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10월 쿠데타 (3)
“있다고요? 그럴 리가…….”
의아해하는 레이건을 향해 거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제 손녀사위를 경호하는 자들이 대부분 미군 출신이라는 사실이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아!”
레이건은 손뼉을 짝하고 쳤다.
확실히 윤기의 경호원은 대부분 미군 출신.
더불어서 윤기의 지척을 감시하고 있는 인원들은 대부분 산전수전을 겪은 자들이었다.
“제 손녀사위가 독단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지만, 제 손녀사위는 각하의 이면적인 허락을 받고자 했습니다. 왜냐하면, 소련에서 일어날 쿠데타를 막는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니까요.”
“호오…….”
“어떻습니까? 각하께서 허가를 내어주신다면, 제 손녀사위의 경호원들은 CIA의 허가를 받아 소련의 쿠데타를 막을 것입니다. 하지만, 허가가 나지 않을 경우…….”
“나지 않을 경우?”
“그냥 지켜볼 겁니다.”
그야말로 블러핑.
윤기와 거스터는 레이건이 반드시 허락하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일부러 미국 대통령에게 절대복종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 주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탁월했다.
“하하하핫! 그렇게까지 나온다면 허락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저 역시 고르바초프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바로 허가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이번 쿠데타를 막고, 각하와 고르바초프의 회담을 추진해 보겠습니다. 그곳에서 고르바초프가 한마디 하겠지요.”
“뭐라고 할까요?”
“‘레이건 대통령의 평화를 위한 설득에 자본주의의 길을 선택했다’라고 말이죠.”
레이건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까지나 정치적인 쇼지만, 그 쇼가 가져다줄 정치적 이득은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겠지.
그런 만큼 레이건은 기대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게 가능할까요?”
“제 손녀사위가 가능하게 만들 겁니다.”
이러한 거스터의 확신에 찬 말로 레이건의 확실한 허가와 더불어, 전폭적인 지원까지 받아 낼 수 있었다.
* * *
이번 소련 쿠데타를 방어하기 위한 지휘는 메이슨이 총책임자가 되었다.
물론, 실제 지휘는 소련에 있는 지부장이 하게 되겠지만, 그만큼 이번 일에 대해 레이건의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원래 자네한테 먼저 알려 주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어. 미안하네.”
거스터의 사과에 메이슨이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쿠데타 일정을 보아하니, 우리를 거쳐서 보고한다면 늦었을 겁니다. 애초에 우리가 보고한다면 사안의 신빙성부터 증명해야 했을 테니까요.”
실제로 레이건이 이번 일에 대해서 곧바로 신뢰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를 말한 사람이 거스터였기 때문이었다.
이름값이 있는 사람은 신빙성이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한 번은 확실하게 믿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CIA라면 신빙성이 있더라도 상황이 좀 다르다.
정보의 신빙성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레이건은 ‘못 믿겠다’라는 말로 일축했겠지.
“이해해 주니 고맙네. 아, 그리고 이건 내 손녀사위의 전언이야.”
거스터는 딱지처럼 접어진 종이 하나를 메이슨에게 건넸다.
“손녀사위의 필체는 아니지만, 손녀사위의 전언을 받아적은 거지. 적어도 거짓은 없다네.”
거스터의 말과 함께 내용을 확인한 메이슨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어라고 쓰여 있던가?”
“안 읽어 보신 겁니까?”
“개인적인 내용 같아서 안 읽었지.”
거스터의 말에, 메이슨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위해 입을 열었다.
“저택의 주소와 함께 금고 번호가 쓰여 있습니다.”
“내 손녀사위가 보상을 줄 때라고 판단한 모양이군.”
“네, 그리고 이건 시작이라고도 쓰여 있군요.”
“충분히 믿어도 좋을 거야. 나라는 실제 사례가 존재하잖아?”
주변의 눈이 있기 때문에 메이슨은 명의까지 얻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윤기와 긍정적으로 교류하는 이상 상당한 혜택을 받을 것은 틀림없었다.
비록 거스터의 저택과는 차이가 크지만, 나름 괜찮은 저택과 현찰을 얻었으니까.
“그러면, 저는 소련 지부장에게 명령을 전달하겠습니다. 이번 일……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되겠군요.”
만약 이번 일이 실패한다면?
