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10월 쿠데타 (2)
빌은 당황한 표정으로, 영상의 나머지 부분을 해독하기 시작했다.
“10월 26일, 오후 8시, 회의, 쿠데타. 내용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쿠데타라니……. 우연 아닐까요?”
빌의 말은 합리적이었다.
우연히 합석하게 된 상대가 쿠데타에 대해 알려온다?
이건 정말, 상식적으로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제 기억은 확실해요. 푸틴은 식사 내내 특정 구간을 중심으로 불규칙한 깜빡임을 반복했으니까요.”
“이걸 식사 내내 반복했다는 말인가요?”
“네, 대단히 힘들었을 거예요. 그래서 많은 단어를 쓰기 어려웠겠죠.”
눈을 깜박이는 것으로 알파벳을 표현한다.
만약 전달해야 하는 정보가 많으면, 그만큼 구간이 길어지는 법이다.
그렇기에, 푸틴은 이 이상의 정보를 전달할 수가 없었다.
“아니, 잠깐만요. 그 눈 깜빡임을 다 외우셨다는 말입니까?”
“네. 대화하다 보니, 푸틴이 필사적으로 눈을 깜빡이더라고요. 그래서 무언가 있나 싶어서 외워 뒀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윤기를 보고, 빌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렸다.
“…….”
“왜요?”
“아뇨,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은 기분이라서…….”
여기까지 말한 빌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게 있습니다. 그 푸틴이라는 자가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이러한 정보를 외부에 알리려고 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회장님에게 이걸 전달했을까요? 실패할 확률이 대단히 높은데?”
“아마, 확률에 건 거겠죠.”
“확률이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푸틴의 뒤에는 특수 요원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따라붙고 있었어요. 그 상황에서 푸틴은 다른 사람에게 이러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불가능했겠죠.”
“그건……, 확실히 그렇습니다.”
“아마 실내에 있을 때도 감시역이 붙었을 테니, 그때도 불가능했겠죠?”
“맞습니다.”
빌은 점점 윤기의 설명에 빠져들었다.
“외부에서 식사하는 정도는 암묵적인 허락을 받았을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외부에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행동을 했다가는 곧바로 그것마저 금지당했겠죠.”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 상황에서 푸틴이 그나마 희망을 걸어 볼 만한 인물. 그게 바로 저였을 거예요. 저는 여건이 되면 외부로 나가서 식사하는 ‘천재’니까요.”
“……자의식 과잉이란 말을 하고 싶은데, 사실을 말하는 거니 그럴 수도 없고. 참으로 갑갑합니다.”
소련에 체류하면서 윤기와 나름 친해진 빌이었기에 살짝 강한 말을 했지만, 윤기는 트집을 잡지 않고 웃었다.
“뭐,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됐잖아요?”
“으음~ 뭐, 그렇긴 합니다. 아무튼, 상황을 정리하자면, 그 푸틴이라는 자는 특수 요원이고, 그자가 소속된 집단이 10월 26일에 쿠데타를 일으켜서 고르바초프를 제거하려고 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까요?”
“아마도 그렇겠죠.”
“……정말 엄청난 일이네요.”
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것도, 고르바초프의 개혁 정부를 향해 쿠데타가 일어난다.
그건 곧 소련이 다시 공산주의로 회귀한다는 말이었고, 지금 소련과 미국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려는 윤기에게 치명타가 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빌.”
“네, 회장님.”
“지금 알게 된 내용은 절대적으로 함구하세요.”
“물론입니다.”
거수경례까지 붙이는 빌의 행동에는 신뢰가 넘쳤다.
‘일단은 고르바초프를 만날 수밖에 없겠네.’
* * *
[푸틴이 KGB가 쿠데타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KGB가 쿠데타를 일으킬 겁니다.] [조만간 쿠데타가 일어날 겁니다.]그 어떤 말을 해도 고르바초프를 무난하게 납득시킬 수는 있을까?
그렇기에 윤기는 아예 그냥 정공법으로 나가기로 작정했다.
“서기장님, 제가 최근에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특이한 일을 겪었어요.”
“그렇습니까?”
오늘 고르바초프와의 만남은 일종의 오찬회.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가벼운 흥미를 느끼며 윤기의 말을 경청했다.
