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자본주의와 재벌 (2)
잘 이해가 되지 않은 고르바초프가 즉각 의아함을 보였다.
“무언가 뒷말이 더 있을 것 같습니다만……?”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요. 서기장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경유착이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고르바초프는 방금 윤기가 했던 ‘무관용’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아…… 탈세를 하기 위해 경제인과 정치인이 서로 붙는다는 얘기군요.”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거예요. 실제로 자본주의 사회는 ‘부의 심각한 대물림’을 막기 위해 나라마다 상속세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걸 지키는 재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죠.”
“아,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습니다.”
고르바초프도 보고를 받을 정도로 너무나 흔한 재벌들의 탈세.
이러한 재벌들의 탈세는 기본적으로 법의 허점을 이용해서 진행된다.
2010년대를 기준으로 국내 1, 2위를 다투는 한 놀이공원을 생각하면 간단하다.
10조 원에 가까운 가치를 가지고 있는 놀이공원에서 어떻게 탈세가 이루어진 걸까?
답은 전환사채.
기업이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해당 주식에 대한 권한은 기존 주주들이 가진다.
하지만 해당 놀이공원을 소유한 기업의 주주들은 그것의 매입에 대한 권한을 포기해 버렸다.
결과는?
기업은 총수의 아들에게 해당 주식의 권한을 배정했고, 총수의 아들은 헐값에 해당 기업의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할 수 있었다.
따라서 총수의 아들이 뜬금없이 제1 주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수가 가지고 있던 주식에 대해서 연연할 필요가 없다.
사실상의 상속이 완료된 상황이니까.
실제로 이 사건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국민들 역시 탈세라고 비판했지만, 대법원에선 6 : 5로 무죄처리를 받았다.
혐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처벌하기에는’ 판단이 상당히 모호하다는 소리.
이처럼, 자본주의 국가에서 재벌들의 탈세는 교묘하게 이루어지고 있는데, 정작 탈세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있다 하더라도 탈세로 인해 얻는 이익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
하지만, 소련이라면?
“탈세에 대해서 상대가 ‘이거 불법 아닌데요, 비법인데요’라고 하면 그대로 뚝배기를 깨 버리십시오.”
뚝배기라는 말에 고르바초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뚝배기요?”
윤기는 아차 싶은 표정과 함께 쓴웃음을 지었다.
“아, 한국의 단어입니다. 실수했네요. 머리통을 박살 내 버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물론, 물리적으로요.”
고르바초프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확실히 이해했습니다. 하긴, 감히 인민 앞에서 말장난하는 녀석들은 죄다 머리를 부숴 버려야 하겠지요.”
“물론,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족하다고요?”
머리통을 깨부수면 다 해결될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에 고르바초프가 다시 흥미를 느꼈다.
“아마 상당히 많은 제도의 정비가 필요할 겁니다. 허가받지 않은 귀금속의 해외 반출부터 시작해서, 자산을 해외로 은닉하려는 시도들을 차단하는 법안의 정비가 필요하겠지요.”
“아, 확실히 그렇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말을 이었다.
“물론, 그것으로도 끝이 아닙니다. 재벌들을 억제할 억제 수단이 하나 더 필요합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점점 흥미로워하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윤기가 웃으며 말했다.
“다른 재벌들의 등장 자체를 막아 버리는, 국가에 대단히 협조적이면서 ‘돈에 별 욕심 없지만 능력 있는 재벌’이 있어야 하죠.”
고르바초프는 윤기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서기장님. 공기업은 이상은 좋은데 능력이 떨어지고, 사기업은 능력이 좋은데 이상이 떨어집니다.”
“그건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래서 저는 소련에서 공기업 같은 사기업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시너지로 말이죠.”
“그렇게 해서 최윤기 회장님이 얻는 이득이 뭡니까? 솔직히 말해서 돈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들이라면 소련의 개방을 유도한 뒤, 선점 효과로 돈을 쓸어 담을 것 같습니다만…….”
“서기장님이 보시기에 저의 궁극적인 목표가 돈으로 보이시던가요?”
윤기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고, 그 미소를 본 고르바초프는 난감한 고민에 빠졌다.
“으음…….”
“손해를 볼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익의 극대화를 꿈꿀 생각도 없습니다. 제 목적은 어디까지나 최고의 경영자가 되는 것. 돈이 아니니까요.”