방금 알게 된 보상이 어떻게 될지 누구도 모른다.
그렇기에 메이슨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소련에서의 쿠데타를 막아 내겠다고 다짐했다.
* * *
“때가 왔다. 제군들, 소련을 자본주의의 마수에 빠뜨리려는 고르바초프를 처단하고, ‘우리의 소련’을 되찾자!”
낮지만 절도 있는 국장의 말에 KGB 요원들은 모두 거수경례를 올렸다.
원래대로라면 크게 외쳐야 하지만, 지금은 비밀리에 움직여야 할 때.
그렇기에 국장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은 소리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그들 중에는 푸틴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이제 연락책은 필요 없는 상황.
푸틴은 가장 마지막에 진입하는 3진으로 배정되어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서 마무리 작업이란 혹시 모를,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는 적들에 대한 청소.
푸틴은 결국, 마지막 선택을 해야만 했다.
‘빌어먹을, 최종 연락책 정도는 남겨둘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나도 남김없이 투입할 줄이야. 그만큼 국장도 절실하다는 건가?’
소련이 붕괴하는 순간 사라지는 KGB.
물론, 현대의 러시아에도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하지만, KGB 시절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치에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도 사실.
국장이 소련의 미래를 알지는 못하지만, 고르바초프의 행보를 보면 ‘세계의 공산화’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KGB의 정치 영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하긴, 말 한마디로 어지간한 고위 정치인의 목을 날려 버릴 수 있는 권력자였는데, 그것을 놓치기는 쉽지 않겠지.’
KGB의 위세가 떨어지면, 국장은 지금까지 자신이 압박해 왔던 자들에게 역으로 당할 수도 있는 법.
그렇기에 국장은 빠르게 선수를 친 것이다.
지금이라면 KGB 요원 전체를 움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권력을 이용한 방식의 쿠데타는 결국, 이탈자를 만들어 내기 마련이었다.
마치, 원 역사의 푸틴처럼. 그리고, 푸틴이 아닌 또 다른 자들처럼.
툭-!
갑자기 푸틴의 탄창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봐, 탄창이 떨어졌어.”
옆에 있던 동료의 말에 3진이 이동을 잠시 멈췄다.
“뭐야, 분명 아까만 해도 멀쩡했는데…….”
푸틴의 말에 동료가 눈을 찡그렸다.
“빨리 돌아가서 총을 바꿔 와. 오늘같이 중요한 날 뭐 하는 짓이야?”
“끄응…….”
푸틴이 3진의 책임자를 바라보자, 책임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다녀와서 바로 복귀하도록.”
“알겠습니다.”
푸틴이 등을 돌려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푸틴에게 탄창이 없어진 사실을 말해 준 요원이 책임자를 향해 말했다.
“혹시 모르니 제가 따라붙겠습니다.”
“음……, 그렇게 하도록.”
그렇게 또 한 명의 이탈.
그러자, 다른 한 명이 책임자를 향해 말했다.
“뭔가 우연이 겹친다는 생각이 드시지 않습니까? 제가 조용히 따라가서, 혹시나 트러블을 일으키진 않는지 감시하겠습니다.”
확실히 그럴듯하다는 생각에 책임자는 다시 허락했고, 그렇게 푸틴 포함 3명의 인원이 3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5분 후.
이들은 KGB 건물이 아닌, 미리 약속해 둔 아지트에서 만났다.
그것은 평범한 민가의 지하실.
전쟁을 겪은 지 얼마 안 된 러시아였기에, 민가에 지하실이 있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들은 지하실에서 작은 촛불 하나를 켠 상태로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블라디미르, 이건 사실상 도박이야. 정말 괜찮을까?”
푸틴이 국장의 눈을 피해 정말 힘겹게 포섭한 두 명의 요원들.
이들 역시 국장의 쿠데타에 회의감을 품고 있었지만, 푸틴처럼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국장을 따를 순 없잖아. 국장이 지배하는 소련에 미래가 있을 거라 생각해?”
푸틴의 대답을 들은 왼쪽 동료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금의 소련에는 미래가 없지. 공산주의는 발전이 없어. 당장 와이케이가 만들어 내는 슬라브멘만 하더라도, 소련에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물건이었지.”
