 이후 소유스 우주선의 성공률은 100퍼센트입니다. 따라서 실패에 관한 생각은 안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시비를 걸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재차 이어진 질문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저었다.
“미국이 우리에게 시비를 걸진 않을 겁니다. 오히려 최 회장 쪽에게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겠죠.”
이날, 소련 정치국에서 윤기의 우주여행에 대해서 허가를 의결한 후, 실제로 미국은 윤기 쪽에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이건이 거스터에게 하는 쪽이었지만.
* * *
“손녀사위분이 소련 우주선을 통해서 신혼여행을 한다는 이야기가 들어왔는데 말입니다……?”
미묘하게 말꼬리를 올리는 모습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기분이 영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하지만, 로널드 레이건 앞에 선 거스터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로 답했다.
“예, 맞습니다.”
“어째서 소련인 겁니까? 우주 기술은 우리가 더 뛰어난데? 도대체, 왜?”
대단히 서운해하는 로널드 레이건의 말에 거스터는 입맛을 다시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비싸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