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10월 쿠데타 (4)
KGB 국장은 죽지 않았다.
애초에 빌이 발사한 것은 진짜 권총이 아니라 마취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번 일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국장은 CIA 요원들의 풀 코스를 대접받게 되었다.
알고 있는 것, 심지어 모르는 것까지 상상해서 말하게 만드는 CIA의 능력.
그렇기에 국장의 진술 내용은 추가적인 수사를 거쳐서 교차 검증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정치국에서도 가담했던 사람이 밝혀졌고, 군에서도 누가 가담했는지 드러나게 되었다.
애초에 정치국 건물에 널브러진 시체들만 조사해도 어디 소속인지 얼추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교차 검증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단지, 여러모로 고르바초프를 위시한 평범한 정치국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을 뿐.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정치국의 누가 가담을 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득이 이러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소의 회의실과 달리 작은 회의실.
그곳에 모인 정치국 인물들을 향해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를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치국에서도 가담자가 나왔으니까.
만약 정치국에 가담했던 사람이 없었더라면, 고르바초프는 큰 질타를 받았겠지.
[아니, 어떻게 정치국 동지를 의심할 수가 있는 거요?]실제로, 고르바초프는 쿠데타 제압 초기에 정치국 인물들의 질타를 받았다.
왜냐하면, 그때까지는 누가 가담했는지 몰랐으니까.
하지만, 갑자기 몇 사람이 자취를 감추었고, 그들이 CIA에 붙잡혔다.
그리고 그들이 이번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물적 증거가 나오자, 정치국 사람들은 고르바초프를 비난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잘한 행동이 되었습니다. 만약, 서기장이 우리 전체에게 이번 쿠데타에 관해서 이야기했다면, 우리는 결국 죽었겠지요.”
정치국 사람인 유리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달가운 일은 아니었다.
미국의 CIA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국 측에서 이번 일에 대해 세계적으로 발표할 생각은 없다고 하더군요.”
고르바초프의 말에 정치국 사람들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다.
“대신,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의 자본주의화에 영향을 주었다는 말을 제가 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정치국 사람들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하지만, 아까보다는 분명히 옅었다.
“그렇게 하실 생각입니까?”
유리의 말에 고르바초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대신, 농축산물 수출, 그리고 우리의 천연자원 수출에 대해서 압박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해 보려 합니다. 우리는 이미 실리를 택했으니, 이쪽이 낫겠지요.”
“그게 가능할까요?”
“와이케이의 최 회장이 노력해 보겠다고 한 사안입니다.”
“으음…….”
쉽지는 않았지만, 고르바초프는 정치국에서 허락을 얻어냈다.
* * *
와이케이의 체르노빌 공장.
그곳에 푸틴을 비롯한 세 사람이 나타났다.
“최 회장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의외로 만남은 빠르게 이루어졌다.
마치 약속이라도 되어 있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상당히 강도 높은 몸수색을 받아야 했지만, 이들은 충분히 감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윤기를 만날 수 있었다.
“찾아오실 줄 알고 있었습니다.”
마치, 게임 속 라스트 보스 같은 말.
하지만, 윤기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국장의 쿠데타가 실패했습니다.”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쿠데타는 성공하기 힘들고, 성공하더라도 오래 가지 못하는 법이지요.”
실제로, JD의 12.12 군사 반란도 일단은 성공했었다.
하지만,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한 결과 7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번 국장의 쿠데타 역시 마찬가지.
만약 쿠데타가 성공했다 하더라도, 성공하는 순간 윤기는 소련에서 발을 뺐을 것이고, 그로 인해 국장은 재해 복구를 비롯한 수많은 난관에 봉착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쿠데타로 인해 목숨을 잃었겠지.
“그래서 정치는 대국적으로 해야 하나 봅니다.”
푸틴은 체르노빌까지 오면서, 라디오를 통해 쿠데타에 관한 뉴스를 들었다.
그리고 현재 소련에 돌고 있는 유행어.
[정치는 대국적으로 해야 한다.]푸틴은 그 말을 윤기에게 하며, 분위기 환기를 노린 것이다.
“그렇죠. 개인의 이득만을 생각하는 정치가는 오래 가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설사, 자신의 생애 동안은 안전할지 몰라도, 죽어서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게 되죠. 뭐, 자기가 살아 있는 동안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야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지만요.”
실제로 역사가 증명하는 독재자들은 죄다 자신을 우상 용도로 쓰지 않기를 바랐다.
자신의 시체가 조용히 어디 한 구석에 묻혀 있기만을 바랄 뿐.
하지만, 이 세상 모든 독재 국가는 전대 독재자를 반드시 우상화한다.
포르말린을 비롯한 수많은 약품으로 시신을 박제하고, 대중들에게 공개하기도 하니까.
유언으로 자신을 우상화하지 말라고 해도, 차기 독재자가 독재 권력으로 우상화를 해 버리니까 피할 방법이 없었다.
“국장은 자신의 잇속을 위해 소련을 다시 완전한 공산주의로 회귀시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꼴을 볼 수 없었습니다. 제가 지독히도 무력감을 느꼈던 소련은 사라져야 합니다.”
“그 꿈이 이루어지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하는 윤기의 행동에 푸틴은 윤기를 향해 다가와 마주 손을 잡았다.
이야, 우리 후손 출세했네. 푸틴과 악수도 다 하고. 우효-!>
옆에서 추임새를 넣는 최덕배의 모습을 푸틴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래도 이런 최덕배의 너스레는 윤기의 기분을 유쾌하게 만들었기에 사무실 분위기는 꽤 훈훈했다.
“뒤의 두 분은 협력자이신가 보죠?”
