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자본주의와 재벌 (1)
“그게 무엇입니까?”
소련이 자본주의화 된다는 것을 좀 더 정치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미국과 소련의 차가운 전쟁, 즉 냉전이 끝난다는 말이 된다.
사실상 전쟁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미국과 소련은 국방비에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었는데, 냉전이 끝날 경우, 국방비에 돈을 쏟아부을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 당연한 사실.
그렇기에 군대와 첩보 기관에 종사하고 있던 사람 중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
당장 원래 역사에서도 소련이 망하고 나서 KGB와 군대에서 일하고 있던 소련인들이 마피아를 비롯한 조직으로 상당수 흘러 들어갔는데, 이게 두고두고 골치가 된다.
이 사실을 고르바초프 역시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기에 윤기의 말에 상당히 흥미를 느꼈다.
“저에게 PMC 설립 허가를 내어주실 수 없으시겠습니까?”
“PMC 말입니까? 과연…….”
PMC란 ‘민간 군사 기업’을 이르는 말.
군대에서 직접 하기 힘든 일들을 처리해 주는 일종의 하청 업체 개념의 기업이다.
“이건 기업 기밀입니다만, 저는 조만간 아프리카에도 진출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치안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죠. 그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PMC의 설립이 필요합니다.”
“아프리카에 진출하신다고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향후 대한민국과 소련, 그리고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체제를 구축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죠.”
순간 고르바초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잠깐만요. 대한민국과 소련, 그리고 아프리카로 이어지는 체제라고요?”
“예.”
대단히 충격적인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윤기의 음색은 여전히 담담했다.
“잠시만요, 그게 무슨 의도인지 좀 더 명확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찌 보면 와이케이, 아니 윤기의 큰 기밀.
하지만 윤기는 고르바초프에게 자신의 기밀을 가감 없이 털어놓고 있었다.
왜냐하면,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그리고 고르바초프가 소련의 산업과 함께하자는 제안을 한 순간, 이미 윤기와 고르바초프는 한배를 탄 것과 같았다.
“서기장님.”
“예, 말씀하십시오.”
“지구는 한정된 자원입니까, 아닙니까?”
경제학을 관통하는 말.
윤기는 경제학을 공부한 이후로 언제나 한 가지 의문에 잠겼다.
[지구는 궁극적으로 한정된 자원인데, 왜, 경제학자들은 언제나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걸까?]그리고, 윤기는 깨달았다.
[아, 인간이 이기적인 만큼, 경제학자들도 이기적이라서 그렇구나.]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라고 해서 진실은 아니다.
그렇기에 윤기는 쓸데없이 많은 경제학 이론에 휘둘리지 않고, 하나의 세계를 구상했다.
“으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고민하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아주 간단한 예시를 들어주었다.
“소련은 한정된 자원이었나요?”
“아……!”
고르바초프는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터뜨렸고, 윤기는 그런 고르바초프를 향해 설명을 이었다.
“소련은 국가의 생산량을 한 곳으로 취합한 뒤, 각 지역에 지역의 생산량보다 많은 물품을 나눠 주었죠. 그 결과, 어떻게 되었나요? 생산량 대비 분배를 적게 받은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지요. 그래서, 제가 공산주의를 포기하려고 하는 것이고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렇습니다. 소련이 한정된 자원이라는 것은 지구도 한정된 자원이라는 얘기. 결국, 우리는 지구라는 한정된 자원을 ‘누가 더 효율적으로 가지느냐’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것입니다.”
“확실히……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군을 확실히 정했습니다. 그 아군은 대한민국과 소련, 그리고 아프리카죠.”
“미국은 아군에 들어가지 않는 겁니까?”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짓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군은 아군이 아니라 우군이죠. 현재 미국 내부에서 이미 끈끈하게 굳어져 있는, 유대계 자본을 비롯한 자산가들의 힘은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아직은 말이죠.”
“어쩐지 기분이 좋은 말입니다만, 미국 대통령이 들으면 정말로 큰일 날 말이로군요.”
환한 미소와 함께 쓴웃음을 같이 짓고 있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 역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서기장님과 한배를 타기로 작정한 상황입니다. 서기장님 역시 이미 저와 같은 생각 아니신가요?”
“그렇습니다. 물론, 와이케이가 지금처럼 해 준다는 조건이 붙지만 말이죠.”
고르바초프의 미소에는 확신에 찬 농담이 담겨 있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튼, 저는 아프리카에 진출할 생각인데, 영국과 프랑스 덕분에 치안이 답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버티려면 개인 무력이 꼭 필요합니다. 거기에 소련 출신의 군인과 첩보원들은 대단한 도움이 되겠죠.”
“확실히 그렇습니다. 소련은 실직자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와이케이는 아프리카 진출의 리스크가 줄어들겠군요.”
여기까지 말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고르바초프가 윤기를 향해 말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 소련과 대한민국, 그리고 아프리카를 묶어서 어디에 대항하려고 하시는 겁니까? 한정된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이라면, 그 경쟁 상대를 상정해 두셨을 것 아닙니까? 미국을 우군이라고 하셨으니, 미국은 아닐 테고…….”
“미국도 언젠가 아군이 될 겁니다. 지금은 제가 힘이 없어서 우군으로 두고 있지만요.”