그러자 푸틴의 오른쪽 동료가 고개를 끄덕였다.
“만들 수 있다 하더라도 제대로 보급하진 못했을 거야.”
셋 모두가 동의하는 사안.
이들이 경험한 공산주의는 모든 인민을 동원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최적·최대의 생산량을 보이는 체제는 아니었다.
“그래도 완전한 도박은 아니야. 최근에 사용되는 주파수가 늘었거든.”
“뭐?”
푸틴의 말에 왼쪽 동료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분명히 비밀회선이었고, 감지하긴 했지만 분석하거나 보고할 수는 없었어. 왜냐하면, 분석하는 순간 국장이 의심할 테니까. 하지만 내가 최 회장과 접촉하고 며칠 후부터, 몇몇 주파수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KGB 말고 다른 참가 집단의 무선 아닐까?”
푸틴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나는 모든 주파수에 관한 설명을 들었거든. 그러니, 이건 우리가 아닌 완전히 다른 자들의 주파수라는 말이 돼.”
“그렇다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CIA 쪽이 아닐까 싶어. 아마, 그들에게 정보가 들어간 거겠지?”
“정말 낙관적인 추측이로군.”
“하지만, 이것밖에 믿을 수 없어. 그리고 우리도 슬슬 준비하자고. 일단 이쪽으로 길을 정했으니, 우리의 선택은 하나야.”
푸틴의 말에 나머지 둘은 고개를 끄덕였고, 모두 지하실을 나섰다.
이들의 목적지는 체르노빌에 있는 와이케이의 공장.
푸틴은 일이 실패할 경우, 와이케이를 통해서 미국에 망명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소련과 미국이 서로 수교하지 않은 지금, 와이케이는 사실상 미국 대사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이들 셋은 KGB에 대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망명한다면 충분히 보호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가자, 조금이라도 빨리 멀어져야 해. 여기서 말은 다 했으니, 지금부터는 최대한 말을 아낀다.”
그믐달이 떠서 눈에 빛이 전혀 반사되지 않는 밤.
푸틴을 위시한 셋은 조용히 소련의 눈길을 나섰다.
* * *
8시에 예정되었던 정치국 회의.
그 회의는 실제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오늘 쿠데타가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로지 고르바초프뿐.
물론, 정치국 인물 중에 이번 쿠데타에 관여한 자가 있다면 그자 역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치국 회의는 평소처럼 평범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탕-! 타타타타탕-! 탕!
총이 불을 뿜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정치국 회의실 주변에서 교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평소와 비교해서 추가적인 방비를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국 회의실 앞까지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하지만.
쨍그랑-! 쨍그랑! 깡-!
건물 유리를 박살 내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복장을 한 수백 명의 인원이 내부에 잠입하며, KGB를 위시한 쿠데타 세력들을 향해 문답 무용으로 총을 발사했다.
그야말로 일방적인 학살.
전혀 예상에 없던 상대의 등장에, 쿠데타 측은 순식간에 70퍼센트 이상의 전투력을 잃어야만 했다.
“뭐, 뭐야!”
그야말로 기겁을 하는 KGB의 국장.
일단 정치국 회의실만 진압하면 될 거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나타난 상대의 병력에 그야말로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버렸다.
그나마 남은 30퍼센트도 사실상 바람 앞의 등불.
정치국 회의실에만 온전히 신경을 쏟고 있던 데다가, 바리케이드가 없는 복도.
거기에 문답 무용으로 가해져 오는 총격.
순식간에 쿠데타 세력은 몇 남지도 않게 되어 버렸다.
심지어 국장은 고르바초프를 향해 잔뜩 이죽거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이미 복면도 벗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잠시 중단된 상대의 총탄 세례.
국장 역시 손에 총격을 당했기 때문에 손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상황이었다.
“비, 빌어먹을……. 어, 어째서…….”
현실을 믿을 수 없는 국장을 향해, 쿠데타 방어 측 인물 하나가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복면을 벗자, 윤기의 경호원인 빌의 얼굴이 나왔다.
“참, 아깝다. 그치?”
씨익 웃는 빌이 권총으로 국장을 조준했다.
“나도 들은 얘긴데, 정치는 말이야”
탕-!
“대국적으로 하는 거래.”
빌의 미소와 함께 KGB의 쿠데타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