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폼 나게 돈 쓰는 법 (3)
최덕배, 존슨, 꺼벙이.
이중 가장 활용성이 높은 것은 당연히 최덕배였지만, 대기만성형인 귀신은 다름 아닌 꺼벙이였다.
이유는 다름 아닌 기술.
꺼벙이는 컴퓨터를 비롯한 기계에 관심이 대단히 많았기 때문에, 주변에 자신이 모르는 기계가 존재하면 그것을 인식하려는 경향이 확실히 있었다.
그 결과를 제대로 꽃피운 것이 체르노빌과 핵폭탄 기폭.
물론,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다 못해 성장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꺼벙이는 두 번의 상황에서 제 몫을 하는 데 확실히 성공했다.
다만, 꺼벙이는 윤기와의 거리에 따른 학습 속도의 차이가 확연했기에 윤기는 가능하면 기술이 있는 곳에 ‘꺼벙이는’ 데려가고자 했다.
‘진짜로 안 따라왔겠지?’
안타깝게도 우주에 대추를 지참할 수는 없기에 최덕배가 마음만 먹으면 윤기를 따라갈 수 있기는 했다.
더불어서 언제든지 윤기의 옆에서 나타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최덕배는 윤기를 따라가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래도 경우가 있는 귀신이었으니까.
애초에 존슨과 달리 꺼벙이는 최덕배와 시야 공유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꺼벙이를 통해 본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1분 후, 카운트다운 시작합니다.]기체 내부 방송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에 윤기와 메릴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우주복을 입고 떠나는 신혼여행.
그렇게, 소유스 로켓은 우주정거장을 향해 발사되었다.
쿠우우우웅-!
육중한 소리와 함께 온몸으로 느껴지는 압박감.
하지만,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받았기에, 윤기와 메릴은 아무런 문제 없이 살류트 우주정거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더불어서, 두 사람을 서포트하기 위한 조종사 두 명도.
“이곳이 하루 동안 두 분이 사용하실 공간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시면, 이쪽 버튼을 누르고 말씀해 주세요. 저희가 바로 올 테니까요.”
우주정거장은 대단히 섬세한 공간.
그렇기 때문에, 넓은 공간을 배정받을 수는 없었다.
애초에 살류트 우주정거장 자체가 대단히 작았으니까.
그렇기에, 윤기와 메릴이 공간 하나를 차지하는 만큼, 나머지 우주비행사들은 한 곳에 몰려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불만도 표하지 않았다.
윤기가 소련에서 하는 일이 소련에 대단히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더불어서 윤기가 소유스 로켓을 사적으로 한번 사용한 것으로, 막대한 자금이 소련 항공우주국에 유입되었다.
로켓 발사만으로 쌓이는 데이터.
그것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공우주국 소속의 비행사들에게는 대단한 이득이었다.
“메릴, 저게 지구야.”
둘만 남은 상황 속에서 윤기와 메릴은 우주선 창문을 통해 지구를 바라보았다.
푸르게 빛나는 지구.
“너무……, 아름다워…….”
이것은 사진을 통해 지구를 바라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흥이었다.
‘직접’ 지구를 바라본다는 사실.
그리고 그 지구를 바라보기 위해 투자한 노력과 재화.
옆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렇기에, 윤기와 메릴은 허공에 둥둥 상태로 서로의 손을 깍지끼며 잡았다.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야.”
환한 미소를 지으며 하는 메릴의 말에 윤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윤기가 지구를 이미 본 적 있다는 것은 윤기도 메릴도 알지만, 분위기를 위해서는 선의의 거짓말도 해야 하는 법.
분명 우주선 내부는 대단히 투박했다.
생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을씨년스러운 기계의 집합체.
하지만, 그 이상의 로망이 우주선에 있었다.
‘이, 지구에 대한 풍경만큼은 할아버지도 와서 봤으면 좋았을 뻔했네.’
진짜?>
순간 윤기는 깜짝 놀라, 온몸의 털이 곤두설 뻔했다.