“예전에 제가 식당에서 사람들에게 식사를 대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봤던 사람을 또 만났거든요.”
“호오, 가벼운 우연이군요.”
“그렇죠. 그런데,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었죠.”
“무엇입니까?”
특이한 일이란 말에 고르바초프가 조금 더 깊은 흥미를 느꼈다.
“그 사람이 뒤에 좀 이상한 두 명을 데리고 다니더라고요. 제 경호원의 말로는 고도의 전투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고도의 전투 훈련이요……?”
고르바초프는 순간 군인을 떠올렸다.
하지만, 군인 두 명을 경호원으로 데리고 다닐 만한 사람이 최근에 윤기가 식사할 만한 지역에 있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지금 군인들은 죄다 재해 복구 혹은 국경 경계에 투입되는 상황이었으니까.
‘휴가를 나왔다고 한다면, 군인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개인적인 경호원을 쓴 건가?’
고르바초프는 약간의 의아함과 함께 윤기에게 물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십니까?”
“아, 기억합니다.”
윤기는 푸틴의 생김새를 고르바초프에게 알려 주었다.
“흐음, 그렇다면 그를 따라온 두 명은요?”
“아, 그 사람들도 기억해요.”
고르바초프는 셋의 생김새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에도 짐작 가는 사람이 없었다.
정부 소속도 아니고, 군인 소속도 아닌 사람.
그렇다면, 남은 건 자신조차도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는 말하기 힘든 집단밖에 없다.
그것은 바로 KGB.
‘KGB라면 가능성이 있긴 한데……. 뭐, 오히려 KGB라서 가볍게 식사를 나눌 수도 있나? 아니면, KGB가 최 회장에게 접촉하려는 건가?’
고르바초프의 사고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을 때, 윤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서기장님,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닙니다.”
“네?”
“저하고 식사를 하던 남자의 눈이 이상할 정도로 깜빡이더군요.”
“이상할 정도로 깜빡거렸다고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르바초프를 향해 비디오카메라를 건넸다.
“그 카메라에 있는 영상을 한번 봐주시겠어요?”
영상 속에서 윤기가 눈을 깜빡이는 모습.
“그 영상에 있는 대로 상대가 눈을 계속 깜빡이더군요. 그걸 제 경호원들에게 물어보니 모스부호라고 했습니다. 내용은 10월 26일에 정치국 회의에서 쿠데타가 일어날 거라더군요.”
“흡!”
순간, 고르바초프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저도 솔직히 말씀드리기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식사 중에 상대가 너무 이상할 정도로 눈을 깜빡여서 확인해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온 터라……. 말씀을 안 드리기에는 찝찝해서 일단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갑자기 일정이 있던 게 생각나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아, 물론이죠.”
고르바초프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자신의 개인 집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었다.
* * *
‘머리가 아프군.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
알고 있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결론을 내려야 하는 건 그야말로 머리가 깨지는 일이다.
현재 고르바초프가 겪고 있는 일.
‘최 회장의 말이 거짓이라면? 그런데 거짓을 말해서 얻을 이익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얻을 이익이 없었다.
만약, 쿠데타를 일으키는 중핵이라면 이런 사실을 알려서 좋을 것이 없었다.
자작극 역시 불가능.
쿠데타가 끝나고 나면 대대적인 조사가 들어가고 관련자들을 처벌할 텐데, 쿠데타 자체를 연기한 녀석들은 반드시 총살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될 경우, 지목될 사람은?
당연히 계획의 입안자인데, 그들을 수사하고, 처벌하다 보면 반드시 수뇌부가 지목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작극이 아니고, 적의 중핵도 아니라면…… 이 정보가 진짜라고 봐야 한다는 건데. 만약 그냥 장난이라면?’
그렇게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희박한 확률.
아무리 생각해도, 장난식으로 이런 정보를 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CIA의 자작극? 아니, 이것 역시 자작극이잖아?’
만약, 윤기가 CIA의 끄나풀이라 하더라도, 자작극이라면 반드시 쿠데타가 실패해야 했고, 이후 시나리오는 방금 생각한 것과 똑같이 관련자의 색출이었다.