“미국까지 아군으로 만들 작정이시라니…… 혹시 유럽입니까?”
윤기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중국입니다.”
“예? 중국이요? 아니, 무슨……? 중국은 지금 선진국의 계열에도 못 들고 있습니다. 그런 중국을 견제하시기 위해서 소련과 한국, 아프리카, 미국을 하나로 묶는 꿈을 꾸신다고요? 너무 과한 준비 아닙니까?”
지금까지 윤기의 말을 대단히 흥미롭게 듣던 고르바초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뜨악한 표정으로 윤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윤기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15억.”
“네?”
“중국의 인구는 15억까지 치솟을 거예요. 그리고 세계 인구는 얼추 80억까지 늘어나겠죠.”
“그게 지금 하시는 말씀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죠……?”
“서기장님, ‘현실의 공산주의’에서 그나마 장점을 꼽으라면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화제를 전환하는 듯한 윤기의 질문이었지만, 고르바초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동원력……?”
“아닙니다. 현실 공산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재벌이 없다는 겁니다.”
“아, 그건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체제적으로 무서운 이야기’를 꺼냈다.
“서기장님이 만약 와이케이가 아닌 다른 기업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무수히 많은 재벌이 탄생했겠군요.”
“그럼, 그 재벌들은 어떻게 탄생할까요?”
“그건…….”
순간, 고르바초프의 말문이 막혔다.
“개혁과 함께, 개방하면 경제가 나아진다고들 말을 합니다. 그런데, 경제가 나아진다는 말은 도대체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요?”
대단히 심오한 이야기였지만, 윤기는 정말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었다.
노가다 시절을 경험했던 만큼,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듣는 것만큼 괴로운 일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보니…… 아니, 잠깐. 제가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거죠?”
고르바초프는 상당한 혼란에 빠져 버렸다.
소련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련을 외국에 개방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련을 외국에 개방하는 순간 수많은 재벌이 탄생한다.
이 재벌들은 도대체 어디서 돈을 얻는다는 말인가?
이미 고르바초프도 그 답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혼란이 빠진 것이었다.
그렇기에 윤기가 대신 입을 열었다.
“분명 새로운 문물은 들어올 겁니다. 컬러텔레비전도 들어올 것이고, 자동차도 많이 들어올 것이며, 다양한 음식 프랜차이즈들도 들어오겠죠. 소련 전체의 경제력은 상승하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도 대단히 좋아질 겁니다.”
윤기의 말은 이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들은 전부 소수에게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 체제가 더욱 굳건해지겠죠. 힘을 가진 자들은 절대 그 힘을 놓치지 않으려 할 테니까요. ‘소수’를 제외하고는 말이죠.”
그 소수는 다름 아닌 고르바초프.
원 역사에서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붕괴 후 퇴임하게 되었는데.
퇴임한 고르바초프가 받은 연금은 무려 ‘몇십 센트’였다.
1달러가 채 안 되었다는 얘기다.
만약 고르바초프가 사심이 있었다면, 퇴직 후 자신이 받을 연금을 그렇게 책정했을까?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개방이 인민들의 삶의 증진을 불러올 것이라고 진심으로 믿었던 것이다.
단지, 믿음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아아……,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그렇습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지만, 우리 소련과 비교하면 빈부 격차도 압도적으로 크죠. 저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외견만 보고, 자본주의와 개방이 인민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는 고르바초프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절망’이라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가만히 있으면 소련은 체제의 모순으로 말라 죽습니다. 하지만 개방하게 되면, 소수의 사람은 재벌이 되어 행복할지라도 절대다수의 인민들은 박탈감을 느끼며 살아가야 할 겁니다. 저는…… 저는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하든, 역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고르바초프 같은 인물.
이런 인물은 물욕보다는 명예욕이 앞선 자였다.
그리고 그것은 윤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절망스러우신가요?”
“절망스럽지 않을 리가 없지요.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가도 파멸, 앞으로 가지 않아도 파멸, 도대체 저는…….”
계속해서 동굴을 파는 고르바초프의 모습.
그렇기에 윤기는 슬슬 빛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그렇게 좌절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해결책도 없이 서기장님을 절망에 빠뜨렸을까요?”
순간, 고르바초프가 얼굴을 번쩍 들었다.
“해결책? 해결책 말입니까? 그런 게 있다고요?”
세계의 석학들이 자본주의 아니면 공산주의가 최고라고 말하는 시대였다.
고르바초프 역시 그들에게 무수히 많은 보고를 듣는 자.
그런데 그들에게서 들은 적 없는 해결책을 내어놓겠다는 윤기의 말에 그야말로 고개가 번쩍 들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 공산주의는 아닙니다. 확실히 말씀드리지만, 자본주의는 꼭 필요합니다. 공산주의는 인간에게 자율성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고르바초프의 얼굴에 살짝 실망감이 어렸다.
“방금까지 자본주의를 도입하면 재벌이 생긴다고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그렇죠. 자본주의는 반드시 재벌을 불러옵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로는 말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현시점에서는 오로지 소련만이 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그게 도대체 무엇입니까?”
“일단 사유재산을 인정한 후, 탈세에 대하여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