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폼 나게 돈 쓰는 법 (1)
‘저렇게 되면 얼마 후에 바로 액면 분할을 해야겠는데?’
주식은 한 주당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한 주를 두 주로 나누는 대신에 가격 역시 절반으로 낮춘다.
물론, 해당 주식의 선호도에 따라 절반으로 낮췄는데도 가격은 절반보다 높아질 수도 있고, 낮아질 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작 상황을 보면 ‘액면 분할’을 통해 주식 숫자를 늘리는 게 맞았다.
“저게, 왜?”
메릴의 시큰둥한 반응에 윤기는 잠시 딴 길로 샜던 생각을 다시 원래대로 돌렸다.
“아, 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주주거든. 총 주식의 35퍼센트를 가지고 있어.”
“그렇구나.”
역시나 시큰둥한 반응.
“안 놀라워?”
“어……, 놀라야 해……?”
진짜로 영문을 잘 모르겠다는 듯한 메릴의 반응에 윤기는 조금 당황해 버렸다.
“음……. 내가 이제 확실하게 세계적인 재벌이 되었다는 신호탄이거든.”
사실 유전만으로도 나름대로 세계적인 재벌 끄트머리에 있게 되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을 가지게 된 이상, 이제는 확실하게 세계적인 재벌이라고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메릴은 그제야 이해한 듯 윤기를 축하해 주었다.
“진짜? 축하해!”
하지만, 윤기는 느꼈다.
메릴이 지금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솔직하게 말해 줘. 별로 감흥 없지?”
씨익 웃는 윤기의 말에 메릴이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저거 없어도 네가 충분히 차고 넘칠 정도로 부자라서…….”
‘확실히 메릴은 돈 욕심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구나.’
돈이라는 것은 어느 수준까지 가게 되면 평생 써도 부족하지 않은 돈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의 돈을 자신이 모두 끌어안으려고 한다.
그게 바로 부의 양극화가 발현되는 이유.
메릴은 이러한 부분에서 다수가 아닌 소수 쪽이었던 것이다.
물론, 윤기도 메릴과 비슷한 쪽이기는 하다.
세상의 돈을 끌어모으려는 이유가 일반적인 부자들과 달랐으니까.
“나름대로 기쁜 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을 잘못한 거 같네.”
“미, 미안……. 내가 눈치가 없어서…….”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메릴을 향해 윤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메릴한테 로봇 장난감을 선물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한 거지. 그런 의미에서, 내가 다른 걸 선물해 줄게.”
“선물? 진짜?”
메릴은 눈을 반짝이며 윤기를 바라보았다.
“응. 우리 이제 약혼이 아니라, 진짜로 결혼하자. 여름 안에.”
순간 메릴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메릴?”
윤기가 메릴의 볼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자, 그제야 메릴의 동공에 힘이 돌아왔다.
“진짜……?”
“응. 나 이제 한국 법으로 결혼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거든. 서로 좋아하는데, 굳이 좋은 시일을 잡을 필요가 없잖아?”
여기까지만 보면 거창한 이벤트도 없는 결혼 선언.
하지만, 메릴은 환히 웃으며 기뻐했다. 아니,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고 있었다.
약혼과 결혼은 천지 차이.
그렇기에 메릴은 윤기의 양손을 자신의 작은 양손으로 감싸 쥐고는 자신의 가슴을 향해 끌어당겼다.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어…….”
“나도야.”
둘은 한동안 포옹했다.
“아, 그런데 세 가지라고 하지 않았어?”
메릴의 말에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다른 하나는 우리 신혼여행 이야기야.”
“아이, 참. 벌써…….”
얼굴에 홍조가 뜬 메릴이 부끄러워하고 있을 때, 윤기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주로 갈 생각인데, 어때?”
“응?”
신혼여행을 우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 볼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메릴도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머리를 흔들었다.
“스페인을 말한 거지?”
우주는 영어로 스페이스.
그렇기에 메릴은 가장 가까운 단어를 떠올렸다.
“아니, 우주로 갈 거야. 스.페.이.스. 지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장소로 가자구.”
“……그게 가능해?”