윤기의 솔직한 설명에 고르바초프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지금까지 윤기가 소련에서 보여 준 행보는 그야말로 친소련의 극치. 더군다나 돈에 미친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여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윤기를 믿기에는 솔직히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 모든 게 위장일 수도 있었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000명의 재벌을 감시하는 것보다는 1명의 재벌을 감시하는 게 훨씬 쉽죠. 만약 제 행보가 소련의 심기를 거스른다면, 제 머리통을 부수십시오.”
웃으면서 살벌한 말을 하는 윤기의 모습에 고르바초프는 자신도 모르게 푸흐흐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크흐흐…… 확실히 효율적인 방법이긴 하군요. 그리고, 그만큼 매력적인 제안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기엔 어렵습니다. 저에게 며칠의 시간을 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윤기의 향후 행보를 결정지을 대화가 끝났다.
* * *
고르바초프가 네 제안을 받아들일까?>
최덕배의 물음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생각보다 강한 어조에 최덕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는 일이냐?>
“선택권이 없으니까요.”
선택권이 없다? 아!>
최덕배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선택권이 없는 소련의 상황.
현재 소련에게는 크게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이대로 공산주의를 계속 밀고 나가다가 망하는 것.
다른 하나는 시장을 전면적으로 개방해서 재벌의 등장을 속수무책으로 방관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윤기가 제안한 파트너십이었다.
물론, 고르바초프에게 자신이 있다면 두 번째 방법을 시행하겠지.
하지만, 현재 소련의 행정 능력은 운석으로 인해 마비된 상태.
따라서 시장을 개방하고 나서 반드시 생길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막을 능력이 없었다.
물론, 행정력이 100퍼센트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절대로 막을 수 없었다.
애초에 자본주의에서 생기는 정경유착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막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윤기의 최종 목표는 ‘돈’이 아닌 ‘경영’.
윤기를 돈으로 회유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기에 확실한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고르바초프 역시 돈으로 회유되지 않는 대단히 드문 인물.
정치 쪽에서는 고르바초프가, 경제 쪽에서는 윤기가 소련을 확실히 지배한다면, 소련의 ‘수정 자본주의’는 분명히 승산이 있었다.
그런데 네 계획에 하나의 맹점, 그것도 엄청 큰 맹점이 있다는 것을 너도 아냐?>
“당연히 알죠.”
응?>
“저와 고르바초프의 세대가 끝났을 경우를 말하는 거죠?”
최덕배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그걸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고?>
윤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통치자의 능력에 기대는 운영은 그 통치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엄청난 효율을 보이죠. 하지만, 그 통치자가 타락하거나 죽게 될 경우, 효율이 급락한다는 게 문제에요.”
당장 조선의 세종대왕만 하더라도, 살아있는 동안에 조선에 어마어마한 부흥을 가져왔다.
문제는 세종의 사후.
아니, 세종의 아들인 문종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왜냐하면, 세종 치세의 중후반부터는 사실상 문종이 세자이면서 정치 전반을 담당했으니까.
하지만, 문종이 생각보다 일찍 단명하면서 문종의 아들이 어린 나위에 단종으로 즉위했고, 단종의 삼촌인 수양대군이 단종을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
세조로 불리게 되는 수양대군.
세조가 한 일은?
놀랍게도 세종대왕과 문종이 쌓아 올린 토대를 그냥 다 깨부쉈다.
세종대왕 시절에는 양반들이 떼쓰는 걸 논리로 다 깨부쉈는데, 세조는 공신들의 눈치를 보다 보니 현대사회로 치면 재벌들이 탄생했다.
그것도 온갖 꼼수를 다 쓰고 있는데 세조는 수수방관.
과거의 사례가 확실히 보여주는 만큼, 윤기의 방식은 윤기 혹은 고르바초프, 둘 중 한 명만 사망하더라도 붕괴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그러면, 그걸 어떻게 대처할 거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가요?”
어깨를 으쓱이는 윤기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에 최덕배가 어벙한 소리를 냈다.
응?>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윤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일단 저는 일찍 죽을 일이 없어요.”
엥?>
“저는 그렇게 술을 퍼마셔도 43살까지는 살았잖아요. 심지어 그때도 피부나 그런 게 좀 안 좋았던 거지, 가끔 병원 갔을 때 피검사 같은 거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어요.”
