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서운한 미국 (2)
“예?”
순간, 로널드 레이건은 벙찐 표정을 지으며 거스터를 바라보았다.
“비싸서 말입니다. 우리가 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각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당장, 두 대의 우주선을 운석으로 보내는 데 5억 달러가 들었다.
그나마도 한 대는 원래 퇴역했어야 할 우주선을 보낸 거라서 비용 처리를 안 해 5억이었으니, 사실상 한 대에 5억 달러.
이는 아무리 윤기라고 해도 낼 만한 액수가 아니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한데…….”
순식간에 납득한 레이건은 말꼬리를 흐렸다.
“제 손녀사위를 조금 더 신뢰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 손녀사위의 계획대로 현재 각하의 지지율이 상당히 올랐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도 높은 레이건의 지지율이었지만, 평화적인 방법으로 소련을 찍어 눌렀다는 점에서 더욱 막강한 지지율을 얻고 있었다.
물론, 원래 역사에서도 고르바초프가 취임한 이후에 레이건은 소련에 대해 상당한 유화 정책을 펼치게 된다.
왜냐하면, 고르바초프는 대단히 개혁적이며 개방적인 정치인이었기에, 로널드 레이건과 말이 잘 통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1986년.
로널드 레이건과 고르바초프가 서로 만나서 ‘말이 통한다’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윤기’라는 중간다리가 생겨 버린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이 소련에 대해 가진 ‘공식적인’ 스탠스는 아직 ‘강압적’이었다.
“그건……, 그렇지요.”
수긍하는 로널드 레이건을 향해 거스터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제 손녀사위가 미국을 배신했다면, 저는 가차 없이 손녀사위를 버렸을 겁니다. 하지만, 제 손녀사위가 미국을 배신했다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각하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실제로 레이건은 윤기가 소련에 진출하기가 무섭게 CIA의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주변을 훑었다.
그 결과, 혐의점은 제로.
물론, 윤기가 CIA의 수장과 연줄이 있다고는 하지만, 진짜로 혐의점이 없었기에 보고서에는 레이건이 의심할 만한 문장, 아니 단어 하나조차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건 저도 잘 알지요. 하아, 우리 미국은 왜 소유스 우주선 같은 것을 개발 못 해서…….”
못내 아쉬워하는 레이건의 독백.
물론,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은 미국의 우주선이 수십 배 이상이었지만, 개인이 단발성으로 사용하기에는 소련이 훨씬 싼 것이 사실이었다.
“제 손녀사위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실리를 따지는 감이 있습니다. 각하께서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거스터의 말에 레이건은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상대는 아직도 미국 군인들의 충성을 받는 데다가 명예훈장을 가지고 있는 자.
굳이 건드려서 좋을 일이 절대로 없었다.
“제가 좀 화급하게 말한 부분에 있어서 사과를 드리겠습니다. 결코, 나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아닙니다. 각하의 그런 모습이야말로 현재 미국이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아니겠습니까? 각하는 누구의 눈치도 봐서는 안 됩니다.”
적절한 거스터의 아부에 레이건의 심기가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돌아왔다.
그렇기에 레이건은 조금은 거스터를 위한 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최윤기 군이 나에게 줄을 댄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겠죠? 저번에는 워낙 기뻐서 별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저에게 줄을 대는 이유로는 너무 약하더군요.”
거스터는 변명하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대신 미국인이라 가능한 아부가 이어졌다.
“그것은 바로 제 손녀사위가 스스로를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윤기 군은 한국인 아닙니까?”
거스터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반대되는 말을 했다.
“제 손녀사위는 자신이 한국인인 것을 자랑스러워하지만, 동시에 미국의 국민이기도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콜슨 준장이 자신의 외할아버지이니까요. 그리고, 이건 극비입니다만, 와이케이 그룹은 JD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와이케이 그룹이 JD의 군사 정권과 긴밀한 관계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항 아닙니까?”
거스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분명 긴밀한 관계인 것은 맞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유지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각하께서도 이미 보고를 받으셨겠지만, 이번에 한국의 대영그룹이 박살 나지 않았습니까?”
“아, 그건 저도 확인했습니다.”
레이건이 고개를 끄덕이자 거스터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이란 나라는 그런 나라입니다. JD의 심기가 거슬리면 그대로 기업을 박살 내 버리죠. 와이케이 그룹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JD의 옆에 붙은 것일 뿐입니다.”
“으으음, 확실히 그렇기는 하군요.”
“예전에 제가 와이케이는 소련의 자본주의화에 대한 공을 각하한테 돌릴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지 않습니까?”
“아, 그렇죠……, 그렇죠……!”
레이건은 거스터의 말에 제대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와이케이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거스터가 말하지 않아도 추론해 낼 수 있었다.
“그 대가가 혹시 안전입니까?”
거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흐음…….”
지금 거스터가 한 말은 JD에게 알려지면 대단히 위험한 정보들.
하지만, 윤기는 거스터에게 이러한 정보를 레이건으로 한정해서 흘릴 것을 부탁했다.
왜냐하면, 필요한 일이었으니까.
[레이건 각하한테 이 말을 흘리라고? 위험할 텐데?]인생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죠.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어요.>
위험한 일이었지만, 최종적으로 옳은 선택이 되었다.
왜냐하면, 레이건의 뇌리에 ‘윤기’라는 이름이 긍정적으로 그리고 확실하게 박혔으니까.
단순히 대(對)소련 정책의 이용물이 아니라, 자신에게 충성하는 하나의 신하로 인식된 것이다.
물론, 윤기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현재 제 손녀사위는 소련에서 하는 사업의 원자재를 미국에서 수급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살짝 화제를 비튼 거스터의 말에 레이건이 관심을 보였다.