쉬이 믿지 못하는 메릴을 향해 윤기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
마치, 공주의 손을 붙잡는 왕자처럼.
“달나라로 모시겠습니다, 공주님.”
마침내, 메릴은 윤기가 농담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환하게 웃었다.
* * *
“우리 손주가 드디어 결혼을 하는구나!”
최기현은 환한 웃음과 함께 윤기를 들어 올리려고 했다.
“으윽!”
최기현도 이제는 꽤 고령.
거스터보다는 아직 나이가 어렸지만, 이 시대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충분히 살 만큼 살았다는 소리를 들어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할아버지, 이제 제가 너무 컸어요.”
쓴웃음을 짓는 윤기의 말에 최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구나. 으음…….”
못내 아쉬워하는 최기현을 향해 윤기가 말했다.
“그래도 증손주는 들어 올리셔야죠?”
“흐흐흐, 그래. 증손주 볼 때까지는 살아야지. 그래도 네가 일찍 결혼을 해서 증손주 얼굴은 보고 죽겠구나.”
“죽는단 말씀은 하지 마세요…….”
윤기가 슬픈 표정을 지었지만, 최기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 정도면 이제 호상이라고 부를 정도는 되지 않겠냐? 솔직히 우리 집안 사람 중에 장수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들었는데, 나 정도면 충분히 장수한 거야.”
실제로 최기현은 원래 역사에서 상당히 단명한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 역사에서는 윤기가 18살이 되었음에도 나름대로 정정한 편.
물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노인성 질환 자체는 좀 겪고 있었지만, 적어도 거동과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서 불편을 겪고 있지는 않았다.
“…….”
윤기가 대답하지 못하자, 최기현이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모든 사람은 죽기 마련이란다. 죽기 때문에 살아 있는 동안 치열하게 살려고 하는 것이지. 그래서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되는 게야. 갈 사람은 가고, 남아있는 사람은 또 열심히 사는 것. 그게 세상 아니겠느냐?”
최기현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나는 너의 선택을 존중한단다. 아니, 너를 통해서 알게 되었지. 모든 사람들이 노력하고 싶어 하는 사회. 일반적인 자본주의는 극한의 빈부격차로 결국 사람들이 노력을 포기하게 만들지만, ‘너의 자본주의’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난 믿는단다.”
“할아버지…….”
윤기는 눈물을 글썽거렸다.
노가다 시절 단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가족의 사랑.
그리고 새로운 삶을 얻고 나서 경험한 할아버지의 끔찍한 손주 사랑.
그렇기에 윤기는 할아버지가 없는 삶을 정말로 상상하기가 싫었다.
“악-!”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윤기.
그 이유는 메릴이 옆구리를 꼬집었기 때문이었다.
“왜, 왜, 그래……!”
옆구리를 만지며 눈물을 찔끔 흘리는 윤기를 향해 메릴이 쯧쯧거리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할아버님 마음이 편하시겠어?”
“그래, 우리 손주며느리가 좋은 말을 하는구나.”
껄껄 웃는 최기현의 모습에 윤기는 확실히 자신이 자기 감정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죄송해요…….”
“아니다. 네가 만약 ‘맞아요, 호상이죠!’라고 했으면 그건 그거대로 서운했을걸? 그래서 사람끼리의 교류라는 게 어려운 거지. 그런 의미에서 너희 둘은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구나. 서로를 잘 도와줄 수 있으니까.”
최기현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윤기와 메릴을 바라보았다.
“참, 결혼식은 어떻게 할 생각이냐?”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예비부부의 현실적인 문제가 거론되자, 윤기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마, 한국에서 한 번, 미국에서 한 번 하게 될 것 같아요.”
“하긴, 그렇게 할 수밖에 없겠지.”
“사실 결혼식을 하고 싶은 생각은 저도 메릴도 별로 없지만, 아무래도 어르신들이 그렇지 않으니까요.”
살면서 결혼식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부모님이 사회적으로 축의금을 많이 뿌리고 다녔을 경우.
이 경우에는 ‘환급’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해야만 한다.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경제학적으로 멍청한 행동이니까.