아, 맞다.>
“그리고, 가계 상황만 봐도 기본적으로 장수하는 집안이죠. 할아버지를 봐도 알잖아요? 원래 역사에서 할아버지와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이유는…… 후우…….”
윤기는 도둑놈이 무언가 손을 썼을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내 바로 다시 화제를 돌렸다.
“일단 저에 대한 리스크는 없어요. 그렇다면 남은 것은 고르바초프인데, 고르바초프는 제 기억상 꽤 장수해요.”
윤기의 말이 맞았다.
고르바초프는 2020년에도 멀쩡히 살아 있으니까.
그러네……. 아니, 잠깐. 그래도 그다음 세대가 문제잖아?>
“저와 고르바초프의 뒤를 이을 자를 육성하면 될 일이죠. 수십 년 후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문제를 위해서 현재 가장 효율적인 길을 포기한다? 그건 멍청이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젠장, 반박할 말이 없다.>
쓴웃음을 짓는 최덕배를 향해 윤기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정 안 되면…….”
뒷말은 최덕배에게조차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덕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응? 뭐라고?>
하지만, 윤기는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계속 피했다.
* * *
“동지.”
고르바초프가 먼저 꺼낸 말.
이것은 고르바초프가 윤기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신뢰 표시였다.
“예, 동지.”
윤기 역시 고르바초프를 향해 말했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고, 악수를 했으며, 포옹으로 마무리 지었다.
“저 고르바초프는 최윤기 회장님과 함께, 소련의 번영을 위하여 함께 달려 보겠습니다.”
뒷말은 생략되었고, 윤기 역시 그것이 무슨 뜻인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당신과 함께 달리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 기대를 배신한다면, 당신의 말대로 당신의 머리통을 부술 겁니다.]실제로 윤기가 소련의 유일한 재벌이 된다고 해도 고르바초프의 뒷받침이 없으면 절대 오롯이 설 수 없다.
고르바초프 입장에서는 윤기가 해외로 도피한다고 해도 와이케이의 산업시설 전부를 국유화시키면 그만이니까.
더불어서 윤기가 소련의 국부를 외부로 유출하려고 하는 것도 막으면 그만.
물론, 윤기는 애초에 그럴 생각 자체가 없으니까 고르바초프와 문제가 생길 일이 없다.
“저 역시 동지와 함께 소련, 그리고 대한민국의 번영과 공존을 위해 달려 보겠습니다.”
“아, 제가 실수했군요. 동지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는 소련과 대한민국, 두 국가의 번영을 위해 달릴 것입니다.”
이후로 윤기와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제한적인 개방’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제한적인 상속’이나 ‘자본 관련 법령’ 같은 것들 말이다.
그렇게 대화가 꽤 이어졌을 때, 고르바초프가 아차 하는 표정과 함께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최 회장님. 이건 제가 한국에서 공수해 온 대추차입니다. 최 회장님이 대추를 자주 들고 다니신다는 말을 듣고 제가 특별히 준비했습니다.”
아, 썩을!>
결국, 최덕배는 집무실을 떠나 창문 밖에 자리를 잡았다.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윤기는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굉장히 재미있다는 듯 속으로 킥킥거렸다.
고르바초프가 대추차를 준비할 줄이야.
덕분에 윤기와 고르바초프는 좀 더 확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제 입맛에 딱 맞네요.”
“다행이네요.”
둘은 잠시 차를 즐겼고, 잠시 후, 고르바초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최 회장님. 저 고르바초프는 원래 소련을 해체하고 정치계를 떠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제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최 회장님, 아니, 동지의 뜻을 따라 협력하겠습니다.”
“저 역시, 지금의 뜻이 결코 변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나갈 것을 약속드리겠습니다.”
역사의 본류는 바뀌지 않았다.
소련은 분명 자본주의의 길을 걷게 될 테니까.
하지만, 속은 대단히 바뀌게 될 것이다.
원래의 자본주의와는 전혀 다른 자본주의가 추진될 테니까.
“그리고 보니, PMC를 설립하고 싶다고 하셨죠? 정치국에 허가를 받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윤기는 역사의 본류를 거스르지 않았다.
대신, 어디에 존재하는지 모를, 아니, 애초에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역사의 관찰자를 속이기 시작했다.