“예. 현재 미국은 1차 산업품의 생산량이 너무나도 많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소련에 팔지는 못했죠.”
레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지요.”
“하지만, 소련이 자본주의를 향해 달려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렇습니다.”
“추후, 제 손녀사위가 이런 말을 하는 거죠. ‘로널드 레이건 각하의 허락과 협조가 있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다’라고 말이죠.”
“과연……!”
레이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 있는 격.
그렇기에 레이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제 손녀사위는 자신이 허튼짓을 하면 어떻게 될지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최윤기 군이 이상한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안건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혹시 소련의 서기장인 고르바초프에게 원하는 정책적 내용이 있으십니까? 제가 손녀사위에게 그 말을 전달한다면, 물밑 작업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게끔 하겠습니다. 그리고 각하께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거죠.”
“호오…….”
상당히 위험할 수 있었던 윤기의 소련 진출.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패권주의 대통령이자 역대 1위 대통령인 레이건의 당당한 허가를 받게 되었다.
* * *
“야 이, 개 같은 놈아!”
메릴의 입에서 상상하기 힘든 입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시작된 전력 질주.
잠시 뒤, 메릴은 윤기를 향해 드롭킥을 날리는 데 성공했고, 윤기는 때아닌 드롭킥에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커헉!”
호텔을 데굴데굴 구르는 윤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애처로웠지만, 메릴은 그런 윤기를 쉽게 용서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얼마나! 걱정! 했는지! 알아?!”
말과 동시에 윤기의 몸 위로 쏟아지는 구둣발 세례.
그동안 못 봤던 한을 풀겠다는 듯, 메릴은 말 그대로 윤기를 아주 잘근잘근 밟고 있었다.
“메, 메릴! 그, 그만!”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대로 반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윤기는 지은 죄가 있었기에 메릴의 발길질 세례를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우효~, 업계 포상!>
그렇게 한참 후.
메릴은 발길질을 멈추고, 대신 눈물을 글썽거렸다.
“내가……,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미안…….”
윤기는 변명하기보다 그냥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사실, 엄살을 피우긴 했지만, 많이 단련한 윤기에게 있어서 메릴의 발길질은 가려운 수준이었으니까.
“왜 하필 소련이냐고! 할아버지는 소련을 가는 것은 죽어도 안 된다고 하지, 따로 들어오려고 해도 할아버지가 손을 써서 출국 허가가 안 나지. 밀항을 하려고 해도 보디가드들이 주변에 24시간 붙어 있어서 할 수도 없지! 그리고 미국에 들어왔으면서 나한테 연락 한 번을 안 해?!”
윤기의 품에 안긴 메릴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미안해…….”
“그리고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는 데 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건데! 어차피 죽을 거라면, 죽을 때 함께 있는 게 맞잖아!”
윤기 입장에서는 ‘해결해야 할 일’이었지만, 메릴 입장에서는 말 그대로 ‘지구 최후의 날’이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을 수 없다니.
그야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겠지.
“미안, 다음부터는 절대로 안 그럴게. 나는 단지, 메릴이라도 조금 더 오래 살았으면 했어. 나보다 네 시간 더 많은 시간이더라도…….”
선의의 거짓말.
하지만, 딱히 효과가 있지는 않았다.
“으갸아아아악!”
메릴이 윤기의 허벅지를 있는 대로 꼬집었기 때문에, 윤기는 진심 어린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최소한 나한테도 선택권을 달라고!”
눈물을 줄줄 흘리는 메릴을 향해 윤기가 비명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럴게! 그럴게! 그러니까……!”
때리는 건 아프지 않았는데 꼬집는 것은 너무나도 아팠다.
하지만, 신체가 아픈 것과는 별도로 윤기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너 마조였냐?>
학대당하는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성적인 용어.
그렇기에 윤기는 최덕배가 있는 곳을 향해 으르렁거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
‘메릴이 진짜 나를 사랑하긴 하는구나.’
여러 번 확인한 것이지만,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은 것.
그렇기에 윤기는 필살기를 쓰기로 작정했다.
그것은 바로 메릴을 향해 얼굴을 가져다 대는 것.
“뭐 하는 거야!”
메릴이 밀어냈지만, 윤기는 다시 메릴의 얼굴을 향해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뭐 하는 거냐니까!”
다시 윤기를 밀어내는 메릴이었지만, 그 손에는 힘이 부족했다.
“아이, 참…….”
결국, 메릴과 윤기의 얼굴이 겹쳐졌다.
‘옛날에 TV에서 본 게 이렇게 쓰이네.’
여자친구가 화났을 때는 키스를 하라는 팁.
노가다 시절에 봤을 때는 ‘내가 알 필요가 있는 내용인가?’ 싶었지만, 지금 삶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쓸 만한 팁이 되었다.
“하아아…….”
하나가 되었던 얼굴들이 다시 둘로 나뉘자, 메릴은 자신도 모르게 긴 숨을 토해냈고, 윤기는 그런 메릴을 향해 다시 얼굴을 갖다 댔다.
“읏…….”
가볍게 새어 나오는 메릴의 목소리를 끝으로 약간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뒤.
“진짜……, 너는…….”
얼굴이 잔뜩 빨개진 메릴은 더 이상 윤기를 향해 화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늘, 내가 메릴을 부른 이유는 세 가지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야.”
윤기는 메릴과 똑같은 입술 색깔을 가지게 된 채로 입을 열었다.
“세 가지 소식?”
“응. 하나는 이거야.”
윤기는 호텔의 TV를 켰다.
그러자 곧바로 뉴스가 보였고, 동시에 헤드라인이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 상장. 시작부터 시가 총액 20억 달러 돌파!]놀랍게도, 월 스트리트의 예측을 시작부터 돌파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