푸틴이 고개를 끄덕였다.
“니콜라이와 이반입니다. 이번에 이 둘이 아니었으면, 저 역시 죽었을 겁니다. 저도 3진에 배속되어 있었으니까요.”
“안녕하십니까, 니콜라이입니다.”
“이반입니다.”
머리를 일부러 밀어 버린 것 같은 니콜라이와 갈색의 단발인 이반.
둘을 향해 윤기는 마찬가지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고생하셨어요. 여러분들이 바로, 소련을 구한 영웅입니다.”
윤기의 치하에 니콜라이와 이반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누구 하나 인정해 주지 못할 줄 알았는데, 현재 소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윤기가 당연하다는 듯이 인정해 준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가장 큰 공로는 최 회장님입니다. 제 모스 부호를 눈치채시다니……. 도박을 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눈의 깜빡임으로 모스 부호를 생각하신 게 더 대단한 거죠. 솔직히, 저도 제 경호원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무엇인지 고민만 하다가 실패했을 거예요.”
“주변에 좋은 인재를 두셨군요.”
“저는 인재 욕심이 많죠.”
말을 한 김에 윤기는 푸틴을 향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냥 만남을 위해 찾아오지는 않으셨을 테고. 안전을 보장받는 게 목적이시죠?”
푸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저와 니콜라이, 그리고 이반은 어쩔 수 없이 국장의 밑에서 일을 하기는 했지만, 원해서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니콜라이와 이반 역시 간절한 눈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고르바초프 서기장님께 말은 전달해 놓았으니까요. 다만, 니콜라이 님과 이반 님에 대해서는 저도 지금 안 사실이라, 대화가 끝나면 곧바로 서기장님께 연락을 넣도록 하겠습니다.”
셋의 얼굴에는 안도의 표정이 떠올랐고, 윤기는 다시 그들을 향해 말했다.
“이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신가요? 만약, 원하신다면 와이케이는 여러분을 고용할 의사가 있습니다. CIA에 망명을 원하신다면 그것도 도와드릴 수 있고요. 물론, 서기장님께서는 좋아하지 않으시겠지만요.”
윤기의 말에 푸틴은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다른 쪽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여러분 덕분에 저는 소련에 투자한 돈을 잃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씨익 웃는 윤기를 향해 푸틴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고르바초프 서기장님과 만날 수 있게 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푸틴의 말을 듣는 순간, 윤기는 또다시 역사의 본류를 떠올렸다.
‘푸틴은 어쨌든 러시아의 수장이 되겠구나.’
원래 역사대로라면 보리스 옐친의 지지를 받아 러시아의 수장이 되는 푸틴.
하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이번에는 보리스 옐친이 아니라 고르바초프의 직접적인 지지를 받을 것처럼 보였다.
“물론이죠.”
어차피 흘러갈 역사의 본류.
윤기는 화끈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푸틴은 러시아 수장으로서의 행보를 밟기 시작했다.
물론, 원래 역사와는 조금 다른 행보가 되겠지만 말이다.
* * *
고르바초프는 과감하게 10월 쿠데타에 대해서 인민들에게 정보를 공개했다.
이미 정보 공개를 주창했던 고르바초프.
그렇기에 이번 정보 공개는 꿇릴 것이 없었고, 결과적으로 고르바초프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래도 지금이 예전보다는 살기 괜찮지 않아?] [그래, 고르바초프 서기장이 정치를 잘해.] [미국의 도움을 받은 것은 아쉽지만, 미국 덕분에 우리는 슬라브멘을 계속 먹을 수 있을 거야.]사실, 원래 역사에서 고르바초프의 정치는 그다지 성공적으로 끝나지 못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자본 계급화.
소련에서도 고르바초프가 민간 기업의 운영을 허락하기가 무섭게 신진 재벌 계급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쪽 세계는 윤기가 어떻게든 소련의 재벌 탄생을 틀어막을 것이었다.
애초에 민간 회사의 운영도 내년 1월 1일부터 등록 가능한 상황.
그때 민간 기업이 탄생하더라도 절대, 원래 역사 수준의 재벌은 탄생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대신, 소련 사람들은 원래 역사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재벌들이 독점할 부가 시민들에게 고루 퍼질 테니까.
“푸틴이라는 사람, 아주 걸물이더군요.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정치국에 들어오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고르바초프의 말에 윤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능력이 있는 사람이죠. 눈 깜빡임으로 모스부호를 전달한다는 생각은 아무나 못 할 겁니다.”
사실, 푸틴의 이러한 행동은 저번에 윤기가 어렴풋이 기억해 낸 것처럼, 기존에 이미 사용한 사람이 있었다.
1966년 북베트남에 잡혀 고문을 당하고 있던, 미군 전투기 조종사 제레미아 덴튼은 북베트남 방송에서 눈 깜빡임으로 ‘고문’이라는 단어를 눈으로 알렸고, 그게 방송되면서 북베트남의 포로 고문이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푸틴의 기지가 빛이 바래는 것은 아닌 법.
그렇기에 한동안은 푸틴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가 꽃이 피었다.
“서기장님. 혹시,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아, 레이건 대통령과의 회담 말입니까?”
하지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다른 이야기입니다.”
“무엇인가요?”
언제 이야기를 나눠도 흥미로운 윤기라는 소년.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호기심을 가지고 윤기의 말을 기다렸다.
“소련이 자본주의의 길을 걷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국방을 비롯한 부분에 있어서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을 겁니다.”
“으음……, 그건 확실히 그렇죠.”
체제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곳은 이득을 보고, 어떤 곳은 손해를 본다는 뜻.
그렇기에 고르바초프는 부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들을 활용할 방법을 하나 말씀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