반면, 환급받을 금액이 적은 경우, 사실상 결혼식을 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물론, 결혼하는 당사자들이 결혼식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하면 된다.
하지만, 가난한 데다가 축의금 들어올 곳도 없는데 자식들에게 결혼식을 강요한다면 자식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윤기는 결혼식에 있어서 집안 어른의 의중을 먼저 살핀 것이다.
“그리고 보니 손주며늘아가는 괜찮느냐?”
메릴은 기본적으로 대인공포증.
모델 생활을 하면서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느낌은 남아 있었기에 최기현 역시 조심스러웠다.
“어……, 저는 미국에서는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한국에서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미국에서만 하고 한국에서만 안 하는 것도 좀…… 그러니까요.”
안색이 살짝 파리해진 메릴이었지만,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는지 목소리가 크게 떨리지는 않았다.
“너무 힘들다고 생각된다면 말하거라. 어차피 내가 지금까지 낸 축의금을 다 합쳐도 윤기가 가진 돈에 비하면 별거 아니니까.”
“고맙습니다.”
장난기 섞인 최기현의 말에 메릴은 그래도 안정이 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나는 너희들 결혼식보다도 이게 더 대단하게 느껴지는구나. 윤기야, 넌 정말로 관심종자야, 관심종자.”
껄껄 웃는 최기현의 손에는 오늘의 조간신문이 들려 있었다.
[세계 최초의 우주 여행객, 한국에서 탄생하다!]* * *
우주여행.
당장, 일반적인 해외여행도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주여행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메릴 역시 소련에 입국해서 우주여행을 위한 훈련을 받아야만 했다.
우주비행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어느 정도는 받아놔야 만의 하나의 사태에서 대처할 수가 있으니까.
물론, 메릴의 소련 입국에 대해서 거스터가 처음에는 꽤 반대했지만, 이내 메릴이 이겼다.
[자꾸 반대하면, 미국에서 결혼식 안 할 거예요!]메릴 입장에서 미국에서의 결혼식은 거스터에게 꽤 양보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거스터는 어쩔 수 없이 져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시작된 훈련.
소련 항공우주국에서 근무하는, 이번 훈련 담당자인 세르게이가 윤기와 메릴을 향해 이야기했다.
“일단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술한 병력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자 메릴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저…… 맹장 수술을 한 적이 있는데요……?”
“언제요?”
“7살에요.”
“그러면 문제 없습니다. 1년만 지나면 되거든요.”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메릴이 귀여웠기에, 윤기는 그런 메릴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너무 염려하지 마. 내가 옆에 있잖아.”
“아이, 참……. ‘그건’ 좀 이따가…….”
‘이따가? 이따가아? 이따가아아아?!’
둘의 염장 지르는 모습에 환장할 것 같았던 세르게이는 속으로만 고함을 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충치는 있으신가요?”
메릴은 고개를 저었다.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신체적 특성은 어디 보자…….”
세르게이는 메릴의 키와 앉은키, 그리고 발 사이즈를 측정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결격 사유가 없네요. 환영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세르게이가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우주여행에는 수많은 결격 사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가장 큰 결격 사유는 역시 ‘돈’.
하지만, 모든 것이 해결된 윤기와 메릴은 그야말로 즐겁게 우주여행을 위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윤기는 메릴과 함께 이 상황을 즐기기 위해 받는 것이었지만.
비록 쉽지는 않지만, 지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엄청난 기회.
그렇기에 둘은 마치 지금을 신혼여행처럼 느꼈다.
“우리 신혼여행 가서도 이렇게 무중력 상태로 있는 거야?”
메릴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렇대.”
“그러면…….”
메릴의 얼굴에 홍조가 떠올랐고, 그게 무슨 뜻인지 이해한 윤기 역시 웃음을 지었다.
“흠! 흠!”
세계 최고의 염장질을 옆에서 봐야만 하는 세르게이.
하지만, 고르바초프에게서 ‘그 모든 임무보다 둘을 우선시하라’라는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흑흑…….’
속으로 구슬픈 울음을 흘리며 세르게이가 고생하는 동안, 어느새 미국에서는 대규모 병력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