만약, 자작극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쿠데타가 성공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그것도 불가능했다.
‘내가 와이케이에 특혜를 주고 있는데 나를 제거한다고? 그거야말로 진짜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더군다나 최 회장님은 지금까지 나에게 엄청난 투자를 했어, 이 상황에서 쿠데타를 일으킬 이유 따위는 1퍼센트도 없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윤기가 가져온 정보가 설득력이 있었기에 고르바초프는 일단, 정보가 사실이라고 상정했다.
‘10월 26일 정치국 회의에서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그럼, 어디에 보호를 요청해야 하지?’
도대체, KGB 요원이 왜 윤기에게 쿠데타 사실을 알려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KGB가 배후일 거라는 생각을 조금씩 강하게 하고 있었다.
‘KGB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보고를 받긴 받았었는데, 설마 쿠데타까지 계획하고 있었나…….’
KGB는 단순한 소련의 첩보 기관이 아니다.
‘세계의 적화’라는 확실한 이념적 명분을 가지고 세워진 첩보 기관.
그렇기에 소련의 정치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자본주의화를 추진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KGB 국장의 그래선 안 된다는 안건을 매번 거절했다.
이것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현재 가장 쿠데타 가능성이 큰 곳은 당연히 KGB였다.
‘문제는, 정확히 누가 관여하고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잖아.’
일단 추측이지만, KGB는 확실히 관여하고 있다.
그리고, KGB가 관여하고 있다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소련 정치에 깊게 개입하고 있는 정보 단체가 바로 KGB.
그런 만큼, 당장 정치국에도 가담한 자가 있을지도 몰랐다.
‘설사 당일에 보호를 요청한다고 해도, 날짜가 뒤로 미뤄질 뿐이겠지.’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하는 자들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불안에 떨며 살아야 했다.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계속 고심에 잠기다가 결국, 가장 안전하면서도 가장 하기 싫은 선택지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최 회장님과 약속을 잡도록.”
* * *
윤기를 다시 만난 고르바초프는 주변 사람들을 다 물렸다.
“최 회장님, CIA와 다리를 놔 주십시오.”
“CIA를요?”
“예. 윤기 님의 연줄이라면 능히 다리를 놔 주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10월 26일의 쿠데타 해결을 CIA에 의뢰하겠습니다.”
“으음…… 그건, 어찌 보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서기장님의 기틀이 흔들릴지도 모르는데…….”
윤기가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자, 고르바초프는 조금 더 안심하며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습니다. KGB가 가담한 이상, 믿을 만한 정보 단체가 없습니다. 무력 단체 역시 마찬가지죠. 그럴 바에야 차라리, 26일에 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게 놔두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잡는 거죠.”
“으음…….”
고르바초프는 다소 절박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련에 CIA 관계자가 이미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겁니다. 반대 역시 마찬가지니까요. 저는 소련의 자본주의를 희망하는 인물. 그러니,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분명 승인할 겁니다. 단지 제가 직접 움직여서 요청하면 KGB가 모를 리 없으니, 최 회장님에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각오했습니다.”
결연한 고르바초프의 표정을 확인한 윤기는 자리를 떠나자마자 거스터에게 연락을 날렸다.
* * *
“소련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려 한다고요?”
굉장히 당황한 표정을 짓는 로널드 레이건을 향해 거스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더불어서, 고르바초프가 CIA에 의한 쿠데타 제압을 원한다고 제 손녀사위를 통해 부탁해 왔습니다.”
“도대체, 이유가 뭡니까……?”
로널드 레이건의 의문에 따라 거스터는 윤기에게서 들은 내용대로 레이건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과연……,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각하, 현재 고르바초프는 소련을 자본주의로 나아가게 하겠다고 확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상황에서 고르바초프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각하의 정치적 이득 역시 사라질 겁니다.”
“확실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CIA를 통해 지원해야겠죠. 하지만, 소련에는 생각보다 CIA 요원이 없습니다. KGB가 눈에 불을 켜고 잡아들였기 때문이죠. 쿠데타를 막을 만한 병력이 없을 텐데…….”
고심에 빠진 레이건을 향해 거스터가 대안을 하나 내어놓았다.
“CIA의 지휘를 받을 만한 병력이라면 이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