걱정 마, 아직 안 갔으니까. 네가 허락하면 지구만 볼게.>
‘어……, 그러세요.’
얼떨결에 윤기가 허락하자, 최덕배는 곧바로 나타났다.
그것도 우주선 밖에서.
햐, 귀신인 게 이럴 때는 좋네. 우주 밖에서도 떠 있을 수 있으니까.>
창문 밖을 걸어 다니는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순간 ‘부럽다’라는 생각을 했다.
세계 최초 관광 목적으로 우주를 보행하는 귀신, 최덕배.
이따가 상황 보고 알아서 내려갈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도 저번에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별로 구경을 못 했는데, 이참에 구경 좀 제대로 해야지.>
진짜로 우주에 감탄하는 최덕배의 모습에 윤기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어 버렸다.
‘그래, 할아버지 입장에서도 우주는 대단히 신기하겠지.’
24시간이라는 짧은 신혼여행.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역사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어쩐지 땀이 나네…….”
우주정거장에서는 우주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
그렇기에 윤기와 메릴은 간편한 평상복을 입고 있었는데, 메릴이 갑자기 덥다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게.”
윤기는 메릴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메릴의 얼굴에 떠오르는 홍조.
둘은 서로의 양손을 깍지낀 상태로 서로를 잡아당겼다.
24시간.
누군가에겐 길고, 누군가에겐 짧은 시간이었다.
* * *
“어떠셨습니까?”
고르바초프의 말에 윤기가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결혼이라는 건 말이야, 모든 사람들에게 광고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얘들아, 나! 한다!’라고 말이야.>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 최덕배의 말에도 윤기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혼이었으니까.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죠. 솔직히 말해서 편한 시절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시절임에도 신혼 시절은 즐거웠습니다.”
고르바초프의 말은 이어졌다.
“그나마 저는 한국전쟁 이후에 결혼했죠. 저보다 전 세대, 그러니까 세계 대전 시절에도 결혼을 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들도 신혼생활은 행복했겠죠.”
꾸밈없는 미소가 떠오른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 역시 연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신혼을 즐기고 있으신 분을 이렇게 불러들인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은 저와 정사를 논할 때가 아니니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일과 가정을 병행하면 되니까요.”
유감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윤기의 대답에 고르바초프는 안심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러면, 오늘 최 회장님을 모신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지금 생산하고 있는 슬라브멘과 소시지 이후에 어떤 것을 생산하실 계획이십니까?”
현재 고르바초프의 소련은 자본주의를 결심한 상황.
다만, 그 자본주의는 외국계 기업을 한꺼번에 불러들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와이케이 그룹 하나에 의한 자본주의가 되고 있었다.
“현시점에서 많은 것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와이케이는 현재 소련 내부에 많은 공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현재 소련에 있는 공장들로는 슬라브멘의 생산조차도 전부 감당하고 있지 못한 상황.
한국에 있는 공장, 그리고 체르노빌에 있는 공장에서 전력으로 생산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진 못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으음……. 확실히 그렇지요.”
아직도 운석 낙하에 의한 피해를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르바초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일단 와이케이가 해야 할 일은 공장을 증설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공장을 통해서 물건들을 생산해야겠죠. 만약, 와이케이가 식량이 아닌 공산품을 생산한다면…….”
“생산한다면?”
“아마, TV 쪽을 생산하지 않을까요?”
“TV 말입니까?”
고르바초프의 반문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번에 서기장님은 인민들에 대한 정보 공개를 주창하셨죠. 비록, 지금 운석 낙하로 인해서 다시 정보 통제가 되고 있습니다만, 서기장님은 추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다시 해야겠지요.”
신념을 가진 대답에 윤기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TV만큼 정보 전달에 좋은 것이 없습니다.”
“과연…….”
“소련은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대지. 그런 만큼 매일 가정들에 신문을 배달하거나, 관청을 통해 소식을 알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 가정에 TV가 보급된다면, 정보 공개가 그만큼 수월해지겠죠.”
“거기까지 생각해 주시다니…….”
고르바초프는 살짝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최신형 TV를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와이케이는 현재 그 정도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니까요. 더불어서 정보 공개에는 최신형 TV가 필요 없습니다.”
윤기는 말을 이었다.
“어디까지나 우리가 판매할 것은 작은 보급형 TV. 싼 가격의 TV가 모든 가정에 보급되는 것이 와이케이의 목표입니다.”
“저희 역시 돕겠습니다.”
TV 보급의 중요성을 깨달은 고르바초프의 대답에 윤기가 의외의 제안을 꺼냈다.
“그런 의미에서 서기장님이 해 주셔야 할 또 다른 일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인민들에게 민간 기업 설립 자유의 권한을 주십시오.”
* * *
운석 낙하에 대한 피해가 복구될수록 불안해하는 집단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KGB.
대단히 선량한 외모를 소유하고 있는 국장은 그 외모와 달리 상당히 불안한 듯,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기 바빴다.
“젠장……,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국장은 곧바로 태연함을 가장하며, 푸틴을 맞이했다.
“부르셨습니까?”
“오, 어서 오게.”
때는 1986년 9월.
국장은 푸틴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사표 수리를 해 주시려고 부른 것은 아니군요.”
“당연하지. 오늘은 다른 제안을 할 것이 있어서 불렀어.”
푸틴의 사표는 아직도 수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직장인이 사표를 내면 어지간히 수리되는 것이 보통.
그것은 KGB라고 해도 딱히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푸틴만큼은 현재 1년이 넘게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드디어, 때가 왔네.”
“어떤 때 말입니까?”
푸틴의 반문에 국장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더 이상 고르바초프의 폭정을 견딜 수 없어.”
순간, 푸틴은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수긍의 스탠스를 취하기로 했다.
상대는 이미 고르바초프를 ‘폭정’이라고 단정한 상황.
그런 상대에게 반문을 하는 것은 결코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푸틴은 KGB에서 연락책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번 사선을 넘었다.
그때 푸틴을 살린 것은 천재적인 처세술.
그런 만큼, 푸틴은 국장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애썼다.
“확실히……, 현재 서기장의 행보는 기존 소련의 행보와 다릅니다.”
국장은 푸틴이 자신에게 동의했다고 생각했는지 부드러운 어조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서기장은 현재 다른 동지들을 무시하는 행동들을 보이고 있지. 그렇기에 우리 KGB를 비롯한 동지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네.”
“제가 무슨 일을 하면 되는 겁니까?”
“오, 이해해 준 건가?”
국장은 푸틴이 협조적으로 나오자, 지금까지 자신이 잘 대해 준 것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습니다. 제가 휴직을 한 이유가 그것에 있으니까요.”
“고르바초프가 취임하고 나서, 휴직을 한 이유가 있었군……. 그래, 난 자네에게 연락책을 다시 맡기고 싶다네. 이번 ‘혁명’에 있어서 우수한 연락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 거절한다면 죽임을 당하겠지.
그렇기에 푸틴은 혁명이라는 이름의 쿠데타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보였다.
“좋아, 좋아.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까?”
“혹시 괜찮다면, 잠시 집에 다녀와도 될까요? 개인적인 물품들을 좀 가지고 오고 싶어서요.”
“그래? 그거야 당연히 해 줄 수 있지. 물론, 다른 동지들과 함께 가야 하지만 말이야.”
집으로 향하는 푸틴의 뒤로, 두 명의 KGB 요원이 따라붙었다.
‘난감하군…….’
푸틴은 기본적으로 연락책이었기 때문에, 다른 KGB 요원과 비교하면 전투 능력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이 둘을 제압하고 도망칠 자신은 애초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쿠데타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푸틴은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맹렬히 두뇌를 회전시켰다.
‘기적에…… 걸어야 하나?’
푸틴이 우연히 발견한 것.
그것은 윤기가 예전에 만났던 식당에서 식사 중인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